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개밥 공장의 천재 아들-17화 (17/200)

17- 큰집은 큰 손이다.

갑작스럽게 사촌 가게에 놀러온 진성.

그리고 큰집 식구들을 떨떠름해 하는 진영과 달리 진욱은 친절하게 설명해줬다.

“이거랑, 이거, 이거 해서 한 번 먹여 볼까?”

“아, 이 제품은 돼지 귀를 훈제시킨···.”

친절하게 하나하나 설명해주고, 그것에 대해서 강아지들에게 먹일 때 주의 사항 등에 대해서 말해줬다.

진성은 그 설명을 하나하나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때 문이 열리면서 또 다른 손님이 찾아왔다.

“어머~ 이 가게구나?”

“어? 큰엄마!”

진성에 이어 그 어머니인 백모 김수경의 등장에 진영이 깜짝 놀라달려왔다.

“큰엄마도 오셨어요?”

“진영이 오랜만에 보는구나, 잘 지냈지?”

“네, 지난번에 못 찾아뵌건···.”

“됐어 됐어.”

그러면서 진욱과 진성이 있는 곳으로 다가온 수경을 보고 그들 역시 달려와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큰어머니.”

“이쪽부터 진욱이 가게구나? 세상에··· 이걸 다 직접 만든거야?”

“아, 네. 하나하나 분석해서 만들어 파는 제품이에요.”

“손재주가 좋네?”

“감사합니다.”

큰어머니 수경은 아들이 고른 제품들을 보고서는 똑같이 진욱에게 설명을 들었고, 고개를 끄덕이며 이번엔 진영 쪽으로 갔다.

그녀가 만든 애견 옷도 상당히 예쁜 게 많아서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들에게 한번 입히고 싶다고 말했다.

덕분에 진욱에 이어 진영도 큰집 사촌들을 손님으로 맞이해서 오늘 엄청난 매출을 올렸다.

그리고 저녁이 되었을 때, 오늘 모임이 있다면서 고급 모범택시를 부르고서 돌아간 큰어머니와 다르게 진성은 진욱을 데리고 인근의 가게로 찾아갔다.

지난날의 삶으로 인해 술을 잘 마시지 않는 진욱이었지만, 오늘은 대접하는 자리이니 마음껏 주문했다.

“하~ 오늘 보니 진짜 둘 다 장사 잘 해.”

“음? 그렇게 보였어?”

“나야 아는 사람이라고 와서 좀 챙겨준거지만, 원가 대비 수익도 좋고 거기에 주문량도 좋더만.”

진성은 그 짧은 시간에 어머니랑 같이 사촌들의 사업을 한 번 쭉 둘러본 듯 했다.

자신의 아버지인 상규야 ‘그런 거 해서 몇 푼이나 버냐?’ 식으로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티끌모아 태산이라고 적은 원가로 괜찮은 장사수완을 보이는 남매들의 미래가 굉장히 기대됐다.

“형은··· 좀 어때?”

그 옛날 증권사 한 번 다녔다가 퇴사한 이후로 집에서 아버지 재산만 관리하는 자택 재무설계사라고 불린다고 하는 진성.

그래도 돈 굴리는 능력이 굉장히 좋아서 매년 큰아버지 세금 문제 해결과 괜찮은 투자처는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많은 손을 투자해서 상당한 성과를 이룬다고 한다.

“형은 이번 투자 잘 되고 있어?” “안 좋아.”

길게 한숨을 내쉬면서 생맥주를 벌컥벌컥 들이키는 진성.

그는 오늘 찾아온게 단순히 사촌들 보러 온 게 아닌 것 같았다.

“요새 뉴스 보면 알겠지만, 미국 상황이 굉장히 안 좋아.”

“그쪽 주식 투자 했어?”

“아버지에게 얘기해서 있는 대로 다 빼내고 있어.”

“어디에 투자했는데?”

“자동차, 금융, 철강.”

“아···.”

2008년에 일어나는 세계금융위기.

영원할 것 같았던 미국의 경제가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고, 철옹성이라 불렸던 월가 대형 보험사와 금융사들이 무너져내려갔다.

심지어 다른 대기업들도 금융사를 운용하며 저 버블에 편승하다가 연쇄적으로 부도가 나서 미국의 부동산과 금융이 박살나서 회복까지 수 년이 걸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거기에 엄청난 돈을 투자했다는 큰아버지 일가가 진성이 미리 알아차려서 그쪽으로 돈을 빼낸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위기 생기면 우리나라도 위험할테니까 지금은 안정 자산으로 돌려야 돼.”

“안정자산이라면 어떤거?”

“부동산하고 금이나 은괴 투자.”

나쁘지 않은, 오히려 좋은 방법이었다.

금과 은 모두 이후에 엄청나게 치솟으며 스마트폰시대에 이은 반도체 붐에 초고점을 찍게 된다.

그리고 2008년 이후 새 정부가 뉴타운 개발을 앞두면서 그린벨트 지정 해제와 건축규제법을 풀어서 제 2의 부동산 붐이 일어난다.

‘이거 다 나도 과거 때문에 아는 거긴 한데···.’

지난번 만났을 때도 그랬지만, 큰아버지 못지않게 진성 역시 투자 같은 것에 굉장히 관심을 두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계속 투자로 운을 띄우고 있는 것을 두고 진욱은 혹시나 싶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일단은 화제를 돌려보자. 그리고 오늘 술자리 동안 다시 투자 이야기를 두 번 이상 꺼내면 백퍼다!’

진욱은 그러면서 새 안주로 온 새우튀김을 앞에 놓고, 건배를 하면서 말했다.

“우린 다른거 보다도 미국산 그 고기가 문제야.”

“아, 미국산 소고기···.”

“광우병이고 뭐고, 그것 때문에 당분간 소 간식은 빼려고.”

가격이야 월등히 싸지만, 주변에서 난리 부르스를 추고 있으니 원자재 좋은 게 있어도 이제 사업 초창기네 구설수는 피해야 했다.

그리고 진욱이 미국산 소고기로 향하자 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음, 오늘 산 것도 보니까 대부분 오리나 돼지고기 위주더라고?”

“원래 우골도 많이 썼어. 특히 목뼈부분.”

“뭐, 좀 시끄럽긴 한데 그것도 내년 쯤이면 진정될거야.”

“그랬으면 좋겠네.”

이미 알고 있지만, 일단은 진성의 말에 맞장구를 쳐주는 진욱이었다.

그러면서 다음 이야기는 온라인 마켓에서 나오는 주문 이야기로, 택배와 소포 등을 우체국으로 쓰고 있는데 다른 업체에 대한 이야기 등이었다.

그렇게 서로에 대한 사업 이야기, 또는 그러면서 도와준 아버지와 어머니 등의 이야기를 했을 때 진성은 조용히 들으면서 계속 안주를 먹었다.

“근데 말이지. 이번에 미국 증시를 보면 확실히 역으로 투자를 해야 될거 같아.”

‘두 번째.’

진욱은 그 상황에서 다시 투자 이야기를 꺼내는 진성을 보고 속으로 생각하며 말했다.

“역으로 투자라면, 설마··· 인버스 같은 거 하는 거 아니지?”

“어, 아는구나?”

영화 ‘빅 쇼트’로 유명한 인버스 상품을 말하는 것이었다.

간단히 말해서 증시가 오르는것과 다르게, 증시가 떨어질수록 역으로 수익을 얻는 방식의 금융상품을 말하는 것이었다.

월가 불패론을 부르짖고 미국의 금융을 믿으면서 전세계에 수많은 자본이 그렇게 달려들었다가 철저하게 박살났다.

그리고 역으로 미국 내에서 컨소시엄을 끌어모아 인버스로 투자를 한 이들은 엄청난 벼락부자가 되었다.

이 당시에 인버스를 미국 본토도 아니고 한국에서 생각하고 있는 진성을 보고 진욱은 다시 생각했다.

‘판 깔아놓고 나한테 투자 같이 하자는 건가? 만약 그렇다면···.’

그동안 사업을 확장시키기 위한 ‘쩐주’를 생각했던 진욱이었다.

하지만 큰아버지 상규는 재력은 있으나 자신이 사업 이야기를 해도 귓등으로도 안 들을 사람이었다.

그런데 진성은 좀 다른 것 같았다.

“형이 생각하는게 잘 될거야.”

“그렇지? 나도 이번이 가장 큰 투자 적기 같아.”

“그건 그렇고, 요새 말이지. 세금 계산을 해야 될게 있는데. 내가 지금 청년창업지원으로 누나랑 같이 지원금 나누거든?”

“음.”

다시 화제를 돌리고 이번엔 세금에 대해서 조언을 해주는 진성.

진욱은 국세청에서 근무하는 웬만한 세무사급의 지식을 보이는 진성을 보고 다시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안주가 떨어져서 새로 시키려고 할 때 진성이 일어났다.

“시간 괜찮으면 자리 옮기자. 이번엔 내가 살게.”

“아니야 형.”

“괜찮아. 사촌동생한테 얻어먹기만 할수야 있냐?”

진욱이 계산은 했지만, 2차는 자신이 쏘겠다면서 나온 진성은 자신이 이 근처에 잘 아는 곳이 있다며 바로 방배동 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상당히 고급져 보이는 바에 들어와서 자리를 잡았다.

“어머, 오랜만에 오셨네요?”

아름다운 미모의 바텐더가 진성에게 인사했고, 그는 바테이블 대신 자리를 따로 잡은 채 이야기 했다.

“지난 번 키핑 남은 거 하고, 과일 새로 세팅해줘.”

“네. 알겠습니다.”

진욱은 과거의 삶에서 바의 엄청난 가격을 잘 알아서 혀를 내둘렀다.

“위스키 국산으로 해도 20만원은 넘을텐데.”

“동생이랑 따로 마시는데 이 정도는 대접해야지.”

그러면서 별 거 아니라는 듯이 손사래를 쳤는데, 키핑한 위스키로 바텐더가 가져온 것은 다른 것도 아니고 발렌타인 30년이었다.

“이거 먹어봤어?”

“30년 산은···.”

“이 참에 마셔 봐.”

언더락도 아니고 샷으로 한 잔 따라준 다음 그대로 쭉 들이켠 두 사촌형제.

진욱은 오늘 새로 태어난 삶에서 가장 많이 먹는 날이라고 고개를 저으면서 예전의 주량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 술이 들어가는데 기어이 진욱이 예상한 ‘세 번째’ 가 나왔다.

“그래서··· 진욱이 너는 돈 관리 어떻게 따로 해?”

“음?”

“너도 이제 학교 때문에 자취를 하고, 사업 하면서 돈 관리하는 거 있잖아.”

‘오케이. 세 번째!’

진욱은 이제 본격적으로 돈 이야기를 하려는 것 같아 응하기로 했다.

“난 내가 직접 관리해. 부모님도 그러라고 하셨고.”

“용돈은 따로 받아?”

“난 괜찮은데 주시더라고.”

“그거 한 데 어디다 모아? 예금 통장? 아니면 정기 적금?”

“CMA로 운용하고, 일부는 상호저축은행에 예금.”

“오~ 이자율 높은 쪽을 노리는구나? 그거 좋은 방법이야.”

생각 보다 대화가 잘 될 것 같아서 하는 이야기.

그리고 진욱의 머릿속에는 진성이 무슨 조언을 할지 눈 감고도 다 알았다.

그리고 본론으로 들어가 진성은 투자 이야기를 꺼냈다.

“나, 이번에 아버지 허락 받고 인버스 크게 하려고 한다.”

“그래서··· 내가 같이 설득해달라는 거야? 아니면 같이 투자해야 하는거야?”

“제안은 하고 싶어. 나랑 같이 해 볼래?”

1년만에 돈을 제곱으로 뻥튀기 할 수 있는 기회. 마다할 리가 없었다.

“좋아, 할게.”

“하하하! 고마워. 역시 내가 찾아오길 잘했어!”

사실 이 상황은 매달릴 쪽은 진욱이고, 금고열쇠를 가진건 진성이다.

미래를 모른다면 당장에라도 진욱이 진성 바짓가랑이를 잡고서 투자하는데 같이 버스를 타야 했다.

하지만 진성은 정식으로 같이 투자를 제안했고, 진욱은 거기에 대해서 제안했다.

“지금 내가 대출받을 수 있는 금액, 그리고 영혼까지 끌어모은 것들 다 꺼낼 자신 있어.”

“후회 없는 선택일 거다.”

“다만··· 나도 부탁할게 있어.”

“어, 그래! 뭔데? 말만 해봐. 내가 할 수 있는거 있다면 다 들어줄게.”

“우리 동업하자.”

“?!”

진욱은 여기서 승부수를 던졌다.

“동업이라니··· 너랑 나랑?”

“진영 누나도 곧 끼겠지.”

“하, 하하···.”

사촌끼리 동업이란 말에 뺨을 긁적이며 아까 자신이 산 수제 간식을 가방에서 슬며시 꺼내는 진성이었다.

그리고 진욱은 자신이 아는 정보를 슬쩍 꺼냈다.

“사실 큰아버지같이 엄청난 재력을 가지신 분들이면, 법인을 만드셔서 세금 계산을 하시잖아?”

“어, 어···.”

“나도 그렇게 하려고, 일단은 법인을 만들고 지점을 늘려서 프랜차이즈화를 생각하고 있어. 물론 수출쪽을 위해서 상사도 껴야 하고.”

“이야··· 큰 그림 그리는 구나?”

“형이 사장 해줄 수 있어?”

“으, 으음?”

“제품 개발하고, 지점 늘리는 거야 내가 할 수 있지. 그리고 세금··· 좀 빡세겠지만, 세무사를 고용하거나 회계장부를 만들어야 하고.”

사실 전부 진욱이 할 수 있었지만, 금방 할 수 있느냐 아니면 시간이 좀 걸리냐의 차이다.

“흐으음.”

진성은 조용히 샷을 한 잔 쭉 들이키고 생각에 잠겼다.

“큰아버지··· 허락 필요해?”

“아니.”

진성은 입가에 미소를 지은 상태로 대답했다.

“할게. 대신 나는 공장이나 인력 운용 이런 거 잘 못할 수 있다?”

그 순간 진욱 역시도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사촌형의 빈 잔에 얼른 위스키를 채워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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