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7
또 다른 목적이 있다고…? 인간에게, 하물며 사제에게 신력을 밀어내는 정화석이 왜 필요한 걸까. 상식 밖의 행동에 이유를 추측하기도 막연했다.
아코니툼은 분명 ‘그’에게 미래가 보인다고 했다. 예언 능력만 두고 보면 사제일 확률이 높았다. 그런데 신탁을 발설하면서까지 신력에 독이 되는 정화석을 손에 넣으려고 했다. 게다가 ‘그’는 마물인 아코니툼과 자연스럽게 대화했고, 아코니툼은 신력을 내뿜는 ‘그’를 공격하지 않았다.
어떻게 이 모든 게 가능할 수 있는 거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요.”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정화석을 꽉 쥐었다.
“이건 마물이 성물을 소유하는 것과 똑같잖아요.”
“나도 그리 생각하네. 어떤 가설을 들어도 이유가 명확하게 설명되지 않는군.”
중요한 선택을 내리는 이유에 그냥은 없다. 반드시 그 자신에게 도움이 되어야만 한다. 만약 자의가 아니라면, 상관의 명령일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연관된 단서 따위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아스레인도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 이만 늪을 등지며 내게 손을 내밀었다.
“슬슬 돌아가지. 여긴 더 이상 남아 있을 이유가 없잖나.”
“…그러죠.”
섬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아스레인의 손을 붙잡았다. 늪을 건너려거든 또 그의 팔에 안겨야만 했다. 하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머릿속이 온통 의문의 사제로 가득해서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이윽고 그에게 몸을 맡기려다가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아스레인. 이거 가지고 있을래요?”
“늪의 심장 말인가?”
“네. 신력을 밀어내는 힘이니까 저보다 아스레인에게 도움이 될 거예요.”
소중히 들고 있던 푸른 돌을 내밀었다. 그에게 정화석만 있다면, 앞으로 신전에 들어갈 때나 사제를 만날 때도 불편해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아스레인은 고개를 저으며 손을 살짝 밀어냈다.
“아코니툼이 이걸 자네에게 준 이유가 있겠지.”
“그래도….”
“그리고 내겐 자네가 있으니 괜찮네.”
“네?”
영문 모를 이야기에 저절로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내 아스레인은 내 손을 부드럽게 감싸 쥐며 말했다.
“언제부턴가 자네 곁에 있으면 신력이 그리 위협적으로 느껴지지 않더군.”
“저, 정말요?”
“음. 황제의 접견실에 몰래 들어갔을 때도 그랬지. 그가 신력이 깃든 물건을 몸에 지니고 있는데도 불쾌한 감각은 없었네.”
“분명 신력은 느껴졌는데….”
설마 아스레인의 감이 무뎌졌을 리는 없다. 아마 지상에 있는 생물 중 신력에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존재가 아스레인일 것이다. 그런데 성물을 보고도 불편하지 않았다니 단순한 우연으로 치부할 일은 아니었다.
“혹시 몰라 헤메라의 신전에서도 확인해 봤네. 그런데 다른 신전과 달리 그곳은 내 마력을 밀어내지 않았지.”
“아, 설마….”
“왜 그러나.”
“예전에 이카로스도 제게 비슷한 말을 했었어요.”
얼마 전, 헤메라 신전에서 이카로스가 갑자기 기도실로 들어왔었다. 안 그래도 사제에게 지우지 못할 상처를 입었었기에 신전이라면 어디든 싫어할 줄 알았다. 하지만 이카로스는 태연하다 못해 편안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게다가 당신 곁에 있으면 불쾌감이 잦아드는 느낌입니다.’
그땐 그러려니 지나갔지만, 아스레인의 말까지 들으니 확신이 들었다.
“제가… 보호막이 되는 걸까요?”
성질이 다른 물질이 서로를 밀어내듯 힘은 또 다른 힘을 밀어낸다. 그 중에서도 신력과 마물의 마력은 자석의 같은 극처럼 강한 척력을 가졌다. 그런데 내게 깃든 헤메라의 신력은 달랐다. 기도하는 신도가 아닌 신력에 고통 받는 마물을 지켜 주고 있었다.
아스레인은 동조하듯 눈을 느릿하게 깜빡이며 말했다.
“자네가 정화석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네.”
“헤메라를 향한 기도가 마물에게 호의적인 덕분인가요?”
“아마도 그렇겠지.”
뭐든 알고 있는 아스레인도 이번만큼은 확실하지 않은 듯 보였다. 아무렴 상관없다. 설령 신력이 시스템에게 흡수되고 있을 지라도, 내 곁에 있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만 있다면 뭐든 좋다. 이제 아스레인이 신전을 피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내심 기뻐하던 때였다.
“그러니 내게 그 돌은 필요 없네.”
마침내 아스레인은 나를 가볍게 들어 올리며 나직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자네만 곁에 있어 준다면.”
얼떨결에 그의 목에 팔을 두른 채로 빤히 쳐다보았다. 전혀 농담하는 기색 없이 진지한 표정이었다. 그 얼굴이 좋으면서도 왠지 모르게 귀여워서 푸핫, 하고 웃음이 터져 버렸다.
곁에 있어달라니. 늘 내가 하던 말 아니었나. 많은 걸 바라지 않으니 함께 있을 수만 있다면 족하다고 생각했었다. 소박한 꿈을 꾸던 적이 바로 어제 같은데, 어느새 정말 많이 가까워졌다. 여전히 같은 결말을 꿈꾸진 못하지만 적어도 같은 방향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꽤나 귀찮은 정화석을 떠안게 되셨네요.”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하자 아스레인은 한쪽 눈썹을 슬쩍 올렸다.
“귀찮다니?”
“그렇잖아요. 맨날 아스레인한테 물어보고, 크고 작은 사건마다 휘말리고, 그런데도 무시하진 못하고. 가만히 있으면 편할 텐데… 늘 오지랖이 문제죠.”
“그런가.”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하던 아스레인은 이내 고개를 슬쩍 기울였다.
“잘 모르겠군. 자네의 그 성격이 못나다고 생각한 적이 없어서 말이네.”
“그…래요?”
“오히려 난 지금보다 더 귀찮게 해 주길 바란다만.”
생각지도 못한 대답이 돌아와 저절로 뺨에 열이 올랐다. 결국 넓은 어깨에 얼굴을 묻은 채로 자그맣게 중얼거렸다.
“…중증이에요. 그거.”
여전히 아스레인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생각해 보면 나도 그의 이런 모습까지도 좋아했던 것 같다.
***
시내로 돌아오자마자 시장에 있는 허름한 공방에 들렸다. 적당한 크기의 소켓을 사서 푸르스름한 원석을 끼우자 목걸이가 완성되었다. 조심스레 목에 걸자 ‘늪의 심장’이라는 이름처럼 가슴 한가운데에 푸른 보석이 은은하게 빛났다. 언젠가 똑같은 원석을 가진 이를 마주친다면, 결코 놓치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그렇게 이번에도 무사히 한 주가 시작되었다.
“아스레인. 저 잠깐 도서관에 다녀올게요.”
“그래. 오늘은 회의가 있어 늦을 테니 먼저 들어가서 쉬게.”
“네!”
씩씩하게 대답하며 연구실을 나섰다. 앞으로 건국기념일까지 머지않았지만, 그래도 대학원생으로서의 본분을 소홀히 할 수는 없었다. 보고서로 쓸 법한 주제를 찾기 위해 아침부터 도서관을 찾았다. 월요일 오전 강의가 한창이었기에 도서관엔 드물게 인적이 없었다.
그 덕분에 편하게 책을 둘러보는데, 불현듯 책장 너머로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사서에게 책 위치를 묻는 정중한 말투가 너무도 익숙했다. 혹시나 싶어 다가가니 역시나 친숙한 뒷모습이 보였다.
“세잔!”
“어… 형?”
사서와 대화를 막 마친 세잔이 뒤를 돌아보았다. 반갑게 인사하며 다가가니 무뚝뚝한 얼굴에 금세 화색이 돌았다.
“지금 마법학 수업 중 아니에요?”
“교수님께서 학회에 가신다고 오전 수업이 취소됐습니다.”
“그럼 설마 꿀 같은 휴강에 도서관을 온 거예요?”
“휴강 대신 과제를 내주셔서요.”
이 세계나 저 세계나 악질 교수의 버릇은 똑같구나. 강의할 컨디션이 안 되면 발표 수업으로 대체하고, 개인 사정으로 휴강하면 다시 보강하긴 귀찮으니 과제로 대체하는 점까지- 무엇 하나 다를 게 없었다.
“고생이네요. 세잔.”
한숨을 푹 내쉬며 위로하듯 팔을 툭툭 두드리자 세잔이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주말에 어디 다녀왔습니까? 기숙사에 없던데.”
“아, 잠깐 일이 있어서요. 근데 저를 찾아왔었어요?”
“그게….”
일순 그의 낯빛이 흐려졌다. 다른 사람도 아닌 세잔이 약한 모습을 보이니 꽤 충격이었다. 개인적인 문제는 결코 먼저 드러내지 않는 그였기에 왠지 모르게 불안해졌다. 혹시라도 누군가 엿들을까 봐 세잔을 데리고 구석진 자리로 가서 재차 물었다.
“무슨 일이에요? 혹시 심각한 문제라도 생겼어요?”
“아뇨. 별 건 아니지만….”
한참동안 망설이던 세잔이 겨우 운을 뗐다.
“곧… 제 생일입니다.”
“네?”
“그러게 별거 아니라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세잔은 민망한 듯 시선을 돌리며 괜히 헛기침을 했다. 하도 뜸을 들이기에 당연히 가족과 직결된 문제인 줄 알았다. 그런데 걱정한 게 무색할 정도로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멍하니 입을 벌리고 있다가 급하게 두 손을 내저으며 웃었다.
“심각한 일이 아니라 다행이네요. 생일이 정확히 언젠데요?”
“다음 주입니다.”
“와, 미리 축하해요! 그날은 가족끼리 보내나요?”
“저택에서 연회가 열리는데, …모쪼록 태오 형이 와 줬으면 좋겠습니다.”
“저요?”
의아하게 되물으니 세잔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야 초대받아서 물론 기쁘지만, 이런 나로 괜찮으려나. 오등작 중에서 공작 다음 가는 후작 가문의 연회에 나 같은 평민이 가도 될지 모르겠다. 심지어 상대는 고지식하기로 유명한 피아트 후작이었다. 오히려 세잔에게 좋지 못한 이미지를 심어 줄 지도 모른다.
선뜻 대답하지 못하니 세잔이 슬그머니 눈치를 살폈다.
“역시… 바쁩니까?”
“아뇨! 게다가 바빠도 세잔의 생일이라면 시간을 내야죠.”
살짝 그늘이 졌던 얼굴이 언제 그랬냐는 듯 햇빛으로 쨍쨍해졌다. 이럴 때마다 세잔이 꼭 대형견 같단 생각이 든다. 지금도 보이지 않는 꼬리가 그의 뒤에서 팔랑팔랑 흔들리는 착각이 일었다. 아직 생일이 오려거든 일주일이나 남았는데, 괜히 나까지도 기분이 좋아져선 실없이 웃으며 물었다.
“진이랑 아이리스도 온대요?”
“진은 그날 졸업 논문 심사 때문에 못 온다고 했고, 아이리스는 이제 연회라면 질색이라더군요.”
“아…. 아쉽지만 어쩔 수 없죠. 우리끼리 나중에 케이크라도 먹어요.”
아무렇지 않게 넘겼지만, 진과 아이리스 없이 혼자 연회에 간다니 은근히 부담스러웠다. 게다가 말이 축하연이지. 분명 쟁쟁한 가문의 귀족들로 가득할 것이다. 실수하지 않을 자신은 있었다. 하지만 세잔이 괜히 나 때문에 아버지인 피아트 후작의 눈 밖에 나는 일은 없었으면 했다.
어렴풋이 스친 근심을 읽었는지, 세잔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형, 부담스러우면 거절하셔도 돼요.”
“그런 게 아니라 뭘 선물할지 고민하고 있었어요. 혹시 갖고 싶은 거 있어요?”
“괜찮습니다. 와 주시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에이, 그래도요.”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쳐다보자 세잔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럼 부탁 하나만 해도 되겠습니까?”
“뭔데요?”
“이번 연회에 교수님도 함께 오셨으면 합니다.”
“…저희 교수님이요?”
“예. 아버지께서 교수님을 뵙고 싶어 하셔서요. 저는 교수님께서 워낙 바쁘신 분인 데다가 연회 자리는 꺼린다고 말씀드렸지만….”
세잔은 차마 말을 다 잇지 못하고 입술을 꾹 다물었다. 아스레인에게 연회에 가자고 부탁하는 것쯤은 일도 아니다. 정작 문제는 세잔의 의사였다. 생일 선물로 설마 그 자신도 아닌 아버지를 위한 부탁을 할 줄은 몰랐다. 어쩌면 생일이 그에게 그리 반갑지 않은 날일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잔뜩 찌푸린 미간이 부탁하길 후회하는 것처럼 보여서 얼른 웃으며 말했다.
“제가 물어볼게요. 어려운 일도 아니네요.”
“정말 괜찮은 겁니까?”
“그럼요. 후작님 부탁이랑은 별개로 축하할 사람이 많으면 좋잖아요.”
걱정하지 말라며 어깨를 톡톡 두드리니 그제야 세잔의 표정이 풀렸다. 크게 안심하며 한숨을 내쉬는 그가 왠지 안쓰럽게 느껴졌다. 그래서 일부러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팔꿈치로 옆구리를 쿡 찔렀다.
“그리고 생일 선물은 따로 말해 줘요. 알았죠?”
“…그건….”
“약속이에요.”
단호하게 말하니 세잔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적어도 온전히 축하받아야 할 생일만큼은 가문을 위해 쓰이지 않길 바랐다. 뜻밖의 선물에 여전히 곤란해 보이는 세잔을 위해 자연스럽게 화제를 돌렸다.
“혹시 안 바쁘면 과제하는 거 옆에서 구경해도 돼요?”
“저야 괜찮지만, 아마 재미없을 겁니다.”
“무슨 소리예요. 마법학은 늘 재밌죠. …아, 물론 구경하는 것만.”
한 박자 늦게 뒷말을 덧붙이자 세잔이 가벼운 웃음을 흘렸다. 자칫 무거워질 뻔했던 분위기가 봄바람에 날아가서 천만 다행이었다. 그 뒤로 사서가 찾아 준 책을 나눠 들고 나란히 열람실로 향했다. 창가로 스며드는 햇빛을 듬뿍 느끼며 복도를 걸어가던 그때, 세잔이 문득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런데 그건….”
차분한 남색 눈동자가 가슴에 있는 펜던트로 향했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한 손으로 목걸이를 살짝 들어 올렸다.
“주말에 잠깐 일이 있었다고 했잖아요. 그때 선물로 받았어요.”
“역시 형은 푸른색이 잘 어울리네요.”
“그래요?”
일부러 낡은 소켓에 끼웠는데도 푸른빛은 줄지 않았다. 오히려 햇빛까지 반사되어 얼핏 사파이어처럼 보이기도 했다. 세잔도 나도 아코니툼의 마력을 머금은 정화석을 홀린 듯 바라보았다.
“누가 준 겁니까?”
“그게 실은… 유품이에요. 그 친구가 저에게 남기고 떠났어요.”
물건의 정체를 밝히자마자 세잔은 아차 싶었는지 표정을 굳혔다. 괜찮다며 웃어 보여도 소용없었다.
“그만큼 소중한 물건이니까 몸에 지니고 다니려고요.”
아코니툼. 떠올리기만 해도 어쩐지 안쓰러운 기분이 드는 이름을 중얼거렸다. 지금쯤은 너른 바다를 자유롭게 헤엄치고 있을까. 부디 봄 햇살을 머금어 찬란하게 빛나는 이 보석처럼 아름다운 바다에서 태어나길 바랐다. 눈을 감고 조용히 기도하던 그때였다.
우웅- 갑자기 정화석이 공명하기 시작했다.
“…뭐지?”
희미하게 떨리는 보석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순간, 나른한 목소리가 머릿속으로 스며들었다.
‘라포 늪의 아코니툼이 그대인가?’
이건 정화석에 깃든 아코니툼의 기억이었다. 처음 늪의 물을 마주했을 때보다 격한 감정이 가슴을 꿰뚫었다. 목을 옥죄듯 갑갑한 나머지 나도 모르게 숨을 멈춘 채로 보석을 들여다보았다.
“형?”
저 멀리서 세잔의 목소리가 들렸다. 바로 옆에 있는데도 마치 옆방에서 부르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정화석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달랐다. 마치 정체모를 사내와 단둘이 있는 것처럼 또렷하게 귓속을 파고들었다.
‘그 모습을 보니 맞구나.’
부드러우면서도 위압감이 느껴지는 말투에 저절로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왕좌에 앉은 오케아노스나 기품이 우러나는 황제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그래. 이건, 분리된 공간에서 레톤 신을 마주했을 때와 비슷한 기분이었다.
‘두려워 말라. 내가 몸소 끝을 고하려 왔으니.’
어떻게 인간에게 이런 신력이 느껴질 수 있는 거지. 어떻게….
조금 더 기억을 들여다보려고 했으나 몸이 더는 버티지 못했다. 결국 목걸이를 손에 쥔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졌다.
“…태오 형!!!”
점차 흐려지는 시야에서 보이는 건, 오직 정화석뿐이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여태 푸르기만 하던 보석이 순간 비오는 하늘처럼 암울한 회색빛을 띠었다.
왠지 기억 저편의 누군가가 떠오르는 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