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직원 고용 인건비는 누가 돈을 대주나요?
진욱은 우격다짐에 가깝게 데려온 IT 노동자들을 위해 아성 펫푸드 상록점 옆 상가에 모두를 모았다.
그리고 그들을 위해서 교육을 준비했다.
물론 거기에 맞춰 또 다시 과천청사에 있는 공무원들에게 지원 요청을 했는데, 그 부서는 [교육과학기술부]였다.
“자, 강사님 소개하겠습니다.”
진욱이 15명의 청년창업지원으로 들어온 신입 직원들을 향해 강사를 초빙했다.
전자공학 전문가와 컴퓨터공학과 출신의 박사학위를 가진 강사들은 진욱의 소개를 받고 그들에게 인사를 했다.
“자, 지금부터 여기에서 강의를 들으시고, 시험도 치룰 겁니다.”
외부 강사 초빙으로 6주간의 교육을 하고, 거기에 대한 예산까지 다 통과됐다.
이들을 양성해서 궁극적으로는 아성사료 내에서 홈페이지 제작과 서버 관리, 그리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사업도 같이 할 것이다.
진욱은 그들을 소개한 다음 카메라를 설치해 강의 내용을 전부 녹음하기로 하고, 수업이 시작되자 조용히 나와서 옆 사무실로 향했다.
“휘유~”
“지금부터 가르친다고 되려나?”
“차근차근 해 봐야지.”
국가지원으로 온 청년취준생들이고 학력이라고 해야 대부분은 2/3년제의 컴퓨터 관련 학위를 따거나, 지방대 컴공 출신들의 학생들이었다.
이름난 명문대의 우수한 인재를 모아오기에는 아직 아성의 체급이 작으니 아쉬운대로 저 친구들부터 빡세게 가르친다음 차차 헤드헌팅 업체를 통해 추가 인원을 뽑을 것이다.
“애플폰이 올해 11월에 나온다고 하잖아. 거기에 맞춰서 스마트폰 시대에 앱 개발자는 지금부터 키워놔야 해.”
“어우~ 내가 관련업체 투자는 해도 이게 국내에서 스마트기기 활성화 되는건 시간 걸릴 것 같은데···.”
그 이야기를 들은 진욱은 피식 웃으면서 진성에게 말했다.
“형, 내가 한 마디 할까?”
“음? 뭔데?”
“1년 안에 가능해.”
“!!!”
“진짜야. 내가 장담할 수 있어.”
“어우, 너무 빠르게 예상한거 아니야? 적어도 시장 진출은 3년 뒤쯤으로 생각했는데.”
2010년만 되더라도 스마트폰 시장이 애플폰과 삼성전자의 갤럭시아로 양분화되고 10년간 엄청난 경쟁이 된다는 것을 두 눈으로 봐왔던 진욱이었다.
일단 천천히 밭을 갈고 씨를 뿌린다, 그리고 수확이 될 때까지 분주하게 움직여야 했다.
***
“좋은 아침입니다.”
“그래.”
“안녕하세요. 하 차장님.”
직원들이 하나둘씩 이야기했지만, 김 부장은 조용히 진욱을 보고서는 그닥 좋아 보이지 않는 표정이었다.
“어 왔어?”
“네, 부장님.”
이번에 직원 영입을 마구잡이로 한 것에 대해 여전히 서운한 감정이 많은지 컴퓨터에 집중하면서 분노의 타자를 치고 있었다.
그리고 상만이 왔을 때, 직원 회의를 하는 가운데에서도 묘한 분위기는 계속 이어졌다.
상만이야 ‘우리 아들이 하는 일이니 진행시켜라!’ 라고 말을 했고, 그동안 사장하고 몇 년을 일했니, 언제 영입됐니 하는 간부들은 나설 수가 없었다.
진욱 역시도 그 상황을 눈치채고 있었지만, 별 신경쓰지 않고 자신의 일만 했다.
‘뭐, 이제와서 이게 다 큰 그림이라고 해야 믿을 사람도 없을 거고··· 결과로 보여줘야지.’
그렇게 관련자료들을 하나씩 모으면서 납품관련과 행정업무에 대해서 계속 이어나갔다.
이번에 생산직 대신 기술직들을 잔뜩 뽑아서 홈페이지 리뉴얼과 사내 시스템 개정에 대해서 준비하는 상황에서 중간 마다 아버지에게 보고를 했다.
“후우~ 지금부터 미래 사업 위해 가르치랴, 그러면서 일시키랴~ 이거 너무 빡센 거 아니냐?”
“그래도 올해 말에 애플폰이 한국에 들어와 스마트폰 시대가 온다면, 저희가 비슷한 기업들 중에서는 가장 먼저 앞서 나갈 수 있을 겁니다.”
“흐음~”
중소기업에서 최저임금보다 약간 더 높은 수준의 연봉의 사람들을 긁어모아 어디까지 성장할지 모르겠지만, 일단 의욕적으로 밀어붙이는 아들을 보고서 상만은 보고서에 사장 싸인을 해 줬다.
“아, 그리고 말이야.”
“네.”
“거 회식 한번 해서 김 부장네 사람들하고 화해 한 번 해라.”
“화해요?”
“그 양반들 이번 예산으로 생산직 늘리자는 거, 내가 네 말 듣고서 전부 컴퓨터 다루는 애들로 영입했잖아? 그래서 입이 댓발로 나와있다고.”
“네, 저도 그런 분위기 느끼긴 했지만···.”
몇 번이나 인건비 문제를 가지고 진욱에게 이야기했고, 그 상황에서 사내 분위기가 안 좋아지니 어떻게 해결을 하려고 하는 상만.
하지만 진욱은 술 한 잔 먹고 풀라는 중소식 회식에 대해서 생각하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나중에 이야기를 하겠지만, 지금 당장은 안 되겠네요.”
“왜? 또 무슨 일 할게 있어?”
“네, 그래서 말인데 아버지. 이거 한 번 봐주시겠어요?”
“이게 뭐야?”
싸인 받는 자리에서 추가로 기획안을 하나 내놓은 진욱을 보고 상만이 안경을 고쳐 쓰고 찬찬히 읽어봤다.
그리고 그의 눈이 점점 커졌다.
“야, 이런게··· 있었냐?”
“네~ 있습니다.”
“이런 미친! 이게 되기만 하면···.”
“허락해 주실거죠?”
진욱이 말한 ‘다 방법이 있다.’의 호언장담이 먹히는 순간이었다.
***
얼마 후.
진욱은 과천에서 싱글벙글한 얼굴로 나오고 있었다.
“나랏 돈 야무지게 받아먹는다니까?”
전직 공무원이 관련 업무했던 지식을 이용해서 이번에도 집안과 회사를 위해 ‘또 한 건’을 했다.
대부분 크고작은 사업체 운영하는 사람들이 운영하는 시스템에 대해서 국가 지원을 받는 방법은 ‘아는만큼 보인다.’ 였다.
물론 아성사료 역시 상만이 상록시 내에서 토박이였고, 큰아버지 상규의 존재로 인해서 이거저거 지자체 적으로 지원을 많이 받아왔었다.
하지만 진욱이 이번에 가져온 예산은 국가직 정부부처의 지원이었다.
이미 농수산식품부, 교육기술과학부, 환경부 등에서 다리를 상당히 걸쳤던 진욱에게 있어 다음 타겟은 바로 고용노동부였다.
***
“좋은 아침입니다.”
“어머! 오셨어요?”
진욱은 자택 근무와 학업, 그리고 출장계를 쓴 뒤로 2주만에 도착한 아성사료 회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오랜만에 오는 사장 아들 겸, 사업팀장인 진욱은 모두에게 인사를 했고, 김 부장은 조용히 중얼거렸다.
“아무리 그래도 회사 출근을 멋대로 하니 원···.”
하지만 진욱은 그 말을 전혀 듣지 않았다.
그리고 아버지가 왔을 때, 관련 서류를 가고 조용히 둘이 회의실로 향했다.
또 아침부터 무슨 이야기를 하나 싶어 미어캣처럼 고개를 갸웃거리는 직원들.
하지만 김 부장의 라인들은 관심 없다는 듯이 자기 일만했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서 회의실 안에서 큰 소리가 퍼졌다.
“으하, 으하!! 으하하하하하하!!!!!”
“!?”
“뭐야, 뭔데? 사장님 목소리 아니야?”
“엄청나게 웃고 계신 것 같은데요?”
숨이 넘어갈 것 같이 크게 외치다가 웃음소리가 사무실 전체에 퍼지는 것을 보고 진욱이 뭔가 대단한 건을 만들었나보다.
그리고는 문이 덜컥 열리면서 입이 귀에 걸린 상만이 외쳤다.
“김 부장! 김 부장 어디있어?”
“···네?”
모니터에 얼굴을 파묻고서 타자질만 하던 김 부장은 갑작스러운 사장의 부름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장님, 무슨 일이십니까?”
“들어와! 어여 이리로 들어오라고!!”
“????”
김 부장은 사장이 왜 저러나 싶으면서도 일단 들어갔다.
그리고 안에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아이고~ 나잇살 먹은 사람이 아직도 입이 댓바람 나왔나?”
“아닙니다.”
진욱은 그 상황에서 웃으면서 김부장에게 말했다.
“부장님, 이번에 제가 신입직원들 전부 사무직으로 뽑아서 많이 서운하셨죠?”
“···아니야. 사장님이 승낙하신 건인데 뭘.”
인사 담당을 맡으면서 생산직 늘려달라고 한 건 그렇게 안들어주면서 예산 겨우 모였을 때, 상만이 냅다 오케이 때려서 웬 컴퓨터랑 인터넷 만지는 애들만 잔뜩 모아 회사 출근도 아니고 사무실 교육만 시킨 이야기.
그걸로 인해 회사 내에서 감정의 골이 있었는데, 이번에 해결할 건이 나왔다.
“김 부장! 우리 추가로 뽑자!”
“네?”
“생산직 15명 뽑아줄게!”
“아니··· 이번 분기 공채 다 끝났잖아요? 지난번 청년지원 취업으로요.”
“아~ 그러니까, 자네 하고 싶은대로 생산직 뽑아오라고. 자리 남겨 줄테니까.”
“정말이십니까?”
완전히 물먹었다고 생각했는데, 그 자리에서 생산직 인원 늘려주겠다는 말에 김 부장의 튀어나온 입이 쑥 들어갔다.
“감사합니다. 사장님. 좋은 애들로 데려오겠습니다.”
“아~ 그거 진욱이한테도 고맙다고 해야 돼.”
“네?”
“자, 이거 봐! 이번에 아들녀석이 가져온 지원책이야.”
상만이 테이블 위에 서류를 내밀자 두툼한 종이꾸러미를 든 김 부장은 손가락에 침을 발라 하나하나 넘겨봤다.
그리고 그 역시도 처음에 진욱의 제안을 본 것처럼 눈이 점점 커지고 있었다.
[고용노동부 내의 300인 이하 사업장 직원 인건비 지원안.]
[상기 기업 아성사료에 대한 최종 검토 결과 지원책에 대해 승낙이 되었음을 알립니다.]
“아니 이거··· 뭡니까? 고용 노동부가 뭘 지원해줘요?”
“아, 사람 뽑는거! 그거 지원이라고!”
“!?”
거기에 대해서 진욱이 천천히 이번 건에 대해 두 분에게 설명했다.
“기존에 재무제표를 보고 안 사실인데, 그동안 중소기업 지원에 대해서 지자체 지원을 많이 받으셨더라고요.”
“그렇지! 그리고 중기청에서도 생산 지원금 받잖아.”
“거기는 산자부 산하였고요.”
산업통상자원부, 과거의 사람인 진욱에게 있어선 ‘상공부 중기청’이라는 말이 더 익숙한 곳이었다.
어쨌건 그로 인해서 아성사료가 지원을 받는 단체는 상록시청 중소기업 지원사업부, 그리고 생산력 증대를 위해 지원을 해주는 중기청, 그리고 친환경 제품 제조로 인해 환경부에서 돈 쪼끔 받는게 있었다.
뭐 크게 보면 농림수산식품부의 납품 사업으로 들어오는 거래대금도 있고 말이다.
그 상황에서 진욱이 이번에 얻어온 지원책은 고용노동부의 중소기업 사원 지원책이었다.
“한 명당 연봉 700만원 선까지 보조를 해 주는 사업입니다.”
“진짜? 명당 700이라고?”
“네~ 대신에 채용 직원들 3년간 고용상태를 유지해야 되고요. 그 양반들 통장 만들어서 청년지원저축이라고 금리상품도 따로 나올거에요.”
인건비 이야기를 하면서 사람 하나하나 고용하는게 다 돈이다! 라고 진욱에게 그렇게 말했었는데, 그 돈문제를 해결해준 순간이었다.
그로 인해 아성사료는 중기청에 이어 고용노동부의 지원도 받게 된다.
이 혜택은 5인 초과 300인 미만의 생산직 공장에 대한 지원책이었고, 이번 건이 통과된 것으로 인해 연봉 2천만원의 직원을 고용하면 명당 보조금이 700만원이다.
물론 그것들이 한해 정산에 모두 기록이 되며, 이 계약은 아성사료의 직원이 300명을 초과하거나, 혹은 중소기업 타이틀을 떼고 중견기업에 올라갈때까지 지원이 연장 된다.
“자~ 돈 마련했으니 직원 많이 뽑자고!”
“아, 알겠습니다 사장님.”
“이번엔 김 부장님이 마음껏 고용하시면 됩니다.”
진욱이 그 말을 하자 김 부장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활짝 웃고는 생산팀 라인의 신규 인원 보충을 위해서 바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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