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9 (139/305)

#139

북쪽. 봉인. 추격. 그리고 실종.

여태까지 찾은 이카로스와 관련된 단어는 이게 전부였다. 터무니없이 적다. 닉스처럼 타르타로스 일대에 있는 인간들을 끌어들인 것도 아니고, 히페리온처럼 보호소 직원에게 발견되지도 않았다. 말 그대로 증발해 버렸다.

그나마 추론을 해 보자면-

“신력으로 인해 상처 입은 몸을 이끌고 추격을 피하다가… 사제가 들어갈 수 없는 구역으로 몸을 숨겼다…?”

그 후에 상처가 아물지 않아 아직까지도 몸을 움직일 수 없거나 누군가에게 봉인당했다. 전자든 후자든 여유 부릴 시간이 없다는 사실만은 확실했다. 여전히 대륙 안에 살아있다는 아스레인의 증언만이 유일한 희망이었다.

“이카로스는 들어갈 수 있고 사제는 들어가지 못하는 장소라….”

제국 안에 그런 곳이 있었나? 넓은 책상에 지도를 펼쳐 놓고 한참 동안 들여다보았다. 대륙이 넓은 만큼 몸을 숨길 만한 곳은 많았으나, 사제가 가지 못하는 장소로 한정하면 후보는 극히 줄어든다.

사제는 아무리 신을 따르는 몸이라지만, 결국 카르사 제국의 백성에 불과하다. 어느 지역이 황명 등 여러 이유로 불가침구역이 되었다면 사제는 들어갈 수 없다.

“하지만….”

인간의 규약을 받지 않는 마물, 이카로스는 출입이 자유롭다. 그러니 북쪽과 불가침구역. 두 가지에 전부 부합하는 곳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도서관에서 열람이 가능한 지도로는 정보가 극히 제한되어 있었다. 지도로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평지인 남쪽에 비해 험준한 산맥과 추운 날씨가 합쳐진 북쪽엔 인적이 극히 드물다는 것뿐이었다.

“너무 광범위해….”

그러니 시지프도 이곳저곳에 연구 협력을 요청한 거겠지. 앞길이 막막해 지도를 뒤로하고 창가에 기대어 섰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멍하니 도서관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는데, 갑자기 나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신탁은.

“어?”

- 신탁은 찾아보셨습니까.

옆을 돌아보니 책상 옆에 시스템이 서 있었다. 느긋하게 지도를 훑어보는 시선이 곧 내게 닿았다. 반가움도 잠시, 마음 속 깊이 묵혀 놓았던 서운함이 불쑥 튀어 올랐다.

요즘 들어 시스템은 갑자기 나타나서 제 할 말만 하고 사라지기 일쑤였다. 그 탓인가. 살랑살랑 흔들리는 은색 머리카락이 이토록 얄밉게 보일 줄은 몰랐다.

“이번엔 웬일이야? 시스템.”

순간 얼굴에 완연했던 미소를 지우자 시스템은 가벼운 웃음을 흘렸다.

- 웬일이긴요. 저를 꽤나 보고 싶어 하지 않으셨습니까.

“좋은 의미로 보고 싶었던 건 아니거든?”

- 그럼 방금 제 얼굴을 보자마자 스쳐 지나간 감정은 뭡니까?

“…어?”

애써 당혹감을 감추려 해도 이미 내 머릿속을 훤히 꿰뚫어 보는 그의 앞에선 속수무책이었다. 이내 시스템은 히죽 올라간 입꼬리를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어루만지며 중얼거렸다.

- 제가 당신의 기분을 읽을 수 있다는 걸 잊으신 것 같군요.

망할. 괜히 시비 걸었네. 기다렸다는 듯 장난치는 시스템을 당해 낼 방법이 없었다. 이대로 가다간 그의 손아귀에서 놀아나기만 할 것 같아 어물쩍 화제를 돌렸다.

“그런데 신탁이라니?”

- 예전에 교수님…. 그러니까 ‘그 마물’이 봉인되어 있던 시절, 공작이던 에브게니아가 어떻게 그를 찾아왔을까요?

컴컴한 미궁 속을 헤매는 나를 출구로 유도해 주려는 걸까. 내게 질문하는 그는 이미 답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곰곰이 생각하다가 예전 아스레인이 해 주었던 말을 떠올렸다.

“…신탁을 따라 찾아왔다고 했어.”

- 예. 바로 그겁니다.

“그 말을 믿으라는 거야?”

- 뭐, 지금으로선 다른 방법이 없지 않습니까.

시스템은 태연하게 어깨를 으쓱였다.

만약 정말로 에브게니아가 신탁을 통해 오래도록 잠들어 있던 아스레인을 찾았다면, 똑같은 방법으로 이카로스를 찾는 것도 가능하다. 신이라면 그가 어디로 갔을지 충분히 점지하고도 남았을 테니까.

하지만 문제는 다른 데 있었다.

“그런데 내가 예전 신탁을 어떻게 봐?”

이카로스의 행방에 대한 단서를 얻으려거든 먼저 오래된 신탁의 전문(全文)을 얻어야만 했다. 하지만 내겐 신탁을 접할 방법이 아예 없었다. 혹시 아스레인이라면 아는 사제라도 있을까?

아니겠지. 제아무리 발이 넓다지만, 본질이 마물인 그가 신전과 친하게 지냈을 리가 만무했다. 도통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시스템이 있는 쪽으로 고개를 휙 돌렸다.

“시스템. 왜 대답을 안….”

방금 전까지 시스템이 서 있던 자리엔 먼지만 떠다닐 뿐이었다.

또 할 말만 하고 사라졌다. 방법을 알고 있다면 아예 말해 주면 좋을 텐데, 늘 방향만 알려주고 어떻게 헤쳐 나갈지를 알려 주지 않는다. 마치 좁은 통 안에 담겨 제어 실험을 당하는 기분이다.

“하아….”

성질 더러운 시스템이라면 지금쯤 고뇌 속에 잠긴 나를 즐겁게 지켜볼 게 뻔했다.

지도 위에 너부러져 지끈거리는 머리를 식히는데, 책장 사이로 익숙한 인영이 지나갔다. 은근히 다부진 체격이 누군가와 닮았다 했더니 역시 세잔이었다. 지도를 대강 정리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곁으로 쪼르르 다가갔다.

“세잔…!”

목소리를 낮춰 부르니 무심한 눈동자가 이쪽을 향했다. 이윽고 시선이 딱 마주치자마자 세잔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구경하던 책도 내려놓고 냉큼 다가오는 그는 마치 훈련이 잘된 대형견 같았다.

“형.”

“도서관엔 무슨 일이에요?”

“수업 들으러 가는 길에 잠시 책을 빌리러 왔습니다.”

“마법 수업이요? 재밌겠다~”

실없이 웃으니 세잔의 입매가 부드러운 호선을 그렸다.

“아뇨. 오늘은 신학입니다.”

“시, 신학이요? 우리 학교에 신학 수업이 있었어요?”

“그저 교양 수업이긴 하지만, 이번 마법 이론 시험을 치려면 신학 기본기를 다질 필요가 있어서요.”

기본기라면 나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한참 헤매던 미궁에서 한 줄기 빛을 발견한 듯 눈이 번쩍 뜨였다.

“혹시 저도 따라가도 돼요?”

***

청강은 온전히 교수의 재량이다. 그래서 세잔에게 강의실까지만 데려가 달라고 부탁했다.

그렇게 수업이 시작되기 전, 강의실 앞으로 걸어오는 교수를 붙잡았다. 정중히 인사하고 사정을 설명하니 생각보다 호쾌한 대답이 돌아왔다.

“마물학과 원생이 신학에 관심이 있다고? 하하, 나야 반갑지.”

“감사합니다!”

그 후로 신학 수업이 시작되었다. 신입생을 대상으로 한 교양 수업이라 그런지, 세잔이 빌려 준 책엔 신학의 아주 기초적인 이론이 이어졌다.

빠르게 책을 훑어보고 고개를 드니 넓은 칠판에 신탁이란 글자를 크게 적혀 있었다.

“신학의 중심은 신탁에 있고, 그 신탁을 해석하는 데는 성어(聖語)가 필요합니다.”

성어. 즉, 성스러운 언어는 신전마다 규칙이 달라 해석이 까다로울뿐더러 배울 수 있는 자가 정해져 있다. 따라서 대사제가 신의 목소리를 들으면 성어로 옮겨 적고, 이후에 성어를 모르는 사람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석한다.

“하지만 신탁의 전문을 확인할 수 있는 건 오직 황족뿐입니다. 지금 여러분의 책에 있는 건 구전된 신탁의 일부나 개인적으로 해석된 성서죠.”

듣자 하니 황족 외에도 필요에 따라 귀족에게까지 전해지는 모양이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말은 여러 사람의 입을 거치면 와전되기 마련이다. 결국 나 같은 평민에게 전해지는 신탁은 진정 신이 점지한 미래와는 전혀 다를 수 있다는 소리였다.

신의 목소리에 접근할 수 있는 권력- 그것이야말로 신분의 차이였다.

“그럼 신탁을 보면 당장 미래를 알 수 있는 건가요?”

앳된 목소리를 가진 학생의 질문에 교수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아쉽게도 아닙니다. 신탁은 무작위로 내려오니까요. 수백 년 전의 신탁이 바로 오늘을 점지하기도 하죠. 따라서 함부로 예측할 수는 없습니다.”

수백 년이라. 인간에게 길게 느껴질지라도, 신에게는 눈 깜짝할 사이의 세월이니 그럴 법도 했다.

그럼 이카로스의 행방을 내다본 신탁을 찾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있었던 모든 기록을 뒤져 봐야 한다는 소린가. 어쩐지 눈앞이 핑 도는 것만 같았다.

“일례로… 그래. 누구나 알 법한 신탁이 있죠.”

반쯤 죽은 눈으로 교단을 바라보니 교수는 또다시 칠판에 무언가를 적기 시작했다. 곧 반듯한 글씨체로 적힌 문장을 보고 나도 모르게 어깨를 움츠렸다.

‘불을 가져오는 자, 세상을 얻으리라.’

모를 수가 없었다. 이건 신탁이기 전에 주문이었으니까.

클라우스가 스스로 목숨을 거두고, 여차하면 아이리스까지 세상에서 지워 버릴 수도 있었던 추악한 수단. 이제 와 다시 마주하게 된 문장에 저절로 미간이 험상궂게 일그러졌다.

“이 신탁이 왜 유명해졌는지 다들 알 겁니다. 에브게니아 1세께서 시오 황조와의 전쟁을 승리로 이끈 신탁이죠. 그럼 대사제는 과연 언제 이 신탁을 들었을까요?”

손등으로 칠판을 툭툭 두드린 교수가 학생들을 향해 물었다. 그러나 강의실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아무도 모르는 반응을 예상했는지, 교수는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

“카르사 제국이 세워지기도 전입니다.”

이내 강의실이 술렁거렸다. 생소한 이야기에 당황한 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제국이 세워지기도 전에 세상에 내려온 신탁이, 차후 거대한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열쇠가 되다니.

불길이 활활 타오르듯 열띤 눈빛으로 쳐다보니 교수는 냉큼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주 오래 전이죠. 바다 건너 마을에 있는 신전으로 신탁이 내려왔습니다. 신의 강림을 알리는 푸른 불꽃이 피어올랐고… 그때 대사제가 들은 목소리가 바로 이 신탁입니다.”

바다 건너 마을이라면, 카르사 제국이 아니라는 건데….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의문을 일단 미뤄두고 교수의 말을 빠짐없이 메모했다.

“그리고 며칠 뒤, 어떤 나그네가 마을에 횃불을 들고 나타났다고 합니다. 당시 사람들은 그자가 ‘불을 가져오는 자’이자 ‘세상을 얻을 자’라고 단단히 믿었습니다.”

설마. 머릿속에 떠오르는 단 하나의 인물이 마침내 교수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나그네는 마을 사람들에게 자신을 ‘유피테르’라고 소개했습니다.”

“…….”

“맞아요. 여러분이 아는 그 선황 폐하시죠.”

열심히 움직이던 깃펜이 우뚝 멈췄다.

전부 허황된 이야기라 생각했다. 신의 부름을 받은 유피테르가 하늘에서 떨어진 별을 보고 나라를 세우는 것 따위 좋게 포장된 신화라 여겼다. 하지만 신탁에 기록까지 있으니, 의심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럼 유피테르가 아스레인의 뿔을 잘라 간 사건도 신의 계획 중 하나라는 건가? 그게 사실이라면 너무도 비참했다. 마치 아스레인이 균형자로서의 쓸모를 다해 버림받은 것 같지 않은가.

“중대한 신탁을 받은 마을은 점차 성지가 되었고, 지금은 오직 신의 지배를 받는 신성 도시가 되었습니다. 아…. 이 이야기는 다음에 하도록 하죠.”

스스로 말허리를 자른 교수는 어렵게 본론으로 돌아왔다.

“아무튼 신께서는 언제 무엇을 점지하실지 모릅니다. 그저 우리에게 먼 미래의 이정표를 넌지시 던져 주실 뿐이죠.”

바다에 떠다니는 부유물처럼 각종 의문이 머릿속을 떠다녔다. 그중에서 가장 의아한 것은 건국 초기 유피테르의 선언이었다.

어째서 국교를 정하지 못하게 했을까. 나라면, 제국을 안겨 준 신을 기꺼이 받들어 모실 텐데.

“교수님.”

깊은 생각에 빠져 가던 차, 앞자리에 앉은 학생이 심각한 투로 물었다.

“그럼 마법을 쓸 때 와전된 기도문을 외워도 되는 건가요?”

“좋은 질문이네요. 물론 됩니다. 기도문은 형식일 뿐, 진정 중요한 건 기도입니다.”

교수는 제 가슴에 손을 올리며 차분하게 말했다.

“간절히 바라는 힘. 그 염원이 신력의 주된 원천입니다.”

염원은 신력이 된다. 그리 단정 지으면, 마법을 쓸 때 부족한 마력을 기도문을 읊는 것으로 채울 수 있다는 이론도 이해된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성립하지 않는 이론이 있었다.

“…교수님.”

구석 자리라 혹시 보이지 않을까 살짝 손을 들었다. 다행히 내 질문도 받아 주려는지, 교수는 천천히 눈을 깜빡였다. 호의적인 태도에 용기를 얻어 줄곧 의문으로만 남았던 것을 물었다.

“그럼 왜 신력은 마물에게 독이 되는 거죠?”

“하하, 과연 마물학과다운 질문이네요.”

호탕하게 웃은 교수는 이내 역으로 내게 질문했다.

“오래전부터 신도와 사제들은 무엇을 기도했을까요? 아니, 학생이라면 무엇을 기도할 건가요?”

“아마도… 주변 사람들의 안녕을 빌겠죠.”

“대부분은 다 비슷할 겁니다.”

잠시 숨을 고른 교수는 기도하듯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았다.

“위대한 신이시여. 저희 가족을, 소중한 연인을 지켜 주십시오. 그리고… 모든 위협과 악으로부터 우리를 구하소서.”

평범하기 짝이 없는 기도문을 곱씹다가 뒤늦게 아차 싶었다. 일순 움찔거리는 이맛살을 봤는지, 교수는 진중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오래 전부터 마물은 인간의 생계를 위협하는 존재였습니다. 지금이야 연구가 많이 이루어진 덕분에 마물과의 충돌이 적어졌지만, 그땐 달랐죠.”

한창 정복 전쟁이 활발하던 시기에 마물은 토벌의 대상이었다. 더 나은 제국을 위해, 더 넓은 대륙으로 나아가기 위한 길목을 가로막은 걸림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할 때에 인간은 신에게 기도를 합니다. 그렇기에 마물과의 충돌이 심해질수록 레톤 신을 따르는 신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습니다. 전쟁의 신인만큼 위대한 힘으로 마물을 물리치게 해 달라고 기도했으니까요.”

또 레톤인가. 닉스의 어깨에 꽂힌 창을 빼낼 때의 감각을 떠올리니 저절로 가슴이 답답해졌다.

그때 교수는 교탁을 탁, 짚으며 분위기를 환기했다.

“이젠 반대의 예를 들어 볼까요.”

반대?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들자 교수는 한결 편안한 얼굴로 말했다.

“최근 캄페 산 일대를 시작으로 ‘헤메라’ 신의 설화가 돌고 있죠.”

“……!!”

여기서 그 이름이 왜 나와. 눈에 띄게 움츠러들며 놀라자 교수는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마물학과라면 한 번쯤 들었을 텐데, 아닌가요?”

“마, 맞습니다. 들어 본 적이 있어요.”

“다행이네요.”

괜히 어깨를 으쓱인 교수는 재차 설명을 시작했다.

“헤메라는 마물을 사랑하는 신이기에, 그를 따르는 신도들은 신전에 성물을 두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성물이 없어도 기도만으로 신전에 충분한 신력이 응축될 수 있죠.”

“그럼 헤메라의 신전 안에도 마물은 들어올 수 없겠네요.”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목격담에 따르면… 헤메라 신전 주변에 마물이 편하게 돌아다닌다더군요. 왜인 줄 아나요?”

헤메라가 존재하지 않는 신이니까. 그리 대답하고 싶었으나 교수는 예상외의 답을 내놨다.

“신도들의 기도에, 그들이 가진 위협에 ‘마물’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단단히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신력은 마물을 밀어낸다. 그 이론은 물이 불을 끌 수 있듯 당연한 이치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교수의 말대로라면, 가장 기본적인 가정이 완전히 뒤바뀐다.

“그럼… 처음부터 마물이 가진 마력과 신력이 충돌한 건 아니라는 말씀이신가요?”

“그렇습니다.”

선뜻 고개를 끄덕인 교수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오래도록 쌓여 온 인간의 기도가 신력을 ‘마물을 밀어내는’ 힘으로 만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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