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9 (79/305)

#79

사랑을 자각하자마자 체념을 결심하다니, 우스운 일이다.

- 오늘은 쉬실 줄 알았습니다.

“사적인 감정으로 일에 지장을 주고 싶지 않아.”

- 밤새 속앓이하느라 못 주무신 분이 할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

정곡을 찌르는 말에 젖은 머리카락을 털던 손이 우뚝 멈췄다. 입술을 비죽거리며 노려보았으나 시스템은 능청스럽게 어깨만 으쓱거렸다.

“아무렇지 않을 리 없잖아.”

침대에 털썩 누워서 차가운 수건으로 얼굴을 덮었다. 어수선한 마음을 다잡으려 숨을 깊게 들이쉬는데, 시스템이 또다시 훼방을 놓았다.

- 후회하십니까?

“뭐를?”

- 이제 와 감정을 자각하신 것을요.

“…글쎄.”

시작은 순전히 동경이었다. 하지만 새로운 부분을 하나씩 알아갈수록 그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어졌다. 남들은 모르는 그의 사소한 특징까지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조금씩 커지기 시작한 욕심은 끝내 새하얀 동경을 잿빛으로 물들였다.

“그 사람을 좋아한다는 건 예전부터 알고 있었어. 단지… 회피하고 싶었던 것뿐이야.”

무작정 아스레인의 행복을 빌던 전과 달리, 지금은 그가 행복한 여러 이유에 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짧은 하루 동안 그 사람이 내 생각을 조금이라도 더 했으면 좋겠고, 내 마음을 알아주지 못해도 괜찮으니 짓밟지 않길 바라며, 다른 사람보다 먼지 한 톨만큼이나마 나를 소중히 여겨 주길 원한다.

“의식하지 않으려고 억지로 덮어 버린 게 문제였나 봐.”

그새 곪아 버린 마음은 구질구질하고, 이기적인 혹을 끊임없이 낳았다. 그게 온몸에 퍼지기 전에 어서 잘라 내야 한다. 그게 그와의 관계를 유지할 유일한 방법이다.

미련을 털어내고 일어나자 묵묵히 지켜보던 시스템이 물었다.

- 진심을 전하실 겁니까?

“설마. …난 그의 명성에 자그마한 흠집도 내고 싶지 않아.”

교수이자 백작가의 가주인 아스레인은 당장 후사를 봐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였다. 슬슬 후계자를 정해야 할 그에게 무수한 혼담이 들어오고 있을 것이다. 미래를 위해서 아스레인에게 필요한 이는 좋은 집안의 영애지, 부적절한 관계를 들켜서 명성에 흠이 될 내가 아니다.

그러니 정녕 아스레인을 생각한다면, 내 감정을 포기해야만 했다.

“짝사랑은 이래서 좋은 것 같아. 나 혼자 정리하면 없는 일이 되거든.”

- 그렇게 해서는 아무도 당신의 고충을 알아 주지 않을 겁니다.

“아무도 몰라야 해. 지금까지도…. 그리고 앞으로도.”

셔츠 단추를 목에서부터 하나씩 잠그며 마음을 다잡았다. 가지런한 차림새는 곧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으리란 다짐이었다.

“그래야 내가 하루라도 더, 그 사람 곁에 남아 있을 수 있으니까.”

비록 상대가 시스템이긴 했지만, 그래도 소리 내어 말하니 한결 후련해졌다. 하지만 진심을 들은 시스템의 안색은 점점 어두워졌다. 묵묵히 거울 옆에 서 있는 그를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

“표정이 왜 그래?”

- 당신이 불쌍해서요.

나를 향한 붉은 눈동자에 선명한 연민이 서려 있어 순간 할 말을 잃었다. 불쌍하다니. 다른 누구도 아닌 시스템에게 동정을 사니 기분이 미묘했다. 애써 웃음을 지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언젠가 그 사람의 얼굴을 다신 보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온다면… 그때 고백하지, 뭐.”

- 영원히 마음을 숨기겠다는 말을 참 어렵게도 돌려 말하시는군요.

“하하, 그러게.”

씁쓸한 마음을 뒤로하고 그를 향한 감정을 방 안에 남겨두고 나왔다. 열쇠로 단단히 잠가두었으니 쉽게 문지방을 넘지 못할 것이다. 이거면 충분했다.

연구실로 출근하자마자 당차게 아침 인사를 건넸다.

“좋은 아침입니다!”

미리 도착해 있던 아스레인이 가볍게 눈짓으로 인사했다. 학술대회가 끝난 덕분에 서류 창고였던 연구실은 예전의 모습을 되찾았다.

“학술대회가 무사히 끝나서 다행이네요.”

“자네도 그간 수고 많았네.”

“제가 뭘요.”

자연스럽게 찾아온 정적 사이로 책장 넘기는 소리만 들렸다. 학술대회 당일 클라우스 자작과 만난 소식을 전해야 하는데, 어디서부터 말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남은 서류들을 정리하는 척 눈치를 살피다가 대뜸 운을 뗐다.

“교수님.”

“음?”

“전시관에 클라우스 자작이 찾아와서 잠깐 얘기를 나눴어요.”

줄곧 책에 고정되어있던 그의 시선이 날카롭게 날아왔다.

“어째서 그때 바로 알리지 않았지?”

“…바쁘신 것 같아서요.”

“내가?”

“네. 그때 우연히 학장님을 만났거든요. 교수님이 어디 계시냐고 여쭤보니 중요한 손님을 맞이하러 갔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설명을 덧붙이자 잔뜩 날이 서 있던 기세가 한층 누그러들었다. 작게 한숨을 내쉬는 아스레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스레인이 황태자를 만난 사실을 비밀로 하는 건 당연한 일인데, 어째서 가슴 한구석이 따끔거리는지 모르겠다. 내가 알지 못하는 그의 이면을 원치 않게 엿본 기분이었다.

복잡한 감정이 표정으로 드러날까봐 클라우스와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이따금씩 고개를 끄덕이기만 하던 아스레인은 예상대로 이 부분에서 역정을 냈다.

“인간을 해칠 가능성이 있는 마물을 알아낼 방법을 찾았다더군요.”

“…뭐?”

“꽤나 자신만만해 보였어요. 오랜 연구 끝에 알아냈다고….”

“그런 방법은 없네.”

“저도 당연히 그렇게 생각해요. 하지만 클라우스 자작은 연회에서 그 방법을 알려주겠다고 했어요. 심지어 연회에 저와 교수님을 초대했고요.”

“대체 무슨 꿍꿍이인지 모르겠군.”

책상을 계속 두드리는 손끝에서 노골적인 불쾌함이 느껴졌다. 살짝 비틀린 입꼬리엔 지금 이 자리에 없는 이를 향한 조롱이 담겨 있었다.

“그리 당당하다면 초대에 응하는 수밖에 없지.”

이로써 클라우스 자작이 숨긴 비밀로 한 걸음 다가갔다. 탁. 오랫동안 고뇌하던 아스레인이 읽던 책을 덮으며 말했다.

“연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대비를 하는 게 좋겠군.”

“네. 그래서인데, 믿을 만한 사람을 연회에 심어 두는 게 어떨까 싶어요.”

“아무리 호위라고 해도 연회장에 여럿 들어가진 못할 걸세.”

“그러니 호위가 아닌 초대받은 신분으로 들어갈 사람이 필요하죠.”

“…세잔 경 말인가?”

“네. 클라우스 자작은 제가 세잔 경과 친분이 있다는 사실을 모를 거예요. 게다가 페르가몬 가문에도 초대장이 갔으니, 아마 피아트 가문도 초대장을 받았을 거예요. 그리고….”

잠시 머뭇거리다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가능하다면 아이리스에게도 부탁해 볼 생각이에요.”

“하지만 아이리스는 이미 의심을 사지 않았나?”

“의심하고 있지만, 그와 동시에 굳게 믿고 있어요. 클라우스 자작은 자신이 아이리스를 완벽히 통제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그 증거로 아이리스를 감시하기 편한 저택에 두지 않고, 이 학교에 다닐 수 있게 허락했죠.”

천천히 턱을 어루만지던 아스레인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그의 곁으로 다가가 정리한 서류를 건넸다.

“설득은 제가 해 볼게요.”

“그럼 연회에 초대받은 명단을 알아보도록 하지.”

“네!”

씩씩하게 대답하며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그럼 부탁하네.”

그러자 아스레인은 자연스럽게 내 머리를 향해 손을 뻗었다. 따스한 손길이 머리카락에 닿기 직전 황급히 뒷걸음질을 쳤다. 갈 곳을 잃은 손이 허공에서 살짝 움찔거렸다. 내가 피할 줄 몰랐는지, 아스레인은 제법 당황한 듯 보였다.

뒤늦게 분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젖은 머리카락을 손수 헝클어뜨렸다.

“아침에 늦잠을 자서 머리를 대충 말렸거든요.”

아무리 해맑게 웃어도 묘하게 달라진 기류를 느끼지 못할 아스레인이 아니었다. 나를 의심하듯 눈을 가늘게 뜨고 바라보는 그에게 달리 할 말이 없었다.

다정한 건 죄가 아니다. 사소한 손길에도 쓸데없이 가슴이 떨리는 내가 문제지.

“다녀오겠습니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인사하고 걸음을 돌렸다. 등 뒤로 달라붙는 시선이 제법 따가웠다. 그래서 줄을 잘라 내듯 연구실 문을 닫고 나오며 시선을 끊어 냈다. 앞으로 이런 경우가 비일비재하겠지.

굳게 닫힌 문에 기대어 서서 참았던 숨을 길게 토해 냈다. 후우- 무거운 한숨은 새하얀 입김이 되어 건조하게 흩어졌다. 메마른 땅에 눈이나 한바탕 쏟아졌으면 좋겠다.

***

개별실로 나뉜 찻집을 미리 예약해 두길 잘했다. 붉은 벨벳으로 된 소파에 앉아서 느긋하게 허브티를 홀짝이는 사이, 기다리던 손님이 찾아왔다. 앞서 들어온 세잔은 화려한 장소가 낯설지 않은 듯 자연스레 자리를 찾아 앉았다.

“태오. 많이 기다렸습니까?”

“아니에요. 어서 앉으세요. 세잔 경.”

반면에 뒤따라 들어온 아이리스는 찻집 안을 구경하며 작게 휘파람을 불었다.

“이번엔 웬일로 레스토랑이 아니고 고급 찻집으로 불렀냐?”

“밖으로 새어 나가면 안 되는 이야기를 하려고요.”

달칵. 찻잔을 내려놓자마자 분위기가 순식간에 무거워졌다. 눈치 빠른 아이리스는 맞은편 소파에 앉으며 슬쩍 내 눈치를 살폈다.

“…무슨 일인데.”

아이리스에게 부탁하기 전, 먼저 확인할 게 있었다.

“세잔 경은 클라우스 자작에 대해 아시나요?”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가문의 이름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최근 아버지께 연회 초대장을 보내기도 했죠.”

“초대장이 데히드 꽃과 함께 오지 않았나요?”

넌지시 반응을 떠보니 검푸른 눈동자가 금세 휘둥그레졌다.

“어떻게 아셨습니까. 썩 좋은 기억을 가진 꽃은 아닌지라 시종에게 말해 바로 치워 버렸습니다.”

“그랬군요…. 아무튼 두 분 다 클라우스 자작에 대해 알고 있으니 말하기 편하겠네요.”

오로지 내게 집중하는 그들에게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전 클라우스 자작을 의심하고 있어요.”

“무슨 의심을 한다는 거야?”

“썩 달갑지 않은 일을 꾸미고 있는 것 같아요. 학술대회 날, 저를 만나서 이상한 말을 했거든요.”

클라우스와 나눈 대화를 그대로 그들에게 전해 주었다. 예상대로 세잔은 불쾌감을 드러내며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렸다. 심지어 아이리스는 다소 혼란스러워하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난… 그런 연구 얘기는 못 들었어.”

한때 그를 위해 일했던 아이리스조차 눈치채지 못했다니…. 얼마나 비밀리에 연구를 이어 왔던 것인가. 문득 아이리스가 마을과 신전 곳곳에 마물의 실루엣을 만들고 다닌 사건이 떠올랐다. 혹시 클라우스는 일부러 마물을 향한 민심을 흉흉하게 조성하여 제 연구의 가치를 높이려고 한 건 아니었을까.

그때 조용히 생각을 정리하던 세잔이 조심스레 물었다.

“실제로 잠재 가능성을 알아볼 방법이 있습니까?”

“당연히 없어요. 교수님도 부정하셨고요.”

마물은 단지 흥미만으로 살생하지 않는다. 먹이를 구하기 위해서나, 무리를 지키기 위해서만 이빨을 드러내고 발톱을 휘두른다. 여러 마물을 만날수록 그 사실이 뼈저리게 느껴져서 더욱 속이 답답했다.

“태오의 이야기를 들으니 왠지 비브린트 숲 사건이 묘하게 거슬리는군요….”

“그건 또 뭔데.”

세잔의 혼잣말에 초초해진 아이리스가 입술을 뜯었다. 그래서 간략하게 비브린트 숲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해 설명했다. 완전히 일그러진 얼굴은 핏기가 완전히 사라져 창백하기까지 했다. 아이리스는 작게 욕지거리를 내뱉더니 머리를 짚었다.

“자, 잠깐만. 몰살이라면 예삿일이 아니잖아. 그런데 왜 나는 몰랐지?”

“여러 이유로 함구됐거든요.”

“그럼 설마 그 온실에 있는 사이누르는….”

“맞아요. 참사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개체죠.”

허. 코웃음을 친 아이리스의 입꼬리가 부들부들 떨렸다. 그를 향해 허브티가 담긴 찻잔을 슬쩍 내밀며 말을 이었다.

“저도 그 사건이 자꾸만 마음에 걸려요. 처음 비브린트 숲 사건을 좇을 땐 돈을 필요로 한 밀렵꾼들의 짓인 줄 알았죠. 하지만 세잔 경도 봤듯이 그 향낭의 무늬… 단순히 금전이 목적은 아니었죠. 아직도 범인이 잡히지 않은 걸 보면, 배후에 귀족이 있는 것 같아요.”

“클라우스 자작이 연루되어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군요.”

“아직은 확실하지 않아요. 안타깝게도 전부 심증이죠.”

눈을 지그시 감으며 고개를 저었다. 클라우스 자작과 비브린트 숲 사건의 연결점은 불길한 빛을 띠는 꽃, 데히드뿐이었다. 따라서 이번 기회로 반드시 증거를 잡아야만 한다. 클라우스 자작을 용의선상에서 빼낼지, 그를 기점으로 사건을 파고 들어갈지는 그 이후의 일이다.

“그래서 이번 연회를 빌미로 그의 저택을 조사하려고 해요. 이 계획에 부디 두 분이 협력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그들을 번갈아 가며 바라보았다. 잠깐의 침묵 끝에 먼저 입을 연 쪽은 세잔이었다.

“확실히 일이 더 커지기 전에 조사하는 게 낫겠군요. 아버지께는 연회에 제가 대신 가겠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정말 고마워요. 세잔 경. 그리고 아이리스는… 강요하진 않을게요.”

“아니, 그럴 필요 없어.”

찻잔을 든 아이리스는 허브 잎이 둥둥 뜬 수면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학술대회가 다 끝나고 나서 그분이 날 찾아왔어.”

“…예?”

“나한테 죽은 듯 살라던 사람이 갑자기 다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더라.”

“기회라뇨. 이렇게 갑자기요?”

아이리스는 미간을 좁히며 자조적인 미소를 띠었다.

“귀족 나리들이 마법에 유능한 나를 꽤 예뻐했거든. 그러니 그 사람한테 나는 벽장 속 훈장 같은 거였지. 귀족 나리들은 아직 내 코어가 망가진 줄 몰라. 그러니 와서 얼굴이라도 팔라는 거겠지.”

한 자 한 자 토해 낸 아이리스는 뜨거운 차를 한 번에 들이마셨다. 그러곤 찻잔을 툭, 내려놓으며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다신 얽히고 싶지 않아 꾀병이라도 부릴까 했는데…. 차라리 잘됐어.”

생기를 되찾은 회색 눈동자가 색을 빼앗긴 불처럼 이글거렸다.

“저택 구조라면 꿰차고 있어. 그날 어찌 될지 모르니 전개도를 그려서 줄게. 하지만… 그 사람이 얼마나 많은 방을 숨겨 놨는지는 나도 몰라.”

“그래도 괜찮아요. 아이리스.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저택 전개도가 있으면, 나를 포함해 네 명의 동선을 짜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아이리스의 증언을 참고하여 착오 없이 계획을 짜 두어야 한다. 데히드 꽃이 심긴 하이에나 소굴에 들어가기 위해 얼마나 많은 길을 돌아왔던가.

“완전히 잘못 짚은 걸지도 몰라요. 비브린트 숲과 아예 연관이 없을 수도 있고, 클라우스 자작이 정말로 자신의 연구에 자신 있기에 사람을 끌어모으는 걸 수도 있죠. 그래도 직접 확인해야겠어요.”

“피아트 가문의 명예를 걸고 함께하겠습니다.”

“나도 할망구가 왜 죽었는지… 이제라도 알아야겠어.”

이것으로 필요한 체스 말은 전부 모았다. 이제 클라우스 자작이 예상하지 못할 비장의 수를 깔아 두면 된다.

“고마워요. 만약 무슨 일이 생기면, 두 분에게 결코 피해를 주지 않겠다고 약속할게요.”

연회까지 닷새. 그 안에 모든 준비를 마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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