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3화 (73/150)

유지훈이 어이없다는 투로 물었다.

“어쩌자는 겁니까? 설마 새끼가 알을 깨고 나오도록 보살펴주기라도 하려는 겁니까?”

이자걸이 유지훈을 향해 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뭔가 재미있는 생각이 떠오른 듯 의미심장한 웃음이었다.

“그것도 괜찮지 않겠습니까?”

“괜찮긴 뭐가 괜찮아요? 재앙급 몬스터가 일곱 마리나 늘어나는 거잖아요. 어미까지 여덟 마리요.”

강은영까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이자걸의 입가에 미소는 한층 짙어졌다.

“이놈들 잘 활용하면 쪽발이 놈들한테 제대로 엿을 먹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두 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래서 그놈을 데려가기라도 할 생각입니까? 부화하도록 도와주기라도 하시려고요?”

“여기에 두고 갈 순 없을 것 같은데요. 나중에 야마가토 놈들이 찾아오기라도 하면···.”

거대 도마뱀이 혀를 날름날름 내밀어 이자걸의 볼을 핥았다. 말을 알아듣기라도 하는 눈치였다.

“이 착한 녀석을 죽일 수도 없고 말입니다.”

“하아. 살다 살다 몬스터가 착하다는 소리를 다 듣네···.”

유지훈이 한숨을 내쉬자, 거대 도마뱀이 눈을 껌뻑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앞다리를 휘휘 흔들기까지 했다.

“보십시오. 말도 잘 알아듣는 놈 아닙니까.”

어느덧 강은영은 거대 도마뱀의 매력에 빠져들고 있었다. 다가와 볼을 쓰다듬고 있었다.

유지훈도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졌습니다. 어디 데려다 놓을 장소는 있습니까?”

“찾아보면 그 정도야 없겠습니까. 제가 잘 가르쳐서 대한민국에 도움이 되는 놈으로 만들어보겠습니다.”

“이자걸 대표부터 잘 가르쳐서 대한민국에 도움이 되는 놈으로 만들어야 할 것 같은데요.”

거대 도마뱀을 데리고 무인도를 빠져나가기로 했다.

놈은 이자걸이 맡아서 이끌더라도, 일곱 개의 알은 강은영과 유지훈이 날라야 했다. 혹시나 깨지는 일이 없도록 죽은 야쿠자들의 옷을 모아 조심스럽게 감쌌다.

“떠날 때 떠나더라도 챙길 건 챙겨야죠.”

이자걸이 몬스터들의 사체를 가리켰다.

당연히 재앙급 몬스터들의 혈석을 남겨두고 갈 순 없었다.

“큰 도움 주셨으니 제가 한 마리 양보하겠습니다.”

이자걸의 통 큰 양보(?) 덕분에 유지훈도 두 마리 몬스터의 혈석을 챙길 수 있었다. 둘을 합쳐서 200억 원 가치에 달하는 혈석이었다.

“영훈길드의 수입으로 잡으면 되겠네요. 이 추세면 매출로는 당장이라도 대한민국 3대 길드에 들겠어요.”

길드 마스터로서 임무에 충실해진 강은영이었다.

아울러 국가안전본부 국장으로서 지위도 도외시하지 않았다.

“처분은 저한테 맡기시면 돼요. 저를 통하시면 국가안전본부에 떼주는 수수료 요율을 대폭 낮출 수 있어요.”

강은영의 솔깃할 제안에도 이자걸은 은은한 미소와 함께 고개를 가로저었다.

“말씀은 감사하지만, 저는 혈석을 처분할 생각이 없습니다.”

“그걸로 뭘 하려는 겁니까? 또 무슨 꿍꿍이라도 있는 겁니까?”

유지훈이 다그치듯 묻자, 이자걸은 유쾌한 웃음으로 반응했다.

“물론 쪽발이 놈들한테 빅엿을 먹이기 위해서입니다. 당연히 대한민국을 위한 것이기도 하고요.”

“빅엿 가지고 되겠습니까? 그레이트 엿 정도는 돼야지.”

“하하하. 지당합니다. 유지훈 씨께서 이렇게 도와주시니 그레이트 엿이 될 겁니다. 아니 자이언트 엿이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엿이 점점 커지는군요. 뭐. 좋습니다. 기왕 먹이는 거 크게 먹이는 게 좋죠.”

세 사람을 실은 배가 무인도를 떠났다.

거대 도마뱀은 꼬리를 힘차게 휘저으며 헤엄쳐 배의 뒤를 쫓았다.

일곱 개의 알은 놈이 잘 볼 수 있도록 배 후위에 놓여 있었다. 옷가지를 여러 겹 포개 조심스럽게 감싼 상태였다.

“탁세현 초인은 어쩌실 생각입니까?”

“아까 보셨잖아요. 그놈 피부가 바퀴벌레 놈보다 단단할까요?”

“아! 상상만 해도 오싹합니다.”

“그러니까 이자걸 대표도 딴생각 말고 엿이나 생각하세요.”

“물론입니다. 빅엿, 아니 그레이트 엿.”

“자이언트 엿으로 키우지 않았던가요?”

***

일촉즉발

“아니. 대통령님께선 왜 꼭 만나셔야 한다는 거죠? 이 정도는 전화로도 승인해주실 수 있잖아요. 안 그래요. 실장님?”

크리스털 박은 전화기에 대고 연신 따지듯 물었다.

수화기 너머에서 진땀을 뻘뻘 흘리는 이는 대통령 비서실장 차기환이었다.

[전화로 결정할 사안이 아니지 않습니까. 박 여사. 일본 각성자들에게 외교관 지위를 부여하는 건 안보와 직결될 수 있는 문제예요.]

“일본 각성자들이 잠재적인 범죄자라도 되는 듯이 말씀하시네요. 실장님. 그분들은 대한민국을 도우러 오는 분들이에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요.”

[말씀이야 맞지만, 국제적인 관례도 있고, 국민 여론도 무시할 수 없지 않습니까. 박 여사도 아시겠지만, 신화 사태 이후 일본에 대한 여론이 썩 좋지만은 않아요.]

“실장님!”

크리스털 박의 언성이 높아졌다.

“우리 이러는 거 맞아요? 실장님이랑 저 이런 사이 아니잖아요. 대통령님께서 개돼지들 따위에 흔들려서 쉽게 결정 못 하시면 실장님이 옆에서 잘 보좌해 드려야죠.”

[나도 애 많이 쓰고 있어요. 안 그래도 대통령님께서 절대 불가로 못 박으시려는 거 가까스로 설득해서 자리라도 만들기로 한 겁니다. 만나서 말씀 잘 나눠보세요. 박 여사 좋은 뜻 받아들이실 겁니다.]

“그냥 순순히 오케이 해주시면 더 좋잖아요. 제가 야마가토산업 쪽에 난처할 일도 없고요.”

[야마가토산업에는 원하는 대로 될 거라고 언질을 주셔도 될 겁니다. 그 부분은 제가 보장하겠습니다.]

“어휴~.”

크리스털 박이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한껏 높였던 언성이 다소 낮아진 분위기였다.

“전에는 그렇게 뵙자고 해도 한사코 거부하시더니, 이번엔 웬일로 먼저 보자고 하시고. 저의가 의심되는 거 실장님도 아시죠?”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대통령님이랑 박 여사 사이에···. 그냥 오랜만에 얼굴 보면서 환담이나 나눈다고 생각해 주세요.]

“알겠어요. 어디로 가면 되나요? 물론 안가겠죠?”

[그렇습니다. 보는 눈이 있을 수도 있으니···.]

“만나 뵙는 김에 이번 건 말고도 부탁드릴 사안들 몇 가지 더 말씀드려야겠어요. 어렵게 나가는 자리이니만큼 대통령님께서도 그 정도는 받아들여 주시리라 믿을게요.”

[그렇게 하십시오. 그 부분은 전적으로 박 여사와 대통령님께 달려 있습니다. 제가 뭐라고 말씀드릴 부분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럼 저 나름대로 준비 철저하게 해서 갈 테니까 대통령님께도 그렇게 전해주세요.”

통화가 끝났다.

통화하는 내내 짜증을 있는 대로 쏟아냈던 크리스털 박이었지만, 전화를 끊은 뒤 표정은 더없이 밝았다.

“만나 봤자 요구 사항만 늘어날 걸 모르시는 거야? 혹시 뭔가 꿍꿍이라도 있는 건가? 통하지도 않을 거 뻔히 아실 텐데···.”

입가에 번진 싸늘한 미소가 크리스털 박의 현재 마음을 반영하는 듯했다. 자신감과 오만함 그리고 경멸이었다.

“그럼 얻어낼 것들 확실히 얻어낼 준비나 철저히 해야겠지. 일단 신화그룹 문제부터.”

크리스털 박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상대는 신화그룹 전 부회장 이자성이었다.

“부회장님. 나랑 같이 어디 좀 가셔야겠어요.”

[어딜 말씀이신지요.]

“자세한 건 같이 가보면 알 수 있을 거고요. 신화그룹을 되찾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만 알고 계세요.”

이광진 대통령에게 요구할 첫 번째 사안은 신화그룹 재건 문제였다. 현재 진행 중인 계열사 매각을 중단시키고, 이자성에게 그룹 총수 자리를 다시 넘겨주는 내용이었다.

이후에도 크리스털 박은 몇 군데 더 전화를 걸었다. 여당 원내대표, 청와대 정무수석, 행정안전부 장관···.

추가 요구 사항을 관철시키기 위한 사전 준비 작업이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인물에게 연락도 빼먹지 않았다.

“오라버니 저예요.”

[그래. 박 여사. 대통령과 만남은 수락하기로 한 건가?]

“한사코 오라는 데 어쩌겠어요. 번거롭지만 가야죠. 뭐. 대신 얻어낼 거나 더 얻어내면 돼요. 오라버니께서도 수고 좀 해주셔야겠어요.”

[나야 뭐 박 여사가 가자면 가는 거지. 항상 준비돼 있네.]

“고마워요. 오라버니한테는 항상 신세만 지는 것 같네요.”

[그런 말 하지 말게. 우리 사이에.]

크리스털 박이 뭔가 생각난 듯 물었다.

“그동안 만나자고 해도 피하기만 하던 대통령님이 갑자기 만나자고 하니 의심스럽기도 하네요. 뭔가 믿는 구석이라도 있는 건 아닌지···.”

[그렇기야 하겠는가. 대통령도 박 여사가 쥐고 있는 카드가 뭔지 잘 알고 있을 텐데.]

“하긴. 오라버니도 제 곁에 있는데 믿는 구석이 있다 한들 통할 수나 있겠어요. 그나저나 유지훈인가 하는 귀환자 놈은 잘 처리하신 거죠? 그놈은 괜히 신경 쓰이네요.”

[그 부분은 걱정 마시게. 확실히 처리했으니.]

“이래저래 성가시게 하는 놈이에요. 야마가토산업에서 일본으로 데려가기로 했었다지 뭐예요. 야마가토산업에 넘겨버리는 건 어땠을까 싶기도 하네요. 아직 처리했다는 말은 못 했는데···.”

[안 그래도 나도 회유해보려고 했는데, 전혀 안 통했네. 처리하는 게 최선이었어. 야마가토산업에도 대사를 망칠 놈이라 어쩔 수 없었다고 하게. 그래도 뭐라고 하면 내가 나서야겠지.]

“에이. 그런 일에 오라버니까지 나서게 할 순 없죠. 제가 알아서 잘 말할게요.”

[그럼 준비 잘 하시게. 나도 채비 갖추고 있겠네.]

탁세현과의 통화를 끝으로 크리스털 박이 휴대폰을 멀찍이 집어 던졌다. 대통령과 만남을 앞둔 준비를 마친 셈이었다.

크리스털 박은 머릿속으로 주판알을 굴렸다. 대한민국 정부와 야마가토산업 사이에서 얻을 것과 내줄 것의 수지타산이었다.

야마가토산업에는 내줘야 할 것이 많았다. 미래를 위한 투자 개념이었다. 야마가토산업은 향후 아시아를 석권할 집단이었다. 당장은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투자할 가치가 있었다.

아낌없는 투자를 위해 대한민국 정부로부터는 최대한 얻어내야 했다. 대통령이 만남을 청해온 이번이 둘도 없는 기회였다.

“대통령도 슬슬 가치를 다하는 것 같아. 다음 대상도 물색에 들어가야겠어. 이번 외무 회담 마치는 대로 야마구치 가주를 만나봐야겠군.”

***

“동영상 공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찾았다고 하셨죠?”

크리스털 박 일행이 기다리고 있는 안가로 향하기 전 유지훈이 SSG 국장 이윤성에게 물었다.

크리스털 박을 제압하는 데 있어 두 가지 걸림돌 중 하나를 정리하기 위해서였다. 그녀의 신변에 이상이 생길 경우 자동으로 동영상이 공개되도록 설정돼 있다는 문제였다.

“파악하기로 크리스털 박의 심장에 달려 있습니다. 박동이 멈추거나 이상 박동이 발생하면 누군가에게 연락이 가게 돼 있습니다.”

“죽거나, 충격이 가해지거나 하면 어딘가로 연락이 간다는 의미겠네요. 그게 누구인지는 모르고요?”

“거기까진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SSG는 크리스털 박의 심장 확보를 최우선으로 여겼다.

크리스털 박을 제압한 뒤 심장을 꺼내고 첨단 의료 장비를 동원해 박동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짧게는 하루, 길게는 이틀 정도 정상적인 박동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 안에 심장을 분석해 어디로 연락이 가도록 설정돼 있는지 파악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됩니다.”

이윤성이 우려하는 대목은 심장에 관한 부분은 아니었다. 일단 확보하면 이후 진행은 순조로울 것으로 자신했다.

문제는 크리스털 박을 제압하는 것이었다. 걸림돌은 역시 그녀의 곁을 지키는 존재인 초인 탁세현이었다.

“탁세현 초인을 어떻게 처치할지에 성패가 달려 있습니다. 지금까지 그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어 작전을 진행하지 못했습니다.”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심장을 꺼내는 것까진 제가 알아서 잘 할 테니까. 국장님은 박동이나 잘 유지하게 하세요.”

“탁세현 초인의 특성 플래시는 순간 이동에 가깝습니다. 최악의 상황엔 크리스털 박을 데리고 도주할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탁세현을 추종하는 각성자 무리들도···.”

이윤성은 여전히 근심스러운 눈치였다.

그만큼 탁세현이 성가신 존재라는 의미이기도 했다.

“초인은 무리를 이끌 수 없지 않나요? 길드에 소속될 수도 없어서 최금강 영감님이 초인 등극을 거부했다는 말도 있던데요?”

“공식적으로 그들은 탁세현 초인과 무관합니다. 크리스털 박의 경호원 집단으로 돼 있습니다. 실제로는 탁세현 초인의 지휘를 받지만요.”

“어지간히 번거롭게 하는 놈이네요. 이번 기회에 싹 정리할 테니까 국장님은 의료진이나 잘 대기시키세요.”

유지훈은 자신만만했다.

이윤성은 유지훈의 자신만만함이 더 걱정스러웠다. 왠지 불안함을 애써 감추려는 듯 여겨져서였다.

유지훈은 이윤성의 마음을 읽었다.

“국장님이 아시던 저랑 또 달라졌어요. 탁세현 같은 인간 수십 명이 달려들어도 박순덕은 제거할 수 있으니까 염려 붙들어 매세요.”

유지훈이 느릿한 걸음으로 안가로 들어갔다.

유지훈의 뒷모습을 보며 이윤성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

“대통령님은 언제 오시는 거죠? 어려운 걸음 하게 해 놓고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시는 거 아닌가요?”

크리스털 박이 따지듯 물었다.

대통령 비서실장 차기환은 터져 나오려는 한숨을 가까스로 눌러 참았다. 크리스털 박의 행태가 너무 지나쳐서였다.

“대통령님과 박 여사의 독대 자리라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이렇게 막무가내로 몰려오시면 어떡합니까?”

“만남에 응한 것만으로 대통령님의 요구는 따랐어요. 저도 추가로 요구할 게 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관련된 분들을 모신 것이니 실장님께선 어서 대통령님을 모셔주세요.”

적반하장도 이런 적반하장이 없었다.

탁세현 초인이야 크리스털 박이 외부에 나설 때면 그림자처럼 따라붙는 존재니 동행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하지만 나머지는 전혀 예상치 못한 동행이었다.

여당 원내대표 신영호, 행정안전부 장관 정현석, 신화그룹 전 부회장 이자성···. 다들 대통령과 껄끄러운 인사들이었다.

심지어 청와대 정무수석 나경석까지.

나경석은 차기환의 부하 직원이라 할 수 있음에도, 차기환은 그의 참석을 짐작조차 못 했다.

“이렇게 대통령님을 압박하려 하시는데, 어떻게 모실 수 있겠습니까? 탁세현 초인님의 참석은 인정할 테니 다른 분들은 돌려보내 주십시오. 다음에 다시 기회를 만드는 것으로···.”

“그럼 저도 가겠어요. 야마가토산업에는 대통령님께서 모든 요청을 거절하셨다고 전하도록 하죠. 외교상 책임은 전적으로 대통령님께서 지셔야 할 거예요. 우려하시는 일도 피할 수 없을 테고요.”

차기환의 처지에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상황이었다.

어쨌거나 대통령에게 상황을 알려 결정하도록 하는 수밖에 없었다.

길게 한숨을 쉬며 면담 장소를 빠져나왔다.

“박 여사. 너무 강하게 밀어붙이는 것 아닙니까? 저희는 굳이 이 자리에 없어도 될 것 같습니다만.”

“맞습니다. 대통령님 심기를 불편하게 해서 저희한테 유리할 게 없을 듯합니다. 비서실장님 제안을 수용하도록 하시죠.”

나경석과 이자성이 안절부절못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나경석은 대통령의 비서였고, 이자성은 대통령의 한 마디에 신화그룹의 재건이 걸려 있었다.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고, 이 자리가 불편하기만 했다.

크리스털 박은 단호하기만 했다.

“두 분은 제가 그렇게 우습나요?”

“아닙니다. 저희가 어떻게 박 여사님을···.”

“서로 윈윈 하기 위해 무리해서 두 분 모신 거예요. 그런데 자리를 박차고 나가시겠다니. 제가 애써 추진하는 일 따위는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말씀이신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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