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개밥 공장의 천재 아들-8화 (8/200)

08- 차가운 합격!

한누리 신문은 갑작스런 진욱의 폭탄 선언으로 엄청난 떡밥을 물었다.

처음에는 그냥 시골 동네 중소기업 공장이 국가 입찰 하나 하려고 돈 주고 홍보기사나 올리는 줄 아는 줄 알았다.

그런 잔잔바리 건으로 순번상으로 광고 적당히 넣어주면 되는줄 알았지만, 거기에서 나온 말은 충격적이었다.

“그래서 지금 저희 아버지와 같이 인터뷰 준비할 겁니까?”

“당장 하지요!”

최 기자는 열의를 가지고, 경제부 데스크들에게 알려서 이 자리에서 바로 인터뷰 진행을 하기로 했다.

그 상황에서 진욱은 웃으며 말했다.

“그럼 관련 사진 자료는 저희가 따로 준비하게 할까요?”

“네, 그래주시겠습니까? 바로 저희가 편집해서 올리겠습니다.”

기자라는 존재들은 확실히 ‘큰 건’에 대해서 나온 다음 사회부 기자들도 같이 불렀다.

그리고 그들 역시도 진욱 내건 청담동 한우집에서 하하호호 가지는 모 기업과 모 은행 간부들의 단란한 한때를 가지고 그것에 대해 키울 생각을 준비했다.

그리고 사진 원본을 가진 채로 자신이 가장 큰 건을 가지고 있는 진욱은 그들과 같이 좋은 홍보와 함께 폭로도 준비하게 만들었다.

‘어디 한 번 마음껏 해보라고, 내년 정권 바뀐 뒤로 더 날뛰겠지만.’

진욱은 그것을 예상하면서 피식 웃었다.

그날은 대접만 받던 5대일간지 기자들이 역으로 차를 대접했던 기적적인 상황을 받게 되었다.

***

[다음 소식입니다. 지난 17일 한누리신문에 폭로된 이후, 서울시설공단과 농협간의 수상한 입찰공고에 대해 알리려고 합니다.]

[네, 공정 거래를 위해 조달청을 통한 입찰을 받는데, 거기에 관련된 사람들과 공고 이후 식사 자리가 되었습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저희 SBC가 취재했습니다.]

8시 뉴스부터 9시 뉴스까지 TV에서 보도되는 사례로 인해서 난리가 났다.

“기어이 못 막았나 보네요.”

“어이구, 한 번 물어뜯으니 무섭네?”

부자가 오붓하게 뉴스를 보고 있을 때 어머니 원숙이 다가와서 과일깎은 것을 가져와 상에 올려놨다.

“어머머, 저기 그 옛날 이 사장님네 아니에요?”

“사장님은 무슨! 그놈한테 그런 칭호는 왜 붙여?”

“어, 어쨌든 그 사람 맞죠?”

어쨌든 그러면서 어머니도 같이 TV뉴스를 보면서 가족이 같이 봤다.

YN이라는 이름도 잘 생소한 기업과 농협 간부들의 술자리, 거기에 조달청과 농협사료의 입찰공고 이후에 나왔다는 만남 의혹.

[현재 농협은 이 사실에 대해 사실무근이며, 우연히 만난 자리라고 합니다. 하지만,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고 이런 상황의 파급력을 알지 않았을까요?]

MBS방송의 예능과도 같은 앵커의 한 마디와 함께 YN이라는 기업이 순식간에 지상파를 뒤흔드는 인기기업이 된 순간이었다.

다음 날

아침부터 체조 이후 돌아가는 생산직에 비해 아주 싱글벙글한 분위기에서 회의를 시작하는 사무직 팀이었다.

“YN진짜 엿되는거 보니 속이 다 시원하네요. 하하핫!”

김부장의 웃음에 상만 역시도 배를 잡았으나 그러면서도 할 말은 해야했다.

“하하핫! 나도 그놈 쩔쩔맬 생각하면, 통쾌하긴 한데 말이지. 우리도 이제 알아야 할게 있어.”

“네?”

“이번에 뉴스 크게 났으니 우리도 와이로 같은거 함부로 쓰면 안된다 이거지.”

사실 상만 역시도 그동안 기업 운영하면서 적절한 성의 정도는 챙겨주는 좋소 사장님이었지만, 이제는 확실히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욱은 그 말을 들으며 그래도 아버지가 저 연세에 피드백이 빠르다면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일단 오늘부터 농협사료에 보낼 PPT가 필요한데 말이지. 그건 미쓰 리가 해줄수 있나?”

“아, 네.”

그때 진욱이 조용히 손을 들었다.

“제가 해도 됩니까?”

“!?”

“음?”

프레젠테이션 만들어 본적 없는 사장 아들의 말에 조용히 눈치를 보는 대리, 과장급 직원들.

그리고 상만은 그 상황에서 그걸 보고 또 아들에게 엄지를 올렸다.

“그러냐? 그럼 네가 이 대리하고 잘 해 봐라.”

“네, 감사합니다.”

이 대리는 사람 하나가 더 추가되서 둘이 PPT를 만드는게 잘된건지, 잘 못된 것인지 헷갈리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얼마 안 있어서 그게 엄청나게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쾅-

“자~ 여기 자료 다 가져왔어요.”

탁-타탁- 타타탁-

기계적으로 키보드 두들기면서 눈으로 테이블에 쌓인 자료들을 보고서 다시 입력을 하는 진욱.

정말이지 기계가 따로 없었다.

사장님한테 듣기로는 고교 졸업 이후 장수생에 군필이 전부라고 했는데, 입사 3-4년차 이상의 사원들도 못할 서류를 직접 만들고 있었다.

거기에 엑셀 파일 역시도 아성에서 쓰이는 기존 틀을 한 번에 분석하고는 거기에 맞춰서 모든걸 만들어 내고 있었다.

“보통 보수적인 곳에서는 이런 스타일을 더 좋아해요.”

아직 사과 회사의 그 전설적인 프레젠테이션이 나오기 전, 엄숙한 분위기에서 높으신 분들이 좋아할만한 색감과 차분한 회사 PR에 관한 자료를 만드는 진욱이다.

이한미 대리는 생각 이상으로 엄청나게 서류 작업에 대해 특화를 보이는 진욱을 보고 오히려 자신이 서포트를 잘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공무원 출신의 진욱에게 있어 이 정도의 자료는 일도 아니었다.

‘청사에서 카트로 서류 빌딩 쌓아놓고 하루만에 처리하는 걸 사람들이 알 리가 없지.’

정말 5급에서 4급으로 올라갈 때 그 업무량을 생각한다면, 이 정도는 정해진 기일 안에 정시퇴근만 해도 눈감고 다 끝낼 수 있다.

한 명이 모든 것을 다 해야 되는 만능의 중소기업에서 진욱의 존재는 그야말로 ‘일당백’의 용사와도 같았다.

“이상입니다.”

빔프로젝터로 쏘는 PPT를 직접 만든 진욱이 발표하는 순간 모두가 굳었다.

그리고 상만은 입이 귀에 걸려서 박수를 쳤다.

짝짝짝짝-

“크하하하하핫! 저거 누구 아들이야? 진짜 기가 멕히게 만들었네, 진짜!”

그 뒤로 모두가 엄지를 올릴 정도로 완벽한 PPT에 모두들 환호했다.

“내친김에 농협 입찰 발표도 한번 진욱이가 해 볼래?”

“네, 그러죠.”

상만이 말하지 않아도 이걸 만들었을 때, 거기에 대해서는 진욱이 다 하기로 했다.

그리고 본인 역시도 과거 금감원 시절 근무했을 때 농협 사람들 대하는 방법은 다 알고 있었다.

딱 그 50대 이상의 임원들과 그 밑의 차장, 과장급 라인들이 만족할 만한 PPT로 만들었다.

***

그리고 서울시청에서 서울시설공단과 농협사료가 같이 하는 [어린이대공원 사료입찰]과 [서울대공원 사료 입찰]에 대해서 모두가 모여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하는 자리.

총 20여개의 중소기업들이 참여했고, 거기에 중소기업청 간부들까지 참여해서 과연 어떤 곳이 간택을 받을지 기대하고 있었다.

낯 두껍게도 ‘그 논란’이 있었던 YN바이오 역시도 참여한 상태였으나, 그들은 발표 하면서도 농협이나 서울시 사람들에게 차디찬 냉대를 받아 이영남 사장의 얼굴이 아주 볼만했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서 서울시와 농협사료의 직원들이 직접 모든 공장들을 시찰했고, 생산 실적과 재무제표를 보면서 여기에 대해 조사가 들어갔다.

PPT에서 좋은 점수를 얻은 아성은 이후 상록시 환경위생과 공무원들이 한 번 A급 위생을 인정했었던 곳을 다시 한 번 시찰하면서 역시 엄지를 들어올려줬다.

그리고 모두가 기다리는 가운데 드디어 결과가 왔다.

[RRRRR-RRRRRR-]

“!”

모두가 사무실에서 기다리고 있고, 낮에 라인을 가동하는 생산직들을 제외하고 긴장에 빠져 있던 사람들은 바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상만은 바로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는 표정이 점점 굳어졌을 때, 모두가 사장의 반응에 이목을 집중했다.

“네, 네··· 아, 네 그렇게 됐습니까? 이해합니다. 네, 그렇죠. 무슨 말인지 잘 알겠습니다. 네··· 아이고, 아닙니다.”

그리고 마친 통화.

그 순간 진욱의 입가가 슬며시 올라왔다.

‘성공이군.’

상만이 전화를 하면서 단 한번의 한숨도 내쉬지 않은 걸 보고 확신했다.

“결과 나왔어.”

“···.”

“성공이죠?”

모두가 조마조마했지만, 진욱은 당연한 결과라면서 아버지에게 물었다.

그리고 깜짝 발표를 하려고 했지만, 아들놈은 못 말린다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짓는 상만.

그리고 두 주먹을 번쩍 들어올렸다.

“어린이대공원과 서울대공원 입찰 모두 합격이다!!!!”

“와아아아아아!!!!”

“만세!!!!”

모두가 얼싸안으면서 정말 올해 최대의 실적을 올린 순간이었다.

그저그런 비위생의 좋좋소 회사로 끝날 것 같았던 아성사료가 다시 한번 도약하는 첫 걸음.

그리고 진욱이 새 삶을 받은 뒤로 얻은 성과였다.

그 경사 속에서 상만은 바로 아들을 와락 끌어안고, 모두가 방방 뛰다가 이제 정확히 발표했다.

“어린이대공원은 동물체험관의 가금류와 개과 동물 사료! 그리고 서울대공원은 우제목 사료 OEM이란다!”

“아이고! 둘 다 땄군요.”

총 5개 업체가 합격했는데, 아성사료는 꽤나 알짜 사업권을 농협과 같이 가기로 했다.

추가로 YN은 최하점을 받고 탈락했다고 한다.

“오늘 회식 소고기다! 소주도 무한이야!”

“만세!!!!”

유 과장이나 김 차장등 모두가 신나하는 가운데, 진욱은 역시 중소기업은 회식과 보너스가 전부라고 생각했다.

***

거나하게 마셨지만, 오늘은 하나도 안 취했다는 듯 벌개진 얼굴로 집에 들어온 상만.

그는 아내에게 가져다줄 꽃다발을 건네주고는 바로 끌어안다가 한 소리 듣고서 겨우 씻으러 들어갔다.

물론 옷을 갈아입은 뒤로 다시 아들과 회의다.

“어린이동물 체험관이면 그때 그 닭, 칠면조, 금계 이런 애들 사료죠.”

“그렇지. 그건 진짜 우리 자체적으로도 만들 수 있으니까.”

“단순 닭사료처럼 만들순 없으니 신경을 써야죠.”

“신경은 농협이 가져다주는 레시피 대로 재료만 잘 챙기면 되는거지! 하하하!”

그리고 서울대공원의 우제목 사료 역시도 대다수는 소나 대형 사슴농장에서 쓰이던 사료 레시피 OEM 받던게 있으니 그와 다를바 없이 재료 수급만 되면 기존 공장 기계들로도 제작이 충분했다.

그리고 진욱이 생각했던 것은 바로 개과 사료였다.

“개사료란 말이죠. 가장 중요한게 이거죠.”

“뭐, 그렇긴 하지. 까다롭긴 하지만 그래도 제일 돈이 돼.”

어린이대공원에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토종 견종이라고 해서 어린 강아지들의 사료를 제조하는 것이었다.

사실 아성사료에겐 있어선 그냥 시골 X개나 개농장 등에다가 납품하는 사료였다.

“일단 만들어본다음에 이걸로 마케팅을 해야죠.”

“마케팅이라니?”

“동물원의 견종들도 납품이 가능하다고 하면, 이제 애완견 시장에도 유통이 가능할 거 아닙니까?”

“으음? 그 뭐냐 쪼끄만 개들 애완견 사료? 그건 별로 물량 크게 못 떼는데.”

“아버지가 말하셨잖아요? 개 사료는 까다로워도 돈이 된다고.”

“그, 그렇긴 해도 말이다. 거긴 더 까다로워서.”

2020년대라면 상상 못하겠지만, 지금은 정말로 그랬다.

건식사료니 습식사료니 애견에 대해서 그렇게 큰 관심도 아니고, 그냥 대량으로 파는 종이푸대 사료로 먹이는 거 아니면, 요크셔나 치와와 같은 집 안에서 키우는 개 사료도 그냥 마트에서 7-8천원짜리 3kg짜리 하나 사면 끝.

브랜드가 어디께 좋고, 어디께 불량이었고 그런 건 그리 큰 노하우 공유가 없는 시대다.

하지만 이제부터 반려동물 시장을 생각한다면 지금 준비해야 했다.

그리고 과거 식약청 시절 관련 일을 감사해본적이 있던 진욱은 그 자리에서 큰 그림이 그려졌다.

“아버지, 조만간에 애완견 사료 시장 진출 쪽에 대해서 사업기획서 올릴게요.”

동물원 납품 이후로 진짜 개밥 가지고 제대로 돈을 벌 준비를 하는 진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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