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7 (107/305)

#107

어느 날 갑자기 실종되었던 사람이 돌아왔다. 죽은 이의 환상을 봤다던 그는 심각한 착란 증세를 보였다. 심지어 가족을 알아보지 못했으며, 상처를 치료하는 와중에도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듯 행복하게 웃었다.

단순히 넘어갈 일이 아니다. 만약 아저씨가 원상태로 돌아오지 못한다면, 그를 가족처럼 여기는 진은 깊은 무력감과 상실감에 빠지고 말 것이다.

연구실로 돌아오자마자 카르사 제국의 지도를 펼쳤다.

“캄페 산이라….”

남쪽 대륙에 광활하게 펼쳐진 평지를 제쳐 두고 북서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스레인의 저택이 있는 리리오페 호수를 지나니 서서히 지형이 높고 험해지기 시작했다. 북쪽을 차지한 코카서스 산에서 이어진 산맥이 곳곳으로 뻗어 나간 탓이었다.

그중 가느다란 강줄기와 가까운 곳에서 찾던 이름을 발견했다.

“여기구나. …생각보다 높진 않네.”

지도로 보니 캄페 산이 ‘마을 뒷산’이라 불리는 이유를 알겠다. 그리 높지 않은 산과 산 사이에 있는 평지는 마을이 들어서기에 적당했다. 그리고 마을 사이마다 언덕이 있어 고립되기에도 충분했다.

펜촉에 잉크를 담뿍 묻혀 캄페 산 일대를 표시했다. 그 주변에 사는 마물을 찾아보려던 그때 연구실 문이 벌컥 열렸다. 아스레인은 내가 있는 걸 예상치 못했는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식사하고 오겠다면서 왜 벌써 연구실로 돌아왔나.”

“그게….”

“지도는 또 왜 보고 있고.”

눈치 빠른 아스레인은 벌써 지도에 적어 둔 표식까지 발견했다. 굳이 숨길 필요가 없었다. 오히려 나 혼자 조사하는 것보다 아스레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쪽이 훨씬 빠를 것이다.

“진이 지내는 마을에서 이상한 사건이 벌어졌더라고요.”

“이상한… 사건?”

레스토랑에서 들었던 사건의 전말을 자세히 알려 주었다. 실종된 경위, 피해자의 상태, 착란 증세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설명했다. 그러자 잠자코 듣고 있던 아스레인의 표정이 점차 굳어갔다.

“혹시 짐작 가는 게 있다면…. 교수님?”

“아.”

“왜 그러세요?”

“학교에서 내게 하루 일찍 돌아오라고 한 이유 말이네.”

“아, 네. 그게 왜요?”

아스레인은 곧장 책상으로 걸어가 서랍에서 무언가를 꺼내었다.

“편지…네요?”

누런 종이봉투엔 가문의 문장이나 신분을 드러낼 만한 특징이 없었다. 실링 왁스로 봉하는 대신 끈적끈적한 풀을 발라 눌어붙은 흔적만 남아 있었다. 생활감이 느껴지는 편지를 이리저리 살펴보니 아스레인이 말을 덧붙였다.

“한 여인이 며칠 동안 학교로 찾아와 계속 내게 이걸 전해 달라고 했다더군.”

대체 무슨 내용이기에…. 조심스레 봉투를 열어 보니 곱게 접힌 편지지가 드러났다.

존경하는 안겔루스 대학의 교수님께. 부디 저희 아들을 구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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