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개밥 공장의 천재 아들-5화 (5/200)

05- 수상할 정도로 유능한 사장아들(2)

진욱이 내민 기획서를 상만이 이용하는 방법은 모든 직원이 보는 앞에서 ‘자신이 이 아이디어를 냈고, 아들에게 맡긴다.’였다.

덕분에 사장님이 말하시고, 권한을 받아서 혼자 모든 것을 하게 된 진욱이었다.

“진욱이가 컴퓨터 쪽을 많이 아나 보네요?”

김 부장이 넌지시 말했지만, 그게 비아냥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어차피 이들은 인맥으로 이뤄진 상황으로 상만을 통해 입사한 사람들.

그리고 중소기업에서 사장이 한 번 오더를 내리면 부장이고, 차장이고 무조건 따라야 한다.

“감사합니다. 합리적인 선에서 제가 열심히 하겠습니다.”

“음, 그래!”

그 뒤로 진욱은 출근 중에서 외출계를 쓰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상만은 아들 녀석이 이런 기획서를 썼으니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했다.

밖으로 나온 진욱은 일단 새 사무용품을 구하기 위해 인근 피시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자리를 잡고서 바로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들어갔다.

용산의 전자상가? 아니면 브랜드 PC를 파는 오픈마켓 매장?

그것도 나쁘지 않겠지만 진욱은 다른 곳으로 향했다.

딸깍-

진욱이 들어간 곳은 뜬금없이 국가기관이었다.

[나라장터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기획재정부, 이 당시에는 재정경제부라 불린 곳의 조달청 산하의 나라장터는 2002년부터 만들어진 국가 보증의 마켓이었다.

과거 진욱이 그곳에 근무했던 적도 있었고, 일단 국가인증이 된 상태에서 사업하는데 대규모로 물품을 구입하는데는 여기만한 곳이 없었다.

진욱은 그곳에서 컴퓨터, 그리고 정품 OS와 프로그램등을 결합해서 파는 곳들을 찾았다.

“이건 보통 주민센터나 민원센터 새로 만들거나 이전할 때, 단체로 사는 건데···.”

나라장터 제품이라고 그렇게 싼건 아니고, 오히려 도매상 보다 비싼곳도 물론 많았다.

하지만 공고에 올라온 제품 중 잘만 찾으면 기존의 대리점에서 구매하는 것 보다도 훨씬 더 저렴하게 살 수 있으면서 이곳 이용을 통해서 다른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휘유~ 복합기까지 결합해서 파는 곳 많네?”

그렇게 실시간으로 조달청 나라장터에 올라온 사무기기를 보면서, 각종 브랜드 PC와 복합기 등의 상품등을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했다.

그러면서 끊임없는 가격 비교를 피시방 컴퓨터로 했다.

옛날 같았으면 스마트폰으로 원클릭 터치로 바로 가격 비교가 됐겠지만, 아직 그게 나오기 3년도 더 전이었다.

“흐음~ 흠~”

진욱은 그 상황에서도 하나하나 꼼꼼이 살펴보다가 아주 좋은 물품을 발견했다.

“아!”

[정부 민원센터 납품 사무용PC. 정품 소프트웨어 포함.]

“이게 좋겠다.”

진욱은 거기에 대해서 필요 수량과 함께 주문에 대해서 장바구니에 담았다.

기한 역시도 넉넉해서 구매는 아버지에게 결제받고 바로 신품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거기에 따르는 데이터 이동 까지도 이쪽 직원들이 해 준다고 한다.

본체만 구매한다면, 용산이나 테크노마트가 훨씬 싸도 데이터 이전과 복원 프로그램, 정품 OS에 오피스 프로그램 모두의 결합상품까지 하면 이쪽이 나았다.

“어디보자. 그 다음은···.”

그 뒤로 오래된 사무용품 교체는 물론이고, 내친김에 허리 통증을 줄이는 사무용 의자까지 주문하면서 나라장터에서 장바구니를 넉넉하게 채워주는 진욱이었다.

그렇게 구매 목록을 마련한 다음 진욱은 조달청 홈페이지를 계속 뒤적거렸다.

단순 구매 하나만 가지고, 조달청을 이용하는 게 아니었고, 이제 아성사료에 큰돈을 마련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었다.

“어디 보자, 이 당시에 정부에서 사료 필요한 곳이···.”

일단은 외주로 사료를 생산하는 기업이니 거기에 맞춰서 할 수 있는 곳들을 찾기 시작했다.

일단은 입찰을 할 만한 곳들을 찾는다, 그리고 가능한 상황에 대해서 찾아보고 아버지에게 보고한다.

진욱은 그렇게 1주일 동안 계속 자료를 모으면서 외근으로 뺑뺑 돌았다.

***

“오, 이거야?”

오랜만에 아성사료 회사로 출근한 진욱은 바로 아버지 상만에게 자신이 가져온 기획서에 대해 결재를 받기 위해 내밀었다.

상만은 하나하나 읽어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조달청 통해서 샀어? 우리가 공무원도 아니고.”

“국가인증이라 그런지 일단은 인정받은 곳이죠. 게다가 가격 보시면 알겠지만, 서울시 내에서 새로운 동사무소 만드는데 단체구매하는 곳에 같이 낀 겁니다.”

“오호~?”

한창 예산에 대해서 구청장들이 모아서 지자체 단위로 단체 구매하는 제품에 같이 숟가락을 올린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사무용으로는 합법적으로 라이선스를 받은 PC를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프린터나 팩스, 스캐너 등의 복합기기등도 합당한 가격이라 상만의 고개가 끄덕여졌다.

하지만 단순 그 구매 건만 아니라 다른 기획안에 대해서는 상만의 눈이 휘둥그레지게 했다.

“이건 또 뭐야?”

“혹시나 해서 조달청에서 입찰공고에 나온 거 다 가져와 봤어요.”

“아니, 이··· 이게···.”

상만은 아들의 얼굴과 그가 만든 기획서를 한번씩 보고는 입이 점점 벌어졌다.

그리고 그날은 진욱 먼저 퇴근하라고 한 다음에 간부들끼리 모이는 회식 자리가 있었다고 한다.

***

얼마 뒤.

간부회의에 진욱까지 초대를 받았다.

사무실 안에서는 상만이 담배를 물고 있고, 김 부장과 유 과장, 그리고 성 차장 등이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어, 그래. 앉아.”

상만은 빈 자리를 건네주면서 이 아이디어를 낸 아들에게 서류를 건네줬다.

“너도 읽어봐.”

“아, 네.”

[서울시설공단 및 서울시청 사료 납품 기획안.]

“!”

진욱이 제안한 것이었고, 거기에 대해서 상만을 포함한 간부들이 회식을 빙자한 회의에서 진행하고 있었다.

“하진욱 사원?”

회식 자리나 평소에도 ‘진욱아’ 라고 부르던 김 부장은 진중한 목소리로 하 사원이라 불러주며 존대했다.

“네, 부장님.”

“이거 어떻게 알고 만든 거죠?”

진중한 눈으로 존대를 하는 것이 위화감이 장난 아니었지만, 진욱은 이미 자신이 준비했던 아이디어니 막힘없이 대답했다.

“이번에 정식 라이선스를 받은 사무기기들을 조달청 나라장터를 통해서 공동구매로 싸게 구했습니다. 그리고 찾는 김에 현재 사료업에 대한 국가 입찰에 대해 찾았습니다.”

“이걸 일일이 찾아봤다고요?”

“네, 그렇습니다.”

“오오- 대단하네?”

옆에서 유 과장이 진욱에게 박수치려고 했으나 상만과 김원식 부장의 눈치에 바로 쭈그러졌다.

“나라에다가 사료 입찰이라···.”

[서울대공원 우제목 동물에 대한 건식 알곡사료 입찰공고.]

[서울 어린이대공원 어린이체험 동물학습관의 가금류 동물 사료 입찰공고.]

나라에서 운영하는 곳에서 사료를 찾는 두 곳이었다.

처음에는 OEM만 하는 자신들이 어떻게 이런 걸 입찰 하나 싶었던 반응이었지만, 이번 사업에 대해서는 조건이 너무 좋았다.

“네, 직원 100명 이하의 중소기업 위주로 입찰을 받고, 거기에 대해서 중소기업청에 대한 지원이 있을 거라고 해서 결정한 겁니다.”

진욱은 자신이 공무원 시절에도 이런 영세기업 갓 벗어난 공장들을 돌면서 지원책을 내주던 기억이 떠올라 움직인 것이었다.

그리고 사료 배합제조에 대해서는 사료제조업에 대해서 ‘농협사료’가 움직여서 그들의 OEM을 받는 방식이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현재 아성사료의 자금 융자를 지역 농협이 해주는 데 이것으로 인해 매리트가 있는 상황이었다.

이 모든 것은 진욱이 며칠동안 상황을 계산하고서 FM적으로 움직여서 만든 아이디어였다.

“사장님, 이거 할만할 것 같습니다. 딱 잡아서 중소기업청 지원이 가능한 100인 이하 사업장이라면 딱 저희도 포함되는 거 아닙니까?”

“그렇기는 한데··· 서울시랑 농협이 엮여서 이게 인맥이나 기름칠이 만만치 않게 필요할 것 같단 말이지.”

“저희도 농협사료 OEM 받잖습니까?”

“농협 사업부 가금류 파트하고, 알곡 파트 다른 거 다 알잖아?”

“사장님, 그건 그렇지만···.”

상만이 고민에 빠져 있을 때, 진욱이 조용히 손을 들었다.

“거기에 대해서도 괜찮으시다면 제가 할 수 있을까요?”

“뭐?”

그 순간 부장이고, 차장이고, 과장이고 전부 진욱을 바라본다.

그리고 이 상황에서 진욱은 승부수를 걸었다.

“물론 저 혼자는 안 돼죠. 사장님과 같이 움직이고 싶습니다. 여기 계신 분들이 공장에 대해서 위생관리 문제만 처리해주신다면, 제가 아버지와 같이 움직이겠습니다.”

처음에는 사장님, 마지막엔 아버지라고 말해서 이 회사 사장 아들은 자신이라는 것을 알리고, 다른 간부들에게는 지난날 자신이 혼자서 청소했던 것처럼 공장 위생에 대해 점검할 것을 요청했다.

“어··· 그래, 이 건은 내가 움직여야 하겠지?”

상만은 그 상황에서 쿨하게 승낙했고, 여기서 토를 달 수 있는 간부는 없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일을 하게 된 사장 상만과 진욱의 첫 부자 콤비 플레이가 시작됐다.

그날 퇴근 이후 집에서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상만과 진욱 부자는 거실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눴다.

“그래, 네가 낸 아이디어인데 어떻게 방법이 있어?”

“있습니다.”

“오~ 역시 우리 아들.”

대견하게 바라보는 상만의 미소.

진욱은 그 상황에서 서류를 꺼내서 파일철로 만들어 상만에게 건넸다.

“먼저 이걸 한 번 봐주세요.”

“으으으음.”

돋보기 안경을 낀 채로 아들이 가져온 또 다른 서류를 봤을 때, 상만의 눈이 점점 커졌다.

“아니, 이건···.”

그 서류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상록시 인근 동물병원에 있는 반려동물들의 질환 리스트.]

그러면서 상록시는 물론이고, 인근의 수원, 시흥, 화성 등의 사료공장이 있는 지역에 대한 동물병원의 질병 리스트를 전부 뽑아온 거였다.

그중에서도 특히 많은 것은 급성 신부전증과 장염으로 인한 사례들이었다.

“아니 이게 다 뭐야?”

“강아지나 고양이들이 감염된 케이스들이요. 아마 유력한 이유는 저질 사료에 대한 대장균 검출이 유력하답니다.”

“그, 그러면?”

“지금부터 이 자료를 익명으로 방송국에 제보할 겁니다. 그러면 9시뉴스건 어디건 한 번쯤은 보도될 거고, 아마 지자체나 농수산부 산하에서 사료공장들에 대한 위생 점검이 들어갈 겁니다.”

“!”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어차피 자신들은 사료 배합법만 알아 와서 공장에서 돌리는 방식이었지만, 만약 이게 보도된 뒤로 아성사료 또한 공무원들의 감사가 나왔다면··· 게다가 진욱이 자신의 시간을 할애해서 싹 다 치우지 않았다면?

단순히 ‘공무원 기름칠’ 정도가 아니라 진짜 갑 회사들의 계약종료와 영업정지나 과징금까지 폭탄으로 먹을 수 있었다.

“하, 참나!”

“이거 알아오느라 발품 좀 팔았습니다. 사실 조달청에서 PC랑 사무용품 구하는 거야 하루면 충분했거든요.”

입찰을 위해서 미리 움직이고, 가장 기본적인 ‘위생’, ‘감사’, ‘공익제보’등인 절대 문제될 게 하나 없는 정론으로 기획서를 만들어 다시 준비한 진욱이었다.

상만은 이것을 보고서 감탄한 듯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다음날부터 아성사료는 기존의 OEM 생산분 공장 가동을 최소한으로 한 뒤로 대대적인 자체 위생관리에 들어갔다.

아예 퇴근 전 30분의 청소시간을 추가로 할애했고, 청소용품 결제에 대해서도 진욱에게 맡긴 다음 예산을 늘려줬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서 진욱이 말한대로 ‘익명의 제보자’를 통한 수도권 인근의 사료공장들의 위생실태가 만천하에 공개됐다.

[공장 안에는 벌레가 들끓고, 동남아에서 수입한 일부 원료에서는 대장균이 검출되기도 했습니다.]

[A씨(서울시):너무 눈물나죠. 저희 아이들이 이런 걸 먹고서 그렇게 아파했구나.]

눈물로 호소하는 견주들의 인터뷰, 그리고 처참한 위생 상태의 이름 있는 사료 공장들.

그 속에서 오늘도 기계를 출고 전 상태로 싹 세척하고 온 아성사료의 사장과 그 아들은 웃으면서 그 특집뉴스를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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