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개밥 공장의 천재 아들-36화 (36/200)

36- 잘 부탁드립니다.

백화점, 그것도 서울에 있는 곳으로 아성사료 납품을 하겠다고 선언한 진욱.

그리고 그곳에 대해 말하자 놀란 아성사료의 간부들, 그리고 상만이 조용히 물었다.

“거기가 장사가 돼?”

“혜택도 있고 납품하는데 문제 없습니다.”

“뭐, 잘만 팔린다면야 그곳이 자리도 좋으니까.”

“그렇죠.”

“좋아, 한 번 알아 봐.”

“네, 감사합니다.”

회의가 끝난 다음에 진욱은 자리에 앉아서 컴퓨터를 켜고 기획안과 제품에 대해서 담당 MD에게 보낼 자료를 모았다.

***

얼마 후 진욱이 보낸 기획안이 통과됐다.

그리고 직접 만나자는 말에 정장을 갖춰 입고, 관련 제품들을 가지고서 차분한 마음으로 목동역에 도착했다.

역에서 내리자마자 보이는 것은 지하철과 같이 붙어있는 주상복합의 현기백화점. 그리고 한때 63빌딩을 제치고 국내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던 현기팰리스가 보였다.

국내 10위권 안에 드는 매출의 대형 브랜드 백화점을 앞에 두고 진욱이 납품해야 한다는 곳과는 인근에 위치한 곳이었다.

“후우~ 2년 안에 저기 반드시 뚫는다!”

진욱은 현기백화점 목동점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쥐고 일단은 첫 걸음을 위해 움직였다.

목동역에서 20분 정도 걸어서 도착한 중소기업유통센터에 도착했다.

이곳은 법적인 중소 제조기업으로 지정된 곳의 제품을 홍보 및 전시 사업을 하며, 상표 개발과 교육 등의 각종 지원사업을 하는 곳이다.

지금은 중기청 산하에 있지만, 훗날 중기청이 정식으로 ‘중소기업벤처사업부’라는 이름으로 승격될 때, 산하의 공공기관 쇼핑센터로 운영되는 곳이다.

“여보세요? 네, 저 도착했습니다.”

[네 금방 나가겠습니다.]

잠시 후 데스크 앞에 기다리고 있는 진욱을 향해 다가오는 중년 여성이 있었다.

“하진욱씨 되시나요?”

“아, 네. 그렇습니다.”

“백화점 사업단의 김미연이라고 합니다.”

40대 중후반에 중년 여성은 자기 소개를 하면서 진욱을 안으로 안내했다.

중소기업유통센터에서는 소상공인에 대한 유통사업부가 있었고, 그 산하로 홈쇼핑사업단과 백화점사업단이 있었다.

그리고 백화점 사업단의 유통 2팀 과장을 맡고 있는 김미연은 서로 명함을 교환하고, 아성사료에서 먼저 제출한 기획서를 꺼냈다.

“보내주신 기획안에 대해 검토 많이 해 봤습니다.”

“아, 네.”

“아성사료는 지난 환경부 친환경대상 장관 표창까지 받은 곳이더군요. 저희 말고도 서울대공원이나 농수산식품부와 납품도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아, 네. 그렇습니다. 저희가 이번에 대형마트 납품 이후로 백화점 납품도 생각하고 있는데요.”

진욱이 내건 아성사료 산하의 얌푸드를 건네주자 이미 거기에 대한 사전 조사를 한 김 과장은 차분하게 말했다.

“일단 내부 회의 결과 저희 산하의 행복백화점 납품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을 것 같습니다.”

행복백화점.

중소기업유통센터 산하로 사실상 지방 공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곳으로 양천구에서 목동 현기백화점과 같이 유통 시장을 양분하는 곳이었다.

서울 내에 몇 안 남은 단일점포 백화점이고, 대다수가 중소기업 제품들로 납품하는 곳이었다.

하지만 아성같은 소상공인들에게 있어서는 지원을 아끼지 않고 케어 역시도 괜찮은 곳이었다.

“일단은 다음 분기 내에 매장을 설치하고, 지하 식품 쇼핑몰에 입점시키려고 하는데 괜찮으시겠나요?”

지상층의 생활용품 코너 대신 지하의 식품 코너쪽 납품쪽을 물어보는 가운데, 진욱은 당연히 식품 쪽으로 가야 한다고 이야기 했다.

“일단 식약청 인증은 통과된 상태이고, 추후 납품에 대해 문제가 될게 있을까요?”

“아, 네. 일단은 저희 산하의 시범구매팀과 성능인증팀에서 최종적으로 결론이 나오면 바로 납품이 가능합니다.”

“흐으음. 그게 얼마나 걸릴까요?”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알려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저, 그러면 백화점 납품 외에 추가로 인터넷 쇼핑몰과 홈쇼핑사업에 대해서도 논의드리고 싶은데요.”

“아, 그거는··· 그쪽 팀과 따로 이야기를 하셔야 될 겁니다.”

정부 산하의 부처, 그 밑에 있는 공공기관.

진욱은 이쪽에 대해서 잘 알고 있어서 김 과장에게 말했다.

“홈쇼핑사업단에서 중소기업 상생팀을 통해서 연락해야겠네요. 아래층인가요?”

“네? 아, 네. 아래층에 그쪽이 있긴한데.”

“그쪽에 대해서도 이야기 해 주실수 있을까요? 그리고 소상공인 미디어실 쪽에도 연락해서 미디어지원팀하고 아성사료의 온라인 마켓 시장에 사이트 제작 지원에 대해서도 논의하고 싶습니다.”

“아···.”

“미디어 지원팀에 동반성장팀까지 같이 끼면 대기업 쇼핑몰하고도 컨텍이 같이 되겠죠?”

“되게 잘··· 아시네요?”

담당 직원보다 중소기업 유통센터의 조직도와 업무에 대해 쫙 꿰고 있는 진욱.

그 상황에서 당황해하는 김 과장을 향해 진욱은 빙긋 웃으면서 물었다.

“해 주실 수 있으시죠?”

“아, 네. 일단은 저희 쪽 계약 하시고, 이후 다른 팀도···.”

진욱은 그 뒤로 중소기업 유통센터 내에서 담당자들을 한 번씩 다 만난 다음에 좋은 이야기를 마치고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날은 일부러 차를 놓고 온 기념으로 신림 녹두거리로 내려가 학교 선배들하고 같이 한 잔 하는 자리도 만들었다.

***

“아버지, 행복백화점 입찰 성공했어요.”

“오, 그래? 우리가 거길 들어갈 줄은 몰랐네?”

그동안 OEM으로 축산물 사료만 전문적으로 만들다 보니 백화점에서 물건을 판다는 것은 생각도 못했었다.

하지만 다양한 브랜드 개발을 위해서 움직인 수제 간식 등의 펫푸드 사업으로 아성사료는 처음으로 백화점에 납품이 되었다.

“그리고 한 개 더 있습니다.”

“그래, 또 뭐냐?”

진욱은 중소기업 유통센터 상생팀에서 전달해준 소식을 하나 더 알렸다.

“이번에 현기홈쇼핑하고 같이 협약하게 됐어요.”

“뭐? 현기?”

“네, 그 현기요.”

현기백화점 그룹 산하의 현기홈쇼핑에서 중소기업 유통센터를 통한 거래선으로 인해 아성과 현기그룹의 제품 납품 이야기가 나온다고 했다.

“일단 그쪽에서 조사단이 온다고 하니까 아버지가 협상을 해 주시면 되겠네요.”

“홈쇼핑이라니! 아이고 이 녀석!”

상만은 다 큰 아들을 와락 끌어안으면서 고생했다고 등을 토닥였다.

“잘했다. 정말 잘 했어.”

“뭘요.”

이전이었으면 생각도 못했을 일이었지만, 가족같은 회사 경영이라는 게 한 번 하면 이렇게 재미와 행복이 붙는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됐다.

***

“진짜 알차게도 움직이는구나.”

“돈 빌린만큼 일해야지.”

상록시 사무소에서 홈쇼핑 관련 사업에 대해서 기획안을 쓰고 있는 진욱.

진성은 대표 자리 앞두고서 자신의 사촌동생이지만 진짜 엄청나게 일처리가 빠른 녀석이라고 감탄했다.

“저번에 네가 가서 뚫은 거 해결했어.”

“오~ 그럼 S마트에서 진영 누나것까지 납품인거지?”

“그럼. 네가 그렇게 밥해놨으니 상은 내가 다 차려야지.”

진욱이 가서 판로를 뚫으면 세부 협상에 대해서는 아버지 상만이나 사촌형인 진성이 나서서 마무리를 지었다.

사실 판매길 뚫는 거야 진욱이 다 하지만, 회사를 운영하면서 필요 자금이나 적절한 가격에 대해서는 저 쪽이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 그리고 수출건이 하나 들어왔거든?”

“어, 진짜?”

수출이라는 말에 귀가 탁 트인 진욱은 바로 진성의 자리로 다가갔다.

그리고 진성은 현재 상황에 대해 말했다.

“무역업체들 많이 알아보는데, 제우 인터내셔널이 관심을 많이 보이고 있어.”

“제우라면···.”

IMF 이전까지는 하늘을 뚫을 기세의 대재벌이었던 제우그룹.

하지만 분식회계로 인해 공중분해 된 이후로 독립해서 살아남은 제우건설, 제우조선, 제우인터내셔널 외에 수많은 회사들로 쪼개져 과거의 위상은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근데 다른 곳도 아니고 왜 제우야?”

진욱의 물음에 진성이 피식 웃으며 대답해줬다.

“이번에 우리 아버지가 인수 생각하는 컨소시엄이 제우의 건설회사거든.”

“뭐?”

순간 진욱은 잘못 들었나 싶어서 다시 물었다.

“제우건설을? 진짜로?”

거기는 시가총액만 해도 몇 조원에다가 금화아시안 그룹이나, 한신그룹 같은 대기업 공룡들이 달라붙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진성 역시도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에이~ 설마 우리가 거길 인수하겠냐?”

“그, 그치? 그냥 동명 기업인거지?”

“정확히는 제우그룹 산하의 기업이야.”

“으음.”

제우그룹 내에는 건설사가 총 네 곳이 있었다.

하나는 아까 진욱이 말한 수 조원 대의 공룡건설사인 제우건설.

그다음으로 제우건설이 리즈시절에 인수했던 아파트 전문 제우아너스빌 건설.

그리고 제우중공업에서 조선과 엔지니어링만 분리된 제우조선해양 산하의 제우해양건설.

마지막으로 제우자동차가 미국 JM사에게 인수될 때 자동차판매총판과 같이 계열 분리된 제우자판건설.

“우리가 인수할건 제우자판건설이야.”

“거기는 어떻게 인수가 쉽겠어?”

“인수가 300억 정도인데, 일단 아성저축은행이 인수하고 바로 사명 변경해서 경영권 얻을 방침이야.”

진욱이 부지런히 사료 사업에 대해서 뛰고 있을 때, 뒤에서 서포트를 하면서 자기 집안의 아성그룹 규모도 점점 키워 나가고 있었다.

“일단 나는 건설쪽 다른 건 모르고, 제 2공장이나 빨리 만들어줬으면 좋겠어.”

“그것도 금방 만들어 질거야.”

그 전까지는 협소해도 일단 있는 부지안에서 기존 공장을 증축해서 생산량을 최대한으로 뽑아내야 했다.

“그래서 말인데, 이번에 아예 공장을 통째로 인수하는 걸 생각하고 있어.”

“음?”

진성은 진욱에게 아성저축은행에서 맡고 있는 공장 리스트를 보여줬다.

“원래 상록신용금고 시절 부터도 이 일대 공단에 공장들이 융자 많이 했거든. 근데 부도 위기에 놓인 곳들 공장 중에 괜찮은 놈 인수하려고.”

“흐으음.”

잘만 된다면야 기존에 있는 공장을 인수하고, 거기서 펫푸드 관련 생산 설비들을 깔면 좀 더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그쪽에 좋은 정보 있으면 알려줘. 설비는 내가 어떻게 만들게.”

이게 자칫하면 내부거래지만, 또 중기청 인증의 중소기업이라면 관련 규제가 없어서 큰아버지가 인수한 공장을 진욱 집안에서 쓰고, 그러면서 대출 이자를 다시 큰아버지에게 돌려 드리는 식으로 자금 운용 방식이 전혀 문제가 없었다.

중소기업법에 해당하는 지금의 아성사료라면 말이다.

***

“안녕하세요? 홈쇼핑 부문 MD 이상욱이라고 합니다.”

“아성사료의 하진욱입니다.”

“아, 차장님이시군요.”

지난 번 과장 된지도 얼마 안 돼서, 진욱의 직책은 영업부 차장직에 오르게 됐다.

어차피 중소기업에서 직책이야 사장인 상만이 만들면 되는거고, 높아봤자 아직 젊은 중소기업 사장 자제에 대해 대기업은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이번에 중기유통센터에서 알선이 돼서 확인해봤는데, 아성사료 브랜드가 꽤 괜찮습니다.”

말투는 그랬지만, 속 뜻은 ‘제법 팔만 한 거 만들었다.’ 라는 말일거다.

일단은 자신들이 을이니 맞춰줘야 하는건 진욱 쪽이었다.

“이번 홈쇼핑에서 저희 얌 푸드 제품에 대해서 상어 연골과 돼지 목뼈 등의 간식을 방영 요청하고 싶습니다.”

“네, 그래요. 저희가 반려동물 사업으로 강아지 집이나, 사료 같은 것에 대해서는 해 본적이 있는데 반응이 괜찮았습니다.”

이쪽 MD는 S마트나 행복백화점과 다르게 일단 비슷한 상품으로 보고 반응을 여겨보겠다는 뜻이었다.

“자, 그러면 한 번 입점 논의에 대해서 천천히 이야기를 해 볼까요?”

진욱은 본론으로 들어가자는 말에 미소를 지으면서 협상을 시작했다.

몇 시간의 마라톤 회의 끝에 아성과 현기홈쇼핑은 대략적으로 협상을 하고 세부 문제는 아성사료 사장 상만이 또 나서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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