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개밥 공장의 천재 아들-6화 (6/200)

06- 사전답사.

사료업계의 충격적인 위생 상태 보도가 나온 뒤로 인터넷부터 불타올랐다.

진욱은 아버지를 모시고 자기 방에서 컴퓨터를 키고 실제 인터넷 반응에 대해 보여드렸다.

“자, 보세요. 이게 파급력이 이렇다니까요?”

주요 애견카페나 애묘카페 등을 하나하나 보여주면서, 충격적이라는 반응들을 상만에게 하나하나 보여주자 그는 자신이 모르는 영역에서 이런걸 알수 있다는 것에 대해 충격받은 것 같았다.

“야, 이런 식으로 이야기가 나와?”

“인터넷 여론이라고 사람들이 착각하지만, 앞으로는 이게 더 각광받을 거에요.”

만약 이게 진욱이 과거의 삶에 살던 세대였으면 SNS로 올리고, 바로 단톡방으로 링크 뉴스를 공유했겠지만, 2007년이니 제로보드 형식의 홈페이지와 카페만 보였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수많은 글을 보니 지금의 상만 연배의 사람들 같은 경우는 ‘이게 정말로 여론이 되는구나?’ 싶을 정도로 와닿을 정도였다.

그리고 앞으로의 상황에 대해서 진욱이 말했다.

“아마도, 저렇게 보도가 됐으니 지자체에서 공무원들이 감사 올거에요. 그때 저희는 공장 보여주면 되는거죠.”

“그래, 미리미리 대비하니 이렇게 되는구나! 하하하!”

사실 기본 중의 기본이었지만, 그 자체도 못 하는 국내의 영세한 중소기업, 약칭 좋소라고 불리는 비위생적인 현장의 공장이 많다는 것은 놀랄 일도 아니었다.

심지어 진욱이 과거의 삶때의 2010년대 후반에도 저런 비위생적인 분위기의 이름난 브랜드의 공장들도 폭로가 되는 경우는 많으니 말이다.

“일단 지자체에서 등급을 받으면 거기에 대해 기존 홈페이지에 사진을 올리고, 이걸 언론에 홍보해야죠.”

“지역신문 애들 한번 면담 해야겠구만.”

“아니요. 5대 일간지 정도는 되야 할 겁니다.”

아직까지 인터넷 뉴스보다는 종이신문이 훨씬 더 영향력이 있는 상황, 거기에서 5대 일간지라면 더 볼 것도 없다.

그것을 하나하나 기획한 것은 진욱이지만, 해결해줄 것은 상만이었다.

그리고 상만은 아들이 하는 모든 것을 들어주기로 했다.

***

얼마 후 정말로 상록시 내에서 공무원들이 찾아왔다.

“아이고, 김 과장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하하하, 하 사장님, 잘 지내셨죠?”

상록시 환경위생과에서 온 주무관들, 흔히 6급 이하의 주사나 주사보 급의 잔뼈가 굵은 지방직 공무원들이었다.

상만과는 잘 아는 사이인지 악수를 하면서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좋게좋게 넘어갈 것 같은 상황이었다.

‘평소에 얼마나 친분을 쌓으신거야?’

어느 지역이나 그랬지만, 지자체 공무원들과 인근 공장 사장들과의 끈끈함은 말로 다 할 수 없었다.

어쨌건 일단 환경위생과 공무원의 역할로 인근 식품/공중위생업소 시찰을 나온 이들은 공장이 돌아가는 모습을 보고 바닥부터 돌아가는 기계까지 하나하나 살펴보고 사진을 찍었다.

예전이었으면, 겉에부터 튀어나온 육가공 제품들의 썩은 피와 때가 잔뜩 낀 모습, 심지어 쥐의 흔적도 보이는 것에 클레임이 100% 들어왔겠지만, 싹 다 치운 공장을 보고 마스크 너머로도 눈이 웃는 공무원들이었다.

“이야~ 많이 깨끗해졌네요?”

“아이고, 요새는 공장 돌리려면 청결이 기본이죠.”

“아무튼 깨끗해서 좋습니다. 하하하!”

좋은 분위기에서 진행되는 가운데, 진욱은 그 상황에서 상만에게 하나 귀띔을 했다.

“이 상황에서 말하시면 될거 같아요.”

“음?”

“어제 한 거요.”

“흐으음.”

상만은 아들의 조언을 받고서 잠시 생각하다가 시찰이 다 끝난 공무원들을 사장실로 안내해서 커피를 대접했다.

그리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상만은 진욱이 말한 그 조언을 말했다.

“계장님, 이번에 저희가 말입니다.”

“네, 사장님.”

“그동안 함바로 음식을 배달했는데, 슬슬 구내식당을 만드려고 합니다.”

“네?”

“이거 인허가도 환경위생과가 맡지 않습니까?”

“아, 네. 구내식당이라면··· 그래요. 만드시고 증축신고 하신다음에 다시 한 번 뵙겠군요.”

이런 건 하나하나 공무원들에게 신고해야 하고, 그러면서 회사가 점점 바뀌는 거다.

이후로는 도시주택과하고 지역 소방서가 와서 점검이 올 것이다.

물론 거기에 대비해서도 조달청 나라장터제 소방 기구들이 놓일 것이고, 적어도 뭐 하나 어겨서 지적 받은 건 하나도 안 나올 자신 있다고 자부하는 진욱.

‘내가 이런 감사 한두번 해본줄 아나.’

농수산부, 금감원, 조달청, 중기청까지 안 가본 곳이 없었던 진욱에게 있어선 이런 시스템은 눈 감고도 다 안다.

다행히 지금은 지자체 공무원들이고 친분이 있으니 약식으로 이렇게 둘러보는거지 국가직이 온다면 1차 시찰 이후, 불시 시찰이 한 번 올 것이고, 한 달은 정말 시달렸을 거다.

그렇게 시찰은 훈훈하게 끝났다.

상만은 간부들과 생산직 직원들에게 모두들 고생했다면서 격려해주면서 오늘 회식비를 따로 생산팀과 사무팀 따로 챙겨줬다.

원래였다면 이런 자리에 사장이 빠질 수가 없었지만, 앞으로의 사업을 위해 진욱과 상만만 따로일 할 게 있어 둘의 조기 퇴근.

***

평일에 부자가 나와서 오붓하게 과천 서울대공원을 한번 돌고, 6시 영업 종료 때까지 돌았다.

동물원을 보며 즐길 나이는 지났지만, 일단 두 차례에 걸쳐 동물원 탐사를 한다음 강남까지 가서 식사를 하는 둘이었다.

“해 볼 수 있겠죠?”

“흐음, 확실히.”

상만은 아들과 같이 십몇년 만에 온 동물원 탐사에서 나름대로 사업을 구상했다.

“일단 가금류 사료, 그리고 소목 동물들의 건식사료, 그리고 개과 동물들 사료가 중요하겠어.”

“네, 셋 다 어린이들 위주의 체험관이다 보니까 사료 자체 만들기는 농협사료에서 레시피만 주면 만들 수 있죠?”

“아, 그럼~ 충분히 가능해.”

하청 생활 노하우에 과거 아성사료의 레시피 역시도 갖춘게 많으니 조달청의 요청대로 영양가 있는 동물 사료 제조는 가능.

“자, 먹자.”

청담동 고급 한우집에서 고기를 굽던 진욱은 아까 법인카드 회식으로 준 것을 보고 말했다.

“우린 이거 먹는데, 직원들도 복지에 신경 쓰셔야 될 것 같아요.”

“으, 음? 아, 그래. 오늘은 그래서 술도 맘껏 결제하라고 했어.”

집안에서만 큰손이 아니라 사원들에게도 좀 베풀라는 아들의 돌직구에 머쓱해진 중소기업 사장 아버지.

어쨌건 술 없이 둘이서 먹는 한우 부채살의 살살 녹는 맛을 즐길때였다.

많은 손님들 가운데 갑자기 상만쪽을 보고 다가오는 일행이 있었다.

“아이고~ 이게 누구신가?”

“?!”

상만과 진욱이 봤을 때, 그곳에는 50대 중후반의 건들거리는 인상의 중년이 있었다.

상만과 대비되게 올백의 풍성한 머리에 새치가 드문드문 있었고, 광대뼈가 튀어나온 마른 인상에 두 눈이 굉장히 매서운 사람이었다.

“아니, 이 사장?”

“하하하하, 하 사장도 잘 지내지?”

“으으음, 나야 뭐 그렇지.”

“좋은 거 드시러 오셨네. 상록에서 여기까지 말이야.”

시비를 걸 듯이 건들거리는 그와 악수하면서 상만의 얼굴이 계속 떨떠름 했다.

진욱도 그것을 눈치채고 일어났을 때, 그 이 사장이라 부른 사람은 바로 그를 훑어봤다.

“오~ 아들? 살좀 빠졌네?”

“안녕하세요.”

“그래 그래, 별일 없지? 대학은 어디 갔었지?”

“이 사장.”

“아~ 이번에 군대 제대했다고 했지? 아직 재수겠네?”

진짜 사람 속 긁는데 천부적인 재능이 있어보이는 이 사장.

그러면서 명함 몇 개를 꺼내 말했다.

“여기 내 아들놈 연희대 붙여준 입시학원인데, 추천해줄게. 한 1년 공부하면 될거야.”

“···.”

“군대도 전역했다니, 이제 뭐 시간 많잖아?”

“아이고~ 이 양반이 오늘 싸우러 왔나?”

“하하핫, 왜 그렇게 까칠해? 좋게좋게 식사하자고. 그럼 나 이만 가보네.”

그러면서 휘하에 따르는 이들을 데리고 2층 홀로 향하는 이 사장이다.

그 뒤로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와서 ‘이 사장이 예약한 자리’라고 가는 걸 보니 진욱의 머릿속에서 그림이 그려졌다.

‘아버지하고 악연인 사람 같고, 정장 차림에 뱃지를 보니 어디 금융계 사람들하고 회식인가? 로비겠구만.’

그것을 판단했을 때, 상만은 소주를 시키고 오늘 그냥 대리 타고 가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분노의 잔을 들이킨 다음, 이야기가 나왔다.

탁-

“저 놈 새끼 때문에 회사 말아먹을 뻔한 거 생각하면···.”

“네?”

“아, 회사 이야기라서 너는 잘 모르겠구나. 이영남이라고, 옛날에 아성에서 같이 일했던 녀석이다.”

“아··· 그렇군요.”

“원래 우리 회사가 공기업이었다는 건 알려나?”

“네?”

그 꼬질꼬질하고, OEM만 하는 사료공장이 알고보니 공기업?

도대체 어떤 과거가 있었길래 저런 상황이 되었나 싶어서 좀 더 썰을 듣기로 했다.

“옛날에 우리 공장이 그 박정희대 수출사업한다고, 상록공단에서 만들어진 회사거든. 나랏돈으로.”

“아···.”

“경공업 양성한다고, 그때 인천항쪽으로 개사료하고, 닭, 양돈 들여온거 사료 공장하던 회사였어. 그랬다가 얼마 안있어서 민영화 될 때, 할아버지가 인수하셨지.”

흔치는 않아도 있었던 일이었다.

그때는 지방자치 시절도 아니니, 그냥 국가 주도로 부지 잡아놓은 다음에 나랏돈으로 공장을 짓고, 거기에 대해서 90년대 이후부터 그런 수백곳의 공장이 민간에 위탁하거나 팔려 나가 민영화가 되었다.

“그때 저놈도 같이 출자했는데, imf때 핵심 인원 데리고 회사 부지였던 용인땅 들고 갈라섰어. 계약서도 지랄같이 만들어서 그걸로 법정싸움 몇 년 하고··· 그러다 300명 있던 직원들이 50명도 안되게 빠지고··· 메꾸겠다고 동남아 산업연수생들 데려오고··· 후우···.”

“그런 일이 있었군요.”

마냥 행복한 가정이고, 그럭저럭 돌아가는 중소기업 공장인 줄 알았는데, 이런 슬픈 과거가 있는 줄은 몰랐다.

그리고 진욱은 분노해서 술만 퍼는 아버지를 보고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 가?”

“화장실이요.”

진욱은 그러면서 조용히 2층으로 올라갔다.

상만은 1층에도 화장실 있는데, 왜 저리로 가나 어리둥절했지만, 이내 새로 온 소주를 따고 쭉 따랐다.

이 당시의 휴대폰은 스마트하지도 않고, 자판으로 이리저리 쳐야 하는 물건이었다.

하지만, 이때 좋은 기능이 하나 있었으니 카메라를 찍을 때 ‘찰칵!’ 소리가 안 난다는 거다.

“으하하하하! 사장님, 오늘 정말 잘 먹는 거 같습니다.”

“자~ 잔 돌아갑니다. 짠~”

광란의 접대 자리가 벌어지는 2층의 고깃집에서 문이 열린채로 양복쟁이들이 폭탄주를 말았다.

진욱은 조용히 지나가면서 휴대폰 카메라를 들고 슬쩍 클릭했다.

소리는 하나도 안 났고, 내친김에 동영상까지 잘 찍어뒀다.

‘기억해 둬야지. 집안하고 대립하는 저런 악당이 있다는 건 말이야.’

특히 그 이 사장이란 사람과 주변인들을 찍어두고 확실히 기억하기로 했다.

그리고 아무 일 없다는 듯이 화장실로 갔을 때, 코가 시뻘개진채로 비틀거리는 인물이 있었다.

“으음~ 아이고~”

술좀 깨려고 나온 중년인은 양복 재킷을 어깨에 맨 채로 진욱 옆의 소변기에서 오줌을 눴다.

그때 진욱이 슬쩍 봤을 때 재킷에 있는 배지를 보고, 그의 눈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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