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10년대를 준비할 큰 그림.
제일그룹과 영업과 알선이 진욱의 몫이라면, 금액 협상과 마케팅은 상만과 진성의 몫이었다.
가족들과 큰집 전부가 합심해서 만든 이번 거래건은 아주 큰 도움이 되었고, 제일식품 임원들과 아성사료 간부들이 모두 모이는 자리에서 협상이 마쳤다.
“자, 이걸로 제일식품하고 아성사료의 협약이 시작된 겁니다.”
“네, 네! 잘 부탁드립니다. 이사님.”
“아니요. 지금처럼 물건 잘 만드시면 됩니다.”
상만과 용철이 악수를 나누자 박수 갈채가 이어졌다.
용철은 그 상황에서 상만과 악수를 끝낸 다음 진욱에게도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잘해보자고.”
“네, 잘 부탁드립니다.”
이번 계약의 핵심인원은 어디까지나 진욱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용철의 제스처였다.
물론 아성사료 사장인 상만 입장에서도 입이 귀에 걸릴 일이었고, 국가 입찰 납품에 이어 대기업과의 사업을 준비하는 일이었다.
계약이 끝난 이후 호텔 뷔페에 모여서 모두가 식사를 하는 자리가 되었을 때, 딱 네 명이 같은 자리를 썼다.
제일식품 사료사업부 이사 이용철, 현 제일식품의 CEO이자 부회장 일파인 이현욱 사장.
그리고 아성사료 하상만 사장과 진욱까지 이렇게 넷이 앉은 자리였다.
“사장님은 술 좀 하십니까?”
“아, 예. 자주 마시는 편입니다.”
“그럼 제가 따라드리지요.”
이현욱 사장이 와인을 들어 한 잔 따라주자 바로 받으면서 디캔팅 이후에 능숙한 시음을 선보이는 상만.
그에게 있어서는 정말 복덩이 아들 덕분에 회사 경영을 해 오면서 오랜만에 느끼는 쾌감이었다.
특히 이영남이 자식 엿 먹이고, 제일이라는 큰 손을 잡은 일은 아성사료 역사상 가장 속이 시원한 일이라 평생 언급할 술안주거리로 만들거다.
“뭐, 계약은 했고, 이제 상품 준비만 하면 되겠군요.”
“사장님. 제가 추천할게요. 그 상어뼈 간식하고, 오리뼈가 좋을 거 같은데.”
“아, 그렇습니까?”
이 사장은 경영적 제자이자, 오너 일가의 사람인 용철의 제안에 뭐든지 따르는 사람이었다.
게다가 사전에 미리 임원들을 통해 보고를 받았으니 용철이 픽한 제품을 우선순위로 홍보하는 것도 오케이.
거기에 적절하게 진욱이 양념을 쳤다.
“지금 저희 회사에서 가장 잘나가는 히트 상품입니다. 특히 온라인 마켓과 오프라인 매장 할 것 없이 연일 판매고를 올리겠습니다.”
“흐음, 그렇다면 홈쇼핑을 팔 수 있게 결합 상품을 한 번 만드는게 어때요?”
“결합상품이요?”
“아성에서 만든 거 한 번 봤는데, 50그램에 몇천원 뭐 이런거던데 아예 크게 만들어서 한 2만원 3만원대의 종합 세트 말이에요.”
“이를테면··· 과자세트 같이 말입니까?”
“음, 그렇게 하면 좋고요. 아! 추가로 제일식품이 특수훈련견 후원하는 거 아시죠? 거기에 아성도 자원봉사로 같이 가 주셨으면 하네요.”
제일그룹은 범 삼정가의 재단 내에서 진행하는 특수훈련 반려견 사업에 아성사료도 참여해 줄 것을 요청했다.
재단 자원봉사에 초청하는건 나쁘게 말하면 그냥 하청업체 직원들이랑 자사 인턴들 데려다가 좋은일 하는데 사진 몇방 찍고 마케팅 용으로 쓰는 것.
하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삼정가 내에서 눈여겨보는 알짜 협력사라는 것을 알리는 일이기도 했다.
특히 거기 냄새 맡고 가는 공공기관 사람들이나 기자들이 상당히 많으니 이야깃거리야 충분했다.
“이 회장님께서 나라를 위해 아주 좋은 일을 하십니다.”
“선대 회장님의 유훈이기도 했습니다.”
삼정의 창업주인 故 이 회장은 동물을 특히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특히 개를 매우 좋아해서 장애인 인권은 물론이고, 동물권도 낮던 시절에 그들을 위한 자선재단을 만들어 베풀었다.
특히 특수견육성재단은 삼정그룹과 제일그룹, 신나라쇼핑그룹이 모두 후원하는 사업인데, 마약탐지견, 시각장애 안내견, 구조탐지견 훈련양성과 은퇴한 군견들과 유기견들을 돌보기도 하는 곳이었다.
“뭐, 다들 잘 아시겠지만, 제일그룹은 다른 것 보다도 납품 품질과 기한에 대해 굉장히 민감합니다.”
새삼스러울 것도 아니지만, 대기업에서 CEO까지 올라간 사람의 기본을 지키라는 말에 상만이 잔뜩 긴장했다.
“네~ 여부가 있습니까? 저희 역시도 제대로 만들지 않으면 아예 시작도 안 했을겁니다. 허허허-”
“양과 질 모두가 중요해요. 동전의 양면 같은 겁니다.”
최근 공장이 포화 상태에서 상록시 일대의 주변 공장들까지도 인수하는 상황이었다.
아성사료의 제 2공장은 삽도 푸지 못했고, 관련 건설에 의해서 큰아버지쪽과 이야기를 많이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몇 명 되지 않는 아성사료의 사무직들에게 모두 고급 와인을 한 병씩 돌린 제일그룹은 대기업과의 거래에 대한 품격을 보여주면서 자리를 마쳤다.
그리고 남은 자리에서 용철은 담배 한 대를 태우며, 이 사장에게 물었다.
“어때요? 써 볼만 하죠?”
“네, 품질이야 미리 확인했고, 회사 자체도 이제 막 뜰곳이니 딱 좋을 겁니다.”
“그래서 이번 모임은 저 회사 맞춰서 다음에 가는거죠?”
“네, 맞습니다 이 이사님.”
삼정재단 내에서 아성의 직원들도 참여시킬거고 그 속에서 용철이 나서서 삼정가의 어르신들에게 눈도장을 찍을 아주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용철이 말한 ‘꽂힌 사업’은 자기 처신에 대한 문제도 ‘반려동물’이라는 키워드로 포함된 것이었다.
***
한편 분주하게 생산량 증대를 위해 제일에서 받은 선금과 큰집에서 PF로 융통한 지금으로 인건비와 생산설비 추가 증설로 알차게 쓰고 있는 아성사료였다.
“이번에 제우자판 건설사업부 인수 성공했어.”
“오!”
진욱은 진성의 말을 듣고 드디어 제2공장에 대해 삽을 풀 수 있겠다고 안도했다.
“그럼 바로 공사 시작할 수 있어?”
“물론이지. 그러려고 시간을 끈 상황이었잖아?”
원래 계획대로였다면 연초에 시작해서 벌써 30%는 완성될 공정이었다.
하지만 큰아버지의 때 아닌 아성의 그룹화로 인해 저축은행 인수 이후 건설사까지 먹어서 착실하게 아성의 이름을 위해 움직인다고 기다린 거였다.
“근데 또 문제가 하나있어.”
“뭐야? 자금 문제?”
“그건 아니고 아버지가 인수한 건설사 이름 가지고 고민중이셔.” “···.”
“법인 이름 뭘로 할지 말이야.”
제우그룹이라는 이름의 위상을 생각해서 아성제우건설이라고 생각했다고 하는데, 영 별로라고 하고 아성건설이란 것도 지금 당장에 쓸 이름은 아니라고 한다.
“그거 문제로··· 또 시간 걸리는거야?”
“미안, 아버지가 그런 거에 좀 신경을 쓰시거든.”
“···.”
진욱은 바빠 죽겠는데, 그 상황까지 되니까 의자를 젖히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잠시 뜸을 들이다가 천장을 보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산업개발.”
“응?”
“아성산업개발, 아니면 아성-제우산업개발 어때?”
“으으음.”
건설, 공영, 산업개발, 엔지니어링 등의 다양한 이름을 쓰는 건설사의 법인명에서 진욱이 내건 이름은 아성산업개발이었고, 진성은 머리를 긁적이다가 아버지에게 먼저 문자를 보내봤다.
그리고 5분 있다가 바로 연락이 왔다.
“야, 진욱아! 아버지가 그걸로 하자는데?”
“!?”
그렇게 아성사료, 아성펫푸드, 아성펫드레스, 아성저축은행에 이어 다섯 번째 아성의 회사 이름은 [아성-제우산업개발]이 되었다.
그리고 법인 변경 이후로 그들이 먼저 시작한 것은 아성사료의 제 2공장 착공식이었다.
***
시간이 흘러 2009년의 3분기가 되었을 때, 제일식품에서 온 조사단은 아성사료의 생산라인 시찰과 1차 납품분을 확인하고 엄지를 올렸다.
“네, 공장 상태도 좋고, 품질도 괜찮아 보이네요?”
이런 일 한두 번 해 본 게 아닌 제일식품 마케팅 2팀의 정영욱 대리는 싱글벙글한 미소로 진욱과 납품관련 이야기를 나눴다.
30대 초반의 이 주임 양반은 전형적인 대기업 중간관리직에서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중소기업들과 적당히 손발도 맞추고, 배려도 나름 해주는 타입이었다.
“이번에 그 수제간식 세트에 대해서는 준비 되고 계신가요?”
“네, 건식 위주의 A안하고, 건식과 습식으로 반반을 나눈 B안이 있는데 제일홈쇼핑과 논의 중입니다.”
“그쪽이라면 영업부의 윤경식 대리라고 있을거에요. 내 동기인데, 끼워팔기 상품을 좋아하는 친구이니 일단 다 담아봐요.”
“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요거 해야죠. 응?”
진욱 앞에서 ‘술잔 탁!’의 손가락 제스처를 하는 정 대리.
그는 하청업체들과 술자리를 좋아하고, 특히 양념 갈비 한번 사주면 안 될 것도 되게 해줄 수 있다면서 떠벌이는 유쾌한 사람이었다.
“다음에 홈쇼핑 건도 오케이 되면 그때 다같이 모여서 한 잔 하시죠.”
“하하하, 그때는 사장님 말고 하 차장도 와야 해요. 응?”
“네, 꼭 참석할게요.”
제일식품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눈뒤로 그들이 돌아갈 때 배웅 인사를 해준 진욱은 한 바탕 공장을 훑고 간 그들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자~ 너도 수고했다. 하나 먹어라.”
월- 월!!!
진욱이 공장에서 갓 나온 오리날개뼈 훈제를 던져주자 공장 앞의 개가 꼬리를 흔들면서 허겁지겁 먹어댔다.
그리고 오늘 저녁에는 퇴근 이후 아버지와 밖에서 저녁을 먹으면서 나눌 이야기가 있었다.
***
“진욱아.”
“네, 아버지.”
“지난번에 준 기획서 말이야. 아직도 이해가 안가는게 몇 개 있는데 말이지.”
“네~ 뭐든 말해주세요.”
“우리가 어쩌자고 IT쪽에 투자를 한다는거냐?”
이번에 진욱이 내민 아성사료의 사업 기획서에는 [2010년대를 준비하는 차기 먹거리 사업]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신제품 개발 외에 뜬금없겠도 사료 공장에서 IT를 준비한다는 말이었다.
그리고 진욱은 그 상황에 대해서 하나하나 설명하기 위해 이렇게 따로 자리를 만든 것이었다.
“아성사료가 점점 규모가 커지고 있잖아요? 사무직도 늘어나고요.”
“그렇긴 하지. 이번에도 직원 다섯명 더 채용하기로 했고.”
“앞으로 아성사료뿐만 아니라 아성의 이름을 쓰는 전체 회사에 대한 통합 시스템 관리가 필요해요.”
“에이~ 우리가 벌써? 그냥 적당한 업체 외주 쓰는게 나을텐데?”
“아니요. 이제는 필요해요.”
시스템 유지보수, 그리고 홈페이지 관리와 서비스까지 모두 한 곳으로 합쳐서 쓰려는 것.
뭐, 그거까지는 코스닥 상장 이후에는 필요성을 느끼니까 그럭저럭 인정을 했다.
하지만 그 뒤의 투자가 문제였다.
“스마트폰 스타트업. 이건 또 뭐냐?”
“앞으로 사업에 필요한 거에요. 지금 이 휴대폰의 앱으로 거래를 할 수 있는거요.”
“음?”
아직은 활성화 되지 않은 국내의 열악한 IT시장.
와이파이도 wipi라는 특정 통신사들의 전유물이 된 상황에서 스마트폰으로 원클릭 구매가 된다는 시스템은 중소기업에게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다.
“일단 미국에서는 스마트폰이라고 있는데요. 간단하게 말하면 자체적으로 컴퓨터에서 인터넷을 쓰면서 오픈마켓으로 제품을 구매하는 겁니다. 이걸 아성사료 이름으로 만들어야 하니 지금부터 투자를 하는거에요.”
실제로 진욱은 2년 안에 있을 스마트폰 시대를 앞두고서 애플리케이션 관련 사업에 대한 투자를 아성사료의 이름으로 준비, 물론 자신의 개인머니까지 써서 그때의 버블에 편승할 준비를 했었다.
“스마트폰? 뭐··· PDA폰 그런거냐?”
“그거보다 더 업그레이드 된거죠. 원클릭으로 구매하고, 바로 유통업체들이 직배송을 해 주면서 간편거래가 되는 겁니까.”
“어이구~ 그런 거 있었으면 좋긴 하겠다. 수수료 중간에서 떼는 거도 해결되고.”
“네~ 그래서 지금부터 하려고요.”
애플리케이션 투자는 물론 첫 발에 불과했다.
미래의 지식을 가지고 진욱이 투자할 사업이 그거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었고, 앞으로 돈 되는 일과 그것을 두고서 아성사료와 아성의 이름 자체를 끌어올릴 큰 그림의 스케치는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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