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개밥 공장의 천재 아들-23화 (23/200)

23- 방송 촬영지에 게스트.

진욱은 아성사료 공장에 와서 아버지하고 부지를 보고 있었다.

“여기 원래 확장하려고 사 놓긴 했는데, 네가 쓸 줄은 몰랐네.”

“진짜 준비 제대로 하셨네요.”

“말했잖냐? 원래 아성사료가 좋은 회사였다니까?”

서울대공원과 어린이대공원 동물원 사료 납품, 그리고 52사단 군부대 군견 사료 남품까지 통과시킨 다음 점점 회사 수익이 오르고 있었다.

매출이 높아지면서, 확실히 군부대와 공공기관의 금전처리는 확실한 결과였다.

“하여튼 이런 애들처럼 돈 잘 주면 얼마나 좋아?”

“하긴, 군부대나 서울시는 어음 안 주죠?”

“야이씨! 어음 얘기는 꺼내지도 마!”

약속어음으로 주고 결제 차일피일 무르고 있다가 그것 때문에 부도나는 중소기업이 엄청나게 많았다.

어음이라는게 원래 따지고 보면 당장에 사내 현금이 없으니 3/6/12개월에 나눠서 어디 은행 어디 지점에 준다는 약속이다.

문제는 당장에 이 외상증서만 가지고 믿다가 부도가 날 경우에는 답이 없단 것이다.

뒤 늦게 돈 받는다고 해도 딱지가 사방에 붙어있을 것이고, 그걸로 줄도산하고 채권자랑 공장주랑 멱살잡이 한 걸 한두 번 본 게 아니었다.

‘후우, 원칙적으론 불법인데 사채시장 어음할인이 안 없어지는 이유도 그거지.’

진욱은 다른 기관은 많이 돌아다녔어도 재경부 들어간 건 한 참 뒤의 일이어서, 어음 다루는 금융결제원 쪽은 가 보지 못했다.

동기 중에서도 좀 잘 나간 녀석들이 금융위, 금감원, 금결원이라고 다니면서 이야기하는 것은 많이 들었지만···

“아무튼 저 쪽에 추가 공장을 만들건데, 너희쪽도 조금 떼어 줄게.”

“규모가 얼마나 되죠?”

“80평.”

“그 정도면 적어도 다같이 모여서 만들 정도는 되겠네요.”

진욱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아버지가 마련해준 아성펫푸드 수제간식 작업실을 두고 감사를 표했다.

물론 아직도 셋방살이지만, 적어도 조립식 건물로 만든 공간에서 생산량도 늘리고, 더욱더 많은 것을 연구 할 수 있다.

오후에는 아버지 상만이 잘 아는 건설업자가 와서 견적을 살폈고, 그 속에서 하루를 마친 다음 바로 집에 들어가서 개인적인 일을 시작했다.

“나름 PPL인데, 좋은 제품을 써야될텐데 말이지.”

수목드라마에 로맨스 코미디.

게다가 걸어다니는 CF모델이라 불리는 신민경이 나온다고 하니 어떤게 좋을지 살펴봤다.

“흐으음, 일단 개 키우는 싱글녀. 그리고 일상복이나 가전제품도 다 PPL이라고 했지?”

그 상황에서 자신들의 수제간식도 나올려면 뭔가 임팩트 있는게 필요했다.

“돼지 귓불때기는 좀 그렇고, 소뼈는··· 이시국이고···.”

일단 오리 목뼈는 필수로 준비하고, 그 다음에 어떤게 더 좋을지 살펴봤다.

그것을 생각하다가 잠깐 내려와서 물 한 잔 먹으려고 왔을 때 거실이 소란스러웠다.

멍- 멍-

“아이고, 그래 우리 요키! 얌줄까?”

“얌?”

‘얌’이라는 말에 냉장고에서 물을 꺼낸 진욱이 나올 때 어머니가 거실에서 요키를 돌보면서 그가 만든 간식을 가지고 있었다.

단미된 꼬리로도 어떻게는 흔들어대면서 막 어머니를 보고 흥분하는 요키.

그리고 어머니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여기 앉아.”

그 순간 요키는 얌전히 앉으면서도 두 눈이 어머니의 손에 들린 간식에 집중되어있었다.

“아이고, 그렇지. 잘했어! 얌 줄게.”

그러면서 꺼낸 돼지 등뼈 간식을 주자 바로 덥썩 물면서 아드득- 까드득- 소리를 내며 맛나게 먹었다.

세상 가장 행복해보이는 강아지의 모습에 진욱은 뭔가 떠오른 듯이 중얼거렸다.

“얌이라···.”

“어머, 아들!”

원숙은 뒤늦게 아들을 발견하고 다가오며 간식을 보였다.

“네가 만든 이거 진짜 효과 좋더라? 훈련용으로도 딱이고.”

“이걸로요?”

“그래, 내가 아기처럼 ‘암냠냠 줄까?’ 하면 그건 어떻게 알아듣고서 이런다니까?”

거실에서 계속 뼈를 아그작거리는 요키를 보고 진욱도 가서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그래도 새 주인집에서 잘 지내면서 부모님도 굉장히 아끼는 반려견이 되었다.

“얌이라···.”

“왜? 엄마가 주책맞게 애기처럼 말했니?”

세 아들딸들 애기들 시절 돌볼 때 하던 식으로 말하던 어머니의 말에 진욱은 손가락을 튕겼다.

“그거에요!”

“그거라니?”

“강아지 수제간식 브랜드 이름!”

진욱은 바로 준비하기로 했다.

***

“얌푸드?”

“Yummy라는 단어랑도 매치되고, 암냠냠 하는 아기 소리하고도 일치해서 말이지. 이걸 이름으로 쓰면 어떨까 싶어.”

진욱은 좋은 아이디어에 대해 바로 진성에게 건의하고 등록명을 올리려고 했다.

그리고 이전까지 아성펫푸드의 이름으로 그냥 팔던 제품 중에서 강아지용 제품 이름을 전부 ‘얌푸드’라는 브랜드로 전환할 생각이었다.

진성은 그것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뭐 나쁘지 않은 단어네.”

“이걸로 만들고 바로 PPL에는 아성펫푸드의 ‘얌푸드’라는 이름으로 나오게 하려고.”

“그래 그 PPL 이야기 해서 말인데, 그거랑 같이 광고 한 번 준비하려고.”

“광고 좋지. 근데 문제는 3호점이 먼저야.”

일단 언론을 통해서 계속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현재 사당과 이곳 상록, 그리고 화양 건대거리에 있는 3호점까지 같이 키우는 것.

내실을 다진다음에 TV광고는 그 다음이었다.

“일단은 PPL로 입소문만 올린다음에, 거기에 대해서 반응이 나오면 할 거야.”

“왜 바로 안 하고 그렇게 뜸을 들이는 건데?”

“아무리 신민경이 잘나간다 하더라도, 그 작품이 시청률 몇 나올지 알고?”

“··· 그것도 그렇구만.”

대박 작품이 나는 건 배우들과 방송국도 원하겠지만, 거기에 협찬을 하는 기업들 또한 원하는 것이다.

이번에 진욱은 아성펫푸드의 공동 경영자로써 사업적으로 PPL을 준비하는 거고, 거기에 대해서 반응이 어떨지는 지켜봐야 했다.

“일단 관련 제품은 내가 만들어서 가져갈게.”

“어, 그래. 난 연예인 보는 거 별로라···.”

진성은 알아서 하라면서 내부 업무에 관련된 일만 계속 했고, 진욱의 부재시 인터넷 주문을 한데 모으고 고객 유치에 집중했다.

***

얼마 후 인천 송도에 위치한 드라마세트장에서 SBC 드라마국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유영현이라고 합니다.”

“네, 안녕하세요. 아성펫푸드의 하진욱이라고 합니다.”

차PD의 소개를 받고 온 이번 드라마의 메인 프로듀서 유영현은 선배의 이야기를 듣고서 ‘잘 해줘라’라는 명을 받은 상태였다.

“마침 오늘 신민경 촬영이 있는데 같이 보시겠어요?”

“아, 네. 볼 수 있다면 영광입니다.”

진욱은 그러면서 자신이 직접 가져온 음료수 박스들을 두고서 스태프들과 각본가들에게 하나하나 나눠주고 명함과 같이 돌렸다.

이 사람들 고생하는거야 옛날이나 지금이나 똑같았고, 작은 성의에도 그들은 웃으면서 감사를 표했다.

평범한 20대 여성의 자취방을 연상케 하는 세트장.

물론 드라마 속에서 나오는 여성의 방이라 상당한 미화가 되 있었지만, 그럭저럭 있을건 다 있었다.

‘휴대폰은 최신형, 냉장고도 최신형, 그 상황에서 거실에 소파 밑 책상위에 노트북···.’

저런 수많은 PPL 속에서 아성펫푸드의 얌푸드도 나오게 된다.

“신민경씨! 준비하세요.”

“네~”

감독의 외침에 후줄근한 체육복 차림으로 나오는 여배우 신민경.

공교롭게도 나이는 다시 한 번 태어난 진욱과 동갑이었고, 옷차림은 털털한 분장이었지만, 여신급 메이크업으로 긴 머리를 휘날리는 매력적인 여성이었다.

게다가 오늘 촬영때 같이 쓰는 강아지를 데리고서 들어왔다.

포메라니안 견종이었는데, 전문적인 훈련받은 강아지는 비싸서 대충 SBC 드라마국 내에 있는 각본가의 강아지를 데려와서 찍는거라고 한다.

그리고 촬영을 보고 있을 때, 그 장면이 바로 노트북을 두들기고 있는 백조 역할의 여주인공이 달려오는 강아지를 보고서 수제간식을 주는 장면이었다.

***

[컷- 다시!]

“아, 죄송합니다.”

벌써 몇 번째 NG인지 모르겠다.

“잠깐만 쉬었다 할게요!”

“네, 네~ 죄송합니다.”

감독이 먼저 쉬자는 말에 신민경은 한숨을 쉬면서 포메라니안 강아지를 쓰다듬었다.

“아이고, 해피야. 대체 왜 그러니?”

계속되는 NG는 진욱이 보기에도 애처로워 보였다.

첫 번째는 수제간식을 뜯기도 전에 강아지가 먼저 달려들어서 NG.

두 번째는 뜯어서 주는 것 까지는 좋았는데, 그렇게 달려들다가도 막상 냄새만 킁킁거리고 먹지를 않아서 NG.

세 번째는 간식을 뜯어 강아지에게 주고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어 먹게 하려고 했는데 신민경의 실수로 꼬리를 손으로 눌러서 깨갱거리는 바람에 NG.

네 번째는 그 상황에서 강아지가 안 달려와서 NG.

이렇게까지 되니 지치는 촬영팀이었고, 이미 소품으로 온 돼지 등뼈는 이빨자국이 여기저기 있어서 보기 흉해졌다.

“아이고, 저건 안되겠다.”

멀리서 중얼거리는 말이었지만, 그때 진욱과 신민경의 눈이 마주쳤다.

진욱은 말 없이 그녀에게 인사했고, 받아준 신민경도 같이 고개를 숙였을 때, 갑자기 품 안에 있던 강아지가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어머! 안 돼!”

왈- 왈- 으르르릉.

“어어?”

진욱이 비닐봉투에 담아놓은 수제 간식 뭉치를 물어뜯으면서 어떻게든 뺏어먹으려고 난리치는 강아지.

그 순간 진욱은 바로 제압하면서 외쳤다.

“안 돼!”

“으르르릉!”

작은 개들이 더 크게 짖는다고 이빨을 보이면서도 두 눈이 계속 간식 거리에 있는 것을 보고 진욱은 코 끝을 톡톡 치면서 물러나게 했다.

“이거 먹고 싶어? 암 먹을거야?”

왈- 왈!

알아듣는지 짖는 말에 진욱은 어머니가 했던 것처럼 강아지 앞에서 보여주면서 말했다.

“앉아!”

그래도 주인이 훈련을 잘 시켰는지 입에 침이 잔뜩 고인 상태로 앉자 진욱이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바로 간식을 꺼냈다.

마치 만화나 게임에서 본 것 같은 개들이 많이 먹는 그 큼지막한 뼈다귀.

그것을 뜯어 준 순간, 정말 클리셰 같이 가운데 부분만 덥썩 문 다음에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 맛나게 훈제살을 갉아먹어대는 강아지.

그것을 보고 여배우 신민경도 놀라했다.

“어머?”

“잘 먹네요?”

“이렇게 잘 먹는지 몰랐네요. 정말 좋아하네···.”

그리고 그 상황에서 스태프들과 프로듀서도 보게 됐다.

***

[해피! 암냠냠 먹을 거야?]

[왈- 왈!]

[앉아!]

그리고서 그녀의 손바닥보다 약간 큰 돼지뼈 훈제 간식이 앉은 강아지에 주자 그것을 덥썩 물고는 달려가 편한 자리에서 아드득 까드득 씹는다.

책상위에 올라온 게 부자연스러울 정도의 크기였지만, PPL이라는게 자연스러울 정도의 연출이었고, 강아지가 나온 것은 불과 5초 정도였다.

촬영은 그 뒤로 한큐에 끝났고, 그 뒤로 도와줘서 고맙다면서, 유 감독이 악수까지 했다.

“저기···.”

“네?”

그 순간 진욱에게 다가온 여배우 신민경.

옷을 갈아입고 밴에서 내리자 진짜 톱스타가 뭔지 알수 있는 비주얼이었다.

진욱이 인사를 했을 때, 그녀는 들고 있던 수제간식에 관심을 보였다.

“이 암냠냠 했던거요. 죄송하지만 몇 개 가져갈수 있나요?”

“네?”

“아, 저도 어머니가 강아지를 두 마리 키워서요. 나이가 4살 5살 된 애들인데 먹을 수 있을 거에요.”

여배우가 PPL로 나온 제품으로 보고 협찬 요청을 부탁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진욱은 그걸 보더니만 기꺼이 건네줬다.

“감사합니다.”

“어차피 50그램 7천원이에요.”

“어머, 싸네요?”

“근데 암냠냠은 잘 쓰세요. 이거 이름이 얌푸드라 잘못 쓰면··· 킥!”

농담 삼아서 한 마디 하자 활짝 웃으며 그 간식을 어루만지는 신민경.

“어머, 진짜 이름이 얌이구나! 고마워요. 나중에 효과 좋으면 몇 개 더 주문할게요.”

그때 되면 정식으로 가격 받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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