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개밥 공장의 천재 아들-30화 (30/200)

30- 연말 잘 준비했는데...

아성이라는 이름으로 저축은행이 생기고, 거기에 새 공장 부지를 앞두고서 또 하나의 일이 생겼다.

“그게 무슨 소리야? 공장 부지 정해놨는데, 공사를 미뤄 달라니?”

“저, 사장님. 그게 말입니다.”

회사 내에서는 상만에게 ‘숙부’가 아닌 ‘사장님’이라고 공과 사를 지켜서 말해주는 진성.

그리고 진욱도 그 옆에서 듣고 있으면서 어쩐 이유인지 진성의 다음 이야기를 기다렸다.

“사장님, 지금 저희 아버지가 건설사 인수도 생각하고 계십니다.”

“뭐? 형님이 저축은행 말고 건설까지?”

‘아이고~ 그 양반 제대로 하려나보네.’

저축은행 인수만 하더라도 웬만한 사업가가 손대기 힘들었을텐데, 그것을 가지고 추가로 건설사까지 인수한다면 수천억이 오갈 것이다.

“어이구, 감당 되겠나?”

“이번에 미국발 경제위기 때문에 건설사들이 줄도산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는 코스닥 상장의 건설사들 역시도 매각대상에 많이 올라왔습니다.”

“그래, 그건 알지.”

“건설사 인수가 확정되고 상록 제 2공단 공장은 내년에 짓는게 어떻냐고 하시는데 괜찮겠습니까?”

상만은 순간 진욱을 바라봤고, 나쁠건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올해도 1달 겨우 조금 더 남았을 뿐이었다.

“뭐, 그런 일이 있다면야 나야 조금 기다리지.”

“감사합니다.”

“대신 우리 그 저축은행에 예금 다 넣은 것 잊지 마? 다음 분기 융자 부거래 은행으로 쓸 거니까.”

“네, 제가 잘 말씀드리겠습니다.”

진성이 그 말을 한 뒤로 회의실에서 나가자 진욱은 조용히 아버지에게 말했다.

“그동안에 사료생산 건은 어떻게 됐죠?”

“말도 마라. 쉴 틈이 없어!”

원래 대량 수주를 받았을때는 저녁 6시 퇴근을 넘어서 간간이 2-3시간 야근도 하고, 그런 경우는 있었지만 지금은 그 작업량을 아득히 넘었다.

곧 완공될 증축 공사 이후로 당장에 컨베어 작업 설치해서 주/야 2교대로 돌려서 겨우 물량을 받아낼 때였다.

그것도 모자라서 인근의 다른 공장 하청까지 줘서 맞추고 있는 배합사료.

덕분에 그동안 개사료와 고양이, 닭사료 물량 라인의 직원들까지 모두 동원하게 되었고, 추가 인원의 필요성이 절실했다.

“저번에 아버지가 말하신 상록시 청년일자리센터 건이에요.”

“아, 그래?”

황급히 관련 서류를 받아들고서 하나하나 읽어보는 상만.

그는 그것을 보고서 눈이 점점 커졌다.

“아웃소싱 없이 전부 직계약이냐?”

“상록시 일자리센터에서 요청한거고, 저희도 여기서 그런 인력 사무소 낄 필요가 있나요?”

“야, 하지만 인건비가···.”

“그거 몇 푼 아끼면, 지금 국가직 부처에 상 받은거 말짱 도루묵 됩니다.”

“이놈아! 아무리 그래도 몇 푼이라니?”

공장 운영하는 중소기업 사장들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것이 직원 고용해서 월급주는건데, 그것을 두고 몇푼 운운 한 진욱을 향해 한 마디 하자 그가 다시 뭔가를 꺼냈다.

“이게 뭐야?”

“상록시 중소기업 정책안이요.”

“그건 중기청에서.”

“국가직하고 지자체의 지원은 따블로 받을 수 있죠. 이번에 시의회에서 새로 올라온 지원책이래요.”

진욱은 그것을 보이면서 이 일대에서 공장 운영하는 시스템과 지자체의 돌아가는 스타일을 모두 알고 있었다.

그리하여 10명을 고용하면 5명분의 월급을 보조해주는 공제 방식의 지자체 지원책.

그리고 상록시 산하의 일자리지원센터를 통해 입사하면 받을 수 있는 청년저축금액 제도까지 모두 준비했다.

“이렇게 해서 이쪽에서 1차로 들여주는 것을 저희가 쓸 수 있거든요.”

“아··· 이걸 직접 가서 알아왔어?”

“새로운 공고가 올라왔길래 바로 가 봤죠.”

상만은 그 이야기를 듣고서 입이 떡 벌어졌다.

자신이 이제껏 공무원들 상대로 기름칠 하랴, 경조사 참여하랴 이러면서 쌓아온 인맥이었는데 아들녀석은 그런 것 없이 한술 더 뜨고 있었다.

물론 그 이면에는 진욱이 ‘좀 더 지원책이 많은 시흥이나 아예 수도권 총량제에 속하지 않는 충남쪽으로 옮길수도 있다’ 는 이야기를 넌지시 던졌고, 실제로 아성저축은행 인수 이후 공업부지 여기저기 인수하는 것을 알리자 더 빨리 움직인 감도 있었다.

“일단 알았다. 그럼 이번에는 네 말대로 인력사무소 업체 없이 직접 계약으로 사람들 고용해야겠다.”

“아, 그리고 두 가지 더 있어요.”

“뭔데? 어서 말해봐라.”

진욱은 가방을 열어서 아예 가져온 것들을 다 보여줬다.

“이건 상록시 내에서 시니어 분들의 미니잡 사업인데요.”

“시니어 미니잡?”

“근로시간이 주당 15시간 이하의 소일거리를 두고 말하는거예요.”

공무원 사회에서도 정규 공채의 일반직말고, ‘시간선택제 공무원’이라는 제도가 있었다.

주 30시간 이내만 일을 하고, 공무원 연금대신 일반연금을 받는다는 것 외에는 같은 일을 하지만 적은 업무량을 가진 임기제 공무원들이었다.

“이렇게 하면 정규 시급에서 조금만 반올림 해서 적은 시간 내에 고용할 수 있어요.”

“이것도 상록시에서 요청한거냐?”

“지난번 수제간식 공방에서 취업률이 올라갔다고 한 번 더 부탁했네요.”

“그래 좋다! 이것도 오케이!”

어차피 주 15시간 내라면 그렇게까지 큰 인건비도 아니다.

게다가 저 사람들은 말 그대로 오랜시간 일 못하면서 소일거리 찾는 중/노년층.

누구는 요양보호사를 하고, 누구는 사회복지 물품 배송, 누구는 캔들이나 비누 공방이고, 거기서 아성사료도 포함된 것이다.

“이것도 지원금하고, 지자체 내 지역 언론 홍보가 되는 시 내의 사업이라니까 하려고요.”

“거 참, 많이도 준비했다.”

진짜 혼자서 여러개의 일을 한꺼번에 처리하면서 기가막히게 회사 내 재정 운용을 하고 있는 진욱을 보면서 자기 아들이지만, 이제는 무서울 정도였다.

“그럼 이것도 오케이라 치고, 마지막은 뭐냐?”

“식당 개선이요.”

“뭐?”

뜬금없이 식당 개선을 해 달라는 말에 진욱은 저번에 조달청 동물원 사료 입찰금액으로 지은 구내식당을 가리키며 말했다.

“케터링 업체 어디인지 몰라도 점점 더 맛이 없어지고 있어요. 아버지는 못 느끼셨어요?”

“글세, 나는 그냥 주는대로 먹는데?”

“에이~ 그렇게 고기 좋아하시는 분이··· 1주일 동안 코다리랑 감자조림에 물햄 넣은거 보시고요?”

“···.”

확실히 요새 케터링 업체에서 고기 비율이 줄긴 했다.

자고로 생산직은 밥심이 중요하다고 하고,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것 중에서는 식사 문제가 있었는데 이게 갑자기 또 안 좋아지니 캐치한 진욱이 바로 건의한 것이었다.

“업체 바꾼다고 제가 이야기를 따로 해 둘까요?”

“아니다! 그건 내가 할게. 그래도 나이좀 있는 사람들인데, 네가 가서 그랬다가는 뭐라고 또 수군거릴라.”

“1주일에 한 번은 제육볶음 필수로 넣어달라고 하시고요. 정 안되면 반찬가게라도 바꾼다고 하세요.”

“그래, 고기 잔뜩 좀 넣으라고 이야기할게.”

그렇게 아버지에게 세 가지를 건의한 진욱은 빠른 결제를 부탁했다.

이야기를 다 마친뒤로 회의실에 온 진욱은 자리에 앉아서 분주하게 사무직 일을 하고 있었다.

“진욱씨! 지난번 어분 매입건 서류 어디있어요?”

“아, 그거 제 컴퓨터에 있는거 파일 보낼게요.”

“네, 확인해 볼게요.”

자재관리를 하는 유 과장이 연어 배합사료의 주 재료인 어분에 관한 거래 내역서를 요청하자 바로 보냈다.

“하 과장님! 구매 전표요. 저번달게 없는데 혹시 가지고 계신가요?”

“아~ 그거 그때 결제한거 상태 불량으로 반품하고 다시 구매한거 때문에 계산 꼬여서 엑셀로 다시 만들고 있어요. 기존 자료 파기하고, 다시 작성해서 보내드릴게요.”

“네, 알겠습니다.”

이제는 한 직급 오른 이 대리는 진욱이 상황설명을 해주자 고개를 끄덕이면서 일을 시작했다.

“이봐, 하 과장. 중기청에서 공문 올라온 거 청년사원 융자건 뭐야?”

“아, 그거요? 제가 뽑을게요.”

진욱은 곧바로 프린터실로 향해서 출력된 서류를 뽑고, 그 자리에서 코팅까지 한 다음에 파일철에 껴서 김 부장에게 보냈다.

“이거 사장님하고 이야기 한 건데요. 중기청에서 만 32세 이하 직원들 24개월 이상 근무하면 인건비 환급해준다는 내용이에요. 추가로 중소기업은행에서 이걸로 회사 융자 가능하다고 합니다.”

“아~ 저번 중기청에서 말한게 이거구만.”

정부 지원책을 통한 보증으로 융자까지 빵빵하게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니 사내 현금이 쌓이면서 적절하게 자금 운용이 잘 흐르는 상황이 되었다.

진욱은 그것에 대해서도 김 부장에게 알린 다음 추가로 조달청을 통한 입찰 공고가 뭐 또 없나 찾아봤다.

“흐음, 연말이라고 불경기인가?”

소규모로 농협하고 같이 우제목 사료 위탁생산 건이 있는데, 규모도 작으면서 크게 돈이 안 됐다.

당장에 기계 가동해야 한다면 낼름 받아먹었겠지만, 지금의 완전 가동 상태를 생각하면 이건 아웃.

그래서 다른 쪽을 찾아봐도 그동안 잘 써먹었던 조달청 입찰에 대해 재미 볼 만한 게 없었다.

일단 아성사료에 대한 입찰과 생산라인 관리는 오늘 작성할 서류들 다 완성하기로 하고, 그 다음은 옆 공장의 수제 간식 라인 일도 좀 해 보기로 했다.

하지만 너무 일을 순탄대로 풀어서일까?

생각지도 않았던 일이 벌어져 아성사료에 폭탄이 떨어지게 되었다.

***

“나 이거 원~ 어쩌자고 이런 일이 생긴거야?”

“당장에 수입 길도 막히고··· 이거 진짜 큰일 아닙니까?”

2008년 한 해를 마치고 기분좋게 내년을 준비하려는 찰나 아성사료에 엄청난 악재가 일어났다.

조류독감.

‘젠장할! 분명 2008년엔 이거 없었다고!’

역사가 바뀌기라도 한 건지 전북 양계농장에서 시작된 조류독감은 전남까지 퍼지고, 이후로 전국의 중간유통 상인들을 통해 퍼지게 되어 그야말로 전국민의 초비상사태가 되었다.

“가금류만 600만 마리 살처분한다고 합니다.”

“어후··· 그게 돈이 얼마야.”

닭, 오리, 칠면조, 메추리 할 것 없이 조류독감 쇼크로 인해 단 한 마리라도 확진이 된다면 그 일대 새들을 전부 파묻어버려야했다.

“일단 어분 확보는 됐고, 육골분은 얼마나 되는데?”

상만의 물음에 유과장이 답했다.

“일단 가공 육골분은 그래도 챙겨놨습니다만, 문제는 뼈입니다.” “쯧··· 진욱아. 이건 진짜 어쩔수가 없다.”

비공식적으로나 공식적으로나 아성펫푸드는 진욱이 따로 경영하고 있지만, 사실상 아성사료의 산하에 있는 곳이었다.

그중에서 가장 매출이 잘나가는 수제 뼈간식으로 오리뼈가 제일인데, 그 매상의 타격이 너무 컸다.

게다가 조류독감이나 구제역같은 가축 전염병 특성상 한 번 저렇게 대규모로 살처분을 하면 수입산 오는데까지 시간도 걸리고, 당장에 원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아서 사람 먹을 것도 부족한 상황이 되었다.

“일단은··· 오리목뼈 간식은 기존에 있는 것만 하고서 일시 단종을 준비해야겠죠.”

매출에 엄청난 타격이 있을거다.

아성사료 사람들도 상만을 포함해서 도와주고 싶지만, 당장에 방법이 없는 상황이었다.

진욱은 그 상황에서 길을 찾아야 한다.

‘일단 조류는 아웃··· 그리고 돼지뼈랑 소뼈 말고 수제간식으로 할 수 있는 재료를 찾아봐야겠어.’

저비용 고효율의 사료용 뼈, 그러면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재료가 뭐가 있을지··· 진욱은 두뇌를 풀 가동해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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