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개밥 공장의 천재 아들-14화 (14/200)

14- 애견시장 미래는 관악에서 한다!

2008년 3월.

서울대 관악캠퍼스 종합운동장.

수많은 전국의 엘리트 학생들이 모인 자리에서 진영이 코디해준 옷으로 입학식에 참여한 진욱이 있었다.

‘기어이 이 학교를 또 와서 말이야.’

그 당시와 비교해서 달라진거는 TV의 액정이 줄어들었다는 것과, 애들의 패션이 달라졌다는 것 정도 빼고는 없어 보였다.

입학식을 마치고, 가족들이 모두 모여서 기념사진을 찍었을 때, 상만이나 원숙은 이 사진은 정말 가보로 삼아야 할 거라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진욱은 두 번째 삶에서 20대로 시작하는 지금을 위해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관악산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쥐었다.

***

“자,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교수의 말이 끝나자마자 진욱은 곧바로 교재를 정리하고, 가방을 챙겼다.

다른 신입생들이 서로 약속을 잡고 움직이려고 할 때, 진욱은 급하게 갈 곳이 있었다.

“역사도 제대로 파고드니 배울만 하네.”

이전까지는 기본적인 교양으로만 들었지만, 법대가 아닌 인문대 동양사학과에 입학한 진욱은 사업 외에도 공부에 열중했다.

특히 왕조에 관한 이야기를 주력으로 파고들면서, 논문 또한 그쪽으로 준비할 셈이었다.

‘괜히 재벌가가 제왕학이라고 역사 가르치는게 아니라니까.’

몇몇 대기업 자제들이 공학이나 경영학이 아닌 사학을 전공하라고 말했다는 이야기가 괜스레 생각났다.

진욱이 인문관에서 나와 향한 곳은 캠퍼스 끝자락에 있는 수의학관이었다.

그가 서울대에 입학한 이후 상만은 뭐든 다 해주겠다는 약속을 지켜줬다.

거기에 따라 사료 회사인 아성사료는 ‘서울대공원 동물원’과 ‘어린이대공원 동물원’에 사료 납품을 하는 기업이 수의학관에 기증한다. 라고 학내 신문에도 알려졌다.

아성사료가 그렇게 기증을 하면서 수의학과 학생들과 친분을 다지는 것은 진욱의 몫이었다.

“아, 선배!”

“선배는 무슨···.”

진욱이 입학 이후 자신의 인문대 건물보다 많이 들렸던 곳이 수의대 건물이었다.

거기서 자신과 비슷한 나이대의 선배들이나, 학번은 같지만 어린 동생들을 만났는데, 그중 한 명이 05학번의 동갑내기 친구먹은 이경준이었다.

“오늘도 잔뜩 만들어왔지.”

진욱이 가방을 열고 꺼낸 것에는 강아지용 수제 간식이 가득했다.

“오리목뼈, 날개, 도가니··· 아이고, 오늘 애들 호강하겠네?”

“뭐, 나도 장사해야되는 몸이니까.”

경준은 진욱을 데리고 서울대 내에 있는 수의과대학 동물병원으로 향했다.

일반 의대와 마찬가지로 수의대 역시 6년제 커리큘럼으로 운영되었는데, 그들 중 일부는 동물원쪽으로 취업을 하거나 개인병원 오픈, 혹은 학교에 남아서 연구를 계속 하고는 했다.

그리고 경준 역시도 학교 내에서 연구를 계속 하는쪽으로 진로를 정해 선배들에게 진욱을 소개시켜줬고, 그가 만들어온 수제 간식은 훌륭한 실험 거리가 되었다.

“오~ 진욱이 왔냐?”

“안녕하세요. 선배님.”

다른 선배들이 연구실 안에서 진욱을 반갑게 맞이했고, 그 안에는 케이지에 있는 작은 강아지들이 많이 있었다.

전부 유기견 센터에서 데려와 직접 치료하고, 재활을 시킨 아이들이었다.

왈-왈!

그들중 일부는 진욱이 오자마자 ‘맛있는 것을 가져오는 사람.’ 이라는 각인이 되어있어서 꼬리를 흔들거리며 달려들었다.

진욱 역시 그 상황에서 웃으며 가방을 열어서 먼저 물건부터 선배들에게 보여줬다.

“이번에는 아예 핏물을 머금은 상태로 건조한거하고, 3시간 담가서 완전 다 뺀 뼈 훈제 두 개로 했어요.”

“어우, 냄새가 좀 그런데?”

훈제목뼈에서 나는 역한 냄새는 핏물채로 건조기에 돌려서 나는 향이었지만, 오히려 강아지들은 그걸 더 좋아했다.

“앉아!”

진욱은 자기 말에 얌전히 앉은 강아지들에게 쓰다듬어 주며 수제 간식을 건네줬고, 그것을 지켜보면서 수의대 선배들의 자료를 볼 수 있었다.

“확실히 뼈 간식이 좋아. 일단 치석이 사라지고, 턱근육이 발달하더라고.”

일반 건식사료를 준 실험군과 뼈간식을 준 실험군으로 나뉘었을 때, 뼈쪽이 좀 더 건강하다는 결과를 확인한 진욱이 미소를 지었다.

“아, 물론 다 좋은건 아니야. 냄새맡고 억지로 씹다가 역으로 잇몸이나 어금니 상하는 애들도 많아. 주로 노령견들이 말이야.”

“흐으음. 그걸 감안 해야겠죠.”

수의대 입장에서는 적지 않은 연구비를 기부하면서 스스로 신상품 사료를 팔기 위해 직접 실험을 요청한 진욱과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엄청난 이득이었다.

“제가 이거를 이제 사업자 등록해서 대리점을 차리려고 하는데요. 일단 다른 수의사 선생님들도 이걸 인정할지 모르겠네요?”

진욱의 물음에 졸업반인 백남현이 대답했다.

“일단 이런 뼈간식 자체가 미국이나 독일, 프랑스 등의 애완동물 비중이 높은 나라에서 발표한 논문이 많아. 치석등의 강아지 구강에 대한 건강에 대해서는 효과가 반반이지만 말이지.”

서양에서는 활성화됐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한 수제간식 시장.

진욱이 1년의 시간을 두고 만드는데도 아직 국내에서 수제 간식 시장은 영세한 업체 몇몇개를 입소문으로 타고 들어가는 것 외에는 찾기 힘들었다.

“교수님이 이걸로 수의치과협회에 논문 준비하신다고 하는데 지금 이게 다 도움이 될거다.”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가 인증한 논문이 완성된다면 그때부터 진욱이 대리점을 오픈할 계획이었다.

그리고 수의대에서 각종 자료와 강아지들의 입맛 테스트를 마친 진욱은 유익한 정보를 많이 얻고서 돌아갈 수 있었다.

***

며칠 뒤 사당역 인근에 있는 대형 상가에 도착한 진욱은 선물을 잔뜩 들고 왔다.

짤랑-

“누나 나 왔어!”

‘아성 펫드레스’라는 멋드러진 간판이 새겨진 가게에 들어온 진욱은 안에서 카운터를 보던 직원에게 인사했다.

“어머, 진욱이 왔구나.”

“안녕하세요. 소혜누나.”

작년부터 애견 의류 사업을 한 뒤로 넘쳐나는 물량을 감당못하던 진영은 의상학과 친구들을 불러서 아예 가게를 차리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아버지가 30%, 동작구 청년창업센터 20%, 서울시청 20%에 진욱의 예산 15%, 그리고 나머지는 진영이 직접 지갑을 열어서 만든 가게였다.

“오~ 우리 서울대 동생 오셨어~”

공방 안에서 새 옷을 만들고 있던 진영은 애완견 모모를 안고서 나왔다.

커다란 덩치의 웰시코기 몸에 딱 맞는 색동옷을 보고서 진욱은 갈수록 실력이 좋아진다며 피식 웃었다.

“이번에 만든것들이야.”

“그렇지 않아도 저쪽 자리 치우고 진열대 설치하려고.”

진욱이 가방에서 진공포장된 수제간식을 꺼내자 눈으로 보고 막 짖어대는 모모와 다른 강아지들이 달려왔다.

“야~ 진짜 인기 좋다니까.”

“소혜야. 네가 얘들 좀 나눠줘라! 나, 동생하고 얘기좀 하게.”

“어, 어! 알았어.”

카운터에서 일어나 진욱이 준 간식 포장지를 뜯은 소혜는 일단 강아지들을 한 곳으로 모았다.

그리고 테이블에 앉아 누나가 준 아이스커피를 마시며, 곧 설치될 진열장 자리를 보면서 말했다.

“일단 나는 수업 마치자 마자 들어와서 가게 보는 걸로 할게.”

“음~ 낮에는 나랑 소혜가 맡고, 저녁에 네가 맡으면 되는데··· 이쪽 공부는 잘 했어?”

“주문받는 법부터 예약까지 전부 다 했어.”

진욱은 이 가게에서 애견 의류 주문 받는법과 포스기 쓰는 법 등의 기초적인 가게 운영을, 그리고 진영 역시도 수제간식의 성분하고 개들이 종류별로 좋아하는 간식들을 서로 배워야했다.

“내가 참~ 동생하고 같이 동업을 할 줄은 몰랐네?”

어렸을때만 하더라도 엄청 싸워댔던 둘이었는데, 어느새 둘다 나이를 먹고 애완동물이라는 공통점을 두고서 같은 사업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장사는 순조롭게 잘 돼서 애견 의류 쪽으로 네임드가 된 아성의 이름으로 동생의 수제간식 판매도 같은 가게에서 하는 것이다.

“이제부터 시작이야. 잘 되면 점포도 늘리고, 법인화도 하고, 아버지 회사 산하로 해서 아예 기업집단도 만들고···.”

“너무갔어 새꺄! 적자 안 나는 선에서 현실적으로 목표 잡아.”

동생이 귀엽게는 보여도 입은 여전히 걸걸한 진영이었다.

진욱은 자신이 좀 오버했다는 것은 인정해도 그게 멀지 않은 미래라는 것은 확신했다.

“좋아! 일단 첫달 흑자부터 작게 잡지 뭐.”

“일단 나는 성심껏 홍보해 주겠는데, 장담은 못한다?”

“너무하네~ 나는 누나 새 장사 준비하려고 왔는데.”

“뭐?”

진욱은 품 안에서 서울대 수의학병원 명함을 꺼냈다.

“뭐야, 이거?”

“학교 내에 24시간 동물병원이 생긴다는데, 다친 강아지들이나 고양이들 흉터 긁거나 물지 말라고 깁스나 보호대 같은게 필요하대.”

“그래서?”

“그래서는 뭐 그래서야? 관련 직종 있는 누나한테 요청했지.”

“강아지용··· 환자복이라도 만들라고?”

진욱과 진영의 사업에 정말로 큰 도움을 주는 서울대학교 수의대였다.

물론 그들 역시 상만의 기부를 받으면서 연구하다 보니 부가적으로 동업이 되는 공생적인 관계이니 당연한거겠지만···.

“암튼 나는 이번주 내로 사업자등록증 갱신하고, 관련 자료 인터넷에 올릴게.”

“야, 진욱아. 그것 때문에 말인데, 우리 아예 홈페이지 하나 만들까?”

진영의 물음에 진욱은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냐, 홈페이지보다 차라리 지금처럼 블로그나 카페 방식이 나아.”

“그래? 그래도 나름 사업인데, 홈페이지 멋지게 꾸미는 걸 생각했는데···.”

4-5년 전이라면 몰라도 지금은 제로보드 기반으로 사이트 만들고 플래시로 클릭해봤자 그렇게 인기를 끌지는 못할 것이다.

오히려 유지비만 쓸데없이 비싼데다가 돈만 잔뜩 줘서 그거 만드는 디자이너 고용비를 낭비하느니 그 돈 안쓰고 지금처럼 내실을 다지는게 나았다.

“다다음주야. 오픈까지 홍보 진짜 많이 해줘야돼.”

“아, 걱정 하덜 말어!”

엄지를 올리는 누나 진영과 그 친구 소혜의 인사를 받은 뒤로 진욱은 가게를 나와 길게 숨을 내쉬었다.

“휘유~ 빡세겠다.”

사업자 등록부터, 식약청 인증, 그리고 서울대 수의대의 논문자료 홍보로 인용, 블로그 관리, 원자재 재료 납품, 상록시 아성사료 공장 한곳에 수제간식 공방 제조.

할 일이 태산같이 많았고, 그 상황에서 학점관리와 시험까지 신경써야 하는 대학생의 신분이었다.

하지만 진욱은 이 많은 것을 해도 조금도 괴롭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 같아서는 1주일에 70시간을 넘게 공부와 일만 해도 날아갈 것 같은 심정이었다.

마음이 편하고, 집안에서는 전폭적으로 나를 믿어준다.

가족, 돈, 학업이 모두 완벽해서 알아서 저절로 모든 것을 하게 되는 상황이니 말이다.

***

진욱이 약속한 대로 사업자 등록이 마쳐졌고, 식약청에 수제간식 사료용도 인증까지 받아서 ‘아성 펫드레스’ 한 곳에 진욱의 가게 ‘아성 펫푸드’가 만들어졌다.

먼 상록시 집에서 부모님이 직접 찾아와 돼지머리를 올려놓고 고사 지낸다는걸 진영이 기를 쓰고 말렸지만, 기어이 막걸리는 가게 앞에 한 번 뿌렸다.

그리고 인터넷을 통해 홍보를 하고, 수의과대 논문을 스크랩해서 출력한 다음 수제 뼈 간식 홍보용으로 벽에 붙였다.

그렇게 오픈을 한 뒤로 낮에는 약속대로 수업에 들어가느라 누나에게 가게를 맡길때였다.

우우웅- 우우웅- 우우우우우우웅-

“!?”

교수가 날카로운 눈으로 노려보자 진욱이 황급히 휴대폰을 껐다.

“죄송합니다. 교수님.”

우웅- 우우우웅- 우우웅-

하지만 껐는데도 다시 울리는 전화, 진영이었다.

“···급한 전화 같은데 가서 받고 오게나.”

혀를 끌끌 차면서 나가서 받으라는 교수의 말에 진욱이 연신 사과를 하면서 황급히 나갔다.

“아! 문자 보내지 왜 이 시간에 전화야? 수업중이라고!”

[야이 싯팔! 하진욱!!!]

전화 받자마자 소리를 빽 내지르는 진영이었다.

깜짝 놀라서 뭔상황인가 진욱이 되물었다.

“뭐야? 뭐냐고?”

[너 임마, 네가 만든거 뼈··· 그거···]

“왜? 뭔 일 있어?”

설마 오픈 이후 자기가 생각 못한 뭔가가 있나 싶어 식겁한 진욱이었다.

[뭘로 만들었길래 올리자마자 다나가?]

“!”

[야, 50만원 어치 재고 놓은 거 다 나갔다고! 2시간만에 완판이야! 빨랑 와서 새로 만들어! 찾는 손님 대박 많다!]

진욱의 첫 사업 아성 펫푸드는 오픈 이후 2시간만에 매진 기록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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