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개밥 공장의 천재 아들-31화 (31/200)

31- 사료 재료라고? 이걸로?

조류 독감 사태로 인해서 가금류가 말 그대로 금값이 되었다.

진욱은 백방으로 수소문을 해도, 농가들이 전부 지원금 받고 살처분 시켰다는 말에 머리를 쥐어짰다.

“아니, 이럴 때 대형유통은··· 아, 내가 걔들 독과점 조졌지.”

“그래도 거래인데, 설마 그때 제보한걸로 아직도 미운털이 박혔겠냐?”

진성은 설마 그럴 일이 생기겠냐면서 웃어 넘겼지만, 진욱은 달랐다.

“어차피 이 상황에서는 마이카나 한림도 똑같은 상황일걸? 그러면서 웃돈 얹어서 팔겠지.”

“당연히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적으니 그런 거 아니야?”

“문제는 우리는 사료용이란 말이야. 당장에 사람 먹는 치킨이랑 오리로스도 부족하다는데 우리 차례가 올 것 같아?”

맞는 말이었다.

당장에 정부가 서민물가 안정대책이라고 농림수산식품부를 닦달해서 공급 안정화를 부르짖고 있는데, 강아지나 고양이들 먹일 차례가 얼마나 오겠는가?

“일단은 수량 줄이고, 가격을 올려야겠지.”

“그러면 더 안팔리지.”

“그래서 대안을 찾는다니까?”

진욱은 아성사료에도 말했지만, 아성펫푸드 사무실에서도 대안 간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대안은 뭐가 좋을 것 같아?”

“생각중이야. 일단 해외의 사례를 찾아봤는데, 유럽에서는 최근에 타조를 쓴다고 하더라.”

“타조고기?”

그런 것도 먹이냐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진성을 향해 진욱이 모니터를 돌리고 보였다.

“타조는 보통 알이나 가죽으로 많이 도축되거든?”

“타조백··· 우리 어머니도 하나 가지고 계셔.”

“그리고 남은 잡육을 가지고 습식사료 통조림으로 만들거나 뼈를 잘게 잘라서 훈연처리해서 팔기도 한다고 하네.”

“흐으음.”

“다음은 순록. 이것도 똑같아. 대형견 위주의 간식으로 뼈가 좋대.”

문제는 이건 해외의 사례이고 가뜩이나 닭이나 오리도 구하기 힘든데 사슴농장이나 타조 농장을 찾아다니면서 대량으로 구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 외에 또 원가 싼 게 뭐가 있더라.”

진욱이 해외 관련 자료까지 따지면서, 하나하나 찾아볼 때 많은 동물들이 나왔지만 ‘이거다!’ 싶은 확 꽂히는 재료에 대해 나오진 않았다.

***

[다음 소식입니다. 최근 중국의 무분별한 상어 남획으로 인해서 생태계 파괴가 되는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아이고~ 하여간 저놈들은···.”

뉴스에 나오는 것을 보고 혀를 끌끌차는 상만.

그 내용은 중국 내에서 샥스핀에 대한 수요 증가로 상어들을 잡아서 산채로 지느러미만 잘라내고 버려서 급감하는 개체수 문제였다.

특히 중국, 홍콩, 대만 등의 국가등의 포획으로 인해 바닷속에서 지느러미가 잘린 채 죽어가는 상어들을 보여줄 때, 상만 말고도 눈살을 찌푸릴 사람이 전국적으로 많을 거다.

“에휴~”

“뭐, 남의 나라 이야기니까요.”

옆에서 같이 뉴스를 보던 진욱은 그것 외에도 앞으로에 대한 차기 사업에 대해 계속 구상하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학교를 다니면서, 학점 관리도 힘든데다가 수의대 선배들하고도 신제품 관련에 대해서도 논의를 계속 했었다.

그때, 요키가 달려오면서 소파 위로 올라와 진욱의 품에 안겼다.

“요키, 안 돼!”

왈- 왈-

“안 돼, 너 오늘 얌 너무 먹었어.”

“걔 진짜 살 찐거 같더라.”

상만도 손을 뻗어 아들이 데려온 강아지를 쓰다듬으면서 한 마디 했다.

최근 진욱이 바빠서 산책을 자주 못 시키고, 어머니가 대신해서 나가긴 했지만, 운동량이 준 데다가 식탐으로 사료 외에 뼈 간식을 너무 좋아해서 처음 데려올때보다 살이 더 쪘다.

우스갯소리로 집안의 동물들이 살이 쪄가는걸 안락삶이라고 한다지만 건강관리는 필요했다.

“산책갈까?”

월- 월!

영리하게도 산책이란 소리만 들으면 달려가서 옷장에 걸려있는 개줄을 자기가 물고는 진욱에게 가져왔다.

9시 뉴스를 본 이후로 사업 문제로 머리가 복잡했던 상황에 밤산책이라도 가기로 했다.

***

“아, 진짜 어렵다.”

진욱은 아성사료 사무실 안에서 자기 일 전부 마친 다음에도 책상에 누운채 생각에 잠겨있었다.

남들이 생각 못 하는 것을 창조하려고 하니 정말로 어려웠다.

“진욱··· 아니, 하 과장!”

그렇게 멍때리고 있는 진욱을 보고 보다못해 상만이 그를 불렀다.

“쫌 나와!”

“네, 사장님.”

화통 삶는 소리로 내지른 다음에 둘이 나가자 사무실 안에서 수군거리면서 부자간에 무슨 일 생기는 거 아니냐며 우려했다.

칙- 치익-

담배 한 대 꺼내고 뻐끔거리던 상만은 조용히 아들을 보고 말했다.

“너 나랑 같이 부산 한 번 가자.”

“네?”

“계속 얼빠져 있어서 안 되겠어! 다른 일 좀 해라.”

아성사료나 아성펫푸드나 모두 진욱의 손을 통해서 엄청난 성장세를 이루고 그가 넘버1 공신이라는 것은 아버지이자 사장인 상만도 잘 알았다.

하지만 지금의 조류인플루엔자 이슈로 인해 매출에 엄청난 타격을 입고, 대체 제품 만든다고 빠져 있다가 다른 사람이 봐도 넋나간 모습을 자주 보이니 특단의 조치를 내린 것이었다.

“이번에 부산에서 새 거래처를 잡았는데, 어분 사료를 그쪽에서 공급하기로 했어.”

“그쪽 수산업자들하고 얼굴 터 두라 그건가요?”

“그래, 가는 김에 협상하는 것도 보고.”

이미 이야기는 다 끝났겠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좀 먼 곳으로 아들을 데려가 화제를 돌려주려는 상만.

진욱은 그 상황에서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이따 밥 먹고 출장계 쓸래?”

“네, 아버지것 까지 제가 다 작성할게요.”

진욱은 지난번에 다그쳐서 단체급식 업체들의 반찬 퀄리티가 높아진 구내식당으로 아버지와 같이 갔다.

***

아버지의 에르쿠스 차를 타고서 같이 가는 부자의 부산행.

오전 수업만 마치고서 주말까지 시간이 비어서 가는 길에 상만은 진욱에게 말했다.

“부산까지 가니까 회 한접시도 먹고, 너 그 가게도 한번 둘러보고 그래 봐.”

“네, 그렇지 않아도 부산 하니까 가볼 곳이 있어요.”

“호오~ 어딘데?”

“아쿠아리움이요.”

“흐음~ 그래 뭐, 시간 남으면 한 번 가 보자.”

다 큰 아들하고 늙은 아버지가 단 둘이 가기에는 좀 어색한 자리 같았지만, 상만은 진욱에게 맞춰주기로 했다.

부산에 도착한 뒤로 부자가 먼저 향한 곳은 자갈치 시장 인근에 있는 ‘경윤수산’이라는 회사였다.

“먼길 오시느라 욕 보셨습니다!” “박 사장. 별 일 없었죠?”

“지는 뭐, 똑같죠.”

걸걸한 사투리에 넉살 좋은 얼굴로 상만 부자를 맞이한 경윤수산의 박경윤 사장.

그는 동남아와 중국 일대의 수산물들을 한국으로 수입하고, 추가로 국내에서 납품 이후 가공한 수산식품을 또 일본이나 대만 등지에 파는 중개업자였다.

이번에 아성사료가 농림수산식품부와 같이 연어 양식장 사업을 하면서, 배합사료 납품을 할 때 필요한 어분을 이쪽이 도맡았다.

“요새 생사료는 좀 매출이 줄어서 재미가 없어요.”

“그거 우리 때문인가?”

“에이~ 하 사장님은 어분쪽 거래를 해주지 않으십니까?”

“나야 품질 좋은 재료 대주면 언제든 거래하지.”

그렇게 상만과 박 사장이 대화를 하는 사이에서 인사 이후 진욱이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흐으음.’

경윤 수산에서 취급하는 물건들을 보니 정말 작은 크릴새우부터 커다란 고래까지 없는게 없었다.

그때 관련 사진 중에서 특이한 것을 본 진욱이 조용히 박 사장을 불렀다.

“박 사장님.”

“뭐고?”

“여기 사진에 이거··· 물개아닙니까?”

“아, 그거? 요새 많이 납품하는 거제.”

박 사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진욱이 가리킨 사진을 보고 피식 웃었다.

보통 동물의 왕국 TV프로나 다큐멘터리에서 볼 법한 물개들이 단체로 냉동된채 그 앞에서 악수를 하는 박 사장과 거래처 대표가 있었다.

“2003년부터 물개가 식용화 됐거든? 그 일본 얼라들은 이걸로 카레나 통조림으로 해 먹는다는데, 우리는 아직 거시기만 먹어.”

“거시기? 그 해구신 말하는 거야?”

“네~ 그거요.”

정력에 좋다고 먹고, 나머지 고기는 오메가3가 가득하다는 기름추출 용도로 매년 수십톤씩 수입이 된다고 한다.

그 외에 다른 것을 봤을 때, 진욱은 상어를 보고 말했다.

“아, 상어···.”

“그거는 돔배기용. 포항, 경주, 울진, 대구, 영덕 마 이런데서 억수로 많이 먹거든.”

돔배기는 진욱도 과거 먹어본 적이 있는 상어요리라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입맛에는 지나치게 짰지만, 그래도 먹을만했다.

“그리고 그 뭐냐, 상어살은 회덮밥으로 납품하거든.”

“네?”

“아, 모르나? 식당 회덮밥에 있는 그 깍두기처럼 생긴 조각 있잖나?”

“그거 참치 아니었어요?”

“참치는 비싸서 그렇게 많이 못쓰지. 상어살 얼려서 그렇게 잘라 파는거야. 냉동식품으로 납품하거든.”

“!”

“함 볼래?”

그렇지 않아도 박 사장은 상만과 진욱 부자를 자신들이 가공하고 있는 공장으로 안내할 셈이었다.

“사장님도 같이 가시지요? 어분 공장 한 번 둘러봐야하지 않겠심꺼?”

“그래, 같이 가자고!”

박 사장은 자신의 차로 안내하겠다면서, 둘을 데리고 자갈치 시장을 나와 공장으로 향했다.

내부에서는 비린내가 좀 많이 났지만, 그래도 돌아가는 기계 상태는 양호해 보였다.

위이이이잉- 드르르르륵-

얼린 생선들중 머리나 꼬리, 그리고 내장 등을 한 곳에 담아서 갈아내고 그것을 말려내어 고운 가루처럼 만들어내는데, 냄새는 굉장히 역했어도 이게 배합사료를 만드는데 가장 필요한 어분이었다.

이것 자체를 가지고 아성사료에서 다른 재료와 같이 가공해서 환 모양으로 만든게 바로 아성표 배합사료.

“품질은 괜찮아 보이네?”

“저희는 원자재 장난질 안 쳐요.”

“박 사장이야 내가 믿지!”

한편 진욱은 그 분쇄기를 넘어서 다른 공장 라인들도 살펴봤다.

그때 진욱의 눈에 들어온 것이 하나 있었다.

“어, 상어?”

아까 그 상어를 식품으로 만든다고 이야기를 하더니 정말 공장 내에서 직원들이 그것을 토막토막 내고 있었다.

상어 살을 주사위 같은 정육면체 모양으로 잘라내고 그것을 급속 냉동처리 하면서 비닐팩에 포장시키는 공정.

그리고 그 옆에서 남은 잡육들은 뼈채로 들어가서 다시 어분의 재료가 된다.

그때 진욱의 머릿속에 번득이는 생각이 들었다.

“잠깐만··· 이거 어쩌면···.”

진욱은 바로 달려가 박 사장을 불렀다.

“사장님, 여쭤볼 게 하나 있습니다.”

“어데?”

“그, 저쪽 공정을 보니 사장님 말대로 상어를 분해해서 생산하고 있던데, 뼈채로 들어가는거 맞습니까?”

“어, 글치. 상어는 물렁뼈라서 그대로 갈아도 되거든.”

“네, 물렁뼈요. 그러니까 연골!”

상어 연골은 칼슘과 인이 풍부해서 그것만 따로 제약회사의 영양제 납품용으로 많이 쓰였다.

하지만 그건 상어중에서도 특정 종이나 가능한거지, 일반적으로는 그냥 분쇄기 행이었다.

그리고 진욱은 그렇게 소비되는 것을 보고서 자신이 떠올린 것을 위해 바로 박 사장에게 요청했다.

“사장님, 그 어분 말고요. 상어 연골만 빼서 따로 파실수 있습니까?”

“뭐? 상어뼈를? 와?”

그때 상만도 나서서 거들었다.

“아, 말하지 않았나? 아들 녀석이 뼈 훈연해서 그 수제간식이라고 만들어서 팔거든.”

“그런 건 돼지나 소뼈 아닌교?”

“네, 그래서 혹시나 싶어서 한번 써보려고 합니다. 상어뼈 납품 가능한가요?”

“그게 뭐 어렵다고~”

원래는 아성사료에서 아버지 일을 도우러 왔는데 생각지도 못한 아이디어를 캐치해낸 진욱이었다.

그리고 바로 전화를 해서 수의대 선배에게 연락을 하며 다음 신제품 만들거라고 먼저 알렸다.

오리뼈 간식 다음에는 상어뼈 간식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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