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개밥 공장의 천재 아들-43화 (43/200)

43- 올해는 도약의 시기.

진욱이 그렇게 기다리던 2010년이 되었다.

그동안 사업과 학교 일을 번갈아가면서 하는지라 학점 관리가 상당히 개판이었는데, 이참에 그냥 휴학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처음에는 놀라 했지만, 지금의 상황을 이해하고는 허락해준 부모님.

그리고 학교 수업을 잠시 쉬게 된 것으로 진욱은 좀 더 자유롭게 회사 일을 할 수 있었다.

수제간식 생산라인 증설, 상록시 아성사료 제 2공장 기공식 참여, 홈쇼핑 판매 촬영 참여, 그리고 자원봉사까지.

“자~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삼정재단 시각장애인 복지시설 자원봉사로 사랑의 기증식에 참여한 아성사료와 제일식품의 직원들은 기념사진을 찍고 이야기를 마쳤다.

“이번에 삼정재단에서 훈련시킨 안내견들입니다. 앞으로 불편한 분들의 눈과 발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삼정가에서 대표로 나온 이용철 이사가 기증식에서 여러 마리의 골든 리트리버 시각장애 안내견들을 데리고 사진을 찍으며 그들을 복지센터에 기증했다.

수많은 카메라 플래시가 열리는 상황에서 용철은 갑자기 저 멀리서 쉬려는 진욱을 불렀다.

“아, 저기 같이 찍어야 할 사람이 있구만, 하 팀장!”

“!?”

“이리 와서 한 방 찍자고!”

별안간 기자들 앞에서 진욱을 부른 용철은 안내견들을 데리고 사진을 찍을 때, 그에게 다가오라 했다.

“이사님. 저 분은?”

“아, 요새 그 핫한 수제 간식 있잖아? 그거 만드는 회사에요. 아성사료.”

“아~ JVN PPL로 나오는 그거···.”

기자들은 이런 일에 익숙했다.

재벌가의 높으신 분들이 푸쉬해줄 사람들을 데리고 같이 사진을 찍는 것.

그리고 그걸 적절히 이용하는 것은 당사자의 몫이었다.

진욱은 재빨리 달려가서 품 안에서 샘플로 가진 수제 간식을 꺼냈다.

골든리트리버 한 마리가 냄새를 맡고서 군침을 다셨지만, 훈련이 잘 된 개들은 차분히 기다렸다.

“자, 먹어도 돼.”

뒤에 있던 사육사가 다가와 말하자 그제야 상어뼈 스틱을 한 입 무는 안내견, 때맞춰 기자들이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이렇게 기념사진이 만들어진 상황에서 셋은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이쪽은 삼정재단 특수견 훈련소장인 이정근 소장.”

“안녕하세요? 이정근이라고 합니다.”

“아성사료의 하진욱이라고 합니다.”

이정근은 시원시원한 미소가 맘에 드는 사람이었다.

진욱은 용철을 통해서 그들에게 부탁 하나를 했다.

“이사님.”

“그냥 형이라고 해도 돼.”

“하하, 네 형님. 그렇지 않아도 저희가 지금 동물 카페를 구상하고 있는데 특수견 훈련이 가능한 사육사가 필요합니다.”

“오, 그래?”

“사육사가 필요하시다고요?”

“네, 어떤 사업이냐면···.”

대략적으로 애견 카페에 대해서 말해준 진욱의 말을 듣자 무슨 일인지 알겠다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이 소장.

그렇지 않아도 이런 대기업 재단이나 특수 목적의 기관이 아니면 취업 전선이 힘든 반려견 지도사인데, 후배들에게 알려주기 좋은 이야기였다.

“제가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네, 부탁드립니다.”

서로 명함을 교환하고서 악수를 나눈 뒤로 용철은 나중에 술 한 잔 하자면서 복지시설로 향했다.

진욱은 이제 애견카페 사업도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하며, 주변 시설을 둘러봤다.

“그래도 삼정이니까 이런 일을 하지.”

재벌 대기업이 돈 관련 문제로 뉴스에서 구설수는 많아도, 재단 만들고 일단 이런 상황에서 큰 손이기도 한 게 사실이었다.

진욱은 이다음에 아성사료 역시도 규모가 커진다면, 자신도 이렇게 재단을 만들어 어려운 사람들을 돕겠다고 다짐했다.

그때 복지관 안에 들어가서 물이나 한 잔 마시려고 정수기를 찾을때였다.

“아까 그 친구는 누구냐?”

“아성사료라고 제법 괜찮은 기술을 갖춘 협력사이입니다.”

어디선가 들리는 목소리에 진욱의 귀가 커졌다.

분명 한 명은 이용철인 것 같은데, 상대는 상당히 나이들어보이는 노인으로 보였다.

“이번에 제가 사료업 진출하면서, 국제 수출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식품과 바이오는 제가 계속 맡고 싶습니다.”

“흐음, 사료업부터 시작하더니 그쪽 관심이 많은가 보구만?”

“하하, 어느 쪽이든 저도 삼정가를 위해서 일하겠습니다.”

“그래, 한 번 지켜보마.”

진욱은 그 이야기를 듣고서 대화가 끝나가자 후다닥 건물을 나와서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들과 합류했다.

그러면서 속으로는 이번 제일식품과의 거래는 역시 뭔가가 있었다는 것을 확신했다.

‘지금 이야기 했던 사람은 제일그룹 원로 아니면, 삼정가 친척이겠지?’

범 삼정가 내에서 꽤나 이름 있으신 어르신으로 보였고, 3세대 경영시대가 이뤄지는 그룹 내에서 용철이 식품과 사료, 바이오 쪽을 원하면서 어필을 하는 것 같았다.

‘사료, 수제간식, 홈쇼핑, 수출, 식품공학··· 그림이 딱 그려지는 구만.’

삼정 직계도 아니고 분가인 제일 내에서도 작은집.

그 상황에서 자신의 몫의 생각하면서 산하의 중소기업들과 협력하는 모습에, 재단에서 기부도 하는 눈도장을 찍어서 윗분들 눈에 보이게 하는 거다.

결국 아성사료와 제일식품의 관계도 더 윗선에 보이는 비즈니스인 거고, 진욱은 그 상황에서 자신들이 성장한다면 딱히 경계할 것도 없었다.

게다가 이번에 여기 참여하면서 언론에 아성사료의 이름도 알리고, 새 사업에 대한 인재도 구할 수 있으니 진욱 입장에서는 일단은 땡큐였다.

***

인력자원하고, 인허가까지 받은 상황에 진욱은 사당역에 만든 펫 카페 [아성 퍼피스]의 오픈에 참여했다.

진욱 뿐만 아니라 진성, 진영도 모두 참여했는데 그들은 공들여 만든 인테리어에 눈이 돌아갔다.

“와 미친! 우리 가게보다 좋다!”

대리석 바닥으로 장식된 고풍스러운 디자인, 카운터에 있는 애견 옷과 입마개, 그리고 수제간식과 아성사료에서 나온 따끈따끈한 사료들.

거기에 맞춰 삼정재단 특수견훈련소에서 추천해준 전문 사육사들을 직원으로 고용해 커피 기계부터, 카운터까지 모두 맡기게 했다.

“잘 해주세요.”

“네, 사장님! 저희 모두 강아지 다루는 거라면 문제 없습니다.”

진성의 말에 악수를 하면서 공손히 인사하는 매니저를 보고 그는 피식 웃으며 진욱을 가리켰다.

“내가 아니라 저 친구 눈에 들어야 돼요.”

“네?”

“운영은 다 쟤가 하니까.”

진성은 진욱을 가리치면서 자신은 직함만 사장이지 실권은 다 저쪽이 가지고 있다는 걸 다시금 상기시켰다.

진영은 오픈한 카페에서 자신의 웰시코기 강아지를 안다가 한 번 풀어줬다.

처음 온 곳에서도 꼬리를 흔들면서 이곳저곳 돌아다니는데, 안에 보니 강아지 전용 샤워실이 있었다.

“어머!”

“여기서 바로 씻길수도 있고, 저기 보면 털 관리 하는 기구들도 다 배치했어.”

“이것도 서비스에 들어가?”

“부분 유료화.”

그야말로 강아지들의 핫플레이스라 할 수 있는 곳이고, 이 곳을 위해 지갑을 열 고객들은 아마 원정을 와서라도 만남의 장소로 이용할 것이다.

“근데 다 좋은데 말이야.”

“음.”

진영은 조용히 생각하고 있던 것을 말했다.

“오픈 날짜가 너무 애매한 거 아니야? 설날을 앞두고서 영업 시작이라니?”

“일부러 그런거야.”

“뭐?”

진욱은 방 한 곳을 가리키면서 수많은 케이지와 실내 개집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 호텔 서비스도 하거든.”

“···강아지 호텔?”

“명절 때, 애들 맡기고 갈수 있지.”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시대에 급한 일이 생길 때 소중한 반려견들을 맡겨주는 곳이었고, 금액은 좀 세도 안전하게 지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게 잘 될지 모르겠네? 아무튼 수익은 잘 나왔으면 좋겠다.”

진영이나 진성이나 일단 진욱이 시작한 이 사업에 대해서 일단은 같이 투자를 했으니 응원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다음의 결과는··· 상상 이상이었다.

***

“네, 네~ 그래요?”

[이러다가 만석 되겠습니다! 명절 때 맞춰서 전부 맡기겠다고 합니다.]

“하하하!”

명절을 앞두고 귀성길에 있는 견주들이 새로 생긴 애견 카페 ‘아성 퍼피스’로 모두 몰렸다.

처음에는 오픈 이후로 강아지 키우는 사람들끼리 모여 사진도 찍고, 목욕도 시키고, 털을 손질해주면서 다같이 모이는 자리를 가졌다.

이후로 진욱이 고용한 전문가들 중 애견 미용사들이 있어서 한 곳에서 목욕을 시키고, 미용을 한 다음에 다른 강아지들과 같이 뛰어놀 수 있는 환경.

거기에 견주들은 편하게 모여서 차 한 잔을 마시고, 자기 강아지들이 집 안에 갇혀있던 갑갑함과 스트레스를 풀며 발랄하게 달리는 모습에 미소를 지었다.

거기에 지금 매니저가 말한대로 1박에 3만원씩이나 하는 강아지 맡김 서비스에도 주문이 폭주해서, 졸지에 주변에 있는 애견샵이나 동물병원에도 맡긴다는 전화가 올 정도라고 한다.

사당 주변 일대에 개 짖는 소리가 끊이지 않게 만들은 진욱이었고, 덕분에 일매출은 어마어마하게 찍혔다.

***

“···2천?”

“인건비랑 이거저거 다 떼고 순수익은 800정도입니다.”

애견카페 창업 이후로 첫 매출표를 아버지에게 보인 진욱은 당당하게 웃으면서 손가락으로 지폐 모양을 만들었다.

“히야, 이거 하나 만들고 이 정도야?”

“네, 그래서 다섯 개 채우려고요.”

진욱은 강남, 충무로, 대전, 상록에 추가 지점에 대한 기획안을 내 놓았고, 아버지는 바로 승낙을 해 줬다.

애견 카페의 프랜차이즈화는 엄청난 성공이었고, 애견미용사나 훈련사 등의 영입 비용으로 초기 창업 자금이 크긴 했지만, 그만큼 확실한 수익을 내 주고 있었다.

“팀장님, 용산에는 외국인과 대화 상대 가능한 점원을 추가로 뽑아야 겠습니다.”

애견카페에 대한 소문이 퍼질수록 이태원 일대의 외국인들도 적극적으로 이용한다고 하며, 그렇게 남녀노소에 외국인들까지 ‘반려견주’라는 공통점으로 모여 핫플레이스로 각광받았다.

또한 거기에 맞춰 애견 옷과 사료에 대한 매출도 쌍끌이로 올라가니 정말 ‘한 곳에서 모든 걸 다 팔아먹을 수 있는 캐시카우’가 만들어지는 순간이었다.

“3년 안에 전국 30개 지점은 만들거에요.”

“어이구, 그렇게나?”

“최종적으로는 전국에 아성 펫푸드 100개 지점, 애견카페 30개 지점을 만들 수 있을 거예요.”

“이야, 그렇게 까지만 성장한다면, 그 놈들도 제끼겠네!”

상만이 ‘그놈들’이라고 논하는 존재는 바로 마쓰모토와 YN의 합작 법인이었다.

츄르펫을 앞세워서 사료시장에서 대형 유통에 대해 스틸을 해가던 그들이었으나, 아성의 신박한 마케팅으로 인해 과반수 이상의 압도적으로 점유율을 만드려던 그들의 계획은 완전히 어그러진 상황이었다.

“이번에 반려견 사료시장 점유율이 나왔는데, 한국 마쓰모토가 37%, 우리 아성이 35%에 그 외에 다른 수입업체나 기타 업체야.”

“지난번 신나라 빼고 유통업체 다 뺏긴 게 크긴 했네요.”

말은 그렇게 하지만 사실상 두 업체가 반려동물 시장을 독과점 하는 상황이었고, 그동안 P리나나, 케사르 등의 비싼 값에 수입산 다국적 기업의 제품을 쓰던 이들이 아성과 마쓰모토에 집중했다.

“이 기세라면··· 넘을 수 있겠네요.”

“나도 그렇게 생각해.”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료 메이커가 한국에 진출한 뒤로 체급차가 너무 나서 상대가 되겠냐고 모두가 우려했다.

하지만 진욱은 적절하게 정부 지원과 큰 손, 그리고 마케팅을 이용해서 점유율을 야금야금 갉아먹으면서 고작 2%라는 턱 밑까지 따라온 상태였다.

처음에야 저들의 자본으로 겨우 싹을 틔웠을 때 대기업 자본에 휘말렸지만, 이제부터는 좀 다를 거다.

진욱이 애견 사업 이후로 다른 반려동물에 대한 프로젝트 역시도 하나하나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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