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6 (16/305)

#16

날카로운 입꼬리는 무서울 정도로 비틀려 있었고, 그 옆에 서 있는 진 또한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게걸음으로 조용히 다가가 진에게 슬쩍 물었다.

“진. 혹시 무슨 편지인지 알아요?”

“태오도 알겠지만, 교수님께서 직접 아멜리 백작가로 가셔서 연구 협력을 받았어요.”

“백작령에 마물이 나와서 조사 협력을 요청한 거 말인가요?”

“네, 맞아요. 그런데 백작의 마음이 바뀌었나 봐요. 태오가 온 다음 날 저녁 급한 편지가 왔었는데….”

그날은 아스레인이 온실에서 내 얼굴을 보고 안색이 좋지 않다며 조퇴를 시켰다. 하필이면 내가 없을 때 아멜리 백작으로부터 편지가 올 이유가 대체 뭘까. 불안한 예감이 들어 서둘러 책상에서 편지를 집어 들었다.

발신인은 아멜리 백작. 그는 분명 내가 있는 자리에서 아스레인에게 백작령에 들어와 조사하는 것을 협력하겠다고 흔쾌히 약속했다. 하지만 편지에는 그때 나눈 대화를 뒤집는 내용이 쓰여 있었다.

“진. …평소 연구 협력은 어땠나요.”

“답사 지역을 다스리는 영주께서 호위 기사까지 붙여 주세요. 위험한 일이 생길 경우, 그분에게도 책임이 이어지거든요.”

진에게 설명을 들은 후에 편지를 한 번 더 읽으니 차이가 또렷하게 보였다. 진의 설명대로라면, 백작은 이번 답사를 위해 마땅히 기사단을 보내 주어야 한다. 하지만 편지엔 똑똑히 적혀 있었다. 아멜리 기사단은 ‘소신을 지키기 위해’ 이번 연구에 지원을 나가지 않겠다고. 뜬금없이 조건을 바꿔 버린 것이다.

막무가내 통보는 무슨 일이 생겨도 책임지지 않겠다는 의미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고급스러운 필기체 속에 담긴 무례함이 고스란히 느껴져 저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처음엔 뭐라고 했나요?”

“연구 협력을 거절하겠다고 했어요.”

“…거절이요?”

“네. 그래서 교수님께서 이유를 묻는 회신을 보내셨었어요. 이 편지는 그에 대한 답이에요.”

마물 조사는 황제의 명령이고, 아스레인 역시 백작이 쉽게 무시 못 할 작위를 갖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그가 지휘하는 조사를 거부하는 것도 모자라, 이유를 물으니 겨우 한다는 소리가 기사단을 지원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왜 이런 무모한 짓을 벌이나 싶었건만 마지막 줄에 더러운 저의가 드러났다.

제 하인이었던 그치가 실수하진 않는지 염려되는군요. 아아, 만약 그 아이를 이번 연구에 대동하지 않으신다면 저의 자랑스러운 기사단이 교수와 그 일행까지 면밀히 보필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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