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개밥 공장의 천재 아들-26화 (26/200)

26- 이번엔 물고기다!

진욱은 곧바로 동해수산연구소 연어양식 양어장 사료 납품 사업에 입찰했다.

이번 입찰은 각각 같은 크기의 연어 중간 치어를 두고서 테스트를 한 다음 성장한 연어를 도축하여서 고기의 품질, 그리고 주변 환경과 단가를 고려해서 결정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그렇기에 구)해양수산부가 농림수산식품부 산하에 있으면서 사료협회의 관련 정보를 들을 수 있어서 아버지가 많은 것을 알아올 수 있었다.

“지금 연어 구해서 테스트가 가능할까?”

“힘들겁니다. 생연어는 얼마든지 구할수 있지만··· 그거 역시도 산채로는 불가능할거에요.”

김 부장은 회의중에서 이번 사업에 문제점에 대해서 말했다.

“그 왜··· 노래도 있잖아요. ‘흐르는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처럼~’ 이렇게 연어는 강에서 자라 바다로 가서 강으로 돌아오는 생선 아닙니까?”

“그렇지.”

“그걸 이제 농림수산부가 한다는 거잖아요?”

그러자 진욱이 말했다.

“이미 60년대 이후로 유럽은 양식에 성공했어요. 그래서 우리나라 대다수에서도 연어를 그곳에서 들여왔잖아요?”

“그렇지. 그래서 그것들을 냉동해서 가져오는게 지금의 수입산이야.”

“하긴···.”

살아있는 생연어를 데려오기에 힘든 이유는 일단 환경부와 농림수산부 사이의 일이었다.

현재 다양한 종류의 연어중 대서양연어 한 종만 들여올수 있는것도 환경부에서 외래종 유해성 논란 때문이었다.

월남붕어 블루길이 그랬고, 큰입우럭이라 불리는 배스도 있으며, 황소개구리는 그 폐해에 대해 말하면 입 아팠다.

그건 연어도 마찬가지였다.

즉 실험하려면 일단 치어가 필요한데, 그걸 구하려면 일단 계약을 뚫어야 한다.

“참, 나. 뭐 이런 입찰이 다 있냐? 개나 고양이면 그냥 먹여보고 선호도를 정하겠는데.”

상만은 머리를 부여잡으면서 어렵게 생겼다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 와중에 유과장은 현재 준비한 배합사료 공식을 보고 물었다.

“그럼 이건 어떻게 합니까? 이대로 만들고 입찰 통과될때까지 기다릴끼요?”

그 상황에서 진욱은 조용히 말했다.

“일단 만들어 주세요. 그리고 이걸 가지고 쓸 데가 있어요.”

“쓸 데?”

“일단 연어과면 되겠죠.”

“···?”

진욱은 그 상황에서 아버지의 인맥 리스트에 ‘그쪽’이 있길 바랬다.

***

얼마 후 경기도 이천시에 도착한 진욱과 상만 부자.

그들이 도착한 곳은 수많은 물고기들과 비린내가 가득한 양어장이었다.

“아이고, 하 사장님! 오랜만이유?”

“김 사장. 별 일 없었죠?”

이천에 있는 양어장에 도착한 진욱은 아버지가 추천해준 사장님을 만나고서 처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하진욱이라고 합니다.”

“아, 이분이 그 아드님이구만!”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생선 장수 아저씨라고? 하하하!”

본인을 생선장수라고 소개한 김 사장은 2만평 일대의 양어장과 유료 낚시터를 운영하는 이천의 큰 손 중 하나였다.

상만과는 과거 사료협회에서 만난 인연으로, 술친구를 하면서 각각 관련 일을 하고 있었다.

엄청난 규모였지만, 사무실은 단촐한 조립식 건물이었고, 그 안에 들어가자 가죽 소파와 함께 철제 테이블이 있는 전형적인 야전의 분위기였다.

탁-

서류와 편지 뭉치를 대충 테이블에 던지고 앉으라고 안내한 김 사장은 커피를 타면서 물었다.

“그래서 얼마나 팔려고 가져왔는데? 신제품 홍보라고는 들었지만.”

“일단은 샘플만 가져왔습니다.”

“호오~ 누가 만들었는데요?”

“누구긴 누구겠어? 우리 아들이지.”

상만이 진욱을 가르치자 그는 조용히 인사했고, 김 사장은 놀란 눈치였다.

“아니 서울대 나온 자랑스러운 아들이라 하시더니··· 그쪽 전공이에요?”

“아니요. 사학과 출신입니다.”

“허, 그러면 그냥 만든거?”

“김 사장님. 요새 TV에 나오는 얌푸드 있잖아요. 그것도 얘가 만든 겁니다.”

“아이고~ 손재주가 있네?”

진욱은 조용히 자신이 만든 샘플의 배합사료를 내밀었다.

김 사장은 독특한 냄새가 나는 사료를 받아들고 일단 내부에 있는 성분표를 분석하고 있었다.

“일단 배합사료 특허도 낸 제품이고, 이번에 동해수산원 야익 사료 입찰에 쓰려고 합니다.”

“그거 연어 아니었소?”

“연어를 바로 못구해서 여기로 온  겁니다.”

“허어~ 그것 참···. 일단 같이 가 봅시다.”

김 사장은 진욱이 만든 샘플 사료를 받아들고 양어장 쪽으로 향했다.

물비린내가 확 나고 축축한 콘크리트 길을 걸어가는데, 근처에 야생 개구리가 뛰어다니는게 보일 정도였다.

그리고 물때가 낀 PVC 수조 속에서 있는 치어들이 사료를 테스트 할 준비로 기다리고 있었다.

연어가 아닌 연어목의 ‘무지개송어’지만 말이다.

“일본에서 이거 들여오고 진짜 짭짤했죠.”

“그러니까 지금은 연어까지 한다는데, 김 사장은 생각 있어?”

“동해안쪽 양반들만 노난 거지. 이쪽까지 오겠소? 분명 바다 끼고 쓰는 수산업자들 위주로 돌릴텐데.”

상만과 김 사장의 이야기를 듣고서 진욱은 민물고기 양어장 사람들 전용 사료도 따로 만들기로 다짐했다.

일단은 연어목 류의 사료지만, 이후 가물치나 쏘가리, 잉어, 메기 양식장 등도 많이 있으니 그들도 뭉치면 상당한 수익이 될 거다.

“일단 여기에 실험을 해 볼게. 괜찮으면 입찰 못해도 내가 이거 사고.”

“아이고~ 입찰 되면 염가로 넘겨줄테니까 그런 소리 하지 마셔!”

상만은 양어장에서 진욱이 만든 배합사료를 먹고 있는 무지개송어 치어 무리를 보고 있었다.

생각보다 잘 먹었고, 금방 물에 풀풀리면서 어분 생사료 특유의 비린내도 확 줄어들었다.

“일단은 그쪽에서 요청하는 어분 50%이상에 오메가3, 비타민 등에는 모두 충족해요.”

“문제는 이게 먹히냐는 건데.”

그러자 김 사장은 느긋한 얼굴로 말했다.

“2주 있다와 봐. 내가 한쪽에는 똑같이 어분 줘보고, 다른 쪽하고 비교해 볼 테니까.”

“아이고, 내 이 신세 절대 안 잊겠수!”

상만이 김 사장과 악수를 할 때, 진욱은 잠시 그에게 물었다.

“저기 사장님?”

“음?”

“실례가 안 된다면··· 저는 좀 자주 와도 될까요?”

“뭐라?”

“저희가 이번에 아성사료 공장을 늘이면서 수산물 사료도 준비하고 있는데요. 그러려면 이쪽도 잘 알아야 할 것 같아서요.”

“으으음.”

“청소부터 사료 주는 것 까지 다 해보겠습니다.”

“임마, 너 학교는?”

“공강 있을때마다 낮에 올게요. 아, 물론 저녁에는 아성사료 관련으로 자택 근무 할 겁니다.”

하루 세 곳도 빡센데 양어장 견학까지 네 곳을 하겠다는 진욱의 말에 ‘저 놈 진짜 괜찮나?’ 염려하는 상만.

하지만 김 사장은 그런 친구 아들이 꽤 패기 있게 보였나보다.

“하하하! 이 녀석 진짜 맘에 드네? 하 사장님. 어떻게 이 놈 견학거리 시켜도 되겠소?”

“아니, 뭐 김 사장 일에 방해만 안 된다면···.”

“방해랄게 뭐 있어? 그렇지 않아도 알바 몇 놈 그만둬서 인근에 인력사무소 통해서 애들 뽑아야 하는데.”

“1주일에 몇 번 못 올수 없습니다. 그래도 괜찮을가요?”

“인턴이라 치지 뭐. 대신 일당은 별로 못 준다?”

“네, 그 정도야 뭐···.”

그렇게 진욱은 2중 3중으로 바쁘게 보냈다.

아버지가 사준 BMW 세단이 참으로 분주하게 돌아다니게 됐다.

서울 신림동에서 수업을 받고, 사당동 펫푸드 샵을 들린 이후, 상록에서 공장 라인 가동하는 것과, 식약청 인증 처리 문제 서류 해결.

그 다음 상록에서 이천까지 외곽도로 타고 70km되는 거리를 달려 저녁에 대략적으로 청소를 하고, 양어장 시스템을 확인하면서 견습으로 일했다.

그리고 김 사장이 제공해준 양어장 숙소에서 쉰 다음 아침 일찍 일어나 다시 서울로 향했다.

이런 강행군은 그 옛날 진욱이 산업은행하고 파산 위기의 기업 합동조사단 시절을 했을 때를 떠올리게 했다.

그에게 있어선 좋좋소 기업의 야근보다도 훨씬 더 빡세게 움직였던 사무관 시절의 일처리를 이제야 좀 따라가는 것 같았다.

“와~ 완전 삐까번쩍하네?”

김 사장은 깨끗해진 양어장을 보고서 혀를 내둘렀다.

“이걸 혼자 다했어?”

“제가 더러운 꼴을 못 봐서요.”

상만의 아성사료 공장도 그랬듯이 김 사장의 양어장도 확 치워 버린 다음에 개구리나 벌레들이 꼬이던 곳을 전부 손봐서 천막으로 확 막아버렸다.

“일당 제대로 쳐줘야겠네.”

“일당 보다 더 중요한게 있죠.”

“···.”

그 말에 김 사장은 피식 웃으면서 진욱의 어깨를 토닥였다.

“그래, 그거 식약청 인증 받는대로 내가 그 사료 다 살게!”

단순히 농으로 한 말이 아니라 진짜로 이번 송어 사육에 이 배합사료를 쓰기로 결심한 김 사장이었다.

확실히 두 수조를 놓고 비교하는데 차이가 확연했기 때문이다.

일단 생사료 특유의 수산물 썩는 냄새가 훨씬 줄어들었다.

그것 때문에 마스크 써도 새어나오는 비린내를 막을 수가 없었는데 배합사료는 그 반에 반도 안되는 냄새였다.

두 번째로 플랑크톤이 잔뜩 꼬여서 물때가 가득하던 것도 줄어들었다.

처음에는 친구의 어린 아들놈이 만들었다는 것에 대해 샘플로 써주긴 하겠다면서 넘어갔지만, 이건 정말 좋아 보였다.

“단가가 좀 비싸서 그렇지.”

“일단은 생사료랑 비슷하게 맞출 생각이에요. 그러려면···.”

“대량으로 납품할 거래처를 뚫어야 된다 그거지?”

시골 동네 작은 양어장 한다고 해도 일단 돌아가는 건 다 아는 김 사장이었다.

당장에 자신 주변에 여주나, 양평, 안성, 진천 일대에 송어양식장 친구들이나 다른 양어장에도 알릴 셈이었다.

“이거 특허 받았다고 했나?”

“네, 식약청 통과도 끝냈다고 아버지 연락이 왔네요.”

“그럼 됐네?”

김 사장은 진욱을 사무실로 부른다음 철제 책상에서 전표를 꺼내 뭔가를 적었다.

그리고는 그대로 가격을 정했다.

“여기로 일단 2천만원 어치 보내.”

“감사합니다.”

“감사는 만들고 보내줄 때 이야기 하고. 아, 그리고 이거는 일당이다.”

그동안 조금밖에 못 준다고 했으면서도 품 안에 봉투에 직접 담아 진욱에게 쥐여준 수당.

진욱은 그 앞에서 확인 하지 않고 받으면서 감사 인사를 했다.

***

[다음 소식입니다. 우리 밥상에 올라오는 생선, 그 생선을 키우기 위해 작은 생선을 희생시키는 기존의 사료 방식에 대해 환경부가 규제안을 만든다고 합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김민지 기자가 전합니다.]

[부산항에서 올라오는 수입산 냉동 잡어. 이것은 모두 분쇄해서 사료로 만들어지는 생물들입니다.]

[최근 중국과 동남아 등에서 저인망 사업으로 인해 치어까지도 싸그리 잡히고 그것을 모두 사료용으로 써서 어족 자원이 마르고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환경부 역시 자원환경정책실을 통해 어자원 보호를 농림수산식품부와 협업 요청을 했습니다.]

“그렇지!”

진욱은 그 기사를 보면서 정부에게 땡큐라고 외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저거 호재지?”

옆에서 보고 있던 상만도 입이 귀에 걸린 상태로 아들에게 물었다.

이것으로 인해 이번 농림수산식품부의 연어양식 사료 입찰은 그 어느때보다도 환경의 중요성을 느낄 것이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서 해외의 사례를 들어 생사료의 위생과 어족자원 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했고, 북유럽 등지에서 쓰는 배합사료의 필요성을 느끼고 규제안이 나올 때··· 기가막힌 타이밍으로 아성사료는 어자원용 배합사료 특허를 성공시켰다.

이후 생사료는 근 미래에 뒤인 수자원 보호 문제로 규제 대상이 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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