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아성 펫푸드!
큰집과 좋은 대화를 마치고 돌아온 진욱은 상록에 있는 집에 돌아와 부모님께 선물을 안겨 드렸다.
이런걸 뭐하러 사오냐고 하면서도 입은 웃고 있는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거실에서 상만과 본격적으로 사업 이야기를 나눴다.
“큰아버지가 빈 상가를 내주신다고 했어요.”
“상규 형님이 그랬다고?”
“네, 법인 만들고 사장은 진성이 형이 해 주기로 했고요.”
“하이고··· 그래도 조카라고 많이 도왔구만.”
상만은 괴팍한 형이 자신의 아들을 도와준다는 말에 피식 웃었다.
그리고는 이제는 알 때가 되었다며 생각하고 몇 가지 충고를 해 줬다.
“큰아버지한테 잘 해. 그리고 좀 꼰대같이 해도 네가 그냥 잘 넘어가.”
“뭐, 호탕한 분인 것 같긴 한데요.”
“그게··· 언제냐? 원래 그 양반도 회사 몇 개 굴리던 사람이야.”
“그래요?”
회사 경영은 신경 안쓰고, 투자 만능론만 부르짖던 사람이었는데 그런 과거가 있는 줄 몰랐다.
“한참 건설 붐 때, 레미콘하고 빌딩 몇 개 올리고, 본격적으로 건설업하고 물류업 했지.”
“아니, 근데 왜···.”
“성격이 좀 지랄맞았어야지. 채무자들하고도 들이받고, 어음가지고 싸우고, 심지어 부동산 개발하는데 그 동네 건달들하고도 엮여서 용역회사 불러서 한 따까리 하기 직전까지 갔었어.”
“어··· 피해자였어요? 가해자였어요?”
“똥 밟았다 생각하고, 그 지역 건달들에게 몇푼 떼주고 합의했지. 그 뒤로 누구랑 동업이고 뭐고 질색을 하는 양반이야.”
알고보니 큰아버지에게 그런 과거가 있었다는 걸 알게 됐고, 잔잔바리 언급하면서 장사 같은 것에 대해 왜 그렇게 싫어하는 지 알 것 같은 진욱이다.
“그래도 진성이면 잘 할거다. 걔는 진짜 돈 굴리는거 잘하거든.”
“네, 그런 것 같더라고요.”
그러면서 아버지 자체에 대한 사업에 대해서도 물었다.
“아성사료는 요새 어때요?”
“이번에 군납 알아보고 있다.”
“오, 군납이요?”
한국 내에서 군납은 조달청이 아닌 군 자체적으로 진행하게 된다.
그래서 로비 능력에 따라서 물건에 품질도 중요하지만 자체 규정에 따라 정하기 때문에 관련자의 의사에 결정된다.
“잔잔바리야. 군견 사료 정도거든.”
“그래도 그게 된다면 경찰견이나 그쪽으로도 가능하잖아요?”
“그래서 이번에 협회 하나 가입하라고 하더라. 뭐, 애견협회? 이런데.”
진욱은 아직까지는 미비한 동물권이지만, 그런 협회를 통해 공공기관 납품이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머릿속으로 그 시나리오를 그려가며 아버지 상만에게 말했다.
“가입하세요. 그리고 유기견 관리 하는 그런데에 아성사료 이름으로 기부도 하시고 이러면 지역지나 그쪽에서 홍보 잘 될 겁니다.”
“흐으음. 그래 뭐, 좋은 일 하는걸 보여줘야. 실어주겠지.”
“그리고 지금 저희가 아성사료 밑에서 대리점 식이잖아요?”
“그렇지.”
“진성이형이랑 이야기했는데, 일단 그 양반이 아성에 입사하는 걸로 하고 근로계약서를 쓴 다음에 아예 대리점을 아성 이름으로 할게요.”
“흐음, 그러면 세금이···.”
“제가 해결하고, 진성이형의 세무법인 알아봐 준대요.”
상만은 그 이야기를 하자 아들과 조카가 본격적으로 사업을 하는데 기꺼이 도와주기로 했다.
큰집 마저도 상가를 싸게 임대해준다는데, 아들 돕기 위해 자신도 할 수 있는건 다 해줘야했다.
“그래, 알겠다.”
“그리고 또 하나 부탁드릴게 있어요.”
“말해봐라. 내가 할 수 있으면 뭐든 도와주마.”
“아버지 상록시에 공무원들 많이 아시죠?”
“?”
진욱은 공무원 돌아가는 시스템을 다 알면서 사업을 위한 빌드업으로 다시한면 나라의 제도를 이용하기로 했다.
***
얼마 후 상록시에 있는 고급 한식당에는 진욱 부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찾아온 인물은 상록시 내에서 사무관으로 있는 중년 공무원이었다.
“아이고, 김 과장님.”
“사장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하하하!”
흰 머리가 그득그득한 50대 중후반의 공무원은 9급부터 5급까지 올라간 고참으로 보였다.
상록시 평생교육과 김원우 과장은 예전부터 상만과 친분을 다진 사이라고 했다.
“제 아들 녀석입니다.”
“하진욱입니다.”
“오~ 그 서울대 갔다는 아드님? 하하하, 좋으시겠습니다?”
“아이고~ 요새 이 녀석이 사업도 하고, 학교도 좋은데 가서 제 자랑거리지요. 하하하!”
“아, 이야기 들었습니다. 서울에서 장사를 한다고요.”
“네, 애견 수제간식 사업입니다.”
“애견 수제간식이라··· 여기 개 키우는 사람 있나?”
계장이나 주무관들에게 물어봤을 때, 몇몇이 손을 들었다.
진욱은 미리 챙겨둔 샘플용 오리목뼈 간식을 포장해서 나눠줬다.
“한 번 먹여 보시죠. 맛들리면 이것만 찾게 됩니다.”
“어머, 직접 만든거에요?”
40대 여성 주무관이 신기하다는 듯 살펴볼 때 진욱이 말했다.
“식약청 인증도 받고 정식으로 사업자 등록해서 운영하는 가게입니다.”
“손재주가 있네요. 이런 거 만드는거 힘들지 않아요?”
“아버지 공장에서 작업실 차렸죠.”
50그램에 5천원 정도의 적절한 가격에 딱 한 끼 먹일 정도의 그 샘플들을 보고 흥미를 보이는 평생교육과 공무원들이었다.
그리고 서로 식사를 하고, 술 한 잔도 곁들일 때, 본론이 들어갔다.
“현재는 서울시에서 지원을 받고 사당에 1호점이 있는데, 곧 확장을 하려고 합니다.”
“확장이라면··· 음, 상록에서?”
“네, 그렇습니다.”
“근데 그런 건 식품과에 알려야 하나?”
“아, 그것도 있는데요. 제가 원하는 건···.”
진욱은 지자체니까 할 수 있는 향토기업 만들기 프로젝트에 대해 말했다.
“평생교육원 문화센터에 노하우를 알리고 싶습니다.”
“음?”
교육과 공무원들은 이 어린 친구가 무슨 말을 하는가 싶어서 눈이 크게 떠졌다.
그리고 진욱은 김 과장 앞에서 말했다.
“일단 사업을 시작하고 인재를 모아야 합니다. 하지만, 상록에서 할 사업이니 상록시 사람들을 모아야겠죠. 그래서 제가 가지고 있는 수제 간식 제조 기술을 교육하는 자리를 만드려고 합니다.”
“허어~ 그렇게 되면.”
“네, 제가 상록시 문화센터와 일자리 센터에서 강연을 하고, 그런다음에 직원으로 채용하려고 합니다.”
그러자 평생교육과의 교육운영파트의 양지훈 주사가 말했다.
“아, 주민센터 교육과정이군요.”
“그걸 지자체 청년배움센터와 같이 손을 잡아서 운용하면 지원이 있지 않겠습니까?”
나쁘지 않은 제안이었다.
그렇게 되면 상록시 내에서 허가만 받는 순간, 나랏돈으로 지원을 받고 그러면서 취업률을 높일 수 있을거다.
그렇지 않아도 아성사료 역시 ‘병력특례업체’ 논의를 하고 있어서 이 건이 통과되면 산업기능연수요원을 뽑을 수 있는데, 거기에서 추가로 평생교육센터에서 배운 것으로 소매업을 한다.
“이건 확실히 고려해 봐야겠군요.”
“네, 좋은 결정이 있기를 바랍니다.”
과거 YN하고 공무원들이 뭔짓 했는지 잘 알고 있어 딱 식사까지만 대접하는 자리가 된다.
그리고 만약에 안된다고 했을 때 진욱은 플랜B도 충분히 갖추고 있었다.
‘큰아버지 빌딩이 상록에만 있는 것도 아니고, 지역에 상가 있는 지자체는 다 만나봐야지.’
이미 판을 다 깔아놓고 지자체 공무원들을 움직일 셈이었다.
경기도나 서울, 인천 셋 중에 하나는 응할 곳이 반드시 나올거고 상록은 아버지 인맥으로 인해 첫 제안을 하는 곳이다.
“음~ 좋아요. 이건 내일 내가 한번 안건을 만들어 보기로 하고, 오늘은 그냥 먹고 마십시다.”
“아이고, 김 과장님. 속도 따라가려면 저 오늘 죽었습니다.”
“하하하, 요샌 그래도 술 좀 줄이고 있어요!”
딱 지역 공무원과 그 일대 공장하는 사람들의 대화속에서 나오는 식사 자리.
물론 계산은 아버지가 하시겠지만, 이 당시에는 아직 3만원 식사 커트라인이 없어서 이정도는 법적으로 문제없는 ‘식사 자리’였다.
봉투만 오가지 않는다면 말이다.
***
“일단 이게 형 근로계약서야.”
진욱은 진성을 만나 ‘아성사료 근로계약서’를 내밀었다.
하나하나 읽어본 진성은 그걸 보고 피식 웃었다.
“내 직책이 이사야?”
“일단은. 하지만 나중에 분사한다면 사장으로 올라가겠지.”
“그때가 언제인데?”
진성의 물음에 진욱은 손가락을 펼치면서 말했다.
“아성 펫푸드가 5호점에서 10호점 정도로 늘어났을 때.”
“왜 그때쯤인지 물어봐도 될까?”
“그때 되면 아버지의 아성사료의 규모가 더 커지고 코스닥 상장을 준비할거야. 상장되는 순간 아성펫푸드는 독립해서 법인을 따로 만들거고 그때부터는 진짜 우리들의 사업이 되는 거지.”
규모는 작아도 전형적인 재벌가에서 2,3세대의 후계자들이 착실하게 준비하는 계열사 분리 후 성장 테크트리였다.
그런 다음 자신들의 사업으로 성공해서 상장을 하면 다시 모회사로 ‘왕의 귀환’을 하고 능력을 인정받아 승계를 하게 된다.
이게 성공하는 재벌과 실패하는 재벌의 차이는 매우 크다.
성공하면, 차세대 리더고 실패하면 무능한 황태자 꼬리표가 평생 따라다닐테니 말이다.
“진욱이 너, 평생교육원 쪽 알아본다며?”
“아, 상록시가 통과시켜 줄거 같아. 그래서 일단 식약청하고도 다시 한번 논의 하고 본격적으로 시작해야지.”
“자격증··· 만들어야 하지 않나?”
진성의 물음에 진욱은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지금 등록해봤자 국가인증이 아닌 국가등록 민간자격증 수준 밖에 안 돼.”
“흐으음.”
“국가등록 자격증이라 해봐야 위상 없으면 그냥 동네 구멍가게 표찰이야. 적어도 우리가 중견기업 이상은 올라가야 뭘 만들더라도 만들지.”
“이야- 진짜 큰 그림 생각하고 하는 거구나.”
“그래서 형이랑 같이 하자고 한 거지.”
진성은 정말 이게 자신이 어린시절 알던 그 하진욱이 맞는지 놀랄 정도였다.
사실 사업을 같이 하자는 말에 적당히 도와주고 자리 잡으면 또 다른 일을 생각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플랜에 따라 움직였고, 제2, 제 3의 성장루트를 착실하게 만들어 이정도면 대기업에 올려도 먹힐 마인드맵 사업 기획서였다.
게다가 대체 그런 건 누가 가르쳐 줬는지 지자체와 국가 공무원들의 시스템을 제대로 꿰고 있어서 일처리가 엄청났다.
더 대단한 것은 이 녀석은 현역 대학생. 그것도 이제 1학년인데, 수업을 들으면서 자기 가게도 관리하고, 상록시로 내려가 주민센터에서 수제간식 강의까지 한다고 한다.
몸이 몇 개라도 모자랄 수준인데, 그 세 가지를 모두 능숙하게 완성하면서 추가로 사업의 큰 그림까지 그려간다.
“이거 진짜··· 일이 커지겠는데?”
“일단은 순차적으로 가야지. 하지만 다들 도와준다면 충분히 할 수 있어.”
자신만만한 진욱의 얼굴을 보면서 진성은 자신의 인생에서도 이건 한 번 걸어볼 가치가 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두 하씨 집안은 의기투합하여서 제대로 준비했다.
***
“부디, 대박나게 해 주십시오!”
상록시에서도 신도심으로 알짜배기 상권이라 불리는 해산동 일대에 5층짜리 빌딩.
그리고 얼마 전까지 휴대폰 대리점이었던 곳은 [아성 펫푸드 2호점] 이라는 이름으로 개업했다.
그리고 2층 건물에 아성펫푸드의 사무실이 만들어졌고, 큰아버지에게 건물 1,2층을 모두 기존보다 싼 금액으로 들어왔다.
상규 일가와 상만 일가가 모두 도착해서 좀 시대에 뒤떨어졌지만, 돼지머리 고사에 지폐를 문 북어를 걸어놨고, 그 뒤로 아버지가 잘 아는 인테리어 업자에게 부탁해 제대로 오픈을 했다.
2호점이지만, 본점 기능을 하는 상록시 아성펫푸드는··· 오픈 이후 엄청난 인기를 누리면서 개시 첫날 매진 릴레이를 이어갔다.
그리고 찾아온 손님들은 문화센터에서 직접 가르쳐 준다는 말에 점점 더 입소문이 퍼졌고, 그렇게 성공적으로 안착한 아성펫푸드에게는 이제 성장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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