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개밥 공장의 천재 아들-32화 (32/200)

32- 신제품 소개합니다.

제조 공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확인한 진욱은 일단 구두로 계약을 한 다음 다시 자갈치 시장 일대에 있는 경윤수산으로 향했다.

“그러니까 상어뼈를 대량으로 필요하다 이거야?”

“네, 식약청 인증된걸로요.”

“가만있어보자 식약청 인증이라면···.”

박 사장은 사무실 서랍을 열어서 책자를 가지고 와서 진욱에게 상어 수입에 대해 말했다.

“이게 돔배기용 청상아리고, 이건 귀상어야. 보통 돔배기 용으로 토막내서 파는거하고, 아까 말한 깍두기회용이야.”

“식약청 인증 받은거죠? 요새 뭐 중금속이다 뭐다 많이 먹으면 몸에 안 좋다고 하니까요.”

“아이고~ 걔들 아주 빠꼼이라 이거저거 다 따져. 걱정 하덜 말어!”

박 사장은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면서 상어 종류에 대해 하나하나 알려줬다.

“그리고 이거는 까치상어라고, 수족관 같은데서 많이 보이는 쬐깐이들 있지? 이게 그건 기라!”

“오오-”

상어 중에서도 작은 종이면서, 수족관 회센터에서 세꼬시로 만들거나 조림으로 쓰는 식용이었다.

“그 요놈아가 있지? 가격도 싸고, 대량으로 구매해서 살은 포 뜨고, 뼈는 그 가루 내가지고 영양제 만드는데 쓰인단 말이제.”

“가격이 얼마나 되죠?”

“평균 7짜에 만원.”

“오~”

“청상어는 돔배기 용 고기가 키로당 2만원이거든? 뼈는 어분이나 그 제약회사에 가져가는데 얼마 되지도 않아.”

“그럼 연골만 온전하게 해서 사 갈게요. 이걸 건조처리 시켜서 사료로 쓸 거거든요.”

“그래? 그럼 함 준비할게.”

대략적으로 가격 논의를 할 때 그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상만이 일단 시범케이스로 들여오는 양이라면서 협상을 시작했다.

“세 장.”

“에이~ 세 장씩이나 필요 없지. 일단 두 장만 줘. 세 장 양으로.”

“아~ 행님! 내 특별히 싸게 해드리는 거라니까?”

“아까 말했잖아? 어분용으로 싸게 나온다며?”

“그렇긴 해도 그것만 발라내서 공정하려면 돈 좀 더 주셔야지요?”

“아, 우리 사이에···.”

그렇게 서로 목소리는 높아지지만, 두 눈은 웃고 있는 사장들의 거래 속에서 상대적으로 싼 값에 상어 연골을 구매하기로 약속했다.

***

그리고 거래를 마친 다음 진욱은 아버지가 시간을 내 주셔서 아성펫푸드 부산점에 방문했다.

“요새 매출이 어떱니까?”

“손님들이 오리 목뼈랑 날개뼈 간식을 많이 찾는데, 거는 요새 잘 안 들어 오는 갑네요?”

“단가 올라서 소량 생산밖에 못 해요. 그것 때문에 신제품 준비하고 있어요.”

“오~ 신제품이요? 어떤 겁니까?”

진욱은 그 상황에서 잠시 생각하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일단은 확실하게 특허 처리가 안 됐으니, 일단 연구하고 해썹(HACCP:식품 안전관리인증기준) 통과하면 그때 연락드릴게요.”

“알겠습니다. 사장님.”

“당분간은 돼지뼈하고 돼지 귀, 꼬리 말린 간식들을 더 생산할거에요. 일단 모든 것을 맡긴다고 했으니 할인에 대해서는 지점장님 재량에 맡기겠습니다.”

“알겠심다! 걱정 하덜 마세요!”

진욱은 시원시원하게 말해주는 지점장과 인사를 하고, 잠시 동안 부산점에 손님 동향을 보면서 상황을 체크했다.

확실히 지방의 첫 지점인데, 그럭저럭 장사가 잘 되고 있었다.

이대로 가면 2009년에 30개 지점 오픈은 문제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진욱이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해결할게 많아서, 서울로 올라가는 길에는 생각이 복잡했다.

***

“그래, 부산에서 거래 괜찮았어?”

일정을 마치고서 올라가는 길에 상만이 물어보자 진욱은 고개를 끄덕였다.

“머리 식히러 왔다가 제 일만 해서 죄송하네요.”

“아이고~ 됐어! 어차피 그냥 바람 쐬러 왔다가 이번에 사료 납품하는 유통업체 얼굴좀 봐 두라고 데려온 거니까.”

일단은 가격 협상 같은 것은 상만이 했어도, 앞으로 아성사료의 사장 자리를 아들에게 물려 준다면, 다 도맡아서 해야 할 일이었다.

유통망에 관해서 소개했는데, 거기서 진욱이 새 아이디어를 얻어온 것은 덤이고 말이다.

“근데 상어··· 생소하긴 하네. 저~기 전라도나 경북 일대에서 먹는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말이야.”

“연골 사료에 대한 자료는 해외를 통해 알긴 했어요. 특히 독일이나 프랑스 등에서는 연골로 개껌도 만든데요.”

“오~ 그렇구만.”

“일단은 수의대 선배들에게 연락해서 성분 분석은 요청했어요. 혹시 해썹 조사 전에 잘못되지 않을까 사전에 알아봐야 하니까요.”

그렇게 해서 수백 키로 단위의 상어 연골을 구매하고, 그것들은 모두 연구개발용으로 쓰일 용도였다.

진욱은 올라가는 대로 물고기의 연골로 만든 사료 쪽을 찾아보기로 했고, 할 수 만 있다면 영문 논문이라도 읽어볼 셈이었다.

***

오랜만에 모교 수의과대학 센터에 온 진욱은 선배들의 연구에 대해서 결과를 받았다.

“별안간에 강아지들 돌보다가 상어 뼈 연구를 시키냐?”

“죄송해요. 선배.”

경준은 투덜거리면서도 아성사료에 받는 기부금을 생각해 교수님이 직접 내린 성분 분석을 마쳤다.

“칼슘, 인, 비타민E, 오메가3 완벽한 제품이야. 동물에도 좋고 말이야.”

“그래요? 후우~ 다행이네요. 전 또 강아지에게 유해한 거 있나 싶어서요.”

“있긴 있어. 수은.”

“!”

수은이란 말에 확 얼굴이 변한 진욱.

경준은 그 상황에서 분석에 대해 말했다.

“요새 바다 생선들 중금속 누적이라는 말이 있잖아. 많이 먹으면 당연히 탈 나지.”

“아이고··· 못 팔 정도인가요?”

“아니, 그 정도는 아니야. 정말 극미량이어서 하루 세끼 매일같이 먹어서 년 단위로 섭취하면 그때야 위험할 정도?”

“사람 기준으로요, 강아지 기준으로요?”

“야, 미쳤다고 수의대에서 사람 기준으로 용량 정하냐? 10kg 중형견 기준이야.”

“흐으음.”

일단 위험성이 있다는 건 알겠는데, 그것의 위험성이 극히 미량이라는 것을 알고 진욱은 생각해야겠다.

“일단 해썹 인증을 받은 다음에 생각해 봐야겠어요. 그리고···.”

진욱은 성분표를 보더니 그렇게 큰 문제는 안 될거라고 생각했다.

“이건 진짜 소량으로 포장해서 팔아야겠네요. 돼지뼈나 오리 목뼈만 해도 칼슘성분 너무 많다고 똥싸면 하얗게 나온다는데···.”

“어, 맞아! 상어 연골은 성분이 더 많더라.”

오리뼈가 50그램으로 파는데 상어뼈는 훨씬 소량으로 팔아야 할 것 같았다.

물론 그 모든 것은 누누이 말하는 해썹 인증 통과 이후의 선택이지만 말이다.

***

얼마 후 식약청에서 공문이 왔다.

“최종 검사 결과··· 사람 및 견종에 대해서도 크게 유해함을 느끼지 않았음을 알려 드립니다.”

HA(위해요소분석)와 CCP(중요관리점)을 합쳐서 만든 HACCP에서 통과가 되었다.

2020년 이전까지 해썹 인증에 대해서는 자율에 가까웠고, 이후에나 의무화가 되었지만, 진욱은 FM적으로 일단 통과가 되야 안전성을 느끼고 팔 것이었다.

정부과천청사를 여러번 왔다갔다 하면서 겨우 해결한 진욱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이제 본격적으로 제품 연구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 과장님!”

“?”

진욱이 고개를 돌렸을 때, 지난번 환경부 표창때 봤던 공무원이 있었다.

“아, 박 계장님!”

“잘 지내셨죠?”

“하하하, 저는 잘 지냅니다.”

환경부 이후로 농수산식품부 배합사료 납품을 진행하고 있는 아성사료에 대해 잘 아는 인물 중 한 명이었다.

“그런데 오늘 무슨 일로 오신거예요?”

“아, 해썹 인증때문에요.”

“어머, 뭐 또 신제품을 준비하시는 건가요?”

“네, 맞습니다. 특허도 준비하려고요.”

“기대할게요. 좋은 제품이 나올 것 같네요.”

농수산식품부에게 있어서 아성사료는 정말로 모범적인 기업이었다.

해썹이 공식적으로 의무화 되기 이전까지 자진해서 신청을 하고, 심지어 사람들 먹는 프랜차이즈의 식당들도 ‘권고’만 하고, 위생이나 감염문제로 큰 사고가 나기 전까진 법적으로 못 요청하는데, 아성은 사료공장이 자진해서 신청한다.

이렇게 이쁘게 보이는 기업은 국가직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좋게 보일 수밖에 없고, 진욱은 그 상황을 노리면서 좋은 정보 있으면 알려달라면서 넉살좋게 움직였다.

타-

차에 탄 진욱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그럼 이제 인증까지 된 거니 앞으로 논란은 안 커질테고, 문제는 개발 이후 출시인데.”

지금은 그저 상어 연골을 사료화 시키는 것에 대해서 재료에 대해 인증을 받았을뿐이지, 이걸 어떻게 만들지에 대해서는 또 기다려야 했다.

***

“어우~ 사장님. 이거 뭐 이렇게 신 냄새가 나요?”

“홍어에요? 이거?”

“상어라고 했잖아요.”

시큼한 냄새가 너무 심하다고 따지는 직원들 사이에서 진욱은 식품 건조기 기계를 돌린다음에 나왔던 상어 연골들을 확인했다.

그대로 잘라서 원본으로 나온 O링 형식의 건조 간식, 또 다른 버전으로 스틱형으로 잘라서 만든 간식이었다.

“흐으음.”

진욱은 갓 만들어진 간식을 유심히 살펴봤고, 일단 시큼한 암모니아 향이 나는 상어 뼈를 가지고 건조하고, 양념치고 수제간식화로 만든 직원들이 조마조마하게 바라봤다.

그 상황에서 진욱은 대뜸 상어뼈 간식을 입 안에 넣었다.

“어멋!?”

“대표님! 그거 강아지밥···.”

직원들이 뭐라 해도 일단 먼저 입맛을 봤다.

사람이 먹기엔 좀 싱거웠지만, 상어 연골 자체는 부산에서 먹었던 그 세꼬시 비스무리한 맛이었다.

“이거 몇 개만 가져갈게요.”

진욱은 바로 공장에서 나와서 아성사료 정문 앞에 있는 시고르자브종에게 갔다.

월- 월!

중형견, 그것도 진욱이 오기 전까지는 함바집 잔반이나, 사료 만들다가 나온 재료등의 잔반 처리하던 개.

하지만 진욱이 온 뒤로는 그것은 일체 먹이지 않고, 동물병원 회충약부터 먹인다음 사료와 진욱이 만든 수제간식 등의 고급입으로 변한 멍멍이였다.

“자, 이거 맛 한번 봐라.”

멍- 멍!

이름도 없이 그냥 ‘공장 개’라고 아버지가 부르는 녀석에게 말린 상어 연골 간식을 줬을 때 킁킁 거리던 개는 바로 꼬리를 미친 듯이 흔들어대다가 허겁지겁 먹어댔다.

깍- 깍- 꾸드득-

바삭한 과자를 먹듯이 널름 입에 담아서 이빨로 짓씹어대다가 다 떨어지자 바로 진욱에게 달려들었다.

멍- 멍- 멍멍!!!

“어어, 야 다 먹었어. 많이 먹으면 안 돼.”

킁킁- 킁- 으르릉-

더 달라고 진욱에게 붙었다가 없다고 떼려고 하자 더 달라고 부비대다가 으르렁 거리는 개를 보고 이건 성공했다고 반쯤 직감했다.

그리고 다른 거 먹으라고 아성사료에서 갓 나온 개사료를 조금 담아 준 다음 남은 상어연골 간식은 집에 가져가려고 정성껏 포장했다.

퇴근 시간 이후 반갑다고 달려오는 요키를 보고 언제나와 똑같이 ‘얌! 줄까?’ 라고 하면서 줘 봤던 연골.

그리고 공장의 개와 똑같이 한두조각 먹고서 미친 듯이 반응하며 더 달라고 달려든다.

***

[안녕하세요? 오늘의 VJ특공대. MC 김선형입니다. 자~ 반려동물 1천만 시대!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와 고양이를 위해 사료 하나도 신경쓰시는 분들이 많죠?]

금요일 특집으로 나오는 시사교양 프로그램에서 아나운서가 처음으로 방영한건 최근 취재를 하고 싶다고 요청했던 KBC의 승낙을 받아 찍은 내용이었다.

[뭔가 수상한 냄새가 나는곳~ 하지만 이게 뭔지는 우리도 모르는데? 그래서 이게 뭐남유?]

[A사료(직원):아, 이건 상어에요.]

[으잉? 강아지가 상어를 먹는다? 이게 뭔가 보니 오오~ 상어고기에서 발라낸 뼈가 공장에 들어간다? 우리가 알고 있던 죠스~가 바로 공장에서 사료가 된다는데?]

KBC 성우의 예능감 넘치는 나레이션으로 적절한 양념이 되고, 만드는 공정이 전부 나오면서 식약청 인증을 받은 상어연골 간식이 나온다.

그러면서 강아지들이 맛깔나게 씹어먹으며 더 달라고 하고, 20그램에 7천원인 아성표 상어 연골 간식이 알려지는 순간이었다.

물론 방심위에 안걸리는 선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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