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개밥 공장의 천재 아들-22화 (22/200)

22- 두 곳의 엇갈린 희비.

“반려동물식품협회?”

“네, 그런거 만들어서 가입하라더군요. 나중에 국가등록 자격증도 만든다나?”

“참~ 나. 별짓들을 다 한다 아주.”

상만은 진욱이 다녀온 곳을 말하면서 기가 찬다는 듯이 말했다.

국가등록 자격증이라고 해서 이름만 들으면 거창해 보이지만, 실상은 단체 하나 적당히 만들어서 자기들끼리 상납받고서 시민단체처럼 수뇌부가 지지하는 쪽의 정치권 사람들 인맥을 노린다.

진욱은 눈감고도 그 상황을 다 알기 때문에 거절했고, 주변에 전화를 돌린 다음 아버지에게도 이 사실을 말했다.

그리고 상만은 별거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어차피 니들 그거 필요 없어.”

“네, 필요 없죠.”

“너희 회사 지금은 아성사료 산하잖아.”

“공식적으로는··· 그렇죠?”

상만은 안방으로 들어가 서류 하나를 가지고 진욱에게 보여줬다.

[대한사료협회 정회원사 아성사료.]

농림수산식품부 산하의 사단법인으로 있는 사료협회.

아성사료는 그곳에 속해있으면서 농림수산부 밑에서 케어를 받고 있었고, 식약청과 농수산부가 있었다.

“그쪽에 대해서는 아버지가 잘 해주실거라 믿고, 방송이 하나 잡혔어요.”

“뭐?”

“이게··· 동물 예능프로그램에 관한건데 이번에 수제 간식에 대해서 취재가 있나봐요.”

“호오? 그래서 네가 직접 나가는거냐?”

“그랬으면 좋겠는데, 그러면 간접광고가 돼서 방통위가 뭐라고 하죠.”

진욱의 얼굴이 드러나는 것과, 가게가 나와서는 안되고 최소한으로 제품 제공만 가능.

그동안 아성사료의 이름으로 모교에 기부도 많이 했고, 연구사업도 같이 해 왔다.

이때 이용하는 건 문제 없었고, 반려동물 수제 간식에 대한 무해론과 영양분과 치석제거 효과에 대한 보도를 서울대 수의대학 연구팀에서 인터뷰를 한다.

“SBC에서 방영하는 동물의 농장TV에 나온대요.”

“아, 주일에 하는 그거? 나는 요새 안 본지 오래됐지.”

매주 교회를 가시느라고 못 봤지만, 탑 MC 신동현이 진행하는 인기 프로그램이었다.

진욱은 그곳에 관련한 자료와 정성들여 만든 제품을 준비했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서 진욱에게 뻐꾸기를 날렸던 ‘그 단체’ 역시 움직였다.

***

“이야기 들었어? 그 반려식품협이라는 곳에서 ‘주주랜드’에서 연락 온다는거.”

“그 녀석들도 제대로 움직이네?”

진욱은 진성이 알려준 자료를 듣고서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재미난 걸 발견했다.

[안전한 우리 아이 사료, 위생 논란은 없다! 반려동물식품협회와 같이 하는 수제간식!]

“이것들은 아주 대놓고 나오네?”

진욱은 아예 자신들의 협회 이름을 걸고서 홍보를 하려는 그들을 보면서 피식 웃었다.

진성은 그것을 보고 진욱에게 넌지시 제안했다.

“그냥 우리도 가게 홍보하게 요청하면 안 되나? 방송국 PD 인맥있다며?”

“언론정보학과라고 하는데, 그 인연으로 방송하긴 했지.”

“이럴 때 이용해. 그냥 너도 눈 딱 감고 광고하면 되잖아? 어차피 쇼닥터나 맛집칼럼이랑 뭐가 달라?”

“흐음.”

진욱은 잠시 생각했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라 생각하고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차라리 그냥 그대로 가면 돼.”

“하, 왜 길을 돌아가려고 하니.”

어쨌든 진욱이 그렇게 하겠다고 했으니, 진성은 그러려니 하면서 넘어가기로 했다.

“이번에 숙부님하고 내가 사료협회 세미나 가기로 했어. 그 야매 협회보다는 들을 게 더 많겠지.”

“무슨 이야기 나오는지 꼭 알려줘. 그리고 다른 정보도 좀 알아주고.”

“다른거 뭐? 개나 고양이 사료 말고 또 준비하는게 있어?”

“이건 아직은 구상중인건데 말이지··· 우리가 다른 동물에 관한걸 생각하고 있거든.”

“흐음?”

진욱은 기획서로 보여주겠다면서 일단 진성에게 그렇게만 말했다.

***

“안녕하세요? 하진욱이라고 합니다.”

“아이고, 말씀많이 들었어요. 나 이 학교 85학번인데.”

“저는 한참 어린 햇병아리네요. 이제 08학번입니다.”

“인문대학이라고 들었는데, 이쪽 사업에 이렇게 관심 많을 줄은 몰랐습니다? 하하하!”

호탕하게 웃는 이 사람이 동물의 농장TV의 메인 프로듀서 차기환.

지금은 이렇게 만나지만, 진욱은 과거의 이 사람과의 인연을 생각했다.

‘방심위 있었을 때, 진짜 PPL 문제로 겁나 싸웠던 양반인데, 이것도 인연이라고···.’

그래도 이 양반이 방송국 계의 거물이 되고, 훗날 종편 개국때 이직하여 시청률 15%대의 이상 작품을 연달아 뽑아낸 스타 PD로 성장한다.

그리고 당시 담당 공무원이었던 진욱과는 미운정 고운정 다 들어서 결국은 호형호제 사이까지 가고 말이다.

이제부터 인연을 만들기로 했고, 그 뒤로 서울대 내의 또다른 연구진이 도착했다.

“아이고, 김 교수님!”

“이 교수님!”

농업대학 식품/동물생명학 이규철 교수는 수의대의 김명한 교수와 반갑게 인사하며 악수했다.

그리고 차 PD하고도 인사를 하며, 졸지에 이 자리는 서울대 총동문회의 자리가 되었다.

이상할 건 없었다.

지금 촬영지부터가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본관이니 말이다.

[자, 여기 같은 종의 12개월된 강아지 두 마리가 있습니다. 한 아이는 수제 간식이 포함된 사료를 먹고요. 다른 아이는 일반 건식 사료를 먹입니다.]

김 교수는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은 스타 수의사였다.

동물 관련 프로그램에 대해서 많은 취재를 진행했었고, 그래서인지 익숙하게 촬영소재를 만들어줬다.

그리고 같이 온 이 교수 역시도 같이 연구하는 국내 사료 사업과 반려동물 시장에 대한 분석표를 보여주면서 수제 간식에 대한 이미지를 상당히 올리고 있었다.

그곳에 진욱은 카메라에 등장하진 않았지만, 자신의 제품을 가지고 묵묵히 촬영을 보고 있었다.

“힘드신데 이것들 들고 하세요.”

“아, 감사합니다.”

보조 스태프와 촬영진들을 향해 건강 드링크를 나눠주며 무거운 짐 나르는 것도 도와주자 차 PD는 진욱을 향해 흥미롭게 바라봤다.

그리고 촬영을 어느정도 마쳤을 때, 그 둘은 잠시 밖으로 나갔다.

“담배 태워요?”

“안 핍니다.”

예전에 끊은 지 오래였고, 차 PD는 웃으며 자신 것만 한 대 물고 불을 붙였다.

“말 편하게 해도 되나? 한참 선배인데.”

“네, 그러세요.”

“아, 그래. 직접 나와도 될 거 같은데 왜 안나왔어?”

“프로듀서가 그런말 하시면 안 되죠. 간접광고 문제가 있는데.”

“아이~ 이런건 그냥 선후배 사이에서 적당히 넘어가 줄 수 있는건데.”

“괜찮습니다. 저흰 그냥 MBS에서 보도했던 망가진 이미지만 회복하면 됩니다.”

“꼬장꼬장하네.”

차 PD는 예전과 같은 성격으로 능글거리면서 적당히 불법과 합법 사이를 오가는 사람이었다.

진욱은 그 상황에서 현재 방송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고, 지금은 아니지만 언제 한 번 도울 일이 있을 거라면서 서로 명함을 교환했다.

아마 이러면서 광고 하나 실어줄 수 있다는 이야기 꺼내겠지만, 선택은 진욱의 몫이었다.

그렇게 서울대 수의과 대학에서 촬영이 끝난 뒤로 진욱은 스태프들에게 수고했다면서 다시 한 번 작은 선물로 음료수를 돌렸다.

***

오랜만에 사당점에 온 진욱은 직원 아주머니에게 판매 매출표를 받고 확인하고 있었다.

“우리야, 옷장사는 꾸준하지만, 너는 진짜 죽을 맛이겠다?”

“금방 회복 될거야.”

옆에서 진영이 한 마디 하는 말에도 진욱은 느긋했다.

그리고 동물의 농장TV 방영날짜를 기다리면서, 비슷한 시기에 나올 KBC의 그 단체에 대한 수제간식에 대한것도 기다렸다.

“일단은 다음달 정도면 잘 될거야.”

“장담할 수 있어?”

“물론!”

진욱은 그렇게 말하면서 누나가 관리하고 있는 블로그를 한 번 확인했다.

그리고 진욱이 진영의 블로그를 보면서 자신의 강아지 요키도 같이 찍혀 있으며 그녀가 디자인한 옷을 보고 만족스러워했다.

“나한테 잘해.”

“누나 강아지랑 고양이 간식은 잘 챙겨줄게.”

아성 펫푸드와 아성 펫드레스의 콜라보.

이번에 강아지나 고양이 옷을 주문하는 고객들을 향해서 사은품으로 제공하는게 진욱이 만든 돼지귀와 오리뼈 건조간식이었다.

그리고 이쪽을 통해서 진욱과 진영의 남매 사이라는 게 서서히 알려졌고, 펫푸드의 인터넷 주문 역시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었다.

***

[깔끔한 위생속에서 전문적인 자격증 제도를 위해 반려동물식품협회가 같이 할 겁니다.]

[우리 반려동물의 안전한 간식을 위한 협회의 노력은 오늘도 계속된다!]

진욱은 ‘동물의 농장TV’에 대한 수제 간식 방영분 이후로 계속 사무실에서 KBC 주주랜드의 그 협회 홍보영상에 대해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나름 수신료의 가치를 증명하겠다는 공영 방송에서 낮간지러울 정도로 시민단체를 띄워주고 있었다.

아직 국가등록 민간자격도 준비 단계에 있는 사짜 냄새 나는 곳을 말이다.

“너 그 이야기 듣고 진짜 계속 본다?”

“이젠 적이니까...”

진욱은 진성과 아버지가 사료협회 세미나를 다녀오고 거기서 회식 자리를 하다가 들은 말을 전해듣고서 눈에 불이 들어온 상태였다.

‘이번 수제간식 업계 위생상태 제보한게 그 반려동물사료협회 라는 말이 있다.’

이유는 단순했다.

일단 시장을 한 번 박살내고, 영세업자 위주의 수제간식 자영업자들을 한 곳에 모으고 입회비를 받은다음 국가등록 민간자격증 장사.

사료협회와 같이 유관단체 사단법인으로 그 영향력과 이권을 노린 것이었다.

물론 이것은 그야말로 술자리에서 돈 ‘썰’이었다.

이것을 가지고 당장 날뛴다 하더라도 증거가 없으니 말이다.

그 상황에서 일단 족칠 상황이 안되니 사료협회도 뭐 하나 걸리면 박살내겠다고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진욱은 그 말을 듣고서 계속 그 영상을 보다가 이제는 라디오처럼 음성을 들으면서 뭔가를 계속 치고 있었다.

진성은 사촌동생이 왜 저러나 싶으면서도 일단 뭔가를 계속 문서작업 하는 것을 보고서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그리고 퇴근이 한 시간 정도 남았을 때, 진욱은 진성을 불렀다.

“형, 잠깐 이것좀 봐줘.”

“뭔데? 저번에 말한 그 기획서야?”

“아니, 그건 아직 완성 안 됐고, 더 재밌는거.”

“?”

진성은 무슨 말인가 싶어 진욱이 있는 자리로 가서 컴퓨터 모니터를 유심히 살펴봤다.

“내가 글재주가 변변치 않아서 말이야.”

“야, 너··· 이, 이거···.”

[방송통신위원회에 보내는 진정서.]

[안녕하십니까? 최근 X월 XX에 한국방송공사의 프로그램 ‘주주랜드’에 대한 특정 시민단체에 대한 홍보 및 허위광고에 대한 감사를 요청하는 바입니다.]

[한국반려동물식품협회는 현재 국가등록 민간자격증을 운운하며, 수제간식 자영업자들에게 금전을 요구하고, 그 금액을 특정 정치세력에 대한 후원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으며···]

한국방송공사와 그 프로그램 주주랜드에 대한 익명의 투서였다.

진욱은 진성에게 보여준 다음 그것을 방통위 메일로 보냈다.

전직 공무원이 말하는, 절대 지나칠 수 없는 민원은 바로 퇴근 시간 1시간 남짓 남겨놓고 보내는 내용이다.

이때는 상황 여하에 따라서 확인 이후 바로 다음날 안건이 올라와 아침 회의를 하기 때문에 1박 2일에 걸쳐서 계속 논의가 될 것이다.

아니면 국가직은 야근 많이 하니까 그걸 가지고 담당자가 오늘 계속 지켜볼수도 있고 말이다.

얼마 후.

KBC의 주주랜드에서 지난회 다시보기가 갑자기 멈췄다.

그리고 다음 화에 의한 정정보도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KBC도 아닌 SBC의 차 PD를 통해 들었다.

[아이고~ 어떤 놈이 찔렀는지 뒷광고를 운운하면서 아주 제대로 제보했다고 하더라고.]

“그러게요. 만약 SBC에서 제 얼굴 나왔으면 저희도 똑같이 됐겠죠.”

[그건 아니야. ‘이 프로그램은 가상광고’ 어쩌구 그것만 자막에 하나 달면 되는거였어.]

물론 그렇게 지나갈 수도 있지만, 진욱은 그 상황에서도 그냥 지나갔다.

[아, 그래서 말인데 이번에 내가 뭐 하나 제안을 받았거든? 이건 합법적으로 PPL이 필요한거야.]

“아~ 드라마인가요?”

[그래! 여주인공으로 배우 신민경이 캐스팅 됐어! 알지? 그 화장품 광고 여배우.]

“아유~ 당연히 알죠.”

[수목 드라마 나오는데, 집에서 혼자 강아지 키우는 싱글녀거든. 수제간식 PPL 한번 해 보겠어?]

선후배 좋다는 게 뭔지 이 상황에서 진욱과 아성펫푸드를 통해서 한 제안에 진욱의 입가가 점점 올라가고 있었다.

“기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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