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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밥 공장의 천재 아들-29화 (29/200)

29- 아성사료나 아성그룹이냐?

너무 뜻밖의 제안이라서 상만은 술이 확 깼다.

애초에 얼마 안 마셨던 진욱은 또렷한 정신으로 큰아버지 일가가 하는 말의 저의를 분석했다.

‘처음부터 돈 굴리는 거 외에 개인사업 관심 없다고 하더니··· 사촌형 통해서 간을 본 건가?’

진욱은 상규와 진성을 번갈아 보면서 생각했다.

만약 여기서 공장 증설하고, 투자를 더 해줄테니 아성사료 소유권을 원한다고 하면 거절할 것이다.

결국은 자신들이 기껏 키워놨는데, 돈으로 큰아버지 일가가 사가고 이제야 차지한다는 뜻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건 아닌 것 같았다.

정말 그럴 계획이었으면, 번거롭게 진성을 통해 보내지도 않았을테고 기존에 가진 재산으로 사들였겠지.

하지만 그건 아닌 것 같고 공장부지 무상으로 제공해주겠다는 건 뭔가 이유가 있는 것 같았다.

“왜 그렇게 말이 없어? 너무 황송해?”

“하, 하하··· 형님이 이런 제안을 갑자기 하시니 당황스럽군요.”

“별··· 내가 얼마나 착한 사람인데?”

그동안 이야기만 들어보면 굉장한 꼰대이고, 꽉 막힌 답답한 사람에 여기저기 돈을 뿌리는 경박한 배금주의에 친척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그렇게 말을 막 해도 막상 마지막에는 도와준다는 것이 이 집안의 특징이었다.

“왜 사람 말을 못 믿냐? 그래서 싫다 이거야?”

“하하, 형님, 그런 말씀이 아니라···.”

“그럼 이 자리에서 그냥 계약서 하나 써.”

그러자 진욱이 나섰다.

“큰아버지, 죄송한 이야기지만 지금 아버지가 많이 취하셔서요.”

“뭐?”

“회식하고 여기서도 드셔서 좀 취기가 있으십니다.”

대화에 끼어들어 말하는 조카 진욱을 보고서 상규는 잠시 말이 없다가 피식 웃었다.

“저것도 이제 늙었구만, 이 정도에 벌써 취하고 말이야.”

“아이고, 죄송합니다. 형님. 이 동생이 술이 좀 약해서요.”

진욱이 말하니 괜찮아도 일부러 약간 취한 척을 하는 상만.

그리고 느긋한 진욱을 보고서 진성과 상규는 대화를 그와 하려고 했다.

“그럼 이 놈이야 알딸딸한 상태로 두고 너한테 말할테니 내일 알려라.”

“네, 그럴게요.”

이렇게까지 말하는 걸 보니까 진짜로 오늘 안에 처리를 하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이번에 미국 펀드 리버스해서 꽤 많이 벌었어.”

“네, 저도 그때 진성이형이랑 같이 투자했습니다.”

“얼마 벌었는데?”

“30억 현금으로 담아놨어요.”

“오, 제법 벌었네?”

재정 관리를 아들에게 맡겼다고 하는데, 분명 그건 그냥 하는 말일거고 뒤로 또 엄청 챙겼을 것이다.

괜히 상록 최고의 유지라고 불리겠는가? 이거저거 다 털면 준 재벌 이상의 돈을 가지고 있다는 상만 일가의 이야기에 진욱은 그들을 살살 긁었다.

“이번에 아성사료 공장을 늘리면서 제가 진성이형하고 같이 동업하는 것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그래, 그래서 좀 더 도와주려는거다.”

“어떤 식으로 말이죠?”

“나 이번에 사업 다시 하려고 한다.”

“!”

진욱은 그 말을 듣고서 역시 단순히 땅이나 주식투자로 끝낼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지난날 동네 건달들하고 엮여서 전부 접었다고 하지만, 이런 과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계속 뒤에서 서포트를 하지 않는다.

어떤 식으로든 전면에 나서고 싶어하고, 지금은 상록시 내에서 하상규보다 사업가 하상만이 더 이름이 오르내리니까 그것 때문에 이러는 것일거다.

“무슨 사업을 생각하시는 건지 제가 전해드리겠습니다.”

“땅이랑 돈 막 굴릴수 있는 회사.”

“그런 곳이라면 금융권이겠군요.”

“금융? 흐음, 생각은 하고 있는데 말이야. 내가 사채놀이 같은거 할

생각은 없거든.”

그 순간 진성은 조용히 기침을 했다.

진욱이 그를 볼 때 진성은 진욱만 보라는 듯이 책상 밑으로 손가락을 두 개 펼쳤다.

“!?”

진욱은 ‘2’라는 것으로 뭐를 떠올릴 수 있을지 생각하다가 금융이란 단어에서 힌트를 찾았다.

“혹시··· 2금융권 생각하세요?”

“음? 뭐, 쓸만한데가 있다면 고려는 하겠는데···.”

그러자 진욱은 바로 무슨 상황인지 알수 있었고, 한 번 더 알아보기 위해 슬쩍 떠 봤다.

“혹시 ‘아성’이란 이름을 쓰시려는 건가요?”

“하하핫, 글쎄다?”

그 상황이 되자 진성은 다시 한 번 던졌다.

“아버지 이름으로 쓰려고 했는데, 어감이 안 좋으시다고 하시더라고.”

“그런걸 뭐하러 이야기 하냐?”

진욱은 이제야 알 것 같아서 말했다.

“상규그룹 보다는 아성그룹이란 이름이 더 좋겠네요.”

“이놈이 어디 어른 이름을 함부로···.”

순간 손을 올린 상만이지만, 진짜 휘두르진 않고 장난으로 하는 게 딱 보였다.

그리고 이 상황에서 진욱은 계속 대화를 이어가면서 아버지를 챙겼다.

“일단 상만이 깨어나면 네가 이야기 해라. 아성이란 이름 써도 되냐고 하고, 내가 그걸로 다른 회사 좀 인수해서 사업 좀 하고 싶다고.”

“예를 들면 네이밍 브랜드를 사용하신다는 거죠?”

“네이밍 뭐?”

“이름 저작권이요.”

“쯧-”

그렇다고 말하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쉽게 응답하지 않는 상규.

하지만 이렇게 진짜 이유를 알고 싶으니 이걸로 협상을 하려고 하는 진욱이었다.

“네이밍 브랜드 사용 조건으로 공장 부지를 주신다면 저희는 그걸로 새로운 생산 라인을 만들고 사료 사업을 더 성장시킬수 있을 겁니다.”

“으으음.”

“그리고 큰아버지는 회장님 소리 들으시면서, 아성그룹의 회장이 되실 수 있고요. 안 그렇습니까?”

“회장 같은 거창한 것 까지는 아니고···.”

“에이, 그래도 집안의 큰 어르신이고 아성이란 이름으로 그룹을 만든다면 2대 회장 하셔야죠.”

“뭐야? 2대?”

순간 미간이 찌푸러든 상규를 향해 진욱은 태연하게 말했다.

“초대는 당연히 아시아합성사료를 창업하신 할아버지 아닙니까?”

“어, 어?! ···하하하하하!!!!”

순간 발끈했다가 미친 듯이 웃는 상규, 그리고는 손가락으로 진욱을 가리켰다.

“이놈 말하는 것 좀 봐. 으하하하하!!!”

그리고는 30년 위스키를 거침 없이 새로 따고서 진욱에게 한 잔 넉넉하게 따라줬다.

“내일 상만이 깨면 제대로 알려라. 정 싫다면 없던일이 되겠지만 말이지.”

“네, 제가 꼭 전해드리고, 저도 이거 먹으면 술자리에 기억 못할 것 같습니다.”

“얘기 다 끝났어. 이 녀석아!”

껄껄 웃는 상규를 보고서 이제는 진짜 편한 술자리를 가질 수 있을 것 같았다.

진욱이 평소에 술을 잘 마시진 않지만, 이런 비싼건 같이 어울리면서 자리에 있어야 한다.

그렇게 큰집에서 귀한 대접을 받고 대리기사 한 번 더 불러서 집으로 돌아갈 때였다.

“상규형님이··· 아성 이름 노린다는 거냐?”

“취해서 잘 못들으셨다면서요?”

“니가 한 말이잖아?”

상만이 피식 웃으면서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난감한 상황이었는데, 아들 녀석이 적당하게 잘 꾸며줬고, 덕분에 취한척 하면서 귀로 그 이야기들 잘 들어줬다.

“아무리 형이라지만 진짜 나랑 생각하는게 달라.”

“근데 이번에 알았네요. 큰아버지가 정말 물욕뿐만 아니라 명성에 대한 욕심도 크시다는게요.”

“그 양반은 욕심으로 그렇게 살아온 거니까.”

‘그런 분일수록 손바닥 비비며 큰 자리 하나 맡기면 그냥 좋아서 지갑 여십니다.’라는 말을 하고 싶은 진욱이었지만, 그래도 친척 관계에 귀한 쩐주이시니 말을 아꼈다.

‘큰집이 대충 재산 3~4천억은 자본금으로 쓸 테고, 진짜 저축은행이나 동네 부동산 법인 인수하거나 만들면 그것들을 다 합쳐서 아성그룹이라고 하는거지?’

어쩌면 중소기업법 지나서 3년 안에 상장이 아니라 그 시간 안에 중견기업까지 확 오를 수도 있었다.

현재 알짜 강소기업으로 지정되서 그 이름값을 메이저 언론사에 톡톡히 알렸는데, 그게 욕심이 났나보다.

그리고 진욱은 이 상황에 대해서 이미 계산이 끝나있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아성사료의 사장은 아버지, 그래서 한번 슬쩍 물어봤다.

“그래서 어떻게 하실 건데요?”

“이름 같이 대주고 공장용지 증여라면 땡큐지. 못할게 뭐 있어?”

“하시게요?”

“물론 법적인 계약서는 써야지. 아까 네가 네이밍 브랜드 사용료라고 했냐?”

“네, 대충 그걸로 엮어서 계약을 만들면 딱히 증여세 문제는 없을 거고요.”

“진짜 머리 하나는 잘 돌아간다니까.”

아무리 형제끼리라도 거래는 거래.

큰아버지 상규가 아버지인 상만에게 공장용지를 무상으로 준다고 해도 그건 금액상 1억 이하는 10% 증여세로 뗀다.

그리고 5억이 넘어가는 순간 누진공제까지 된다.

하지만 ‘아성’이란 이름을 가지고 네이밍 브랜드 ‘거래’로 한다면 이야기가 다를거다.

어디까지나 형제끼리 동업 비즈니스를 하면서 제의한 금액을 내는 거니 말이다.

이것도 아성사료의 규모가 좀 더 컸다면 내부거래 의혹으로 조사가 되겠지만, 다행이도 중기청이 인증한 중소기업법 내에서 규제가 없는 시스템이라 한다면 지금 해야 한다.

“콕 찝어서 부동산이랑 돈 대주는거 이야기 하신거 보면 2금융권인데, 저축은행 괜찮은게 있나요?”

“상록에 있는 상록저축은행. 거기에 큰아버지가 초창기에 300억 투자했었어.”

“다 계획이 있으신 분이었구만.”

진욱은 그 상황에서 미소를 지으면서 집안 전체의 성장이 머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잘하면 저번에 말했던 큰누나도 부르고 작은누나 사업도 합쳐서 진짜 그 산하로 들어가게해서 종합 기업집단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

얼마 후 큰아버지 일가에서 정식으로 아성사료 이사로써 출근한 진성이 진욱 대신 공장을 매일같이 누비면서 아버지와 뭔가 조율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1주일에 몇 번 못 오고 자택 근무를 하고 있지만, 진욱은 실시간으로 그 정보를 계속 들으면서 아버지를 위해 끊임없이 유리한 위치의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이런 기업 시스템 돌아가는 게 진욱 입장에서는 FM적으로 법과 제도에 대한걸 너무 잘 아는 영역이었다.

그렇게 상록에 있는 호텔에서 대규모 인수합병이 일어났다.

[상록저축은행 인수합병 체결식.]

큰아버지는 예상했던대로, 지역에서 가장 큰 상호신용금고인 상록저축은행을 인수했고, ‘아성저축은행’이라는 이름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거기에 따라서 아성사료 사장인 아버지와 함께 협의해서 ‘아성’이라는 이름으로 네이밍 브랜드 사업 거래 역시도 순조롭게 끝냈다.

“형님이 알짜배기 땅을 주셨어.”

“지금 공장에서 멀어요?”

“좀 멀지. 하지만, 거기가 도 내 개발 준비 지역이거든.”

“!?”

지방 자치단체에서 개발을 앞두고 있다는 공업용지.

경기도에서 공단이 유명한 상록시와 그 일대 시흥, 화성까지 합쳐서 ‘수도권 공장 총량제’를 약간 완화라고 제2 서해안 공단을 만드는데 그 근처의 땅이라고 한다.

어차피 용도는 공업단지인데다가, 아성사료 입장에선 그걸 무리하게 용도변경 신청해서 바꿀리도 없는 곳이었다.

“그렇게 해서~ 지금 공장에 확장한 부분, 네가 써라.”

“네?”

“이번에 협상 잘 해줬잖냐? 네 그 말린사료랑 습식사료 만드는거 더 쓰라고. 인원 보충도 더 해줄테니까.”

협상에서 시종일관 우위를 정하면서 많은 것을 받아올 수 있게 도와준 아들에게 주는 아버지의 보너스였다.

그리고 진욱은 이 상황에서 더욱 입이 귀에 걸렸다.

“그럼 정말로 감사히 쓰겠습니다.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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