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개밥 공장의 천재 아들-11화 (11/200)

11- 원자재로 장난질.

“그러니까~ 아빠는 왜 그렇게 승질이 급한 건데?”

“야이 지지배야! 이 정도 기다려준 사람이 어딨다고 그런 소리를 하는 거냐?”

“그래서 지금 잘하고 있잖아!”

분명 어머니 생신이신데, 끝까지 남은 것은 샴페인과 와인을 마시고 있는 상만과 진영.

그리고 그 상황을 재밌게 지켜보고 있는 진욱.

먼저 들어간 큰 언니 진미나 오늘의 주인공인 원숙은 처음에는 말리다가도, 이내 둘의 감정의 골이 점점 해소되는 것 같아 말없이 추가로 안주만 준비했다.

“자, 술을 마시더라도 뭘 좀 먹으면서 해요.”

갓 깎아온 사과 하고 귤 등을 가져오자 진영은 배시시 웃으면서 엄마를 끌어안았다.

“역시 우리 이 여사!”

“아이고, 저리 좀 가~ 징그러워.”

달라붙는 철부지 딸내미의 등짝을 후려치면서, 적당히 마시라고 경고했다.

그리고 다시 셋의 자리가 되었을 때, 와인 한 잔 가지고 몇 번이나 잔을 들면서 거의 술을 안 마신 진욱은 웃으면서 둘의 대화를 지켜봤다.

아마 내일 서로 알딸딸하긴 했어도 서로 연락도 안 한다는 사이는 이제 해결될 것 같았다.

“그러니까~ 나 이번에 사업 잘 나간다니까?”

“지금 조금 돈 번다고 그게 성공이냐? 2년은 수익 올리고 그런 소리를 해라!”

“헹! 내가 못 할 거 같아?”

“그래, 내 그러면 널 아주 업어서 데리고 다니마.”

“다 큰 딸내미한테 무슨···.”

그러면서 서로 깔깔거리며 웃는 둘을 보고 진욱은 이쯤에서 정리하기 위해 두 손을 들었다.

짝-

“!?”

“뭐야?”

갑작스러운 박수 소리에 상만과 진영 모두가 진욱을 돌아봤다.

“자~ 더 드셨다간 내일 일 기억 못 하실 거 같으니까 이쯤에서 하나는 말하죠.”

“하나를 말해? 아, 그래! 네가 진영이한테 그 개 옷 만드는 거 제안했다지?”

“펫 의류야! 아빠!”

“그래! 암튼 그거. 진욱이가 알려줬다며?”

“뭐, 한 건 하긴 했지. 옷은 내가 다 만들었으니까.”

인정은 할 만한 일이다.

그렇게 해서 단기간 만에 그렇게 많은 주문을 받은 것은 진영의 장사 수완이니 말이다.

그리고 아버지가 동물원 사료, 딸이 애견 의류를 만드는 자리에서 아들이 개입해서 해결한 것이었다.

“이번에 누나가 하는 사업이요. 계속 성공한 다음에 본격적으로 아성사료에서 모두 만드는 게 어때요?”

“뭐?”

“야, 하진욱! 그게 무슨 소리야?”

둘 다 떨떠름한 반응에서 진욱은 차분하게 말했다.

“자~ 우리가 주로 만들었던 게 사료, 그중에서도 주력은 닭하고 개 사료 전문이었어.”

“이번에 동물원에 한국의 토종견 종류 해서 체험관의 사료들도 전부 아성제지!”

상만이 자신만만하게 이야기할 때, 진욱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런데 누나도 애견 의류 사업을 하잖아? 종합적으로 길게 보면 아예 우리가 이쪽으로 나가자는 거지.”

“애완동물 사업?”

“가축용 반려용 둘 다 해서. 규모를 키워야 한다는 거지.”

진욱의 말에 상만의 눈이 번득였다.

반면 자기 스스로 사업을 하고 사장님 소리를 듣고 싶었던 진영은 뭔가 탐탁잖았지만, 진욱이 그리는 큰 그림에 대해서는 이해할 수 있었다.

“일단 누나는 청년창업지원금하고 중기청 홈쇼핑 창업 교육 이수를 했으니까 2년 동안은 보조를 받을 수 있어. 그리고 흑자로 독립한다면 아버지 사업하고 해서 아예 아성이라는 이름 브랜드로 나가자고.”

“그거··· 나라에서 뭐라고 안 해? 나 지금 서울시청에서 이거저거 준비할 게 많은데?”

“누나가 한 사업이고, 아직까지 아버지가 개입한 게 없는데 그쪽에서 뭘? 오히려 저금리로 융자해준거 바로 갚고 졸업하면 걔들은 땡큐지.”

실제로 3년만 지나면 정보화 시대에 이런 식으로 고용승계와 상속세 문제를 해결하는 재벌들이 엄청나게 많아진다.

주로 사내 전산망을 담당하는 IT계열사, 혹은 신사업이라고 인터넷과 스마트폰 관련 앱이나 하드웨어 납품 사업을 한 다음 그것을 재벌가 3,4세나 분가에 있는 조카뻘인 아이가 국가 창업 지원 받아서 확 키운다.

그리고 뒤에서 슬금슬금 재벌가가 지원해주고 상장이 된다면, 그때 나오는게 ‘알고보니 범 XX가 가문’ 그리고 국민 반응은 ‘역시 재벌가 사업 DNA는 다르다!’ 는 금칠하는 칭찬 릴레이.

그거 다 보고 자란 진욱이었다.

한번은 그 일 때문에 지원 대상이 아니라고 빠꾸 먹였다가, 그날 저녁에 모기업에서 저녁 초대받은 적도 있었고 말이다.

일단은 제도가 그런 상황이니 써먹을 수 있을 때 써야 한다.

그래서 진영과 상만의 화해 자리를 만들고 거기에 대해서 다 같이 성장시킬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냈다.

진욱은 그 상황에서 얼마 남지 않은 와인을 계속 디캔팅 하다가 잔을 나누고 먼저 들어갔다.

그리고 다음 날 모든 가족이 모여서 숙취 가득한 상황으로 어머니가 끓여주시는 북엇국으로 속을 달랬다.

“엄마, 나 이제 가 볼게.”

“그래, 지금 하는 일 꼭 잘 돼고.”

서로 포옹을 나누는 모녀, 그리고 진욱에게도 인사를 한 다음 마지막으로 교회 갈 준비를 하면서 양복을 차려입고 나온 상만과 마주친 진영.

“흐, 흐음! 암튼 사업 잘 되면 아빠한테도 연락할게.”

“그래라. 우리 딸내미.”

“!”

지지배라고 부르던 말투가 우리 딸내미로 바뀌자 순간 눈썹이 흔들렸던 진영은 그렇게 인사를 하고 돌아갔다.

그리고 부모님 두 분이 큰누나 진미와 같이 교회로 떠났고, 진욱은 혼자 남아서 컴퓨터를 틀고 뭔가를 또 찾고 있었다.

“어디보자, 이게 지금 시장에서···.”

어렸을 때 개나 고양이 좋아하기는 했지만, 지난 삶의 부모는 털 한 올 날리는 것도 질색해서 그저 바깥에서만 구경할 수 밖에 없는 존재였다.

하지만 지금은 이게 사업이고, 돈을 만들어야 하면서 아주 노다지가 넘치는 블루오션.

그러니 남들보다 먼저 하면서 자연스럽게 진출할 사업이 필요했다.

“어디보자. 이게···.”

진욱이 찾는 것은 애견용으로 파는 펫푸드 제품이었다.

건식사료, 습식사료를 넘어서 훈제 뼈라던가, 동결건조 영양식 등 많은 자료를 살펴봤다.

“이게 한국에선 진짜 없긴 하네.”

아직까지는 소규모로 수제 공방식으로 만드는게 전부.

이후로 2010년대나 돼서야 수제간식 자격증에 관한 협회를 만들고, 민간자격으로 교육 이수를 시키는 시스템이 만들어졌다.

참고로 그때 진욱이 식약청에 근무했었어서 이쪽 자격에 대해 ‘국가공인 자격’과 ‘국가등록 자격’에 대한 것 일처리 하느라 머리 좀 싸맸던 기억이 난다.

“따지고 보니까··· 나 이쪽하고 진짜 연관이 많네?”

의식한 건 아닌데, 행시 합격 이후 정부 과천청사 발령받은 뒤로 식약청, 세관, 중기청, 산재부··· 마지막 돼서야 겨우 기재부 쪽으로 가게 되었으니 일하다 보니 알게된 정보였다.

뭐, 지난 날의 삶이 지금의 삶을 사는 데 도움이 되는 일이니 고맙기는 했다.

그리고 이것을 이용해가지고 새 사업에 대한 사업 기획서를 또 아버지에게 제출할 셈이었다.

하지만 그 기획서를 만들기 전에 회사에 또 위기가 생겼다.

***

쾅!

“그게 무슨 소리야?”

허허실실 웃던 상만이 회사에서 불같이 화를 내며 책상을 두들기자 모두가 움찔거린다.

“사장님, 마이카 쪽에서 갑자기 공급가를 더 올려부른 겁니다!”

“아니, 뭐 또 조류 독감 퍼진대?”

“그게 아니라 원가 상승에 물량주문이 폭주해서 저희보다 웃돈을 주고 사는 업체들이 늘어났다고···.”

김 부장은 그동안 원자재 물량 충당하는데 이골이 텄던 사람이었지만, 이번에는 정말 난감한 일이라며 식은땀을 연신 흘렸다.

“지금 물량도 이번달 어치밖에 없는데 이거 어쩔 거야? 그래! 마이카 놈들이 갑자기 그러는 거라고? 이전에 이야기 안 돼있었어?”

“그, 그렇습니다!”

마이카는 육가공 전문 업체로 엄청난 성장세를 이룬 납품회사이자 슈퍼 갑인 회사 중 하나였다.

치킨대란부터 조류독감 리스크까지 그들의 움직임으로 닭값이 결정된다.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진욱은 조용히 컴퓨터를 두들겨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했다.

분명 자신이 알기로 마이카는 용인 기흥쪽에 있는 회사, 그리고 그쪽 땅에 있는 기업 하면···

“답 나오네.”

진욱은 그것을 보고 쓴웃음을 지었다.

“다른데 물량 알아 봤어? 마이카 없이 어떻게든 다다음달 사료 생산분 11톤을 수급해야 한다고, 11톤을!”

“알아보고 있습니다! 한림식품이나, 동광, 올팜 등의 업체도 수급을 요청했으나···.”

“젠장할! 이 새끼들이 담합을 했나 왜 이래?”

그날은 밤새 사료용 육계 수급을 위해 백방으로 전화를 돌렸다.

하지만 소규모 농가들까지도 씨가 마른 닭의 사업.

이유를 모를 이 상황에서 결과는 얼마 안 있어 언론을 통해 나왔다.

[네, 최근 제일그룹이 미국 P리나 사와의 협약으로 총 20억 달러 규모의 사료공장 증설 계약을 체결했다는 기사를 보셨을 겁니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 사료용 육계의 수급이 안 돼 대대적인 대란이 벌어졌다고 하는데요? 어떤 상황인지 저희 MBS가 보도하겠습니다.]

9시 뉴스에서 나오는 이야기는 모두를 허탈하게 만들었다.

[네, 최근 비정상적으로 높아진 치킨값, 삼계탕 등에 대해 사료용 육계로 소비되고 있다는 상황입니다.]

[사료를 만드는데 닭이 그렇게 많이 든다고요? 당장에 사람이 먹는 것은 어떡하죠?]

아나운서의 말에 전문가가 안경을 고쳐 쓰며 이야기했다.

[하하, 현재 농림축산부에서는 국산 고기의 품질을 위해 축산물 등급제를 마련 했습니다.]

“아~ 닭이랑 오리는 아니지.”

진욱의 중얼거림에 상만이 그걸 어떻게 아냐고 쳐다봤다.

“소랑 돼지야 그 등급제로 나뉘어서 국가에서 떼어서 가격 정해지지만, 닭이랑 오리같은 가금류는 자율 등급제니까요. 그러다 보니 그냥 웃돈 주는 쪽으로 많이 나가죠.”

똑같은 말이 뉴스에서 전문가들로 통해 나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1일1닭이라는 생활권의 한국 사회에서 이렇게 닭값이 오른다는 게 말이 되냐는 의문.

거기에 대해서는 심플했다.

“아버지. 지금 마이카 말고 닭 육가공하는 업체가 유명한게 몇 개죠?”

“뭐? 으으음. 마이카, 한림, 동광, 올팜, 코리아밋?”

“담합이네요.”

아마 대기업이 물량 빼주면서, 거기에 대해 갑작스럽게 수요가 확 늘어버리니까, 공급자들이 가지고 장난질을 치는 거다.

그 당시 걸렸던 업체들이 그 진상이 드러나는 건 지금이 아닌 다음 정권에서였고, 과징금이라고 4-50억 정도를 각 업체마다 받아서 솜방망이로 끝난다.

[그리고 이 문제는 사료용 육계뿐만 아니라 옥수수나, 연어 등도 가격이 일제히 오른다고 합니다.]

“그 와중에 그 YN바이오라는 곳은 제일팜 사료사업부 물량 뗘서 OEM하고 있다네요? 마이카 닭 공급 받아서.”

“아, 이영남이 그 새끼!”

물론 이영남 같은 중소 사장이 이런 짓을 벌인건 아니고, 더 위에 있는 독과점 대기업에서 최저가에 물량을 쓸어담아 중소~영세 업체들이 피보는 상황이지만 말이다.

어찌됐건 방법은 간단했다.

그냥 5개 육가공 업체가 요구하는 15% 인상 폭 받아들이고 지금 각 창고에서 잠들어있을 냉동닭 물량 받아가느냐, 아니면 정부가 개입할때까지 어떻게든 조사들어갈때까지 버티는 것이냐다.

원자재 10원, 100원 오르는 거 가지고 몇 천만원, 몇 억원 차이로 한 분기 장사매출 수익이 오가는 좋소에서는 매우 심각한 문제다.

그리고 진욱은 그 상황에서 아버지에게 말했다.

“지금 저희 말고 닭 필요한데가 얼마나 있을까요?”

“뭐, 그걸 갑자기 왜 묻는거냐?”

“한 번 뭉쳐가지고 필요 수량 계산해보려고요.”

“···진욱아. 아빠는 말이다. 네가 지금까지 회사에서 굉장히 잘하고 있어서 뿌듯하긴 한데 말이지. 이건 진짜 어른들 문제야.”

“저도 어른이에요.”

“···.”

진욱의 단호함에 상만은 한숨을 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어디 지금 사료용 육계 수급할 방법이 있다면 기획서로 올려봐라.”

“네~ 알겠습니다.”

진욱은 바로 2층으로 올라갔고, 상만은 속이 타서 담배만 연신 태웠다.

“상도덕도 없이 갑자기 저렇게 올리면 우린 뭘 먹고 살라고···.”

그것도 사람 먹는것도 아니고, 해외 회사 공장하고 합작해서 기존 물량을 싹 쓸어갔으니 속이 탈 일이었다.

***

타닥- 타닥-

“지금 저게 진짜로 닭이 없어서겠냐? 담합에다가 대기업이 물량 떼어간 거 뒤로 배짱장사 하느라고 그러는 거지.”

딱 봐도 공급가 올리려고 수작 부리는 짓인데, 당장에 물량만 가지는 아성 같은 소규모 공장들이 괴로운 일이 된 것이다.

거기에 치킨업체들도 이 기회에 500원에 1천원씩 알음알음 올리고, 치킨 한 마리에 만원 넘는 프랜차이즈가 막 생겨날게 곧 있을 일이다.

그리고 진욱은 거기에 대해서 해법을 쉽게 찾았다.

지금이 2007년이라는게 매우 행운이었고, 거기에 대해 저환율로 상사맨들이 넘친다는 게 아주 땡큐였다.

참고로 이 당시의 환율은 1달러에 954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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