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개밥 공장의 천재 아들-45화 (45/200)

45- 사장대신 사장 아들에게 제안.

제일식품에 이어 대화그룹의 제안을 받았을 때, 아성사료의 위상은 그야말로 떡상했다.

불과 1년전까지만 해도 ‘그건 어디 붙어있는 좋소냐?’라는 알지도 못하는 듣보회사.

하지만 국가 관련 입찰을 야금야금 따 내더니, 환경부 표창까지 받고, 신제품에 대한 광고까지 하면서 점점 그 인지도를 쌓아가 이제는 ‘제법 볼만한 강소기업’이라는 타이틀까지 달게 되었다.

그 상황에서 돈 냄새를 맡은 대기업들은 아성사료와의 거래를 고려했고, 진욱이 만들어낸 이미지는 사장인 상만이 적절하게 써 먹으면서 계약을 이끌어냈다.

“자, 마지막으로 납품 계약서 다시 확인 해 주세요.”

대화그룹의 담당자로 온 박 과장이라는 사람은 깐깐해 보이는 인상으로 품질관리를 굉장히 신경쓰는 것으로 보였다.

이번에 대화 63빌딩 아쿠아리움에 납품하는 양은 다음과 같았다.

[아성사료-대화아쿠아플래닛 간의 사료 남품 계약서]

[납품 수량:12300포/포단위 20kg]

[납품 주기: 월 2회(부서별 담당 협의)]

[포장 재질:내부코팅]

[납품기한 2010.5~2011.4]

[납품 조건: 상기 성분 함량, 주 원료 사료 표기 의무, 광물질과 비타민제 사용시 업체의 자율적 선택 허용.]

[성분량 분석 증명서는 원본 제출 의무이며, 향후 성분 함량 미달 시 1차 경고, 2차 계약 파기에 양사 동의.]

빡빡해 보이지만, 하나하나 살펴서 설명한다면, 아성사료는 어분으로 된 배합사료 12,300포. 톤으로 246톤이라는 금액이었다.

단가는 한 포당 3만 3천원.

오히려 대기업이 더 1원 10원대의 우수리를 철저하게 깎는 경향이 있어서 상만이 난처하다고 했지만, 결국은 합의점을 찾은 금액이었다.

마지막까지 서로 확인을 하고, 사인을 하자 그들은 악수를 하면서 앞으로 좋은 거래를 위해 마음을 모았다.

그리고 거래처 식사는 다름아닌 63빌딩의 레스토랑이었다.

“앞으로 잘 부탁 드립니다.”

“저희야 뭐, 품질만 좋다면 계속 거래하는 편입니다.”

사실, 그렇게 큰 거래는 아니었다.

1년간 246톤이라고 해서 커 보이지만, 농협사료나 대한사료같은 대기업 사료회사는 일일 배합사료 생산량만 500톤이 넘었다.

물론 그쪽이야 정말 농가에 없어서는 안 될 가금류, 우제류 등의 소, 닭, 돼지 등의 축사 사료여서 그 정도 소비량은 당연한 거지만 말이다.

앞으로는 아성도 일일 생산량으로 수백톤을 만들어 납품하려면 빨리 제2공장이 만들어져야겠다.

“그러고 보니 이분이 그 아쿠아리움 카페랑 애견 카페를 만들었다는 아드님입니까?”

“아, 네! 제 자식놈입니다.”

“하진욱이라고 합니다.”

“오, 그렇군요.”

박 과장은 흥미를 보이면서, 계약 논의를 한 상만보다는 진욱 쪽으로 흥미를 보였다.

“이번에 그 테마 카페 아주 괜찮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저희 직원들 중에서도 그곳을 데이트 코스로 잡는 친구들이 있더군요?”

“네, 저희야 전부 고객들이니 많이 이용해주시면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래서 말인데. 이번에 좀 더 사업 키울 생각 있어요?”

“네?”

사료 납품 거래로 끝난 줄 알았더니, 식사 자리에서 추가로 뭔가를 꺼낸다.

게다가 지금 밥을 먹는 63빌딩을 생각하고, 시간을 봤을 때, 아직 저 위에는 아쿠아리움과 리조트의 직원들이 있을 거다.

“뭐, 이거야 아직은 저희가 논의만 하는 구상 단계이지만 말이죠.”

“하하, 저희 회사와 사료 계약 말고 다른 것을 생각하시는 게 있습니까?”

진욱은 순간적으로 ‘사료 납품은 덤이고, 진짜 배기는 따로 말하고 싶다.’ 라는 말을 에둘러 표현하는 것 같은 박 과장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상만 역시도 겨우 대금 맞춰서 납품을 했는데, 뜬금없이 아들을 대동해달라는 이야기도 의문스러웠는데 아무래도 뭔가 또 이야기를 하려는 것 같았다.

“이번에 저희가 공사를 하는 곳이 일산과 제주 쪽입니다. 한 2년 뒤면 완공이 되죠.”

“네, 그렇습니다.”

“그 이후 여수나 수원 등에도 건설 준비 중인거 뉴스에 나와서 다 아실겁니다.”

“네.”

실제로 아쿠아리움이라는 대형 테마파크를 프랜차이즈화 해서 신도시와 관광지 일대에 지은 대화그룹은 호텔리조트 사업을 위해서 지원을 아끼지 않았었다.

“그 아성 아쿠아리움 카페. 저희랑 같이 하시지 않겠습니까?”

“네?”

진욱이 아이디어를 만든 사업에 대해서, 박 과장이 제안하자 옆에 있던 상만도 깜짝 놀랬다.

“현재 짓고 있는 아쿠아리움 여수와 일산에서 원래 시공 내에 자체적으로 카페를 만드려고 했습니다.”

“아, 네.”

“하지만 윗선에서 이번에 기사를 보시고, 테마 카페 이야기가 나왔고 기획안이 올라와서 한 번 문의를 드리는 겁니다.”

진욱은 이게 뭔 뜻인지 알아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언론 탄 적당히 좋아보이는 기술을 보고 돈 줄테니 들어오라는 건가?’

진욱이 좀더 알아보기 위해 물었다.

“박 과장님, 그러면 저희가 직접 대화의 투자를 받는 겁니까?”

“하하, 그건 아니고요. 아쿠아플래닛이 완공되면 원래 자회사 내에서 지을 부지를 임대로 들어오실 생각이 있냐는 겁니다.”

순간 진욱은 이게 뭔 뜻인지 단번에 알아차렸다.

‘아, 편의시설 점포 임대로 들어가라는 거구만!’

이건 유통업이나 테마파크에서 대기업이 이용하던 방법이어서 확실히 납득했다.

그리고 대화그룹이니까 이해할만한 행동인데, 이들은 유통 사업을 하면서 자체 브랜드인 ‘대화 갤럭시아 백화점’이 있지만, 자사의 민자역사나 고속터미널 부지를 건설로 짓고 임대권은 로타나 신나라 같은 다른 유통업체에 위탁으로 맡기는 시스템이었다.

즉 대화그룹은 이번에도 자체적인 유통사가 있지만, 테마카페 등의 점포 임대를 아성 테마파크에 맡기려고 하는데 ‘돈 있으면 들어와라.’ 라는 말이었다.

나쁜제안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넙죽 들어가기도 뭔가 애매한 곳.

진욱은 거기에 대해서 잠시 생각하다가 박 과장에게 정중히 말했다.

“일단은 아버지가 계신 자리에서 그걸 결정할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아, 그렇죠. 이거 실례했습니다.”

“하하, 아닙니다. 사실상 같이 회의를 해야 하니까요.”

대기업 간부가 중소기업 사장 모셔놓고서 이러는 일은 익숙하다며 넘어가는 상만.

하지만 그러면서 적어도 사과는 하는 것을 보고 진욱은 조용히 지켜보면서 이야기를 슬슬 정리하려고 했다.

“일단 제가 사장님과 같이 검토해 보고 빠른 시일내에 연락드리겠습니다.”

“네, 기다리고 있지요.”

“그런데 대화하니 저희도 지난 일이 생각나는군요.”

“음? 그건 또 무슨 말이에요? 우리 대화하고요?”

진욱은 이 상황에서 미끼를 하나 만들었다.

“아성사료의 수제간식이 방송을 타면서 대형 유통업체에 납품을 많이 했습니다. 특히 신나라와 손을 잡고서 신나라 유통, 그리고 제일식품과 제일홈쇼핑등의 계약도 있었습니다.”

“그렇군요.”

“헌데 백화점은 아직도 어려운 사업 같습니다.”

“!”

“저희가 목동 행복백화점으로 납품을 시작했지만, 아직 대형 유통은···.”

그 순간 박과장은 뭔 말인지 알겠다며 피식 웃었다.

“대화 갤럭시아라면 저희하고는 다른쪽 사람들이어서요.”

“아, 네. 대화그룹 산하지만 다 사업 영역이 다를 테니···.”

“뭐, 내 동기 중에 그쪽 일하는 애들이 있으니 이야기는 한 번 해 보죠.”

“!”

만약 이게 성공한다면, 새로 짓는 대화 아쿠아리움 일산이건, 제주건, 여수건 일단 돈내고 들어갈 가치는 충분했다.

그리고 당돌하게 대기업과 딜을 제안하는 진욱이 굉장히 좋게 보였는지 박 과장이 다음 계약에 대해서도 꼭 아성사료에 하진욱 팀장이 같이 동행하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고서 식사 이후 돌아갔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상만은 어깨에 힘이 가득 들어있었다.

“으흠~ 흠~”

콧노래까지 부르는 상황이지만, 진욱은 괜히 아버지에게 한 마디 했다.

“경우가 없네요. 아성사료 사장님은 아버진데, 왜 저를 놓고 그런 제안을···.”

“뭔 상관이야? 나는 내 아들이 김 부장이나 유 차장 같은 애들보다 협상 잘하는 거 보고서 좋아 죽겠는데.”

“그래도 아버지가 최종 결정권자 아니십니까?”

“괜찮어~ 괜찮어~”

자신보다 뛰어난 아들의 활약은 그저 이뻐 보일 뿐이었고, 왜 다들 진욱을 생각하는지도 잘 알기 때문이었다.

“지난번 이용철 대표 이후로 거래처에서 연락올 때 네 얘기가 많이 나왔어.”

“네? 제 얘기요?”

“쥬신일보에 대문짝만하게 제일그룹 자제하고 같이 사진 찍고, 아성이 제일과 파트너쉽 맺었는데, 이번 방송 탄것도 나왔잖냐?”

“적절하게 홍보가 되긴 했죠.”

“그 홍보 효과야. 다들 그 아이디어 네 거라고 하니까 한 번 보고싶다는 사람 많더라.”

“아···.”

기업들이 더 방송을 꼼꼼하게 봤고, 거기서 언제나 이름을 드러낸 진욱이 엄청나게 돋보이게 됐다.

집에 돌아가는 길까지 아버지는 콧노래가 끊이지 않았고, 다행히 잘 이해해주신 덕분에 진욱은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가족의 정을 느끼면서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

얼마후 그렇게 진욱이 업계에서 핫하다는 이야기가 농담이 아닌 일이 생겼다.

갑자기 SBC에서 진욱에게 방송국 일 좀 도와달라고 PD 한 명을 소개했다.

그래서 상록에 있는 카페에서 만났을 때, 그 제안은 뜻밖이었다.

“다큐 방송이요? 제가요?”

“아, 그렇다니까?”

SBC에서 청년벤처 창업의 다큐멘터리를 준비하며 나오는데 그중에 진욱을 캐스팅 하고싶다며 찾아온 이석우 PD.

이석우는 지난번 동물의 농장 프로 수제간식 소개와 신민경의 PPL에 아성 펫푸드를 알선해준 차PD의 후배였고, 이 사람 역시도 서울대 언론정보학 출신이라 진욱을 후배로 대하면서 편하게 말했다.

일반 방송작가도 아니고 PD가 직접 온 것으로 봐서 스케일이 꽤 커보였다.

“그런데 저··· 아버지 도움으로 사업하는거라 애초에 다른 청년 사업가하고는 이미지가 다를텐데 괜찮을까요?”

이런거 나중에 알려졌다간 뒷광고 논란이 생길 것 같아서 진욱이 먼저 선빵을 친 것이었다.

하지만 석우는 그런 건 생각하지 말라면서 손가락을 흔들었다.

“아, 그건 괜찮아. 안 그래도 그런 류의 사람들이 많거든.”

“무슨···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죠?”

“우리 친구 혹시 ‘소셜커머스’라고 알고 있나?”

“!”

소셜커머스

스마트폰 시대에 SNS나 마이크로 블로그가 활성화되고, 기존의 홍보비가 많이 드는 마케팅 대신 인터넷의 입소문으로 가격을 낮춘 서비스 사업이었다.

그러고 보면 딱 이때쯤이 그 붐이 일어날때였고, 그때의 업체들이 훗날 오픈마켓 시장을 선두하는 기업들로 성장했다.

“이번에 1순위로 캐스팅 된 사람이 ‘몬스터 티켓’의 최한성이라고, J그룹 홍 회장 조카야.”

“!”

몬스터티켓이라면 들어본 적 있었다.

초반 SNS를 통한 소셜 커머스 마케팅으로 선두해서 유니콘 기업을 만들어냈지만, 이후 그 집안의 뒷배경이 드러났던 사건이었고 진실은 모르지만 스스로 창업한 곳이라고는 했다.

“그 외에 벤처때 게임회사 운영해서 지금까지 올라온 양반이나, 신사업으로 IT서비스 하는 양반도 있고, 배경은 중요한게 아니야. 성공스토리를 만드는게 중요한거지.”

어디까지나 밑바닥에서 시작한게 아니라, 아이디어를 가지고 떠 오른 청년사업가에 대한 이야기라고 하니 아성사료의 배경은 문제될 것도 없고, 다른 사람에 비하면 오히려 수수할 수도 있다.

진욱은 그것을 잠시 생각해보다가 세 번째로 언론에 드러나는 것에 대해 승낙했다.

그리고 촬영을 앞두고서 이후 사료 업계 이상의 인맥을 만들 수 있는 자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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