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86 (286/305)

#286

꿈을 꾸는 걸까. 어떻게 나와 똑같이 생긴 사람이…. 아니, 또 하나의 내가 여기 있을 수 있는 건지 모르겠다. 반면에 그는 로브를 뒤집어쓴 나를 알아보지 못하고 호기심어린 눈을 빛내고 있었다. 

왜 하필이면 내가 죽기 전 가장 활기차던 때의 모습을 하고 있는 걸까. 절망이나 슬픔을 모르는 순수한 얼굴은 묘한 그리움을 불러일으켰다.

“저기…요?”

한참동안 바라보고만 있자 그는 당황한 표정으로 재차 나를 불렀다.

“저기, 제가 괜히 불러 세운 건가요?”

조용히 고개를 가로젓자 그는 안심했다는 듯 가슴을 쓸어내렸다. 

“다행이다. 제국민이 아니신 줄 알고 놀랐거든요.”

“…….”

“걱정 마세요. 그저 대륙을 건너는 중이셨다면 제가 지켜드릴게요.”

대가를 바라지 않는 호의가 차가운 마음에 와 닿았다. 지금껏 내가 도와 왔던 사람들도 이런 기분을 느꼈으려나. 정말 그렇다면 기쁠 텐데. 그럼 후회 없는 삶을 살았노라고 확신할 수 있었을 텐데, 그걸 물어볼 사람이 더는 곁에 남아 있지 않았다.

괜히 슬픈 생각이 솟구쳐 고개를 숙였다가 문득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그의 다리가 마치 유령처럼 흐릿했다. 심지어 무릎 아래로 갈수록 점점 형체가 사라져 끝내 검은 연기와 연결되어있었다.

설마, 하는 순간 검은 장막이 걷히며 다급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헤메라!]

익숙한 목소리에 절로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하지만 부름에 답하는 쪽은 내가 아니라 나를 닮은 그였다.

“여기예요!”

그가 부르자 짙은 연기를 가르고 누군가 걸어 나왔다. 검은 머리칼을 휘날리며 다가온 이는 역시나 닉스였다.

[여기 있었구나….]

‘내’가 사라질까 불안했던 걸까. 사색이 되어 나타난 닉스는 ‘나’를 발견하자마자 안도의 한숨을 몰아쉬었다. 그러나 ‘나’는 닉스의 불안이 어디서 비롯됐는지 알 리 만무했다. 그는 마치 장난을 받아치듯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제가 어딜 간다고 그래요. 늘 여기 있었잖아요.”

할 말이 있는지 살짝 숨을 들이쉬었던 닉스는 이내 쓴웃음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맞아. 내가… 그렇게 만들었었지.]

그 말을 듣고 예상은 확신이 되었다. 어떻게 ‘내’가 존재할 수 있나 의문이었는데 이제야 알겠다. ‘나’는 닉스가 만들어 낸 환영이었다. 그것도 닉스의 기억 속에서 가장 행복하고 편안했을 때의 나를 구현한 듯했다. 그야 환영은 아무 걱정 없이 마냥 즐겁게 웃고만 있었기 때문이었다. 

“으응? 뭐라고 했어요?”

[아냐. 아무튼 웬만해선 연기 밖으로 나가지 마.]

한숨 어린 목소리로 잔소리하자 ‘나’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였다. 

“그치만 웬일로 손님이 오셨는걸요.”

[…손님?]

그제야 닉스는 환영 뒤에 가려진 나를 발견했다. 어쩌면 나를 한눈에 알아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건만, 기대가 무색하게 붉은 눈동자가 매섭게 타올랐다. 곧바로 환영을 보호하듯 뒤로 물린 닉스는 살의로 가득 찬 눈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네 놈은 뭐지?]

폭발하듯 터져 나온 검은 연기가 어느새 내 몸을 휘감았다. 정말로 나를 죽이려하고 있었다. 이미 제 기능을 상실한 코어는 닉스의 힘을 버텨 내지 못해 속절없이 억눌렸다. 가슴을 옥죄는 고통에 잇새로 윽, 하는 신음이 절로 새어나갔다. 싸울 의지를 보이지 않았으나 닉스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 

[정체를 밝히지 않겠다면 여기서 끝을 내주마.]

보다 못한 환영이 닉스의 팔을 다급하게 붙잡으며 말렸다.

“그만해요. 저분은 그냥 오르커스를 지나가는 길이었대요.”

[이런 시기에 아무 이유도 없이 대륙을 건넌다고? 웃기지 말라 그래.]

“닉스!”

단호한 목소리에 닉스는 어쩔 수 없이 힘을 거뒀다. 겨우 숨통이 트여 허리를 굽힌 채 힘겹게 쿨럭거렸다. 그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환영이 서둘러 다가와 내 등을 토닥여 주었다. 검은 연기로 이루어진 손길에선 아무런 온기도 감촉도 느껴지지 않았다.

“제가 대신 사과할게요. 괜찮으세요?”

“…….”

“이대론 안 되겠어요. 조금이라도 좋으니까 쉬다 가세요.”

그 말에 뒤에 서 있던 닉스가 못마땅한 기색을 드러내며 말했다.

[감히 어딜 쉬다가 가?]

“닉스 때문에 다쳤을지도 모르는데 그냥 보낼 순 없죠.”

[억울하네. 그게 왜 나 때문이야?]

“우리가 다시 만난 날, 함부로 남을 해치지 않기로 약속했잖아요.”

[그건….]

닉스는 할 말을 다 잇지 못하고 입술을 꾹 깨물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나는 당황스러울 따름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생전에 닉스와 그런 약속을 한 적이 없다. 그렇다면 환영이 의지를 가지고 닉스에게 당부했다는 건데…. 어쩌면 지금까지 닉스가 이성을 잃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기억 속의 내 덕분일지도 모르겠다.

“자자, 피곤하게 싸우지 말자구요.”

[하아…. 누가 널 이기겠니.]

결국 닉스는 언제나 그랬듯 ‘나’의 말을 따라 주었다. 여전히 외부인인 나를 경계하고 있었지만, 약속을 깰 수는 없었나 보다. 고작 환영일 뿐인데도 소중히 여기는 모습이 고맙고도 안쓰럽게 느껴졌다.

그들을 따라 검은 연기를 뚫고 들어가니 필리스 줄기에 휩싸인 푸른 수정이 끝없이 이어졌다. 마치 결계 밖의 세상과 단절된 듯 일대는 아름답고도 평화로웠다. 이윽고 거대한 벤테온의 손에 다다르자 아늑한 베이스캠프가 보였다.

“별 건 없지만, 편히 쉬다 가세요.”

그는 나를 모닥불로 안내하며 부드럽게 웃었다. 

얌전히 모닥불 근처에 앉으니 생활에 필요한 물건이 하나둘씩 눈에 들어왔다. 바닥엔 모포가 깔려 있었고, 요리를 했는지 낡은 냄비에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고 있었다. 그 외에도 빵이며 물통까지 놓인 걸 보아하니 며칠간 둘이 함께 지낸 모양이다.

분명 닉스가 ‘나’를 위해 이것저것 준비했겠지. 환영에게 의식주 따위 필요 없다는 사실은 그걸 만든 스스로가 제일 잘 알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따뜻한 음식과 잠자리를 마련해 준 걸 보니 애써 가라앉힌 마음이 다시금 술렁거렸다.

[헤메라. 다른 인간한테 호의를 베풀 필요는 없어.]

저만치 떨어져 서 있던 닉스가 잔뜩 날이 선 어투로 말했다. 그러자 환영은 내게 모포를 건네다 말고 피식 웃으며 뒤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닉스도 인간을 꽤나 좋아하잖아요.”

[그건 이제….]

“이제…?”

[아냐. 됐어.]

닉스는 쓴웃음을 지으며 다가와 ‘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내게 직접 닿은 것도 아닌데 왠지 머리 위로 손길이 느껴지는 듯했다. 그야 매번 다정하게 쓰다듬어 주었으니까, 그 애정 어린 감촉을 잊을 리 없었다. 결국 차오르는 감정을 참지 못해 고개를 떨구자 환영이 화들짝 놀라 물었다.

“어디 불편하신 건가요?”

설마 내가 내게 걱정을 살 줄은 몰랐다.……내가 나를 부러워하게 될 줄도 몰랐고. “저기요?” 하면서 안색을 살피려고 하기에 괜찮다는 말 대신 살짝 손을 들어 보였다. 이렇게 하면 더는 다가오지 않을 거라 확신했다. 나는 내가 제일 잘 아니까.

역시나 환영은 내가 불편할까봐 적당히 거리를 두며 화제를 돌렸다.

“식사 하실래요? 제가 수프를 끓여 봤는데.”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환영은 냉큼 냄비 앞으로 갔다. 대체 무어가 그리 신나는지, 그는 나무 그릇에 감자 수프를 한가득 담으며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이윽고 그는 그릇을 내가 아니라 닉스에게 불쑥 내밀며 말했다.

“분위기도 풀 겸, 이건 닉스가 가져다주세요.”

계속 나를 경계하고 있던 닉스는 갑작스러운 부탁에 기겁하며 인상을 찌푸렸다.

[내가 왜?]

“어서요.”

[나 참….]

닉스는 툴툴거리면서도 순순히 스프 그릇을 받아들었다. 성큼성큼 다가와 한 걸음 앞에 멈춘 닉스는 나를 지그시 내려다보았다. ‘나’를 쳐다볼 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하지만 위압적인 시선마저 섭섭하기보단 반가워서 가려진 후드 사이로 흘끔 쳐다보았다. 아직도 나를 알아보지 못한 닉스는 수프 그릇을 던지듯 내려놓으며 낮게 깔린 목소리로 속삭였다.

[착각하지 마라. 나는 너희 인간들을 전부 없애고 싶을 정도로 혐오하니까.]

거짓말. 그런 마물이 죽은 인간을 잊지 못해 환영을 만들고 이렇게나 아껴 줄 리 없다. 내가 아무 대꾸도 하지 않자 닉스는 혀를 차며 다시 ‘나’에게로 돌아갔다. 당장 정체를 밝혀도 좋겠지만, 왠지 그들의 모습을 조금 더 지켜보고 싶어졌다.

따뜻한 수프 그릇을 들고서 모닥불 너머로 꿈만 같은 광경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갖다 줬어. 됐지?]

“잘했어요. 닉스.”

[내가 무슨 애도 아니고….]

닉스는 팔짱을 끼며 코웃음을 치다가도 슬쩍 ‘나’의 눈치를 살폈다. 혹시 닉스가 화났을까봐 불안해하던 ‘나’는 장난기 가득한 눈과 마주치자마자 활짝 웃었다. 닉스는 그런 ‘나’를 보며 미소 지었고, 나는 그런 닉스의 얼굴을 조용히 기억 속에 새겼다.

“닉스도 먹을 거죠?”

[난 안 먹어도 돼.]

“이카로스는 맛있게 먹어 주던데….”

[아, 알았어. 줘 봐.]

닉스는 일말의 고민도 없이 그릇을 받아들어 수프를 마셨다.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닉스의 반응을 기다리는 ‘나’의 모습에 불현듯 지난날이 떠올랐다. 이카로스가 처음으로 내게 마음의 문을 연 날, 저렇게 수프를 먹어 주었었지. 그러고 보니 잘 있으려나. 히페리온은, 오케아노스는? …유피테르는?

“어때요? 맛있어요?”

[누가 만든 건데 당연히 맛있지~]

“하하, 정말요? 다른 분들한테도 나중에 만들어 줘야겠다.”

아…. 불과 얼마 전의 일인데 왜 이토록 그립게 느껴질까. 다시 돌아오지 못할 일상이라 그런가. 한 줌의 재로 사라진 순간이라 그런가. 이제 곧 사라질 환영임을 알면서도 홀린 듯 ‘나’와 닉스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었다.

평화로운 시간이 흐르던 그때, 닉스가 갑자기 결계 밖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단숨에 날카로워진 눈매를 보아하니 썩 달갑지 않은 무언가를 감지한 듯 보였다. 이내 닉스는 ‘나’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말했다.

[뭔가가 다가오고 있어서 잠깐 확인하고 올게.]

“설마 적인가요?”

[아직 모르겠어. 따라 나오지 말고 여기 있어.]

그대로 자리를 뜨기 직전, 닉스는 잊지 않고 내 발목을 검은 연기로 묶어 두었다. 얌전히 있으라는 눈빛으로 쏘아보는 탓에 고개만 천천히 끄덕였다. 그 후 닉스가 결계 밖으로 나가자 환영이 기다렸다는 듯 내게 다가왔다.

“아까 닉스가 뭐라고 했든 신경 쓰지 말아요. 걱정이 원체 많아서 그런 거니까요.”

그럼. 알고 있지.

“그보다 어디서 오셨어요?”

입을 열지 않는 내가 아직 경계하는 걸로 보였는지, 환영은 차근차근 설명을 덧붙였다.

“실은 지금 밖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거든요. 아무 걱정하지 말라고 하는데, 이런 상황에 걱정을 안 할 수가 있어야죠. 혹시… 제국에 문제가 생긴 건가요?”

“…….”

“곤란하게 했다면 죄송해요. 소중한 사람들의 소식을 알 길이 없어서 그랬어요.”

초조한 빛이 역력한 얼굴을 보니 왠지 모르게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늘 걱정으로 물든 삶이었다. 누군가 이유 없이 안 보이면 화를 당했을까 걱정하고, 조금이라도 행복해지면 또 다시 불행해질까 걱정하고. 그나마 닉스의 보호 아래 사는 며칠간은 아무 근심 없이 기쁘게 살았을 줄 알았는데… 나는 또 불안해하고 있었다.

스스로를 동정하고 싶진 않지만, 조마조마한 모습이 못내 마음에 걸려 입을 열었다.

“넌 환영이 되어서도 남 걱정밖에 안 하는구나.”

“…네?”

“조금이라도 행복을 누리며 살았다면 좋았을 텐데.”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나’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놀란 이유가 대뜸 이상한 소릴 지껄여서인지, 자신과 목소리가 똑같아서인지는 모르겠다. 설명을 하기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기에 그의 손을 부드럽게 그러쥐며 말했다.

“그래도 다행이야. 네 덕분에 피해가 커지지 않을 수 있었어.”

“그게 무슨….”

“무엇보다 닉스를 지켜 줘서 고마워.”

고개를 꼿꼿하게 들어 후드 안에 있는 얼굴을 보였다. 그러자 환영은 내가 처음 그를 봤을 때처럼 딱딱하게 경직되어 버렸다. 과연 닉스가 만들어 낸 환영이라 그런가. 정말로 또 하나의 나를 만난 것 같았다. 

검은 연기로 이루어진 그를 부드럽게 끌어안으며 속삭였다.

“이제 그만 사라져도 괜찮아. 남은 일은 내가 마칠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참을 내게 안겨 있다가 그대로 연기가 되어 사라졌다. 마지막 순간 내 등을 토닥여 준 것 같았지만, 잘은 알 수 없었다. 어차피 육체가 없는 환영이었으니까. 

그가 떠나자 그가 쓰던 물건도 하나둘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모포도, 빵도, 심지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던 수프도 전부 환영이었다. 오직 모닥불만이 타닥타닥 공허한 소리를 내며 타오르고 있을 뿐이었다.

지독하게도 달콤한 악몽이 막을 내리자 꿈의 주인이 돌아왔다.

[그냥 들짐승이었어.]

가볍게 어깨를 으쓱이며 다가오던 닉스는 뒤늦게 변화를 알아챘다. 웃으며 기다려 주던 존재는 물론 그가 쓰던 물건이 전부 사라져 버린 것이다. 닉스는 마치 아이를 잃은 부모처럼 허망한 눈동자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헤메라? 어디 갔어? 왜… 또 나를 두고…….]

애타게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안쓰러울 만큼 떨렸다. 더는 두고 볼 수 없어 자리에서 일어나자 증오로 물든 눈동자가 나를 향했다. 이제 그만 현실로 돌아와야 하는데, 닉스는 여전히 꿈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그 아이는 어디로 갔지?]

“…….”

[나를 두고 갈 리가 없어.]

이쪽으로 천천히 다가오는 닉스의 주변으로 엄청난 양의 검은 연기가 흘러나왔다. 닿지 않아도 그 기운에 서린 슬픔을 느낄 수 있었다. 나의 죽음으로 인해 망가진 닉스의 모습을 보니 선뜻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이윽고 닉스는 내 멱살을 거칠게 잡아끌며 윽박을 질렀다.

[똑바로 말해!]

그에게 끌려가다가 그만 후드가 벗겨지고 말았다. 숨기고 있던 얼굴이 드러나자마자 닉스의 동공이 뎅그러니 커졌다. 멱살을 잡고 있던 손마저 힘이 서서히 풀리더니 툭하고 내게서 떨어졌다. 이윽고 닉스는 잿빛으로 질린 얼굴로 뒷걸음질을 치며 중얼거렸다.

[거짓…말….]

파르르 떨리는 입술에서 흘러나온 목소리에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왠지는 모르겠다. 그냥, 웃어주고 싶었다. 그러곤 멀어진 만큼 다가가서 닉스를 가만히 올려다보았다. 한참이 지나도록 닉스는 내가 살아있다는 걸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 그래서 아무렇지 않은 척, 마치 짧은 여행을 다녀온 사람처럼 다정하게 안부를 물었다.

“잘 있었어요?”

내 목소리를 듣자마자 건조하게 메말라있던 붉은 대지에 비가 내렸다.

“낮이 없는 밤은… 많이 외로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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