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어떤 놈이 코를 거냐?
진욱의 사업은 순풍에 돛단 듯 고공선을 그렸다.
최저가의 납품, 그리고 위생만 잘 지키면 힘들지 않은 제조 공방, 중기청의 지원과 쩐주의 가세, 인터넷의 화제성까지 말이다.
“다 왔습니다.”
“어머, 여기서 이렇게 만드는구나.”
직원 세 명을 직접 아성사료 공장에 데리고 온 진욱은 아버지와 김 부장 등의 간부들에게 서로 소개를 하고서 작업공방을 소개했다.
이미 지배인으로 고용한 은희 아줌마 외에 처음 이 공장을 찾아온 이모님들도 있었다.
“제 부재시 이모님들이 이 곳에서 만들어 주시면 됩니다.”
“아이고, 그건 걱정 말아요.”
“이왕 여기까지 온 김에 다같이 한 번 만들어 볼까요?”
진욱은 미리 준비한 헤드캡, 그리고 식품 공장에서 쓰는 방호복을 모두에게 입히고 위생적인 공간에서 수제 간식 만들기에 들어갔다.
마스크를 쓴 채 잡담 한마디 없이 묵묵히 일하는 아주머니들.
그리고 혼자서 하던 게 아니라 여러 사람의 손이 합쳐져서 금방 만들어지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어제 만들어진 간식들을 진공랩핑을 한 다음 포장해서 각각 박스에 넣었을 때, 오늘의 제조도 끝이었다.
그것을 아버지가 빌려주신 승합차에 담고 각 지점으로 안전하게 보냈고, 도착하면 오늘은 직원들 모시고 회식 하기로 했다.
상록시 일대에 있는 고깃집에서 5명의 아주머니들과 진성이형, 그리고 진욱까지 모여서 자리를 가졌다.
“이번에 월급 가져다주니까 남편이 얼마나 좋아하는지 몰라.”
“호호호, 나는 오랜만에 갖고 싶었던 블라우스 샀다니까?”
“아이고~ 그래도 우리 대표님이랑 이사님 덕분에 집에서도 목소리 키울 수 있다니까요?”
2008년 당시 최저시급이 3770원.
게다가 이 당시는 영세기업 기준이 5인사업장 ‘이하’이지 ‘미만’이 아니었다.
뭐, 신규 사업을 시작하면서 인건비가 가장 문제라고 하지만, 이미 자본금이 빵빵한지라 진욱은 하루 10시간 근로에 최저시급보다 조금 더 쳐드렸고, 판매 인센티브에 대해서도 따로 챙겨주곤 했다.
그리고 아직 1년이 안 지났지만, 명절 상여 역시도 챙길 셈이었다.
꼼수 안 쓰고, 기업 윤리를 철저히 지키면서 공무원 시절처럼 근로기준법에 위반되는건 0도 없이 움직인다.
그것이 사업을 시작한 진욱의 지론이었다.
그리고 진성 역시 법적이나 사업 확장적인 문제만 해결하고 있어서 실질적으로 운영은 전부 진욱에게 맡긴 고용사장이었다.
그렇게 좋은 자리가 이어질 때 갑자기 한 아주머니가 물었다.
“근데, 이사님. 궁금한게 하나 있는데요.”
“네, 뭐죠?”
실제 직함이 이사는 아니지만, 편의상으로 부르는 진욱의 칭호 이사님.
김은희 매니저 옆에서 착 붙어다니는 김세현이라는 주부인데, 같은 아파트에 사는 이웃이라고 한다.
“내가 이번에 가게에서 있다가 들은건데, 우리 이거 자격증 따로 구해야 되나요?”
“누가 그런 소릴 하나요?”
진욱은 순간적으로 귀가 쫑긋해서 물었다.
“아니, 그 동물병원 하는 옆 단지 사람인데, 이런 거 만들 때는 자격증이나 면허 그런거 없어도 되냐고요?”
“어머머, 그래요?”
웅성거리는 아줌마 직원들 사이에서 진성도 괜찮겠냐고 진욱을 쳐다봤다.
진욱은 그 상황에서 묵묵히 사이다 한 모금을 마시며 대답했다.
“그런거 필요없습니다. 저희는 이미 식약청 인증받고 사업자 등록 마친 상황이니까 괜찮아요.”
“아이고, 그렇죠? 내가 괜한 소릴 했다니까.”
진욱은 그 상황에서 고기나 더 추가로 시키고 이모님들 배부르게 먹게 한 다음 모두 택시 태워 돌려보내드렸다.
그리고 아성펫푸드의 두 사촌만 남았을 때, 진성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나는 이쪽 업계 잘 몰라서 그러는데 정말 괜찮은거야?”
“문제 없어.”
“흐음, 하긴 언론까지 탔는데, 그거에 대해 말할 사람은 없지.”
진성은 진욱의 말을 듣고서 그냥 하던대로 일이나 하려고 했다.
그리고 진욱 역시 그 이야기가 나온다는 건 조만간 재밌는 상황이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그리고 얼마 안 있어서 폭탄이 하나 터졌다.
[오늘의 제로불만! 가족같은 반려동물의 건강, 그것을 위협하는 저질 불량식품의 실태!]
“미친···.”
“뭐야, 저거?”
아버지의 연락을 받고 상록시 집에 온 진욱은 시사 고발 프로그램에서 보도되는 이야기에 이목을 집중했다.
[최근 반려동물 인구의 증가세로 여러 곳에서 수제 간식 사업이 각광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제품에 대해 위험성이 많이 있는 상태입니다.]
진욱의 아성펫푸드가 나오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다른 업체들의 경우 영세한 곳에서 사무실 안에서 건조기를 돌리고, 그 안에 주방 같은 곳에서 동물피가 찐득거리고, 유통기한이 언제인지 모르는 고기와 뼈로 만드는 것이 드러났다.
한눈에 보더라도 위생이 안 좋았고, 모자이크 처리를 해도 눈살이 찌푸려졌다.
“하~ 지랄같이! 저런 거 보도되면 덤터기 쓰는데.”
지난번 사료업계의 위생상태 폭로 이후로 이번엔 수제 간식이었다.
사람들 먹는 음식 공장도 긁어대는데 동물 관련 사업에 대해서는 더욱 더 물어 뜯는 언론이었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서 진욱의 가게에도 매상에 타격이 있었다.
“이사님, 오늘은 좀···.”
“후우.”
매대를 보고 쌓여있는 재고를 봤는데, 평상시의 매출보다 절반은 줄어든 상태였다.
진욱은 당장 정정 보도를 요청하고, 거기에 대해서 바로 관련 보도를 준비했다.
“네, 그렇게 됐습니다. 그러니까요~ 저희도 억울해 죽겠다니까요?”
[아이고, 걱정하지 마세요. 방송국 놈들이 원래 그래요. 이번에 광고 잘 올려드릴게요.]
언론은 언론으로 상대한다고, 방송국이 그러는 순간 진욱 역시 면식이 있는 쥬신일보와 한누리신문 모두에게 연락을 하고 광고 신청을 했다.
하지만 단순히 위생 문제 뿐만이 아니라 인터넷 상에서부터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수제 간식은 아무나 만들 수 있다면서요?]
[그거 정식 자격증도 없이 그냥 사업 등록만 하면 하는 사업이래요.]
[우리 아기도 그거 먹이는데 배탈이 났어요. 어디서 가져왔냐고 수의사가 묻잖아요.]
인터넷 여론을 보고 진욱이 하나하나 반박을 하면서 글을 올렸지만, 한 번에 뒤집기는 역부족이었다.
“방송국에 정정보도 소송 준비 했어.”
진성이 자신의 법조계 인맥을 동원해서 지금의 파국을 막으려 했지만, 진욱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어차피 우리는 보도 안 했잖아? 어물쩡 넘어갈걸?”
게다가 언론사에게 중재를 요청하는 건, 대기업도 함부로 하기 힘든 상황이다.
그 상황에서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한 영세기업 티를 벗어난 아성 펫푸드가 싸우기는 큰집 도움을 요청해도 힘들거다.
그 상황에서 진욱은 일단 결심했다.
“지금부터 상황 정상화 될 때까지 이벤트라고 50% 할인.”
“뭐? 야, 원가도 안나오겠다.”
“안 나와도 일단은 판매량이라도 유지해야 돼.”
진욱의 결심에 진성은 머리를 긁적이며, 유통업체하고 입씨름좀 하겠다고 중얼거렸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서 갑자기 진욱에게 연락이 왔다.
“형 왜?”
[야, 반려동물식품 협회라는 곳에서 우리 정회원 초대 한다는데 얘들 뭐하는 애들이냐?]
“···뭐?”
[나도 알아봤는데, 일단 사단 법인 이던데? 사짜인지 아닌지 모르겠다.]
“···.”
진욱은 뭔가 협회나 연맹이라는 이야기만 들으면 색안경부터 끼고 봤다.
그리고 이 상황에서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정회원 자격이라면서 던진 것을 보면 뭔가 있는 것 같았다.
“이것들이 지금 이 시점에서···?”
진욱은 일단 자신이 찾아가겠다고 한 다음, 그들의 연락처를 받고서 한 번 찾아가보기로 했다.
***
사단법인 반려동물식품협회라는 곳은 종로에 있는 작은 건물에 세들어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진욱은 그 앞에 선 상황에서 머리를 긁적였다.
이미 이곳에 오기 전부터 알아봤지만, 확실히 한 가지는 알 수 있었다.
‘엮여선 안 될 자들이다.’
그것을 확실히 말하기 위해 진욱이 계단을 타고 올라가 그 사무실로 향했다.
“아이고, 어서오세요.”
“연락받고 왔습니다. 하진욱이라고 합니다.”
“자, 이쪽으로 앉으시죠.”
진욱은 부산스럽게 움직이는 40대 중년 남성을 따라 사무실 한 곳에 있는 응접실로 향했다.
지어진지 얼마 안 된 내부에는 벽에 각 종 포스터가 붙어있었다.
[동물권 수호!]
[개는 우리의 친구입니다.]
[반려동물의 안전한 삶! 우리가 함께 합니다.]
[우리 아이 건강한 식품!]
이게 정말 동물 사료와 관련된 사람인지, 그냥 동물이라면 좋다고 달려들면서 개고기 반대나 채식주의 시위하는 동물권 환경단체인지 모를 정도였다.
게다가 이들의 문제는 한두 개가 아니었는데, 이제부터 상대하려고 했다.
“이번에 언론에 나온 것으로 인해 많은 반려견 간식 사업을 하시는 분들의 타격이 큽니다.”
“네, 뭐. 우리는 위생적으로 운영하지만 안 그런 곳도 있나 보군요.”
“하하, 그렇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이번에 수제 간식에 대한 특허권을 모으고 정식으로 자격증을 도입시키려고 합니다.”
“···.”
“일단 반려견식품협회라고 법인 등록은 된 상태에고 저희가 국가에 등록하고, 민간에서 자격증을.”
“거절합니다.”
“네?”
“전 거절하러 온 겁니다.”
진욱의 돌직구에 당황한 것 같은 협회장.
그리고 진욱은 그 상황에 대해서 하나하나 물었다.
“분명하게 묻죠. 자격증 국가등록이라고 하셨습니까?”
“네, 그··· 그렇습니다.”
“공인자격입니까? 등록자격입니까?”
“지금은 등록이지만, 협회의 규모를 키운다음에 민간자격에서 국가공인자격으로 전환을···.”
“그건 국회에서 법률 개정 해야 되는건데, 혹시 그쪽에 아시는 정치인이라도 있습니까?”
“네, 저희는 그쪽에서 많은 정치인과 이야기를 하고···.”
“원내 10석 이상은 되는 곳의 정치인들이겠죠? 무슨 녹색이니 사회니 노동이니 하는 퐁당퐁당들 말고요.”
“!”
역린을 찌르는 말이어서 이 반려동물식품협회장이란 사람의 미간이 찌푸러졌다.
그리고 진욱이 공무원 생활하면서 '국가등록'과 '국가공인'사이를 두고 국가도 아는 자격증이라고 민간에서 이거저거 파는거에 대한 폐단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애초에 말이죠. 무슨 자격으로 모여서 이런 협회 만든 겁니까? 여기 가입한 수제간식 업체가 몇 명이나 되죠?”
“마, 많이 있습니다. 시작한지 얼마 안 됐지만, 이제부터 시작해서 올바른 수제 간식과 앞으로 위생이나 자격을 만들기 위해서···.”
“컴활이나 워드 자격증 없어도 컴퓨터는 만질 수 있어요.”
“!”
“수제 간식도 똑같죠. 우리는 식약청 인증과 거기에 대해서 위생점검을 받으며 하는거지 이런거 모여서 시민단체로 국가자격증까지 달린다? 말이 안 됩니다.”
만약 그런 상황이 된다 하더라도 그건 진욱이 나중에나 만들 이야기였고, 지금 만들어지는 존재는 걷기도 전에 뛰려 하는 인간들.
혹은 염불에는 관심없고 잿밥을 탐하는 자들이다.
“이만 가 보겠습니다. 앞으로 이런 연락 하지 마시죠.”
“자, 잠깐만요! 잠깐만요. 이사님!”
진욱은 매몰차게 거절하고, 조용히 그 반려동물식품협회라는 곳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얼마 후 진욱의 아성 펫푸드는 반대했지만, 하나둘씩 영세한 수제간식 자영업자들이 가입한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그것도 초기 가입금을 분담하고, 자기들끼리 매달 협회비를 내면서 말이다.
그리고 그들이 점점 인터넷 기사를 통해서 홍보를 할 때, 진욱은 역시 목표가 이거라고 생각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런 이슈에서 지들끼리 단체? 웃기지 말라지.”
진욱은 이 판세를 뒤집을 방법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동안 만들어 놓은 인맥을 이제 이용하기로 했다.
“여보세요. 선배님?”
일단 전화부터 돌리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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