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대형마트 납품을 줄여야 한다고?
2011년.
기업 공개를 하고 주식회사로 전환한 아성사료는 많은 것이 바뀌었다.
먼저 공장의 조립식 가건물로 있었던 사무실을 옮겨서 원래 아성펫푸드 상록지점으로 쓰던 건물로 입주했다.
그리고 기존의 공장 사무실은 ‘현장관리실’로 바꾸고, 김원식 부장을 ‘현장관리소장’이라고 상무로 임명해서 공장을 컨트롤하게 했다.
그리고 본사에서는 사무직들과 지난날 진욱이 영입했던 IT직원들을 모아서 홈페이지 관리와 인터넷 서비스를 맡겼다.
[이사님, 주간 생산라인표 보냅니다.]
“오케이. 확인.”
공장에서 보낸 사내 쪽지를 확인한 진욱은 바로 결제 싸인을 쓰고 바로 아버지인 사장님 쪽으로 토스했다.
“치야~ 이걸 이렇게 원클릭으로 하는구만.”
상만은 자신의 컴퓨터에서 싸인 결제서류가 올라온 것을 확인하고 바로 최종결제에 사인했다.
그것을 경리팀에서 출력해서 파일철로 만들고, 보관한다.
사무실은 그렇게 현장직과 떨어져 있으면서도 수월한 컨트롤이 가능했다.
그리고 이 상황에서 경영에 대해 더욱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물론 지금의 이원화 시스템이 그렇게 오래갈 건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지금의 사무실도 임시이고, 제2공장이 완성되는 순간 모두가 그곳으로 입주해 본사로 쓸 예정이다.
지금은 큰아버지의 회사인 아성산업개발이 상장 이후 빨리 차기 본사인 2공장이 완공되기를 기다릴 뿐이었다.
***
얼마 후.
대화그룹 유통사업부와의 계약 이후로 갤럭시아 백화점에 아성사료 수제 간식이 납품되었다.
진욱은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 강남에 위치한 갤럭시아 백화점 식품관부터 향했다.
이곳은 국내에서 최초로 명품관을 도입한 곳이었고, 웬만한 브랜드 이름으로는 입점도 힘든 곳이었다.
아성사료는 중소기업 브랜드로 갤럭시아에 입점한 몇 안되는 브랜드였고, 식품관에서 한정판매를 하고 있는 얌푸드 로고를 보니 웃음이 나왔다.
[우리 반려동물이 좋아하는 명품 간식!]
20~50그램에 4-5천원 주고 팔던 것을 그럴듯한 포장으로 만들어서 원가 대비 두 배 이상으로 팔았는데, 제법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거 하나 주세요.”
“네, 고객님. 봉투 필요하십니까?”
“됐어요.”
진욱은 자신이 만든 제품을 매장에 가서 직접 구매한 다음 카드를 긁었다.
그리고는 갤럭시아를 나와 차에다가 사온 수제 간식 세트를 담고, 다른 백화점을 향했다.
갤럭시아의 옆에는 현기백화점 압구정 본점이 있었다.
지난번 현기홈쇼핑과의 결별 이후로 이쪽의 매장에는 ‘한국마쓰모토’의 수제간식 제품들이 입점해 있었다.
메이저 백화점 다섯 개 브랜드 중 갤럭시아를 제외하고는 전부 마쓰모토의 제품들이 들어와 있었다.
“상황이 재밌다니까.”
중소기업인 아성사료가 오히려 제일과 대화 등의 오프라인에서 고급 매장으로 납품을 하고, 대기업 스폰을 받은 마쓰모토가 오히려 대중화 전략을 쓰고 있었다.
둘의 생산량이나 가격 정책을 보면 정 반대로 바뀌었다고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문제는 그렇게 해서 마쓰모토를 따라잡기는 했어도, 아직까지 추월은 못 하는 상태였다.
“좀 더 그럴듯한 시장이 필요한데···.”
진욱은 그것을 위해 지금의 생산량에서 추가로 납품할 수 있는 대형 유통매장을 찾는데 몰두했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서 거기에 대한 기회가 찾아왔다.
“대형마트 규제?”
“아마 시간 문제일겁니다.”
“거, 참. 별 짓 거리를 다 하네.”
2010년대부터 재래시장 살리기로 인해서 정부에서 나온 정책인 대형마트 영업시간 규제.
대기업 유통업체들의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를 논하면서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적인 휴무일에 대해서 내놓은 것이었다.
그로 인해 그동안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업체들의 매출에도 엄청난 타격을 줬고, 대목이라 할 수 있는 주말을 격주 휴무로 나온다는 말에 격렬한 반대가 일어났지만, 정부의 의지를 막을 수 없었다.
“신누리 S마트 납품도 줄인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후우, 결국 다른 쪽 매장을 알아봐야 되는거냐?”
상만은 국가 납품 외에 유통업체 MD들과의 협상을 다시 해야 하는 상황으로 머리를 부여잡았다.
진욱은 그 상황에서 다른쪽 방법을 찾기로 했다.
“그래서 말인데, 이번에 제가 MD랑 협상을 하려고 합니다.”
“흐음, 그래. 이제는 확실히 네가 나설 때도 됐지.”
그동안 세부 협상에 대해서는 상만이 했지만, 이제는 주식회사로 올라오면서 직책이나 실무에 대해서도 진욱이 손대는 것 역시도 가능했다.
“일단 시간 잡히는 대로 자리 만들고서 한 번 이야기 해봐라.”
“네, 알겠습니다. 사장님.”
진욱은 이번에 만날 신누리유통의 MD를 만나기 전 업체에 대한 사전 조사를 철저히 했다.
***
“안녕하십니까? 하진욱이라고 합니다.”
“네, 신누리 S마트의 정민혁입니다.”
진욱은 지난번 얌푸드와 펫드레스 납품 이후로 오랜만에 만난 정차장과 인사했다.
정 차장은 지난번 이후로 마트 내 반려동물 코너에 대한 확장을 신경쓴 인물이었다.
강아지와 고양이 뿐만 아니라 마트 내에 열대어 수족관과, 햄스터, 조류원 등을 설치하고, 강아지나 고양이를 데려온 손님들을 위한 로커도 만들어서 그곳에 맡긴 뒤에 찾으러 오는 시스템까지 만들어 다른 대형마트들 보다 동물 소리가 끊이지 않는 S-마트를 만든 사람이니 말이다.
“최근 2년 동안 아성에 제품의 판매량이 매우 준수한 편입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직 로타나 H플러스 등의 3강을 차지하는 다른 마트와 달리 S마트만 유일하게 받아준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이 매우 좋지 않습니다. 뉴스 보시면 아시겠지만, 정부 방침에 따라 휴무일이 늘어나다 보니 전체적으로 납품 물량을 좀 줄여야 할 것 같습니다.”
한 달에 휴무일 두 번 추가되고 그 두 번이 모두 주말을 낀 상태이니 각 계약 업체들의 납품을 줄여야 겠다는 상황.
진욱은 역시 이 말을 할 줄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고, 정 차장 역시도 다른 MD들이 거래처에 내민 것처럼 물량을 줄이는 것에 대한 계약서를 내밀었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진욱이 뒤집기를 시작할 것이다.
“일단 대형마트 휴무는 확정된 겁니까?”
“올해 법안 나오는 거··· 도저히 막을 수 없고, 아마 내년부터 시작할 겁니다.”
“후, 정부에서 그렇게 하는 걸 도저히 막을 수가 없는 거군요.”
“아쉽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사실 저도 협력사에 이런 말 하기 미안하지만, 전체적으로 납품 물량을 줄여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같이 거래를 튼지 2년이 넘어가니 미안한 말이라도 해 주는 정민혁 차장에게 진욱은 한 가지를 제안했다.
“그러면 기존 물량 납품에 대해서 다른 쪽에 거래를 요청해도 되겠습니까?”
“네?”
‘다른쪽 거래’라는 말에 S마트의 MD인 정 차장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의 표정은 ‘안 된다고 했는데, 또 뭘 제안하려고?’라는 얼굴이었고, 진욱은 거기에 대고 자신들의 제안서를 내밀었다.
“이게 뭡니까?”
“이번에 대형마트 규제안에서 벗어난 SSM 쪽에 납품을 하고 싶습니다.”
“!”
“최근에 S마트가 산하 SSM으로 킴스마켓을 인수했다고 들었습니다.”
“네, 뭐. 그렇긴 하지만 아직 그쪽에 대해서는···.”
“S마트가 인수 이후 같은 담당을 하고 계시다 들었습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그쪽 협상도 같이 할 수 있겠습니까?”
SSM.
슈퍼-슈퍼마켓.
뜻이야 그렇지만, 대형마트와 일반 소규모 매장 사이에 위치한 하이브리드 마트라고 할 수 있었다.
규모의 적절함으로 골목상권에 진출하는데도 아무런 규제가 없었으며, 가장 큰 이점은 대형마트 규제에 속하지 않아 확장을 하면 할수록 정부 방침을 비껴가면서 장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시 대형마트 규제로 인해 대기업 유통업체들의 꼼수로 확장된 사업이었는데, 신누리유통 역시도 S-마트의 규제 이후로 SSM업체 킴스마켓을 인수하고 그 이름을 ‘S마트 에브리데이’라고 고쳐서 장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인수 된지 얼마 안되서 그쪽 인력을 끌어모으면서 S마트 담당자들이 같이 업무를 맡고 있는 상황이었다.
정 차장은 그 이야기를 듣고서 조용히 진욱에게 말했다.
“일단 SSM쪽에도 반려동물 식품 담당을 저희 팀에서 하고 있지만, 지금 이 건하고는 다릅니다.”
“네, 그래서 요청드리는 겁니다. 저희가 S마트의 SSM쪽에도 납품의뢰를 맡기고 싶습니다.”
그동안 봐 온 사이도 있고, 신누리 내에서도 상당히 호의적으로 보고 있는 반려동물 관련 사업.
거기에 신누리 역시도 제일그룹과 더불어 ‘범 삼정가’ 출신이다 보니 삼정재단 특수견 훈련센터와도 교류하는 아성의 이야기는 잘 알고 있었다.
“흐음, 그걸 미리 말하셨다면 제가 관련 담당자 친구까지 데려왔을텐데 말이죠.”
“그럼 그때 다시 협상이 가능하겠습니까?”
“네?”
순간 정 차장은 ‘중소기업이··· 계약연기?’ 라는 얼굴로 바라봤다.
그 상황에서 정 차장은 일단 휴대폰으로 문자는 보냈다.
그리고 5분도 지나지 않아 바로 답장이 왔다.
“일단 그쪽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따로 이야기를 잡자고 하는군요.”
“아, 감사합니다.”
“이번 물량 거래를 하고서 바로 S마트 에브리데이쪽과 알선은 해 드리죠. 하지만, 협상은 전적으로 아성사료의 몫일 겁니다.”
“감사합니다. 저희는 그정도만 해도 충분합니다.”
진욱은 정 차장이 그래도 2년간의 거래를 트면서 의리는 있다고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아쉬운 S마트의 작년대비 줄어든 물량 납품 거래 계약을 했지만, 이후 SSM과의 새 협상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계약은 아주 수월하게 끝날 수 있었다.
***
“수수료 얼마나 뗀 다냐?”
“매출대비 15%요.”
“뭐?!”
S-마트 이후로 SSM인 S마트에브리데이에 납품하는 수수료 이야기를 들은 상만이 깜짝 놀라 되물었다.
“25%가 아니라?”
“그건 S마트 기준이죠. SSM은 달라요.”
직매입 방식으로 거래를 해서 대형마트에 물건을 납품할 때 평균적인 수수료가 25%.
아성사료는 얌푸드와 펫드레스를 납품할 때 딱 그 정도로 계약을 했었다.
하지만 SSM은 달랐다.
대형마트에 비해 작은 공간이고, 골목상권을 노린다고 하더니 직매입 수수료 또한 파격적이었고, 매출 대비 수수료를 10%나 줄인 것은 엄청나게 큰 건이었다.
“아무튼 10%나 줄인건 엄청난 거야. 이건 수익에 바로 직결되는거라고!”
“신누리가 SSM사업 처음 하면서, 상생경영한다고 전체적으로 직매입 수수료를 한번에 내렸대요. 이를테면··· 오픈 서비스 같은거죠.”
물론 이것은 업체 인수 이후 새 사업을 하는 곳들이라면 하는 거지만, 신누리가 좀 통이 크게 나온 건 맞았다.
“그리고 지금은 직매입이지만, 이후 임대사업 대리점을 한 번 노려보려고요.”
“···가능하겠어?”
“노력해봐야죠.”
실제 SSM이 뜨게 되면서 직매입 위주의 유통업은 이후 조직개편으로 인해 매장 내 임대업의 비율을 늘이게 된다.
거기에서 크게 혜택을 보는 업체들이 흔히 ‘천원샵’이라고 불리는 [다이슈], 의류매장인 [유니실로]등의 협소한 공간 안에서 판매가 가능한 매장들이었다.
그리고 아성사료 역시도 수제간식 대리점과 펫드레스 대리점이 있으니 이것을 적극적으로 노리면 마트 내의 대리점 사업 운용으로 수익과 브랜드 파워를 쌍끌이로 올릴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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