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개밥 공장의 천재 아들-25화 (25/200)

25- 아버지가 다시 부른다.

신나라그룹에 도착한 진욱 일행.

아성사료의 아버지가 직접 관계자를 만나고 사료 납품에 대해서 계약을 맺게 되었다.

서로 만년필을 교환하고, 사인을 한 다음에 악수를 하고 모두가 하는 박수 갈채와 포토 타임.

이것으로 진욱의 힘으로 대기업과 거래를 트게 된 아성사료였다.

“진짜 이 놈이 복덩이야.”

상만은 아들을 몇 번이고 쓰다듬으면서 자랑스러워 했다.

그동안 학교 생활을 하면서 수제간식 대리점 사업으로 방송도 타고, 그로 인해 자체적으로도 큰 수익을 올렸었다.

그런 상황에서 아버지는 진욱과 진성을 부르고 고급 정식집에서 불러놓고 한턱 크게 냈다.

“상규 형님도 아주 복덩이를 내 주셨어. 하하하!”

“아닙니다. 저는 그냥 월급도둑이죠.”

겸연쩍게 빠지는 진성이었지만, 상규는 그런 조카에게도 술 한 잔을 따라줬다.

“그동안 가족 전체가 하는 경영, 다들 욕은 먹었지만, 이렇게만 되면 정말 좋겠다. 으하하하하!”

이 자리에 없는 진영까지 합친다면, 진짜 가족들이 뭉쳐서 성장시켜나가는 아성의 이름이었다.

상규와 다르게 예의 바르고, 숙부님에게도 깍듯한 진성은 술자리에 잘 어울렸고, 최근 사업권 논의에 대해서 말했다.

“일단 지금 만드는 것에 대해서는 진성이가 다 특허권을 가졌어요.”

“오~ 얌푸드라고 하더니, 그걸로 등록했어?”

“네, 사실 저는 아성사료 이사에서 파견 간 몸이니까요.”

“나도 본 직업은 그쪽이야.”

진욱 역시 지금은 파견으로 온 대리점 관리직.

공장일을 하면서 수월한 일처리 능력을 보여서 모두에게 인정을 받았지만, 지금은 가지치기로 사업에 나와서 상당한 실적은 올리고 있어도 고향을 잊지는 않았다.

그 이야기를 들은 상만은 박수를 치면서 진욱에게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내가 이 녀석 좀 데려가도 되겠냐?”

“숙부님. 왜 제게 그런 말씀을···.”

당사자 앞에 두고서 진성에게 말하자 진욱은 어깨를 으쓱거렸다.

“저는 상관없는데요?”

“네, 숙부님이 데려가시는 거죠.”

“그러냐? 그럼 일단 이 녀석 좀 쓰마.”

진욱은 자신을 쓰겠다는 상만의 말에 아성사료에서 뭔가 또 할 일이 있는 것 같았다.

그렇게 진욱은 잠시 밖에서 누나와 사촌형과 같이 했던 일 대신 다시 아버지 밑으로 들어가서 돕기로 확정됐다.

***

“아이고~ 우리 과장님 오셨구만.”

오랜만에 출근한 아성사료에서 김 부장이나 윤차장등이 반갑게 진욱을 맞이했다.

하지만 칭호에 과장이라는 말에 어리둥절한 진욱이 물었다.

“과장이요?”

“사장님한테 얘기 못 들었어? 자네 영업과장 됐어.”

나이 스물 셋에 1년 일하고 과장 승진이라니, 그것 참 빠른 일이었지만, 진욱은 그 상황에서 묘한 표정이었다.

‘아니 얼마나 일을 시키려고 영업과장이란 타이틀을 다 붙여주셨대?’

자세한 이야기는 아침 회의 이후 사장실로 따로 호출받은 상만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이번에 새 입찰이 좀 필요해.”

“아, 그거야. 제가 조달청에 했던 것처럼 다른 분들이 해 주시면···.”

“아니~ 그건 이미 우리도 알고 있지.”

“그러면요?”

상만은 헛기침을 하면서 아들에게 상황에 대해 말했다.

“이번에 공장 확장하고, 컨베어 기계 새로 돌아오면서 공급이 확실히 늘었어. 그리고 우리쪽 생산라인 직원들 보내서 너네 마트에 납품하는 거 차질 없게 했다.”

확실히 이제 열 명도 안되는 아주머니들 데리고 마트 납품을 한다는 건 무리였고, 아성사료의 생산직들이 새 장비 들여놓고 투입되야 그 수량을 맞출 수 있었다.

그것을 처리해준 다음에 조건으로 진욱이 다시 아성사료 공장에 돌아와 해야될 것은 새 위탁생산 입찰 건을 받아와야 하는 것.

“이제 개사료나 고양이, 닭사료 같은 건 많이 있는데, 새 루트가 필요해.”

“그러면 뭐··· 다른 동물원이라도 뚫을까요?”

“그러면 좋고.”

상만은 느긋하게 말하면서 현 공장 상황의 재무제표를 보여줬다.

“그동안 실적이 아주 좋았어. 수익으로 알차게 공장도 증설하고, 구내식당도 잘 돌아간다.”

“네, 그렇군요.”

진욱은 아성사료의 재정이 확실히 건전해졌다는 것을 보고서 미소가 나왔다.

처음 자신이 와서 청소부터 시작하고, 엑셀과 OS 정품 인증도 안한 낡은 고물 컴퓨터를 가지고 주먹구구식 운영만 하던 곳이 그래도 지금은 기업 구실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상황에서 아버지가 원하는 새 프로젝트에 대해 논의를 했다.

“일단 이번에 FTA로 인해서 원자재는 싸게 구했거든?”

“네.”

“그리고 고양이캔 사업도 잘 되고 있고, 네가 말한 그 츄르? 튜브형 고양이 습식 사료도 잘 진행되고 있어.”

“그 상황에서 강아지와 고양이, 그리고 다른 사료를 원한다는 거죠?”

“그렇지.”

진욱은 대략적인 상황을 두고서 조달청에서 그동안 아버지가 찾은 명단을 보였다.

확실히 가축류 사료에 대해서는 많이 납품했지만, 딱히 좋은 건수는 없었다.

새로 증설한 공장에서 고부가 가치를 만들어야 할 선택과 집중인데, 생각을 좀 해 봐야겠다.

“일단 제가 한 번 해 볼게요.”

“학교 다니는 데, 회사일까지 해서 자주 출근은 못해도 월급은 챙겨줄테니 잘 해봐.”

“네~ 알겠습니다.”

뜬금없는 오더는 아니었다.

사실 공장 처음 입사 이후로 조달청의 관련 사업 입찰도 진욱이 시작한 것이었고, 상만 입장에서는 ‘조달청 건 만한거 하나만 더 찾아달라.’ 라는 내용이고 성공하면 아성사료에서 전부 만들어낼수 있다.

그렇게 진욱은 출근 못 하는 날은 자택근무라도 해서 시간은 채운 다음 새 납품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다시 아성사료에서 움직였다.

***

“그래서 말인데요. 이번에 들여온 거 중에서 가장 대량으로 들여올게 뭡니까?”

진욱은 자재과장 유승인과 면담을 하면서 현재 있는 자원들을 살펴봤다.

“음, 일단 옥수수랑 밀은 정말 많이 있어.”

“고기류는요?”

“사료용 닭, 그리고 오리하고 소뼈, 해산물에서는 어분하고 크릴 새우 정도지.”

“해산물도 먹어요?”

“가금류는 그쪽 사료도 섞어. 특히 옥수수를 곱게 빻는게 아니라 살짝씩 조각내서.”

“흐으음.”

“이건 고기닭이 아니라 양계장의 알 낳는 용도야. 특히 유정란은 해산물 사료가 있어야 닭들이 건강하거든.”

진욱은 틈틈이 봤던 사료업계의 재료들을 봐 와서 어느 정도 이해를 했다.

그럼 이 상황에서 뭐가 더 좋을까 생각하던 진욱은 유 과장에게 물었다.

“과장님. 이제껏 저희가 납품했던 리스트 한 번 쭉 볼 수 있을까요?”

“그건 김부장님 서재에 있을텐데. 같이 가서 보자.”

“네.”

진욱은 사무실 내에 있는 과거 납품 리스트를 한 번씩 살펴봤다.

엑셀 파일로 근 10년 동안 있었던 납품 서류들과 필요한 사료에 필요한 재료 납품에 대한 것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달달 외운 진욱.

그리고 거기서 뭔가 찾아낸 게 있어서 조용히 중얼거렸다.

‘이거 원래 따로 준비하려 했는데···.’

부산점까지 다녀오면서 한 바퀴 돌면서 마음 속에 담아놨는데 아낄 필요가 없어졌다.

수업에 다녀온 뒤로 진욱은 끊임없이 상록시로 가면서 집에서 자택근무로 기획서를 만들었고, 그것을 완성하는 순간 바로 자체 휴강을 하고 공장으로 출근했다.

***

“정부 덕분에 하나 좋은 자료를 얻었죠.”

“그게 무슨 말이냐?”

뜬금없는 정부 이야기를 하자 진욱은 기획서를 꺼내기 전 사담을 잠시 말했다.

“이번에 정권이 바뀌면서 ‘작은 정부’를 만든다고 했잖아요. 그래서 각 부처끼리 통합이 많이 됐어요.”

“뭐, 그건 알지. 뉴스에서 맨날 나오니까.”

특히 이 당시 그것 때문에 유관 소관이 달랐던 경우가 많아서 진욱은 고생했지만, 역으로 자신이 밖에 나와서 일을 진행할때는 편했다.

“해양수산부가 없어지고, 농림축산부랑 합쳐서 농림수산부가 되었죠. 그래서 과천에 그 부서 가면서 좋은 거 알아왔습니다.”

“그래, 어디 한 번 보자.”

진욱은 상만의 말에 그 기획서를 보였고, 서류 봉투를 열고 나오는 종이 뭉치를 손가락에 침을 발라가면서 하나하나 넘기기 시작했다.

“아니, 이거···.”

“네~ 그거요.”

“이런 걸 한다고?”

“네~ 해양수산부가 아니라 ‘농림수산식품부’가요.”

[동해수산연구소 연어 양식장 사료 납품 사업.]

강아지와 고양이에 이어 이번에는 물고기 사료 입찰에 대해 준비해 온 재환이었다.

“이번에 식량의 국산화를 위해서 연어 양식을 대규모로 진행하고 있대요. 그리고 그 연어 치어들 먹일 사료 납품으로 준비한게 있어요.”

진욱은 이미 그것에 대한 조사 자료와 과거에 있었던 기억을 적절하게 이용해 먹었다.

실제 이 당시 각 수산연구소에서 연어 양식을 대규모로 준비했고, 수산업자들은 단가가 높은 연어를 모두가 기르면서 생산량이 폭등했다.

그리하여 3-4년만 지나면 돼지고기 무한리필보다 연어 무한리필집이 비슷비슷할 정도의 기현상이 생기나 노르웨이산 고등어와 연어의 침공, 그리고 갈수록 낮아지는 단가 문제로 신기루 같이 사라지는 일이기도 했다.

‘컨트롤 잘해서 한 철 장사로는 해 볼 만 하지. 게다가 납품이니까.’

진욱은 그것을 염두해 보며 이것을 진행하려고 했다.

상만은 그 이후의 기획에 대해서도 천천히 읽고 뭔가 이해가 안 가는 게 있어 물었다.

“진욱아.”

“네, 사장님.”

“너 나 몰래 낚시 다녔냐?”

“낚시요? 할 줄은 알지만, 다니지는 않았는데요.”

뜬금없는 웬 낚시 이야기인가 싶어서 어리둥절하는 진욱을 향해 아버지 상만이 말했다.

“아니, 무슨 붕어 떡밥 만들어? 양식장 사료 납품인데 밀가루랑 채소가 들어간 배합사료라니?”

“···아, 그거요?”

지금 시대에는 당연히 이해가 안 될 말이었다.

실제로 양식을 위해서 쓰는 양어장 사료들은 대부분 작은 치어나 갑각류, 어패류를 통째로 갈아서 만든 생사료를 주로 사용했다.

실제로 국내 양식 산업은 생사료 위주였고, 바닷고기라면 특히 더 심하다.

하지만 뜬금없이 배합사료를 내미는 건 진욱이 옆에 있는 번역 자료를 같이 내밀면서 설명했다.

“아버지. 생사료가 지금 대세지만, 앞으로 한국도 배합사료 위주로 갈 겁니다.”

“마, 그렇게 한다고 해도 이게 우리만 튀는 걸 만들면···.”

“그러니까 더 할만한 거죠. 당장 국내에서 양어장에 배합사료 쓰는 회사 얼마나 있겠습니까? 이건 저기 노르웨이나 러시아 같이 산 높고 물 맑은 애들이 쓰는 거에요.”

“흐으음.”

“생사료는 일단 위생문제가 심하고요. 오래 보관도 못하죠. 게다가 유럽 등지에서는 양어장 사업을 할 때 주변 오염이 심한 이유가 어분으로 만든 생사료가 썩어서라는 논문도 많이 있어요.”

환경을 이용하면서 회사 내에 많이 남아있고, 저가로 들여올 수 있는 거래처도 많다.

“어분 비율은 20%만 있어도 먹이는데 문제 없습니다. 아니, 오히려 실험하면 이쪽이 더 품질 좋아질 걸요?”

“이거··· 진짜 다른 애들하고 경쟁하면 우리만 특별한 제품을 낸다는건데···후우.”

“그러라고 저 부르신 거 아닙니까?”

진욱이 빙긋 웃으면서 아버지께 말하자 상만은 잠시 생각하다가 책상을 탁 쳤다.

“그래, 좋아! 양식장 사료 납품! 해 보자!”

이번엔 동물원이 아닌 해양수산연구소의 납품을 준비해야 될 때다.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