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자연스런 친목.
“방송? 그것도 특집 다큐로?”
“네. SBC 스페셜에 출연하는거래요.”
“세상에! 우리 아들 이러다가 연예인 되는 거 아니야?”
집에서는 부모님들이 완전 좋아하셨고, 그 분위기에 요키까지 달려들어 진욱의 품 안에 안겼다.
처음엔 파양으로 시작해 벼룩시장에서 입양한 유기견은 새 가족들을 만나 그동안 먹어보지 못한 고급 간식들을 마음껏 먹고, 산책도 자주 다니면서 행복하게 가족들과 어울렸다.
“그런데 어떤 내용인데?”
“제목이 ‘아이디어가 미래다!’래요. 2-30대의 청년사업가들이 각자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사업을 벌이는 이야기라고 하더라고요.”
“허이구, 거기에 너도 포함되고?”
“네.”
상만은 그 이야기를 듣더니 피식 웃으면서 테이블의 사과 한 조각을 집어 먹으며 물었다.
“근데 그거 나오면 우리 회사도 나오는 거 아니냐?”
“딱 30초 정도 나올걸요?”
“뭐야, 그러면 그거 또 간접광고 아니냐고 할 거 아니야? 지난 번에도 그것 때문에 방심위 찔렀다며?”
본인이 그 행동을 했는데, 그거 넘어갈 수 있냐는 말에 진욱은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이번 건 직접 브랜드 이름이 드러나지 않아요. 전부 A사, B사 이렇게 나올 거고요. 특정 상표가 나오면 그때는 진짜 방심위 문제 들어가죠.”
“그게 눈가리고 아웅인데 되나?”
상만이 불안한 기색을 보이자 진욱은 어떻게 돌아가는지 바로 말했다.
“방심위가 결국은 신고가 들어가면 심사를 하긴 하지만, 이건 방송국에서 먼저 시작하는 거고, 장수 프로그램의 국장급 인사가 심사하는 거니까요.”
진욱은 거기에서 이 방송을 참여하면서 내막에 대해서도 말했다.
“사실 저도 덤으로 들어간거에요. 진짜 주인공은 따로 있거든요?”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다큐 촬영에 주인공이 어딨어? 탤런트도 아니고···.”
“J그룹의 자제가 거기 나온다고 합니다. 인터넷 쿠폰 쇼핑업체로요.”
“뭐, 뭐?!”
“몬스터 티켓이라고, J그룹 회장 조카가 나온다고 하더군요. 특히 IT 벤처에 관한거라 거기가 메인일 거에요.”
“어머, J그룹이면.”
“네~ 삼정그룹 사돈가이고, 중원일보 거기 맞아요.”
쥬신-중원-동양이라는 보수 일간지이자, 국내 언론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세 신문사 중 한 곳.
그리고 사돈가가 삼정그룹이어서 제일이나 신나라쇼핑과 같이 범 삼정가에서 엄청난 위상을 갖춘 곳이었다.
“게다가 다른 쪽은 5인 사업장에서 스타트업 시작해서 코스닥 상장으로 300억 대박난 게임 회사요.”
“세상에! 그거 완전···.”
“그런 쪽에서 제가 끼니 그냥 묻어가는거죠.”
어깨를 으쓱거리는 진욱이었지만, 그의 커리어 역시도 비슷한 나잇대를 생각하면 절대 뒤처지는 게 아니었다.
오히려 진욱이 상만의 작은 사료회사가 아니라 다른 큰 기업의 자제였다면 거기서 더 엄청난 공을 세울수도 있을 거라 생각한 상만이었다.
“그래서 우리가 뭘 해주면 될까?”
“촬영 컨셉에 대해서 기존 사료공장에 대해서 아버지와 회사 소개가 나오고, 품질 관리하는 장면 나온다니 내부 청소면 되지 않을까요?”
“흐으음.”
상만은 진욱의 말을 듣고서 일단 준비하기로 했다.
***
목동 SBC 사옥 내에서 스튜디오에서 캐스팅 된 청년사업가들이 모여 각자의 인터뷰를 하는 자리에서 진욱도 참가한 것이었다.
“세상에 스물 여섯이요?”
“제가 좀 젊죠? 인턴생활하고 바로 창업을 했어요.”
“우와, 유학에 컨설팅 회사에, 제대로 준비했네요?”
사업가는 사업가를 알아본다고, 이 자리에 있는 청년들은 최소 수십억 전후는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라 지금부터 인맥관리를 위해 서로 인사했다.
개중에는 미리 어떤 사람이 참여한다는 이야기를 듣고서 접근하는 인물이 많았는데, 그게 바로 ‘몬스터 티켓’의 최한성 대표였다.
불과 만들어진 지 3개월밖에 되지 않은 회사인데, 벌써 인터넷에 입소문을 타고서 성장세가 확 올라오는 기업이었고, 뒷배경 또한 탄탄탄하니 말이다.
진욱은 그 상황에서 지긋이 상황을 지켜봤다.
‘벌써부터 저렇게 접근하면 안 돼지.’
진욱 역시도 소셜 마케팅에 관심이 많았지만, 일단은 차근차근 지켜본 다음에 그 사람의 움직임을 보고 결정한다.
그리고 한 명씩 인사를 하면서 대화를 하던 최한성이 천천히 다가와 진욱에게 말했다.
“안녕하세요?”
“아, 네!”
일어나서 내미는 손에 바로 악수를 하자 한성이 웃으면서 자기 소개를 했다.
“[몬스터 티켓]의 대표 최한성이라고 합니다.”
“네, 아성사료의 하진욱이라고 합니다.”
“하하, 사료 회사로 창업을 하신 겁니까?”
“펫푸드 사업이라고, 수제 간식하고 테마 카페를 만들었습니다.”
“테마 카페··· 아, 혹시! 사당에 있는 그 애견카페 말인가요?”
“네, 제가 오픈한 가게입니다.”
“와~ 그랬군요. 그렇지 않아도 저희도 이번에 여행갈 때 저희 강아지 맡겼었습니다. 시설이 아주 좋더군요. 하하하!”
순간 다른 청년 사업가들은 자신들의 PR을 그렇게 했는데, 형식적인 인사들을 나눴는데 진욱을 향해서는 ‘키우던 개’ 라는 공통점으로 인해서 이어지게 되었다.
“그렇지 않아도 그거 여쭤보려 했습니다. 신촌에 있는 아쿠아리움 카페 말입니다. 입장료를 받는 시스템이라고 하던데.”
“아, 네. 잠시만요!”
그때 들어오는 방송작가를 보고 바로 그를 향해 인터뷰 한 명씩 시작한다고 하자 후다닥 달려간 진욱.
그 상황에서 뻘쭘해진 한성은 손이 무안해지는 상황이었다.
범 삼정가의 사람인데 저렇게 대하는 것을 보고 수군거리는 이도 있었지만, 방송작가들과 대화를 마친 후 바로 진욱이 돌아와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촬영인데, 거기에 대해서 듣느라 말입니다.”
“아~ 아닙니다.”
그리고는 진욱은 바로 품 안에서 명함을 꺼내 공손히 두 손으로 내밀었다.
“제 명함입니다. 혹시 아쿠아리움 카페 이야기로 문의하실게 있다면 언제든 연락주십시오.”
“아, 네. 이것 참··· 저도 명함을 먼저 드려야했는데 실례를 했네요.”
다짜고짜 만나 인사하고 명함부터 돌리는 사람들과는 확실히 다른 진욱의 모습.
하지만 한성은 오히려 그 상황에서 진욱을 불러 하고 싶은 사업 논의가 많았다.
그 뒤로 촬영은 스튜디오 내에서 각자의 인터뷰를 하는 것으로 진행됐다.
[가장 어려운 곳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돈이 됩니다.]
[저 역시도 어려운 상황에서 시작했습니다. 저와 비슷한 나이대의 청년들의 꿈을 응원합니다.]
[여러분의 청춘을 응원합니다!]
배경이 어느 정도 있는 수저 가진 친구들이 ‘청년의 꿈’을 응원한다고 성공한 사례들을 말하는 것을 보고서 말하는 것을 보고 진욱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했다.
‘여기서 무턱대고 도전하라고 하면, 나중에 엄청 인터넷에 박제될거 같고, ’사실 전 아버지 사업 돕다 이렇게 왔습니다.‘ 라고 말하면 취지에 안 맞다면서 편집할테고···.’
진욱은 그것에 대해 생각하다가 이내 촬영팀을 보고서 헛기침을 몇 번 하고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에. 저는 뭐든지 소통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소통!
“아이디어는 누구나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아이디어를 가지고 사업을 하려면 모두와 머리를 맞대고 그러면서 소통 속에서 결정과 판단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모두가 예! 라고 할 때, 아니오라고 할 수 있는 용기, 혹은 그 반대 사례의 인재가 필요하다고 공익광고에서부터 몰아붙였던게 불과 5년 전이었다.
하지만 진욱은 그 상황에서 본인이 아니오! 라고 말하는게 끝이 아니라 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설득할 수 있는 ‘소통’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렸다.
과거의 삶에선 그게 전혀 먹히지 않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진욱은 자신이 그 말을 했을 때, 다른 사람들의 ‘도전’, ‘혁신’, ‘진보’등을 말하는 것에서 ‘소통’을 슬로건으로 걸어 인터뷰를 마쳤다.
이후 여기 촬영본이 끝난다음 각자가 자신의 사업장을 촬영하는 자리가 되었다.
구로 디지털단지에 있는 유리궁전 빌딩 안에서 사무실 속에서 그림을 그리고 코딩을 하는 게임사 직원들.
강남 테헤란로에서 사무실을 잡고 SNS마케팅에 대해 소개하는 벤처 사업가의 오픈마켓 회사 직원들.
개방적이고, 진취적인 이미지를 만들겠다면서 사무실 안에서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 다니거나, 정장도 아닌 캐쥬얼 복장으로 다니는··· 누가봐도 컨셉이라는 게 딱 보이는 IT회사 직원들.
그리고 진욱은 방진복을 입고서 수제 간식 공장에 들어가 직접 개발했던 음식을 만들고 정성껏 포장해서 그것을 애견 카페와 아쿠아리움 카페 등에 알리는 일을 찍었다.
4명의 서비스업, 2명의 유통업, 그리고 진욱 혼자서 제조업의 컨셉으로 촬영이 진행됐다.
모든 촬영이 끝이 났을 때, 다들 모여서 회식을 하는 자리가 있었다.
말이 회식이지 사실상 이번 촬영에 참여했던 CEO들끼리 나잇대도 비슷한데 다같이 알고 지내자는 모임이었다.
강남에 위치한 수제 맥주집에서 서로가 이야기를 나눌 때, 그의 맞은편에 앉은 이는 최한성이었다.
“하 팀장님. 흑맥주 좋아하시나요?”
“아, 예. 괜찮습니다.”
술은 잘 안 마셔도, 한 잔은 시켜서 예의상 어울리는 자리.
그리고 몬스터티켓의 최한성이 계속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을 보고서 이제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
“혹시 제게 뭐 하실 말씀이라도?”
“하하, 제가 촬영중에도 좀 그랬죠?”
대놓고 아성사료와 진욱쪽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보이고 접근했던 최한성.
그리고 진욱과 이렇게 자리를 가지니 이제는 술자리에서 본격적으로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운을 띄웠다.
“저희는 SNS 마케팅 위주로 성장하는 회사라 화제성이 많이 필요한 곳입니다.”
“네~ 소셜 커머스가 지금은 국내에서 그렇게 활성화가 못 돼죠?”
“하하, 사실상 제가 1세대라고 할 수 있죠.”
“잘 되실 겁니다. 저도 집안에 스마트폰 시대에 대해 마케팅을 많이 설파했었으니까요.”
불과 1년전만 해도 사업을 하는 사람들도 ‘애플폰이 뭐야? 애플토시는 알아도···’라고 할 사람이 많았다.
그 상황에서 스마트폰 시대의 시작에 소셜 커머스 마케팅을 하고, 거기서 쿠폰 이벤트를 각 SNS에 마케팅으로 쓰는 몬스터 티켓은 진욱의 사업에 대해 관심을 보였다.
“지난 번 말씀드린 것 있지 않습니까? 동물 카페에 대한 것이요.”
“네.”
“혹시 저희와 교류해서 할인 서비스를 만들 수 있을까요?”
“!”
진욱은 순간 쾌재를 불렀다.
당장이라도 ‘어유~ 당연히 되죠. 저희가 인터넷 마케팅을 몬스터티켓의 이름으로 할 수 있는 거네요.’ 라고 바로 콜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천천히 묻는 진욱이었다.
“하하, 저희가 뭐 할인 폭을 그렇게 크게 할 만할 게 있을까요?”
“아쿠아리움 입장티켓 할인 쿠폰이나, 애견 카페의 강아지들을 맡기는 호텔 서비스 할인 쿠폰 등입니다.”
“으음~”
“물론 마케팅 비용은 합리적인 선에서요.”
진욱은 소셜 커머스 시대에 몬티의 제안을 두고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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