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개밥 공장의 천재 아들-33화 (33/200)

33- 요새 수제간식이 잘 나간다며?

진욱은 신제품 ‘샤크 스틱’에 대해서 발표했다.

출시가는 30그램에 5500원.

그리고 식약청 인증과 판매인증을 받고, 혹시나 모를 상황에 대해서 주의사항 역시도 전부 적었다.

[유통기한은 10개월 내입니다.]

[보관은 서늘한 곳에 상온 보관해주시고, 개봉시 즉시 반려동물에게 주세요.]

[3개월 이상의 동물만 먹을 수 있습니다.]

[알러지가 있을수 있으니 소량만 먼저 주시고 확인해 주십시오.]

초반에 그냥 포장으로 팔았을때와 달리 이제는 정식으로 마트와 슈퍼마켓 납품도 되는 제품이니만큼 이런 것에 대해 철저히 따져야 했다.

처음에는 강아지가 먹는 간식인데, ‘상어가 들어간다.’ 라는 말을 두고서 놀라는 이들이 있었지만, 의외로 선입견에 맞지 않게 상당한 인기를 누렸다.

진욱은 그 상황에서 조류독감 이슈로 비싸진 오리뼈를 임시 대체할 제품으로 상어 연골 간식을 대량으로 생산했다.

“자~ 이모님들? 이거는 오리와 다르게 금방 상할수 있는 어류에요. 그러니까 좀 더 위생에 신경 써야 하고, 시큼한 냄새가 난다면 바로 알리고 폐기 처리할 겁니다.”

“아이고, 알았어요. 과장님!”

헤드캡에 방진복, 고무장갑과 장화로 철저하게 갖춰입고서 세정처리까지 한 완벽한 위생 상태에서 진행되는 수제 간식의 제작.

그 공정을 또 사진을 찍어 진욱이 공식 카페에 올리고, 지점마다 알리는 등 갖은 마케팅을 쏟아부었다.

***

“형, 나 왔어.”

“어, 어서와.”

아성 펫푸드 상록점에 온 진욱은 진성의 인사를 받으면서 그와 같이 기다리던 인물을 소개했다.

“자, 네가 말한대로 친구 불러왔다.”

“김한규라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하진욱입니다.”

진성과 동갑인 친구 한규.

그는 진성과 동기인 연희대 출신에 사법고시에 합격한 변호사였다.

“이번에 식약청 인증하고, 아성펫푸드의 특허, 그리고 아성 상표권 논의로 정식 공증을 만드려고요.”

“예, 그래서 다 준비했습니다.”

각자 계약서만 따로 쓴 상황에서 이제부터는 전문적인 법적 절차가 필요한지라 진욱이 요청한 것이었다.

처음에는 대형 로펌을 쓰려고 했으나 진성의 추천과 상만도 잘 알고 있는 인물이라고 해서 믿고 맡겼다.

‘아버지가 말하셨지. 진성이형 친구이면서, 저 사람 아버지랑 절친이라고···.’

김한규 변호사의 아버지는 상만과는 어릴 때부터 친하게 지낸 사이라고 한다.

그리고 지난날 IMF때 아성사료가 YN과 갈라서면서 부도 위기의 상황에 놓였을 때, 큰아버지 상규와 더불어 아버지에게 자금을 융통해준 인물 중 하나라고 했다.

‘그 정도의 인연이면 계속 이어갈 만 하지.’

게다가 변호사가 와서 서류를 보여줄 때, 진욱 역시도 웬만한 법적 문제에 관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진욱은 남규가 가져온 법적 서류에 대해서 하나하나 확인하고 읽어봤다.

또한 그대로 끝나는 게 아니라 복사를 해서 서류를 따로 챙겼다.

“그 외에 법적인 문제가 있다면 언제든지 불러주세요.”

“네, 감사합니다.”

서류 확인과 이번 상표권에 대한 논의를 진욱의 이름으로 처리한 뒤로 일을 마친 김 변호사가 배웅을 받으며 돌아갔다.

그리고 남은 자리에서 진욱은 진성에게 회사 이야기에 대해 말했다.

“형, 이번에 조류독감 끝나는대로 사료용 가금류 고기 수입처 알아봐줄수 있어?”

“어? 아예 전부 수출로?”

“당분간은 그럴려고, 지금 살처분하는 닭이랑 오리 때문에 가격이 너무 뛰었잖아, 내가 봤을 때 이거 정상화되려면 한참 걸려.”

일단 물가라는데 올리기는 쉬워도 내리는 것은 그야말로 가물에 콩 나듯 생기는 일이었다.

“그러는 상어 연골은 생산라인 계속 유지할 수 있어? 아무래도 갑작스런 수요 아닌가?”

“아, 그건 걱정 없어. 어차피 납품 안되고 남은건 어분용이라는데 그걸 그대로 들여오는거고, 계약도 마쳤으니까.”

소규모 5개 직영점 운영까지는 이런 식으로 돌릴 수 있다 하더라도, 마트 납품물량을 염려하는 진성의 물음에 진욱은 쿨하게 대답했다.

“그래서 이것도 준비한거고.”

진욱이 법적 서류를 집고서 흔들거렸을 때, 진성은 잠시 생각하다가 그게 맞는가 싶어서 물었다.

“수제 간식인데, OEM을 주게?”

“응, 그전에 오리나 닭같은 경우는 식품 건조기만 갖추고 있는 수제 공방이라면 어디든 가능했잖아. 하지만 이건 아예 생소한 원료에 배합공식도 새로 만든거니까.”

그동안 오리목뼈나 돼지등뼈, 닭날개 등의 동결처리한 간식들은 만들기가 간편해서 맞추면 그만이었지만, 이번건 좀 더 손재주가 필요할거다.

특히 하청을 받는 공장은 아예 이곳으로 파견을 와서 제조법을 배울 것이고, 그로 인해서 특허를 미리 변호사를 통해 등록해 훗날 미투 상품이나 아예 카피해서 나올 것에 대해 확실하게 못을 박았다.

“형 말대로 최근들어서 수제 간식이 돈이 된다는 걸 알고 냄새 맡는 회사들이 많아졌어. 그러니까 특허나 법적 문제 앞으로도 진짜 생각해 둬야 해.”

“그래, 안 그래도 지금 증권가에서 이상한 소식 들리더라.”

“이상하다고? 어떤?”

진욱이 또 뭔가 이슈가 있나 싶어서 물었을 때, 진성은 컴퓨터를 두들기고 자신이 찾은 것을 말해줬다.

“지금 이거 때문에 한국에서 고급 사료가 돈이 된다는 걸 알고서 무역업하고 유통업이 들썩거려.”

“에이~ 지난번 제일그룹 사례도 있는데, 또 누가 하려고···.”

“해외에서 현지법인으로 온다는데?”

“!”

진욱은 그 말을 듣고서 자리에서 일어나 진성이 보는 내용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단순 주식 관련의 갤러리인 줄 알았는데, 각종 뉴스와 주가 변동 등을 살펴보는 사이트였다.

‘이코노미 닷컴이구나···.’

그곳은 과거의 삶에서 진욱도 몇 번 가본 곳이었다.

단순 주식쟁이 슈퍼 개미만 있으면서 찌라시가 도는 사이트로 알려졌지만, 실제로 금감원 내 간부나 기업 내의 핵심 중역들도 이용을 해서 언론에 흘리지 못하는 이야기를 슬쩍 내밀면서 정보가 공유되는 곳이었다.

그래서 이코노미 넷을 보면 ‘딱 10%만 맞는 사이트’라는 이야기가 있지만, 이번 관련 문서를 보고 있으니까 정말 뭔가 있긴 한 것 같았다.

“사료 관련 테마주하고 상사쪽이라···.”

“그러니까, 뭔가 있지 않을까?”

진욱은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

“지금 당장 해외 기업이 법인 만들고 들어오는데 시간이 얼마나 많이 걸리는데? 그거 처리하는 시스템 생각하면 적어도 한 분기 정도는 벌 시간이 있어. 게다가 법인 만드는 거면 이렇게 나오는게 아니라 언론을 통해 나오겠지.”

“그렇지. 나도 그렇게는 생각하는데, 진짜 뭐가 있는 것 같기는 해서.”

“흐으음···.”

만약 그런다면 지금까지 꿀을 빨면서 독과점을 향해 달려가는 아성사료의 펫푸드 사업이 암초를 만날수도 있었다.

“과연 어떤 녀석이 나오려나···.”

***

서울 워커힐 호텔 일식집에서는 초조한 얼굴로 기다리고 있는 인물이 있었다.

이영남.

YN바이오의 사장이자, 작년 서울대공원 사료 입찰 사업에서 물을 먹은 아성사료의 숙적.

지난번 사료 입찰 사업 이전에 농협은행 뇌물수수 건에 대해선 가까스로 벌금으로 끝났으나 이미 국가납품 사업은 물건너 간지 오래였다.

그 뒤로 겨우겨우 사료 사업을 하면서 현상 유지를 했으나 금싸라기 같았던 용인 땅의 일부를 눈물을 머금고 팔 정도로 상황이 안 좋아졌다.

그 상황에서 YN이 선택한 것은 외부 세력과의 협상이었다.

때마침 국내에서는 그 얄미운 아성사료 놈들이 수제간식과 배합사료 사업으로 잘 나가고 있는데 그쪽에 관해서 탑이라 할 수 있는 기업이 YN을 통해 국내 진출을 하려는 것이었다.

‘이번 건 잘 해결하면 다국적 기업 산하로 들어갈 수 있어. 이번 건만···.’

그렇게 기다리는 영남을 향해 찾아온 인물이 있었다.

미리 사진을 통해 확인한 인상착의의 인물과 그 옆에 같이 온 SD상사의 팀장을 확인하고 바로 달려갔다.

“어서오십시오. 팀장님!”

“아, 이 사장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어요?”

“하하하, 저도 온 지 얼마 안 됐습니다.”

이영남이 바로 인사를 하고 악수를 한 다음 옆에 있는 일본인 바이어를 향해 인사했다.

“에, 하지메 마시떼··· 와따시와···.”

그 순간 수염을 멋지게 기른 정장 차림의 일본인은 능숙한 한국어로 말했다.

“한국어 할 줄 압니다.”

“아, 아앗!? 그러셨군요? 실례가 많았습니다.”

“아닙니다.”

악센트가 독특하긴 했지만, 제법 능숙한 한국어로 말하는 일본인을 보고 일단 이영남이 일식집 코너로 안내했다.

워커힐 내의 최고급 일식집에서 자리를 안내한 이영남은 먼저 명함을 건넸다.

“인사드리겠습니다. YN 바이오의 이영남이라고 합니다.”

명함을 확인한 그 일본인은 자신의 회사에 대한 명함도 건네줬다.

“후지사와 마사유키라고 합니다.”

그가 내민 명함은 일본 내의 대기업 중 한 곳인 큰 손이었다.

***

“야, 이거 어떡하냐?”

“네?”

“지금 사료협회 연락을 받았는데, 이영남이 이 새끼가 또 뭔짓을 하고 있다.”

“이영남이면··· 아, 그때 농협사료 뇌물건 썼던 공장 사장이요?”

진짜 오랜만에 듣는 이름이고, 그 양반 그 뒤로 국가입찰 관련에는 얼씬도 못한다고 하더니만 또 뭔가 꿍꿍이를 벌이나 보다.

“이번에 YN이 일본쪽에서 투자를 받았어, 합작 법인을 만든다고 한다.”

“일본에 합작법인··· 사료회사요?”

“당연히 사료지! 게다가 니가 만드는 그 뭐냐, 수제 간식을 만든다고 한다!”

“!?”

“그리고 튜브형 습식사료까지.”

그 순간 진욱은 벌떡 일어나 상만에게 물었다.

“설마··· 마쓰모토 그룹이에요?”

“···그래. 마쓰모토 식품.”

마쓰모토라는 이름에 진욱이 처음으로 등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츄르캣’이라는 이름으로 아예 고양이용 습식사료 스틱을 명사화 시킨 기업.

게다가 일본 내에서 통조림과 사료생산에 대해서는 상당한 영향력을 끼치며 세계적으로도 사료업에 대해서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갈 큰 손이었다.

마쓰모토 식품이 지난날 한국 진출을 위해 현지 법인을 만들고 ‘한국마쓰모토’라는 이름으로 진출하려 했으나 국내의 반일 감정과 강한 규제안으로 인해서 물러났던게 불과 10년 전의 일이었다.

“10년 만에··· 다시 돌아온 다는 거군요.”

“후우- YN 통해서 합작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인수 후 법인으로 쓰는 거겠지.”

“일단은 걔들 생산라인이.”

“국내 유통업 통해서 일본에서 생산한 식품 바로 넘어오겠지.”

“···흐음.”

확실히 일 났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발만 동동 구르고 어쩌냐고 멘탈 나갈 진욱도 아니었다.

일단 거물급 경쟁자가 오는 건 확정 됐으니 이제부터는 대처해야 했다.

당장에 주먹구구식인 상황에 대해서 공장 확장부터 준비해야겠고, 이번 신제품인 상어 연골 수제 간식에 대한 홍보도 지금의 배 이상으로 광고비를 올려야 될 것 같았다.

“자, 그러면 일단 할 게 많은데 당장에 해야 될건···.”

“그래, 당장에 뭘 해야 되냐?”

“일단은··· 애완동물 코너에 납품하는 펫푸드 쪽부터 수량을 늘리고 협업을 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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