50- 살아남으려면 새로운 게 필요하다.
[다음 소식입니다. 한국 마쓰모토는 YN바이오의 지분 56%를 총 841억에 인수하였습니다.]
마쓰모토가 본격적으로 한국 진출을 위해 움직였다.
YN과의 합작은 어디까지나 포섭, 그 이후로 한국 법인을 만들어서 본격적으로 진출할 자리가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러면서 YN의 이영남이 대표이사직을 맡기로 해서 YN내부 역시도 컨트롤 할 수 있게 만들었다.
흔히 다국적 기업이 국내 법인을 만들 때 있는 일이었다.
“이영남이 그새끼 진짜 오래도 가네.”
상만은 이제부터 마쓰모토의 공세가 더욱 커지는 것에 대해 머리를 부여잡았다.
“최근들어 마쓰모토의 공장 확장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최근 재무이사로 영입된 인물인 이정열 상무는 마쓰모토가 공격적으로 인수한 공장 리스트를 상만에게 보고했다.
“안산의 온양사료가 인수되어 마쓰모토 아산공장으로 이름이 바뀐다고 하고, 농협사료에서 매각 의사를 밝힌 인천 지점 사료공장 역시도 인수를 한다고 합니다.”
“후우~”
진욱은 그 말을 듣고 이 상무에게 물었다.
“온양사료라면 지난번에 저희 서울대공원 사료 납품 때 같이 했던 협력사 아닙니까?”
“네, 그 온양사료요.”
“괜찮은 협력사 하나 날아갔네···.”
점유율을 늘이기 위해서 주변 하청 공장들을 하나둘씩 먹어 치우고, 물량을 엄청나게 뽑아내서 주변 경쟁사를 고사시키려는 계획이었다.
“계속 이러다간 생산 펑크 날지도 모르겠는데···.”
안 그래도 반려견 사료 시장에서 1위를 노리고 달려가는데, 늘어나는 생산량을 겨우겨우 감당하고 있었다.
“이렇게 되고 있는데, 어떻게 방법이 없으려나?”
상만의 말에 진욱은 머리를 긁적였다.
일단 아성사료가 이후 계속되는 성장하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독과점에 가깝게 움직이는 마쓰모토의 압박을 어떻게서든 뚫어내야 했다.
“제 생각으로는 지금의 아성 펫푸드 사업을 더욱 늘이는게 나을 것 같습니다.”
이 상무의 말에 진욱은 자신이 맡은 펫푸드 쪽을 언급하자 미소를 지었다.
“저쪽에서 대형 유통업체를 노리고, 공장을 계속 늘린다면, 우리는 기존 유통 납품 이후로 대리점과 동물카페를 계속 늘여서 수익을 올리는 쪽으로 가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네, 그쪽이라면 자신 있어요.”
진욱이 자신만만하게 말하자 상만은 결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이렇게 하자. 어차피 아성사료 상장 이후로 아성펫푸드는 네가 전권을 쓸 수 있게 자회사로 독립법인을 만들거니 거기에 대해서 계속 확장을 하는거야.”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나는 공장 맡은 김원식 소장하고, 이 이사하고 같이 추후 생산라인 만들 수 있는 새 하청업체들 알아볼테니까 각자 움직이자고.”
상만의 결정에 따라 진욱은 마쓰모토와의 경쟁을 위해서 펫푸드 사업 쪽으로 다시 움직이기로 했다.
하지만 이제껏 순탄하고 쉽게 갔던 것이 점점 암초를 만났다.
***
“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죄송하게 됐습니다. 그쪽에서 더 높은 금액으로 협상을 해서···]
젊은이들의 핫플레이스라 불리는 홍대입구.
그곳에 사당과 용산에 이어 세 번째 애견카페인 ‘아성 퍼피스 홍대점’을 오픈하려고 했는데, 좋은 위치를 잡고 갑자기 계약이 어긋났다.
“아니, 누가 가져간 건데요?”
[프랜차이즈 카페라고만 알고 있는데, 그 이상은 건물주도 이야기 하지 않습니다.]
부동산 업자의 말에 진욱은 처음부터 자신이 직접 ‘건물주하고 협상을 할걸···’ 이라고 한탄했다.
어찌됐건 홍대점이 물을 먹었으니 또 다른 지점을 찾아야 했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서 3호점 애견 카페를 차리려는 자리를 스틸해간 녀석들이 누구인지 알수 있었다.
[당신의 지친 마음을 힐링♥ 고양이 카페 오픈.]
“이런 미친···.”
[이쪽이라고 합니다.]
카톡을 통해 받은 사진에는 고양이 카페를 오픈한다는 사진이 있었다.
자신이 노린 애견카페의 자리에 들어오는 고양이 카페.
이게 과연 우연일까 싶어서 상호명인 ‘홍대 고양이 다락방’을 찾아보니, 아니나 다를까 관련 기사가 나왔다.
[한국마쓰모토 ‘반려동물과의 공존’슬로건 동물 테마카페 사업에 진출한다.]
[한 해 유기되는 수천, 수만 마리의 유기견, 유기묘들에게 지원하며, 사람들과 소통하는 카페를 만들 계획을 준비하는 마쓰모토는···]
세상에 이걸 따라한다.
진욱이 오픈 마켓에서 소셜 마케팅을 하고, 오프라인으로는 동물 카페를 통해 핫플레이스를 만들어서 계속되는 판매처를 뚫고 있었는데, 기어이 이놈들이 그쪽으로도 눈을 돌린 것이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아성사료와 마쓰모토 사이의 바둑처럼 되는 상황이 되었다.
한쪽이 활로를 뚫으면 다른쪽이 막고, 그러면서 서로가 서로의 길을 막으면서 확장을 해 나가야 하는 상황이 되었으니 말이다.
그날 저녁 진욱은 집에서 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눴다.
“마쓰모토가 이렇게 나온다고 하니까 저희도 제대로 움직여야겠네요.”
“어떻게 하려고? 웃돈 줘서 계네 지점 들어오는데 비집고라도 들어가게?”
“그건 힘들죠.”
“그러니까, 우리가 하는 걸 저놈들이 계속 야금야금 갉아가는데 말이야.”
진욱은 답답한 마음에 한숨을 푹푹 쉬는 아버지 상만을 보고 결심한 듯 말했다.
“지방 출장을 다니면서 관광지 위주로 가야겠어요.”
“뭐?”
진욱은 어차피 도심 지역에서 이렇게 된 것, 다른쪽으로 가 보기로 했다.
“이번에 대화유통하고 갤럭시아 백화점 유통을 하면서 논의한게 있었어요.”
“그게 뭔데?”
“대화 아쿠아플래닛 입주 말입니다. 그거 이야기 하면서 리조트 쪽에 애견 카페 입주를 협상해보려고요.”
“아니, 리조트에다가?”
상만의 눈이 점점 커졌지만, 그러면서 차분히 생각하니 나름 납득이 됐다.
“음, 그렇지. 생각해보니 개나 고양이 데리고 같이 가는 리조트 활성화 된 곳이···.”
“J그룹의 제이 리조트 하나죠.”
진욱의 과거의 삶이었던 훗날이야 온 가족이 함께 모이고 집에 키우는 강아지 까지 한 곳에 모여서 애견동반이 되는 곳은 자연스러웠지만, 아직은 대중화된 곳이 찾기 힘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해외 사례와 다르게 숙소에 강아지를 데리고 오는 것만 해서도 다른 손님들의 클레임, 그래서 휴가철 반려견을 맡기는 곳이 없으면 그런 여행지를 포기하는 가족들도 많았으니 말이다.
“아예, 호텔 리조트에 전문적으로 개들 맡기는 곳 입주시킨다음에 관련 제품 파는 걸 만들겠다 이거지?”
“네, 그걸로 준비한게 하나 있어요.”
“흐음, 무슨 준비인데?”
“성공하면 알려드리겠습니다.”
진욱은 아버지에게 약속을 한 다음 대화그룹과의 연락을 하고 스케줄을 잡았다.
***
“안녕하십니까? 아성사료의 하진욱이라고 합니다.”
“대화리조트의 김상훈이라고 합니다. 박 과장님에게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네, 저도 리조트쪽으로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63빌딩의 대화 아쿠아리움 물고기 사료 납품 이후로 차기 지점인 여수, 제주에 있는 아쿠아리움에 테마 카페 입점이 계약된 이후로 아성사료는 대화그룹의 지원을 받아 상장시 상당한 지원을 받았었다.
그래서인지 대화그룹은 진욱의 제안을 상당히 호의적으로 받아들였다.
어분사료 납품 담당 거래자인 박 과장은 리조트 사업부의 동기를 추천해줬고, 대화리조트의 담당자 김상훈 과장은 진욱의 제안을 메일로 받은 뒤로 회의까지 진행한 다음 만남을 잡은 것이라고 했다.
“그렇지 않아도 리조트 사업과 아쿠아리움 사업 모두 저희쪽에서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는데, 괜찮은 아이디어를 주신 것 같습니다.”
“네, 저희 역시 대화그룹이라면 이 안건을 가지고 이해해주실 것 같아서 보낸 겁니다.”
일단은 훈훈하게 진행된 이야기.
그리고 김 과장은 그 상황에서 아성의 제안을 받고서 말했다.
“먼저 저희 리조트 계획에서 반려견 테마카페에 대해서 말인데, 일단은 시범 케이스로 한 번 운영을 해 보고 싶습니다.”
제안이 좋기는 해도 당장에 윗선에서 OK는 안 되고, 일단은 시범케이스로 운영해보겠다는 대화리조트의 의사에 진욱은 고개를 끄덕였다.
‘무리도 아니지. 일단 담당 규정도 찾아봐야 되고 지자체쪽에 인허가 문제도 있을테니.’
진욱은 그것을 예상했다는 듯이 수긍하면서 김 과장에게 물었다.
“그럼 혹시 시범케이스로 지정된 곳이 따로 있습니까?” “음, 이번에 대화 리조트에서 ‘골든파크리조트’를 인수하게 됐습니다.”
“아, 그곳은··· 저희 아버지께서도 골프를 좋아하셔서 몇 번 가신 곳입니다.”
“하하, 네. 저희가 그곳을 인수하면서 리모델링에 들어갔는데, 일단 하 팀장이 제안한대로 애견 카페와 펫푸드 대리점 입점은 가능할 겁니다.”
애견 카페를 입점 가능하다는 말에 진욱은 반은 성공했다고 직감했다.
대화 입장에서도 일단 새로 인수하는 리조트에서 시범케이스로 지켜봤다가, 1년 간 반응을 볼 때 쯤이면 대화 아쿠아리움 제주와 여수지점이 오픈해서 아성사료 테마카페가 들어갈테니 계속되는 거래를 이어갈 수 있다.
대화그룹 입장에서는 손해 볼 게 전혀 없었다.
안 그래도 직영으로 운영하기엔 계륵인 곳을 중소기업 업체 하나가 입점해서 알아서 마케팅하겠다는데 잘 나가면 계약에 따라 수익을 분배받는거고, 아니면 빼 버린 다음에 다른 업체를 입점시켜 용도를 변경하면 그만이다.
“그렇다면 여기에 관해 정식으로 계약할 수 있겠습니까?”
“좋습니다. 바로 안건을 올리고 확정되는 대로 연락드리죠.”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계약이었다.
진욱은 김 과장과 악수를 하면서 대화그룹과의 이야기를 마쳤다.
***
얼마 후.
대화그룹이 태안의 골든리조트 인수 기사가 신문과 방송을 통해 알려졌다.
그리고 인터넷 뉴스를 통해 ‘아성사료-대화리조트 간 동물 카페 협약’ 기사가 나오자 주식에서 호재가 떠서 주가가 떡상하고 있었다.
진욱은 거기에 맞춰 수도권과 지방 일대에 아성 펫푸드의 대리점을 점점 늘여갔고, 거기에 맞춰 상만 역시도 추가 생산 공장들의 계약을 착실하게 뽑아냈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서 진욱은 또 다른 연락을 받았다.
“좋은 거 하더라? 리조트에 애견 카페?”
용철과의 술자리를 가진 진욱은 웃으면서 이제는 형동생 하는 사이인 그에게 말했다.
“J리조트에서 하는 것처럼 다른 리조트도 애견동반을 생각했는데, 안 돼서 아예 맡기는 호텔을 따로 만든거죠.”
“그러니까 말이야~ 다 같은 가족인데, 그것만 딱 빼니까 그러지.”
삼정가 출신인 용철이야 ‘개는 친구’라는 오너 일가의 마인드로 인해 호의적이었지만, 리조트와 호텔 운영사들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큰 반려동물 입주였다.
“그나저나 진짜 이거저거 다 하네? 이러다가 아성사료 나중에 대기업 되겠어?”
“하하하, 아직 멀었습니다.”
“흐음~ 나도 이번에 아성에 투자한 거 제법 벌었어?”
주식회사는 이게 좋았다.
갓 상장한 고작 중소기업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아성도 나름 시가총액 천억원대를 바라보는 회사였다.
그 속에서 큰 손들의 포켓머니로 몇천이나 몇억 단기로 넣은 것으로 ‘대기업과의 납품거래 뉴스’ 한번 나오면 미친 듯이 치솟아서 주가 그래프가 요동치는게 코스닥 중소기업이었다.
“이게 다 그 놈의 마쓰모토 때문이죠.”
“거, 일본 놈들 계속 치고 올라가는게 신경쓰이긴 하네?”
“제일도 말인가요?”
“야, 우리는 사료 생산 안 하냐?”
펫푸드를 넘어 축산사료의 순위권인 제일식품에게도 마쓰모토는 성가신 존재였다.
지금이야 한국 법인에서 펫푸드만 나오다가 점점 사업 분야를 넓혀 하청업체 공장들을 죄 쓸어가서 규모를 늘리니 말이다.
“마쓰모토 이번에 개사료 말고도 가금류쪽도 만든다고.”
“!”
그 분야는 농협, 제일, 대한 등의 대기업과 공기업들이 꽉 잡고 있는 곳인데, 그들이 애견사료 같은 펫푸드에 신경 안쓸 때 거길 잠식한 마쓰모토가 가축사료까지 노리는 것이었다.
“그래서 말인데···.”
“네, 형님.”
“너희 회사 펫푸드 말이야. 이번에 큰 거 하나 광고 맡지 않을래?”
“···네?”
진욱은 대화그룹에 이어 제일식품에서 홍보를 위한 광고를 제안받자 두 귀를 쫑긋 세우면서 용철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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