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72 (272/305)

#272

태어나서 처음으로 맞이한 태양은 저만큼 아름다웠을까. 순도 높은 마력이 공기를 휩쌌지만, 두렵기는커녕 아침 햇빛처럼 따사로웠다. 하늘을 드리운 찬란한 금빛 아래 오직 그만이 고고하게 서있었다.

“아스레인?”

나지막이 이름을 부르자 차분한 눈빛이 내게 닿았다. 아무 말 없이 시선만 마주하고 있는데도 그의 내면에 잠긴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슬픔과 분노, 그리고 후회가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이윽고 오케아노스의 결계를 빠져나와 홀린 듯 그에게로 다가갔다. 빛기둥을 등진 채 서 있는 모습이 꼭 꿈만 같았다.

“정말… 아스레인 맞아요?”

불현듯 제자리에 멈춰서 불안하게 바라보니 이번엔 아스레인이 내게 다가왔다. 어느새 지척까지 가까워졌는데도 눈앞의 그는 여전히 현실감이 없었다. 조심스레 손을 뻗자 아스레인이 천천히 허리를 숙였다. 이내 그의 뺨이 내 손에 닿는 순간 왈칵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괜찮나?”

“그건 제가 할 말이에요.”

입술을 꾹 깨물어 애써 감정을 삼키고 물었다.

“정말… 괜찮아요?”

초조했다. 모든 진실을 깨달은 아스레인이 제자리에 주저앉을까 봐. 과거가 그의 발목을 잡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할까봐서. 아마도 그게 프로메테우스의 계략이었겠지. 그래서 아스레인을 믿는 한편, 내심 걱정하고 말았다.

불안한 눈빛으로 살펴보자 아스레인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진실을 알고 아무렇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덕분에 이겨 낼 수 있었네.”

“…네?”

“자네가 언제까지고 나의 편이라고 했으니까.”

전부 기우였던 걸까. 지금껏 왠지 모르게 쓸쓸하게 보이던 그의 눈빛에서 전에 없던 결의가 드러났다. 의연히 쓰라린 과거마저 끌어안은 그에겐 더 이상 난관은 존재하지 않았다. 다시 내 앞에 나타나준 게 고마워서 다른 손도 뻗어 그의 뺨을 감싸 쥐었다.

“이 모습을 현실에서 볼 수 있을 줄은 몰랐어요.”

그의 머리 위로 뻗은 뿔을 바라보며 혼잣말하듯 중얼거렸다.

“뿔이 온전한 아스레인은… 언제나 꿈에서만 봤거든요.”

“꿈에서?”

“네. 과거의 기억이었지만요.”

지금도 행복한 환상 속에 잠겨 있는 것 같다. 손끝에 닿는 온기만이 그나마 나를 현실에 묶어 두고 있었다. 그러자 아스레인은 꿈이 아니라고 말하는 듯 내 손을 잡으며 생그레 웃었다. 그 얼굴을 보니 하고 싶은 말들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그러다 문득 지금이 아니고선 할 수 없는 말이 떠올랐다.

“아스레인. …아니, 이젠 이 이름이 아니죠.”

마치 처음 만난 듯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서 와요. 유피테르.”

그저 이름을 불렀을 뿐인데, 이상하게 가슴이 울렁거렸다. 드디어 이름을 되찾은 그도 자못 놀란 듯 커다래진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그것도 잠시, 유피테르는 얼굴 가득히 미소를 띠며 말했다.

“기다려줘서 고맙네.”

더 이상 ‘아스레인’이란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선대 에브게니아가 만들어 낸 족쇄는 유피테르에겐 통하지 않는 계약이다. 그러니 오래도록 철장에 갇혀 있던 그 마물은 이제 자유롭게 날아오를 일만 남은 것이다.

마치 이 세상에 단 둘만 남은 듯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데,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흠칫 놀라 돌아보니 어느새 오케아노스가 가까이 와 있었다. 유피테르의 시선이 닿자마자 오케아노스는 오른손을 가슴에 얹고 정중하게 머리를 숙였다.

[온전한 당신을 다시 뵐 수 있어 영광입니다.]

“나야말로 태오를 도와주어 고맙군.”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그토록 진심을 다해 기뻐하는 오케아노스는 처음이었다. 그간 유피테르의 귀환을 누구보다 바라던 그였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이내 오케아노스는 경의에 찬 눈으로 유피테르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 대륙에 다시 한 번, 그 위대한 이름을 떨치시지요.]

새롭게 시작되는 그 마물의 역사라. 어디서부터 뜯어 고쳐야 할지, 과연 이 제국이 건국설화를 순순히 부정할지 모르겠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지, 유피테르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 후 오케아노스에게 일어나라 손짓하던 유피테르는 뒤늦게 닉스를 발견했다.

“너도 수고 많았네.”

담담하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자 닉스가 별안간 오케아노스를 따라 정중히 인사했다.

[무사 귀환하심을 진심으로 경하 드립니다.]

늘 유피테르만 보면 핏발을 세우던 닉스가 대뜸 머리를 숙이니 당황할 노릇이었다. 예상치 못한 행동에 나나 유피테르나 적잖이 놀랄 수밖에 없었다. 둘이 동시에 휘둥그레진 눈으로 쳐다보니 닉스의 표정이 한껏 일그러졌다.

[나름 비위 좀 맞춰 주려고 했더니 왜 그렇게 쳐다봐?]

“오히려 비위가 상할 것 같으니 평소대로 굴어라.”

[나 참, 해 줘도 난리야.]

반응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툴툴거리던 닉스는 이내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 또한 유피테르가 돌아와 기쁜 눈치였다. 마물 셋이 함께 서있는 광경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그때, 유피테르가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이곳에 이카로스와 히페리온도 왔었나?”

“그게….”

얼굴이 급격하게 어두워지자 유피테르는 걱정스러운 빛으로 물었다.

“무슨 일인가.”

“히페리온이 절 지켜 주려다가 신력에 당했어요. 그래서 이카로스에게 안전한 곳으로 데려가 달라고 부탁했는데…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어요.”

무사하겠지, 그렇게 막연히 생각하면서 계속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헤어질 때 코어가 살아있는 걸 확인했는데도 어쩌면 하는 걱정이 끊이질 않았다. 초조하게 두 손을 기도하듯 모으자 유피테르는 내 어깨를 감싸 쥐며 속삭였다.

“걱정할 필요 없네. 무슨 일이 있거든 내게 먼저 느껴졌을 테니까.”

정말 그래야 할 텐데. 모쪼록 별 탈 없길 바라는 마음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유피테르가 왔으니 모든 일이 해결되긴 시간문제다. 그리 생각했건만, 문제는 예기치 못한 곳에서 터졌다.

[나한테 할 말 없어?]

닉스가 퍽 퉁명스러운 투로 물었다. 기뻐할 땐 언제고, 유피테르를 노려보는 눈빛이 어느새 불만으로 가득 차 있었다. 뭔가 못마땅한 듯 얼굴을 찌푸리고 있는데도 유피테르는 아랑곳 않고 입을 열었다.

“내가 없는 동안 수고했네.”

[아니, 그거 말고.]

단호하게 고개를 저은 닉스는 눈짓으로 무언가를 가리켰다. 그의 싸늘한 시선이 향한 곳은 푸른 불길이 휩싸 여있었다. 그것은 바로 프로메테우스가 유피테르의 마력을 막기 위해 만들어 낸 벽이었다.

[저건 대체 뭐야?]

닉스가 불꽃 안에 몸을 숨긴 프로메테우스를 쏘아보며 묻자 유피테르는 덤덤하게 답했다.

“그는 내가 마지막으로 만든 피조물이네.”

[저딴 게 형제라는 소리는 못 들었어.]

“나도 잊고 있었으니까.”

[애초에 처음 만들던 그때 말했으면 되는 일이잖아.]

“그건….”

유피테르는 곤란한 듯 미간을 찡그렸다. 아직 말하기 어려운 이유가 남아 있는 모양이다. 유피테르가 입을 열어 주길 기다리는데, 저 멀리에서 맹렬한 목소리가 날아와 귀에 꽂혔다.

- 그건 나를 허점이자 치부로 여겼기 때문이지.

푸른 불꽃 사이로 천천히 일어서는 실루엣이 보였다. 비틀거리며 겨우 중심을 잡은 프로메테우스는 우리를 매서운 눈길로 노려보았다. 하늘색 눈동자는 신력을 머금은 불꽃만큼이나 무서운 기세로 타올랐다.

- 그래서 내 존재 자체를 숨긴 거 아니었나?

분명 프로메테우스가 유피테르를 배신했을 터였다. 그런데 악에 받친 저 얼굴은 유피테르를 향한 배신감으로 가득했다. 누구보다 완벽하다 자부했던 자신이 버림받았다는 충격과 그 대상이 믿고 있던 아버지라는 사실에 치가 떨리는 듯했다.

하지만 유피테르는 전혀 다른 이야길 꺼냈다.

“데우스. 나는 널 한 번도 부끄럽다 생각한 적 없다.”

- 웃기지마. 지금 내가 그 말을 믿을 것 같아?

“네가 믿든 믿지 않든, 틀림없는 사실이네.”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 태도에 프로메테우스는 미간을 찌푸렸다. 한껏 굳은 얼굴엔 의심하는 기색이 가득했다. 그럼에도 유피테르는 꿋꿋하게 제 할 말을 이어나갔다.

“마물을 수호하는 자가 인간을 위한 기둥을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퍼지면 어떻겠나. 반발은 물론이고, 너를 배신자라 여기는 마물도 생길 걸세. 그래서 널 숨길 수밖에 없었네.”

- 거짓말도 정도껏 쳐.

“내가 네게 거짓말을 해서 뭐하나.”

진중한 목소리는 결코 거짓말로 들리지 않았다. 애초에 유피테르가 이런 일에 수고롭게 말을 꾸며낼 성격도 아니었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던 프로메테우스는 다소 당황한 듯 보였다. 설마 유피테르가 솔직하게 속내를 털어놓을 줄 몰랐던 눈치였다.

잠시 생각을 정리하는지 바쁘게 움직이던 하늘색 눈은 다시금 원망의 빛으로 물들었다.

- 잘못 만들었다고 했잖아.

빠득, 이가 갈리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왔다.

- 나를 만든 걸… 후회하듯 말했잖아!

프로메테우스는 시뻘게진 눈을 부릅뜨고 악에 받친 고함을 내질렀다. 그게 처절한 절규로 들린 사람은 비단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줄곧 두려울 것 없는 절대자 행세를 하던 그가 부모의 사랑에 목마른 아이처럼 보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 어쩌면 저게 프로메테우스의 본모습일지도 모르겠다.

“그건….”

유피테르가 대답하길 망설이자 프로메테우스는 냉랭한 코웃음을 쳤다.

- 왜. 정곡을 찔려 할 말을 잃었나?

그럴 줄 알았다며 비아냥대는 그를 유피테르는 한동안 바라만 보고 있었다. 감정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길이 없었다. 이내 유피테르는 눈을 아래로 내리깔며 분명한 어조로 말했다.

“내가 사과하마.”

- …뭐?

“그땐 남을 대하는 게 서툴렀네. 그래서 네게 의도치 않게 상처를 줘 버렸군.”

뜻밖의 반응에 일대가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나조차도 설마 유피테르가 먼저 사과를 할 줄은 전혀 몰랐다. 계속 이죽거리던 프로메테우스는 한순간에 여유를 잃고 돌처럼 딱딱하게 굳어 버렸다. 파르르 떨리는 눈가에서 몹시 당혹스러워하는 기색이 느껴졌다.

프로메테우스가 아무 말도 못하자 유피테르는 뒤이어 속내를 털어놓았다.

“다시 과거를 마주하면서 후회하기도 했지. 하지만 그건 널 만들어서가 아니라, 네가 어긋나는 걸 보면서도 막지 못해 느낀 회한이었네.”

가만히 빈손을 내려다보던 유피테르는 주먹을 세게 쥐며 중얼거렸다.

“물론 지금껏 네가 저지른 과오는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죄악이지.”

이윽고 그는 고개를 들어 프로메테우스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이미 마음 정리를 끝낸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진실되어있었다.

“하지만 다시 그날로 돌아간다고 해도, 나는 너를 만들 거다.”

프로메테우스가 어긋날 걸 알면서도 만든다고? 어쩌면 이번엔 다를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가지는 건가. 그건 의심할 여지없는 애정이었다. 아버지로서, 그리고 창조주로서 사랑하지 않는다면 애초에 불가능한 말이었다.

멍하니 듣고만 있던 프로메테우스는 이내 고개를 천천히 저으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 거짓말. …거짓말이야.

스스로를 부정하는 건지, 유피테르의 마음을 의심하는 건지 알 길이 없었다. 다만, 프로메테우스가 지금 상당히 혼란스러워하는 것만은 확실했다. 어지럽게 뒤섞인 감정을 방증하듯 그의 눈동자는 이리저리 흔들렸다. 심지어 머리를 감싸 쥐고서 어이없다는 듯 웃다가도 당장이라도 울 것처럼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그렇게 한참동안 방황하던 그는 허공을 향해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

- 아니, 이제와 그래 봤자 달라지는 건 없나.

새까맣게 연소된 재처럼 생기를 잃은 눈동자가 유피테르를 향했다.

- 당신도 나도… 너무 먼 길을 돌아왔어.

억지로 길게 올린 입꼬리가 그토록 비참하게 보일 줄은 몰랐다. 잔뜩 일그러진 채로 웃고 있는 얼굴을 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정말 만에 하나, 내가 조금 더 빨리 유피테르를 만났더라면 어땠을까. 이 비극이 시작되기 전에 저들을 만날 수 있었더라면, 미래는 달라졌을까. ……아니. 아마도 역사는 반복되었을 것이다.

- 다시 그날로 돌아간다고 해도, 난 새로운 세계를 만들 거다.

힘겹게 부서진 바위에 올라선 프로메테우스는 양팔을 넓게 벌리며 소리쳤다.

- 그러니 최후에 남는 건 바로 나다!

프로메테우스는 마지막 힘을 전부 짜내어 공격을 퍼부었다. 하지만 뿔을 되찾은 유피테르의 적수는 될 수 없었다. 그의 손짓에 만들어진 거대한 결계가 격렬하게 쏟아지는 신력을 막아냈다. 이윽고 유피테르는 흘깃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오케아노스, 닉스. 태오를 데리고 산을 내려가게.”

부탁과도 같은 명령에 오케아노스와 닉스는 곧바로 내게 다가왔다. 하지만 이대로 갈 수는 없었다. 나를 데리러오는 그들을 피해 유피테르의 곁으로 가서 소매를 붙잡았다.

“아뇨. 제겐 아직 할 일이 남았어요.”

“…뭐?”

“약속했어요. 마지막으로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로.”

반으로 갈라졌음에도 여전히 따스한 빛을 뿜어내는 정화석을 꽉 쥐었다. 그러자 푸른빛과 함께 기억 저편에 묻혀있던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그럼 기다리고 있을게요.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 친구.’

데우스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아무것도 없는 결계에 갇혀 자신을 깨워 주기만을 고대하고 있다. 그러니 저 새하얀 지옥에서 꺼내 줘야만 한다. 비록 자신의 목표를 위해 우리를 속였지만, 그 정도는 ‘친구로서’ 이해할 수 있었으니까.

“도와주세요. 제가 끝을 맺어 주고 싶어요.”

그 말에 유피테르는 한숨을 내쉬며 눈을 내리감았다. 그러곤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

“아그누스.”

부름을 받은 마물은 곧바로 그림자에서 나타나 창조주에게 예를 갖췄다. 한쪽 앞발을 뒤로 물리며 머리를 숙이는 모습이 꼭 충성을 맹세하는 기사 같았다. 이윽고 유피테르는 저 멀리 떨어진 프로메테우스를 노려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를 원하는 곳까지 데려다줘라.”

유피테르가 앞으로 손을 뻗으니 찬란한 빛줄기가 뻗어 나갔다. 장대비 같이 쏟아지는 신력을 뚫고 길이 생겨난 것이다. 곧바로 등에 올라타자 아그누스는 기다렸다는 듯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금빛 길을 달려 단숨에 거리를 좁히니 프로메테우스는 주춤 물러서며 말했다.

- 네놈이 감히 짐을 죽이겠단 말이냐?

장엄한 음성과 함께 신력이 더욱 거세게 떨어졌다. 그 탓에 금빛 길이 부서졌지만, 아그누스는 멈추지 않았다. 징검다리를 건너듯 부서진 파편을 밟고 뛰어올라 빠르게 거리를 좁혀왔다.

앞으로 약 20m. 당황한 듯 일그러지는 프로메테우스의 얼굴이 점점 선명해졌다.

- 나, 나는 인간의 바람을 이루어줬을 뿐이야.

이제 곧 10m. 정화석을 쥐어 신의의 검을 뽑아 들며 소리쳤다.

“아뇨. 그건 당신의 욕심이었어요!”

- 내 욕심이라고? 그러는 너도 신이 있길 바란 적이 있지 않나?

“당연히 있죠. 하지만 누군가에게 신이 되어 달라 기도하진 않았어요.”

그 말이 족쇄가 될지도 모르니까. 무언가를 책임지고 지켜야 한다는 게 얼마나 힘들고 외로운 일인지, 유피테르를 보고 알았으니까. 그러니 이제 이 모든 일에 마침표를 찍을 때가 됐다.

“그러니까 이제 그만 자유로워져요.”

마지막으로 앞을 가로막은 푸른 불꽃을 검으로 베어 내며 말했다.

“…프로메테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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