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개밥 공장의 천재 아들-10화 (10/200)

10- 돈 되는 일 조언자.

내친김에 카페에서 수제 쿠키에 티라미수까지 시킨 진영은 동생을 위해 커피를 새로 시키면서 말했다.

“자~ 이 누나가 특별히 대접하는거니까 좀 더 이야기 해봐.”

“어, 그러면 일단 수첩에 적을 거 있어?”

“문자로 보내. 하나하나 읽어볼테니까.”

“···그래.”

진짜 자신이 안 왔다면 20대 청춘에 모아놓은 돈 죄다 날릴 수도 있었던 철부지 중소기업 사장 딸내미로 보였다.

그래도 깐죽거리는 것에 비하면 은근히 챙길건 다 챙겨주는 스타일이었다.

이런 성격이라면 오히려 다루기 쉬웠다.

적당히 좋은 정보만 던져주고 얇은 귀가 채워진다면, 그 순간부터는 아주 좋은 파트너가 될 테니 말이다.

“일단 창업지원센터하고, 소상공인 센터, 그리고 지원금이 되는 곳까지 차례대로 보낼게.”

누구라도 알아들을 수 있게 하나하나 장문의 문자로 작성해줬다.

스마트폰만 있다면, 일사천리지만 그게 없으니 아날로그 방식으로 움직여야 했다.

그렇게 방법을 일일이 설명서처럼 알려줘서 MMS로 5통을 보냈을 때, 그것을 유심히 살펴보는 진영이었다.

그리고는 그것을 숙지하고 있을 때, 아까 진영이 준 사진들을 유심히 바라보던 진욱은 또 하나를 물었다.

“누나, 혹시 블로그나 SNS 하는거 있어?”

“뭐? 블로그는 하는데 SNS는 뭐야?”

“아, 그··· 싸인월드나 트루버디같은거.”

“트루버디를 요새 누가 해. 싸인월드는 내가 좀 하긴 하는데.”

“그래? 그럼 그걸로 누나가 계속 만든거를 올리면서 홍보를 해야지.”

“안 그래도 그러고 있어.”

진욱은 그 말을 듣자 ‘그래도 완전 맨바닥에서 시작하는 건 아니겠다.’라고 안도했다.

“그러니까 하나하나 시작해 봐. 나도 아버지에게 이야기해서 혹시라도 지원해주신다면 도울게.”

“하이고~ 됐어. 퍽이나 잘도 도와주겠다. 진미 언니나 너나 돼서 아빠가 챙겨주는 거지.”

쌓인 게 많았는지 용돈도 엄마에게만 받고, 서로가 ‘촌스러운 아빠.’ vs ‘뭐 이쁘다고 그 지지배를 돕냐?’ 라고 투닥투닥 거리는 상황이다.

하지만 진욱은 두 인물에 대해서 대략적으로 분석하고서 얼마든지 화해시킬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다.

“열심히 해 봐.”

“아~ 그래, 만약에 잘 되면 너 고용해서 월급 빵빵하게 줄게. 그 개밥 공장보다는 더 쳐줄 테니까.”

“나 짭짤하게 받아.”

“됐어. 그 지저분한 공장은 딱 질색이니까.”

아마 지금 상록시 공장에 대해서도 모를테고, 거기가 이번에 큰 입찰 건을 성공했다는 것도 모를 거다.

그리고 자신의 사업에 대해서 조언해준 진욱에 대해 포장으로 수제 쿠키 몇 개를 포장한 다음에 돌려보냈다.

“아무튼 네가 알려준 것에 대해 한 번 해볼 테니까 몸 만들고 있어.”

“행운을 빌게.”

“10kg만 더 빼면 딱 그때쯤 누나가 사장님이 돼 있을거다!”

의기양양한 진영의 인사를 받고서 진욱은 웃으면서 전철역으로 향했다.

그리고 지하철역에서 줄을 매고 온 몇 마리의 애완견들을 보고서 싱긋 웃었다.

지하철에 타면서 진욱은 홀로 중얼거렸다.

“잘 되면 좋겠지만, 내가 보더라도··· 디자인은 좋지만, 그 옷은 유행 못 하겠지.”

이미 13년간 그동안의 유행을 다 봤지만, 2020년대에도 진영이 만든 옷이 유행할 일은 없을거다.

분명 유학까지 다녀오면서 확실히 의상디자인이나 의류를 만드는 실력이 있어도 사람한테는 안 어울릴 미적 감각이니 말이다.

“그래도 잘 해봐. 방법이 있으니까.”

진욱은 히죽 웃으면서 오늘 누나가 준 옷이나 한 번 집에가서 입어보기로 했다.

생각해보면 지난생에서 이 나이때 자신은 군대 전역 이후 매년 체크무늬에 청바지 두 벌로 버텨왔던 후줄근한 복학생이었으니 이번엔 패션도 신경쓰기로 했다.

“10kg도 더빼고.”

110kg에 가까웠던 비만 체형이 살이 빠지면서 점점 이목구비가 뚜렷해지는게 보이는 진욱의 외모였다.

확실히 아버지가 머리는 좀 벗겨졌어도 서글서글하게 좋은 인상이고, 어머니도 그 나이대에 비하면 상당한 미녀, 게다가 누나들 얼굴을 보면 성형 한군데 했다 해도 원판 자체는 상당한 외모다.

진욱은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바꾸겠다는 생각으로 주먹을 불끈 쥐었다.

***

얼마 후 진욱은 상록시 아성사료 공장에서 정신없이 일하고 있었다.

“진욱아, 오늘자 정산표.”

“여기요.”

“빨라서 좋네.”

김 부장은 서류 파일을 확인하고 싱글벙글 웃으며 자신의 결제란에 싸인을 하고 바로 사장인 상만에게 가져갔다.

“진욱씨, 이번에 상록시청에 보낼 인허가 내용증명 보완서류는요?”

“지금 나오고 있어요.”

이 대리는 그 말을 듣고 바로 복합기로 달려가 지금 나오고 있는 서류들을 확인하며 미소를 짓고는 파일에 담았다.

진욱이 온 뒤로 야근을 밥먹듯이 하던 사무직들은 한결 수월해진 조기퇴근을 할 수 있어 모두가 화목해졌다.

원래 사무직은 연봉제 계약이라 추가수당도 거의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는데 기존 퇴근보다 꼭 1-2시간씩 늦어지는 일이 많았었다.

그 넘쳐나는 일을 진욱 혼자서 수월하게 해결하니 굳이 사장 아들이 아니어도 S급 사원 하나 왔다고 모두가 좋아했다.

그 와중에 진욱은 회사시간 내에 짜투리로 틈틈이 증권가 홈페이지를 열어봤다.

그동안 받아왔던 용돈, 그리고 고맙게도 전생의 하진욱이 가지고 있던 예금통장.

진욱은 그걸 가지고, 주식을 가볍게 했다.

당시에 이걸로 재미를 많이 봤는데 시드머니가 넘쳐나니 그거로 좀 더 재미를 보기로 했다.

물론 당장에 벼락부자가 되기는 힘들지만 적어도 3년안에 회사 급전 땡길 수준까지는 만들 자신이 있었다.

그리고 그날도 회사 일을 마친 뒤로 아버지와 갈 때였다.

“선물은 준비 했어?”

“네?”

“이 녀석이··· 니네 엄마 생일선물 말이다!”

“···아, 그거요?”

그러고 보니 이 몸에 대해 알기 위해 기본증명서와 가족관계증명서를 떼면서 알게됐다.

다음 주가 바로 어머니 원숙의 생신이다.

“알고는 있는데, 뭘 선물해드려야 할지 몰라서요.”

“엄마 취향 소녀같은거 알잖아? 내 마누라지만, 어쩜 그리 감성적인지···”

‘감성적이시라···.’

진욱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괜찮은 선물 리스트를 생각했다.

“그나저나 진영이 이 기지배는 뭐 때문에 또 연락이 안 돼?”

“아, 그렇지 않아도 이번 주말에 가 보려고요.”

“뭐 사업한다며? 등록까지 했다고 하더라.”

그것도 본인이 아니라 원숙한테 들었다는 것 때문에 상만은 부아가 치밀었다.

생각 같아선 그 철부지 빨리 시집이나 보내고 싶은데, 그 성질머리 때문에 어디 선 자리도 못알아볼 정도였다.

“제가 잘 이야기 할게요.”

“어이구, 네 말을 듣는데냐?”

“네~ 그럴거에요.”

진욱은 이미 결심이 든 상태였다.

***

진욱은 서울 가산동에 있는 진영의 사무실로 향했다.

그의 조언대로 충실히 따른 누나는 쇼핑몰 창업지원 교육도 국비로 이수하고, 강남구에서는 지원이 안돼서, 금천구까지 가서 그곳에서 청년사업지원으로 공방으로 쓸 상가까지 임대받아 어엿한 사업가가 되었다.

끼익-

“누나~ 사업 잘 하고 있지?”

선물까지 챙기고 들어왔을 때, 안은 조용했다.

다른 층들의 상가형 공장은 잘 돌아가는데, 유독 돌아가지 않는 진영의 패션사업.

재봉틀은 멈춘지 오래였고, 괜찮은 원단은 많이 있는데, 쌓여있는 상황에서 만들어질 준비도 안 돼 있었다.

그리고 베란다 쪽에서 담배 한 대 태우던 진영은 동생을 발견하고는 바로 끄면서 들어왔다.

“아, 왔냐?”

“일 안해?”

“후우~ 할거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망했구나.”

“새끼야, 그런 말 하지 마!”

투덜거리면서 발치에 걸리는 원단 포장지를 걷어차는 진영.

그리고는 의자에 앉으며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안 팔릴지 몰랐어.”

“2주동안 얼마나 팔았는데?”

“한 벌, 원래 두 벌인데 하나 반품했어. 개년··· 진짜 더럽게 까탈스러웠는데.”

그 뒤로 국가지원금으로 잘 마련한 의류상가는 이렇게 3개월도 못 갈거 같았다.

“매달 수익 올리는 거 보고 해야한다고 하는데, 이걸 어떻게 말하냐고!”

“흐으음.”

진욱은 접이식 의자 하나를 가지고 와서 앉으며 말했다.

그리고는 가지고 온 선물을 꺼냈다.

“뭐야 이거?”

“지난 번에 보니까 강아지랑 고양이랑 둘 다 아주 예쁘더라고. 입히면 더 귀여울 거야.”

“아, 동물 옷이야? 고마워, 한 번 입혀볼게.”

“그리고 이것도.”

“음?”

진욱은 또 다른 선물로 사진들을 보였다.

그것은 해외에서부터 국내에서 파는 애완견, 애완묘용 동물 옷이었다.

상당히 예쁜 것들이 많았고, 특히 집안에서 키우는 소형견부터 산책을 나갈 때 하네스 줄과 같이 연동되어있는 중/대형견용 까지 있었다.

“이걸 왜 나한테 가져온 거야?”

“누나, 이거 만들어서 팔아보면 어떨까?”

“뭐?”

“블로그 봤어. 특히 댓글하고 구독이 많은게 누나 옷도 있지만, 강아지랑 고양이던데?”

“그래서?”

“이걸 한 번 블로그에 올려오고 홍보를 해봐. 지금 있는 원단, 게다가 기존 사람 옷으로도 리폼해서 강아지용으로 두세벌은 만들 수 있다고 하더라고.”

“내가 이런 거 만들 짬이 아닌데.”

“그럼 3개월 뒤에 중기청에 소득 신고 어떻게 하려고?”

“으으음···.”

사람들이 정부 지원이 눈먼 돈이라고 그러지만, 이런 먹튀에 대해서 회수하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다.

게다가 이 당시는 쇼핑몰 붐 이후로 일단 사업만 진행했다가 망한다음에 그 청구를 가지고 개인회생을 하네마네 할 정도로 몰아붙일 수 있으니 더 큰 문제.

“한 번 해봐. 이건 진짜 먹힐 수 있어. 그리고 그 이상도 가능하고.”

“쳇, 일단 올리기야 하겠지만, 이게 될지 모르겠네.”

“가격은 원가에서 50%만 받아봐. 박리다매로 하면 주문 폭주할걸?”

“일단 해보기는 하겠는데, 이것도 안 되면··· 아 몰라! 그냥 오프라인 매장으로 만들어서 내 옷가게로 할거야.”

“일단은 해 봐. 다음주 어머니 생신때까지.”

그렇게 해서 일단 진영에게 전부터 준비한 ‘애견 의류’ 제작에 대해서 등을 밀어준 진욱.

그 다음은 이제 진영에게 달렸다.

‘그래도 조언 주면 잘 하는 사람이라니까.’

***

“어머니, 생신 축하드려요. 이거요.”

“어머나, 꽃 정말 예쁘네?”

상록시내에서 가장 큰 꽃집에서 10만원 주고 만들어낸 꽃다발.

그리고 그 안에는 어머니들이 애용하시는 브랜드의 브로치가 있었다.

“고마워 우리 아들~”

“진욱이가 좋은 선물 준비했네요.”

그 옆에서 긴 장발을 묶어 올린 두꺼운 안경 너머의 차가운 인상의 여성이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하진미.

현재는 생명과학대 소속으로 대학원 준비를 하고 있었다.

생긴건 차가워 보여도 진영과는 다르게 차분한 성격에 부모님에게도 깍듯하고 동생에게도 잘 대해주는 다정한 누나였다.

그렇게 가족들이 모인 오붓한 어머니 생신 자리에서 다같이 모여 식사를 할 때, 아직 안 온 한 명이 있었다.

“진영이 이 기지배는 진짜 안 오려나?”

“제가 전화 했어요. 오는 중이라고 하더군요.”

“네, 저도 했어요.”

진미와 진욱이 둘다 말했지만, 슬슬 짜증이 차 오르는 상만은 나가서 담배나 한 대 태우려고 나가려고 했다.

그때 바로 초인종이 울렸다.

“이 기지배야! 왜 인제 온 거야!”

“꺄하하핫! 오랜만에 온 딸내미한테 그런 말 하기야?”

진영은 이제껏 만난 그 어떤 때보다도 하이텐션이었다.

그리고는 상만을 뒤로 하고 오늘의 주인공인 어머니 원숙 앞에 와서 그녀를 와락 끌어안았다.

“우리 이 여사~ 생일 축하드려요~”

“어머, 그래. 진영이도 잘 지냈지?”

잔뜩 업된 둘째딸 진영은 바로 품 안에서 지폐가 가득 담긴 봉투를 엄마에게 건넸다.

“미안해. 일하느라 바빠서 생일선물은 못 준비하고, 대신 엄마 용돈.”

“세상에! 이걸 어디서 번 거야?”

만원짜리가 가득한 봉투를 보고서 진욱은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리고는 진영이 테이블의 음식 중 샴페인 한 잔을 들어 쭉 들이키고는 진욱을 가리켰다.

“하진욱씨? 완~전 대박 아이템 알려줘서 고마워!”

“그거 성공했어?”

“오늘만 해도 주문배송으로 20건 보냈다고. 누나 일당이 50만원씩이야!”

“와우~”

대성공이었다.

지금도 주문수량이 잔뜩 밀려있는 것을 퇴근시간까지 재봉틀을 돌려서 만들어 낸 다음 선금을 받은 걸로 새 재료도 사고, 엄마 생일선물 용돈도 드린다.

“뭐야, 니가 사업을 했는데 잘 나간다고? 그걸 믿어야 해?”

“아빠~ 그런 말 계속 하면 나중에 용돈 없어요.”

“하이고~ 뭘 하는지는 몰라도 일단 들어보자.”

상만이 앉아서 자세히 이야기 해보라는 말에 진영은 활짝 웃었고, 진욱 역시도 점점 큰 그림의 스케치가 그려지는 상황에 대해서 기뻐 미칠 것 같았다.

강아지 사료에, 강아지 옷까지··· 아무래도 이번 삶에서는 계속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돈벌이가 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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