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청년 사업가 이미지메이킹.
진욱의 아성펫푸드 사업은 상당히 순조롭게 진행됐다.
그리고 10주의 교육기간 도중 그가 가르쳐준 것을 잘 따르는 이들이 있었는데, 진욱은 그들을 모두 고용했다.
물론 나머지 대다수는 이 기술로 블로그 홍보를 하거나, 집에서 키우는 반려동물을 위해 취미로 배우는 사람들이었고, 그게 지자체 교육원의 특징이기도 했다.
어쨌든 여러 직원을 수급한 뒤로 진욱은 그중에서 연장자를 한 명 지배인으로 고용했다.
“잘 부탁드립니다.”
“아이고, 아니에요. 젊은 사장님이 저를 써 주셔서 고맙죠.”
지배인으로 고용한 사람은 교육원에서 열의있게 배우던 김은희라는 주부였다.
나이 44세에 신도시에 와서 맘카페 1세대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었고, 아이 둘을 학교에 보낸 뒤로 낮에 배우다가 내친김에 맞벌이로 선택했다고 하는데 책임감이 대단했다.
나머지도 대부분 30대 후반에서 40대 아주머니들이었는데, 아예 한 곳을 카페 테이블로 만들고 낮에는 소일거리 하는 식으로 돌아갔다.
“저래도 되는 건지 모르겠네.”
“음?”
2층에 있던 진성은 진욱이 고용한 직원들을 두고 말했다.
“아줌마들은 말이지. 장사도 처음 하지만, 그러면서 자기들 수다 떠는 것 때문에 손님에게 소홀할 수 있잖아?”
“뭐, 그렇겠지.”
“그렇겠지가 아니잖아.”
진성의 말에 진욱은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아니, 오히려 매출에 도움이 될 거야.”
“뭐?”
“보통 저렇게 모이는게 미용실 아니면 커피숍이잖아? 물론 그런데는 죽치고 있는게 더 손해지. 하지만 여기는 봐바. 모르긴 몰라도 저기서 신도시에 있는 사람들 정보가 올라오고 입소문 타고 알음알음 올거야.”
“그게 먹히나?”
“오히려 우리 나이대 젊은 사람들 고용했다간 아줌마들 등쌀에 소문 한번 잘못 나서 장삿줄 뚝 끊길걸?”
차라리 소일거리 찾는 주부들에게 맞벌이용으로 맡기는 게 훨씬 도움이 될 거라고 설파하는 진욱.
그리고 진성은 이런 사람들하고 무슨 큰 사업을 하냐면서 탐탁지 않았지만, 일단 자신의 본업은 세금 계산하고, 지점 확장이고 직원 운용과 제품 개발은 진욱의 몫이니 지켜보기로 했다.
“형, 그리고 2호점 매출 말이야. 분기별로 정한다음에 일정 금액 넘으면 바로 3호점 오픈하기로 한 거 기억하지.”
“어, 그래. 위치 정했어?”
“서울, 그중에서도 수의대 근처로 하고 싶은데.”
“서울에서 수의대라고 해야 둘밖에 없는데···.”
이미 서울대 근처에는 사당점이 있었고, 다른 곳이라면 건대입구 쪽이었다.
“화양동 생각하는거냐?”
“어, 이왕이면 그 근처가 좋을 것 같아.”
진욱은 그렇게 말하면서 미리 다녀오면서 준비한 건대거리라 불리는 화양동 일대의 입지, 그리고 관련 자료들을 기획서로 써서 진성에게 보여줬다.
이런 걸 또 언제 준비했냐면서 안경을 끼고 꼼꼼히 검토하는 진성.
그리고 진욱은 그걸 보는 동안 잠시 1층으로 내려갔다.
“그러니까 말이죠. 이게 강아지들 건강에도 좋고, 이빨에 그 치석 있죠? 그게 빠진다고해요. 턱힘도 강해지고요.”
“어머 그런가요?”
아성 펫푸드의 아줌마 직원들은 찾아온 손님들을 향해 친절하게 가르쳐 주면서 장사에 열중했다.
“영훈이 엄마, 아파트에 그 강아지 올해 4살이라고 했던가요?”
“아유~ 요새 입맛이 없는지 사료를 통 안먹더라고요.”
“호호호, 이걸 한 번 줘 보세요. 일단은 오리뼈부터 천천히요.”
인맥을 동원하고, 입소문을 적극적으로 이용해서 장사는 아주 잘 되고 있었다.
그리고 진욱은 틈틈이 학교 과제도 하면서 블로그 관리에 몰두했다.
지난 삶의 하진욱 역시도 이글루스라는 개인 블로그를 이용하면서 꾸미는 걸 잘했는데, 그 역시도 똑같이 하고 있었다.
“흐음~ 사진은 역시 누나가 잘 찍는데.”
오늘 자 블로그에 수제 간식 만드는 과정을 올리면서 1,2 호점 가게 위치와 번호를 알려서 온라인 상으로도 판매를 개시했다.
몸이 몇 개라도 모자랄 일이었으나 직원들 수급 이후 인터넷 주문을 신청하면 곧바로 금액 확인을 하고, 포장해서 택배로 부쳤다.
***
“저 왔습니다.”
“아이고, 하 지점장~”
김 부장과 이 대리가 오랜만에 아성사료에 온 진욱을 반갑게 맞이했다.
“요새 아주 장사 잘 된다면서?”
“하하, 네. 덕분에 재료 수급이 바쁘네요.”
공장 사람들하고 오랜만에 만나 이야기를 하다가 생산라인 한쪽에 아버지가 만들어준 공방에 들어간 진욱.
안에는 위생을 상당히 신경썼고 그의 부재시에도 매일같이 청소했다.
찰칵-
일 시작 전에 먼저 공방 안에서 사진을 찍고, 작업 준비를 했다.
이번에 사온 음식은 아버지의 인맥으로 알아온 식자재마트에서 가져온 싱싱한 돼지뼈였다.
진욱은 목뼈와 귀오돌뼈족을 물에 담가 피를 적당히 빼내고 깨끗한 천으로 닦아내면서 건조기를 준비했다.
사람한테는 역할지 몰라도 강아지들이 좋아하는 맛과 향을 위해서 딱 반쯤만 핏물을 빼내는 것을 선호했다.
그리고 해외에서 사 온 책에 나온 대로 맞추다가도 직접 어레인지를 해보면서 신제품 연구에 몰두했다.
진욱은 이번 수제 간식도 물량에 맞춰 건조하게 했고, 어제 만든 제품은 직접 포장해서 납품 준비를 했다.
“일단은 돼지하고 닭인데, 앞으로 생선류도 좀 준비해야겠고···.”
강아지 외에 고양이 수제 간식도 준비해서 팔아볼 생각이었다.
일단 수요는 충분하고, 공급만 맞추면 된다.
장사는 두 지점 모두 순조로웠고, 앞으로 계속 확장을 하다보면 아성펫푸드만의 법인 설립도 시간문제였다.
진욱이 포장을 마치고, 가져갈 제품을 차 트렁크에 담았을 때 갑자기 상만이 불렀다.
“진욱아!”
“아, 네!”
상만은 아들을 부르고서 잠깐 이야기 좀 하자면서 같이 사무실로 올라갔다.
그리고 상만이 회의실로 부른다음 서류 하나를 꺼내 건네줬다.
“한 번 봐라.”
“이게 뭔가요?”
“우리가 이번에 주문 받은게 있어서 하청을 주려고 하는데 말이야.”
“아, 그래요?”
진욱은 아버지가 따온 계약에 대해 찬찬히 훑어봤다.
금액은 그렇게 크지 않지만, 알짜배기 납품이었고, 그 외에 자체 판매할 제품도 준비하고 있었다.
“고양이 캔이요?”
“그래. 이번에 습식사료 만들게 됐거든? 그래서 통조림 만드는 회사 하나 협력업체로 잡았어.”
습식으로 만든 고양이 캔 하청을 받고, 그것을 재하청 방식으로 통조림 공장에 만든 사료를 납품하면 그쪽에서 채워서 제조해 오는 방식이었다.
“흐으음.”
“장기적으로는 우리도 자체적으로 생산을 해야 하는데 고양이캔 어떤가 싶다.”
“등록은 하셨죠?”
“그건 당연한 거고, 특허도 따로 준비하고 있어.”
“제 공방 옆에 연구실 또 만든다더니 그거군요.”
아성사료는 진욱의 동물원 납품 이후 꾸준히 중기청의 지원을 받으면서 사내 식당 건설에 이은 연구실 확장도 준비했다.
그리고 더 이상 하청 위주로만 돌아가는게 아닌 사료 제조 연구원들도 영입하고 생산직도 늘려서 계속 성장을 꿈꿨다.
“나쁘지 않네요. 단가도 좋고요.”
“그렇지? 캔은 만들어지면 네 대리점에서도 납품할거고.”
“으음, 그러면 말이죠.”
“응?”
진욱은 그 자리에서 뭔가 떠오른게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이쪽 사업을 하면서 제도적인 문제 해결뿐만 아니라 본격적으로 준비하면서 타사의 제품 연구도 많이 했던 그였다.
수첩을 꺼내고 볼펜으로 그려나갔는데, 캔이 아닌 스틱과 튜브형의 제품이었다.
“이렇게 만들죠.”
“비닐 포장?”
일본에서는 이런 습식형 스틱 사료가 상당한 인기였고, 아예 제품 ‘츄르’가 보통명사화로 된 상태였다.
“이게 일본에서 스틱형으로 만드는 방식인데요. 거기에 대해서 특허문제도 제가 알아볼게요.”
“흐으음. 단가는 캔보다 훨씬 싸긴 하겠구만.”
“그리고 지금 국내에서 습식은 대다수가 일본산이니까 마케팅으로도 좋을거에요.”
“알겠다. 이건 내가 한번 고려해볼게.”
물론 지금은 주문받은 통조림부터 만들어야 했지만, 차기 사업으로 이 스틱형 포장은 괜찮을 것 같았다.
그리고 자신의 대리점 사업을 아버지가 이렇게 서포트 해주니 진욱 입장에서는 그저 고마울 뿐이었다.
***
“쥬신일보에서?”
“그래. 인터뷰 요청하길래 너를 추천했어.”
상록점에 출근하면서 가게 관리를 하던 진욱에게 진성이 가져온 것은 가게 인터뷰였다.
사장은 진성이었지만, 실질적인 운영은 진욱이 하고 있어서 그를 추천했다고 하는 사촌형.
그래서 진욱은 졸지에 아이디어로 승부를 보는 차세대 청년 사업가 중 하나로 선택이 됐다.
“잘 해봐. 언론 한 번 타는거 좋으니까.”
“아, 그러면··· 준비할게 많은데.”
“응?”
진욱은 쥬신일보 인터뷰에 대해 일정을 잡기 전에 많은 준비를 했다.
***
월- 월!
“어머 예뻐라. 이게 버려진 애라고?”
“그러니까요. 아파트 이사가면서 못 키운다고해서 데려왔어요.”
진욱의 집에 새 식구가 생겼다.
나이 3살의 수컷 요크셔테리어였는데, 새 주인도 잘 따르고 단미된 꼬리를 흔들면서 어머니하고도 어울렸다.
“이런 정보는 어디서 알아왔어?”
“벼룩시장이요.”
“···응.”
“무료나눔 코너에 강아지를 무료로 드림이라고 하더라고요. 그게 사실상 파양이지.”
2020년대에는 상상하지 못하겠지만, 생활정보지에 동물도 나눔을 하던 시절이 있었다.
덕분에 진욱은 신문을 통해서 강아지를 데려왔고, 그 아이에게 자신이 만든 건식 수제간식을 한 번 줘봤다.
꼬리를 흔들면서 미친 듯이 킁킁거리다가 바로 오리뼈부터 까드득거리며 먹는 요크셔테리어.
“얘 이름은 뭘로 정할까?”
“요크셔테리어니까 요키?”
“요키··· 이름 좋네.”
다행히 부모님 모두 강아지 키우는 건 쉽게 허락해주셨고, 그렇게 정성껏 키우게 된 진욱이었다.
진욱이 뜬금없이 왜 강아지를 분양받았는지 그 이유는 나중에서야 알려졌다.
***
짤랑-
“어서오세요.”
큰 크로스백을 메고 온 안경잡이의 중년 남성.
“여기 사장님 어디계시죠?”
“아, 무슨 일로 오셨죠?”
그는 바로 명함을 꺼내 바로 소개를 했다.
“쥬신일보 경제부의 양석한이라고 합니다. 미리 이야기를 드렸는데요.”
“아, 양 기자님! 오늘 인터뷰를 오셨군요. 하진욱이라고 합니다.”
진욱이 자기 명함을 꺼내주자 인터뷰 대상자를 발견한 양 기자가 바로 반갑게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아줌마 사원들이 가게를 보는 동안 진욱은 가게 한 곳에서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러면서 오늘 준비한 컨셉이 바로 테이블 위에 올린 자신의 제작품 수제 간식들.
그리고 의자에 앉아 입양해온 강아지 요키를 무릎위에 앉혀놓고 웃으면서 기사에 올라갈 사진을 찍었다.
찰칵- 찰칵-
“됐나요?”
“네~ 사진이 아주 잘 나왔네요. 강아지도 순하고요.”
“하하, 감사합니다.”
명색이 애완견 관련 사업을 하는 CEO인데 생각해보니 진욱은 반려동물을 길러본적이 없다.
그래서 작정하고, 유기견을 분양받고 사진 찍는 용도, 그리고 앞으로도 가게를 운영할 때 아성사료 공장을 지키는 누렁이와 여기 요키를 통해서 이미지 마케팅을 하기로 했다.
벌써부터 블로그에는 많은 인기를 누렸고, 아예 강아지 키우는 거에 대해서도 훗날에 유행할 V로그 같이 올렸다.
***
“와~ 신문에 나왔다.”
“어머! 우리 아들이 정말 나왔네?”
“야~ 너 사진빨 잘받았다.”
[차세대 리더. 애완견 수제 간식 사업으로 대박을 꿈꾸는 청년사업가]
‘간단히 말해 개밥을 파는거죠. 집에 키우는 강아지들이 먹는 그거요.’
‘반려동물 사육인구 2천만 시대를 앞두며, 오늘은 상록시에 있는 한 가게를 찾았다. 이 사업을 기획한 하진욱(22)씨는 이 사업을 구상하며 해외에서 직접 자료를 모아 영어로 된 원서를 읽는 정성을···.’
정말이지 금칠을 해준 기사였다.
진욱 외에 같이 선정된 청년사업 아이템은 인터넷 쇼핑몰, 스몰비어, 이자까야 등의 가게들이었다.
[RRR-RRRR-]
신문과 인터넷 포털에 올라온 기사를 보고 여기저기에서 전화가 왔다.
[너 사진빨 좀 받더라?]
“누나도 다음에 인터뷰 하지 그랬어.”
[나중에 기회가 있겠지. 근데 그 강아지 진짜 예쁘다. 요크셔가 저렇게 순하고.]
“하하, 다음에 누나 코기하고 같이 있어도 될거야.”
진욱은 진영의 연락 이후, 큰 누나 진미의 축하전화, 드리고 동기들과 수의대 선배들의 문자까지 받으며 화답해줬다.
그리고 신문을 오려내 코팅을 한 다음 두 개 지점에 앞에 장식하기로 했다.
그것이 알려지고 가게가 더 장사가 잘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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