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건드리지마-199화 (198/222)

199화

의사가 동현을 향해 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불임 검사는 남자의 정자를 검사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과정이었다. 말로는 간호사가 정자를 사정하게 한다고 하지만 병원에서 아내가 있는데 그런 짓을 할 이유가 없었다.

결국 동현은 스스로 자위를 하기 위해 혼자 방에 들어가 병원에서 제공하는 영화를 보며 열심히 흔드는 수밖에 없었다. 사정을 해야 검사를 한다는데 방법이 없는 동현이었다.

“에이, 정말 별짓을 다 하고 있네. 이거 쪽팔려 죽겠네.”

그렇게 중얼거린 동현은 영화를 보며 열심히 손을 흔들었다.

한참 시간이 지난 후 동현이 방에서 나왔다. 동현이 정자를 받은 작은 병을 가지고 나오자 간호사가 동현을 보며 묘한 미소를 지었다.

“여기요.”

“호호호, 수고하셨어요. 제가 도움을 드렸으면 조금 편했을 텐데 병원 규칙상 그렇게 할 수가 없네요.”

간호사는 농담으로 하는 소리인지 진담으로 하는 소리인지는 모르는 말을 하며 웃었다.

하지만 듣는 동현은 처음으로 철판 신공도 통하지 않는 상황이 되어 얼굴을 붉히고 말았다. 얼굴이 시뻘게진 동현은 민망함에 고개를 숙였다.

동현의 검사가 모두 끝나고 이제는 미연의 검사만 끝나면 되는데 이상하게 시간이 걸렸다.

“나도 혼자 자위를 해서 뽑았는데 이거 마누라도 혼자 뽑는 거 아냐?”

자신이 그런 짓을 했으니 아내인 미연도 그렇게 하는 것으로 오해를 한 동현은 미연이 지금 얼마나 민망할지 생각하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한참 시간이 지나자 미연이 나왔다.

‘오우, 우리 마누라 길게도 하네. 나는 금방 끝나던데?’

동현은 속으로 생각하며 미연을 향해 웃어주었다. 물론 그 웃음의 의미는 달랐지만 동현이 웃어주자 미연도 밝은 미소로 답을 해주었다.

“많이 기다렸지요?”

“아니야, 이제 검사 끝났으니 가도 되는 건가?”

“아니요. 의사 선생님과 마지막 이야기를 하고 가야지요.”

“거기는 혼자 가면 안 될까? 나는 조금 민망해서 말이야.”

동현이 어떤 상황이었는지 모두 들었던 미연은 그의 말에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사실 마지막 상담은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고 미연 혼자 가서 들어도 상관이 없었다.

“그렇게 해요. 제가 갔다 올게요.”

“그러면 나는 차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예, 알았어요.”

동현은 그렇게 난감한 상황에서 벗어났다.

미연은 동현의 그런 모습에 웃음이 나왔지만 참고 다시 의사가 있는 진료실로 갔다. 안에선 이미 의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검사는 마쳤고요. 1주일 후에 검사 결과가 나오니 그때 들르세요. 그런데 남편분은 어디 계세요?”

“호호호, 민망한지 차에서 기다리겠다고 해서 그렇게 하라고 했어요.”

미연의 대답에 의사는 자주 본 일이었기에 미소를 지었다.

사실 한국 남자들은 이런 검사를 하는 것에 이상하게 민감했다. 외국에서는 이런 검사에 대해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데 한국 남자들만 민감하게 반응을 했기에 이런 일이 자주 있는 편이었다.

의사와 이야기를 마친 미연은 동현의 차로 갔다. 미연이 차에 타자 동현은 가장 궁금한 것을 물었다.

“자기도 혼자 뽑았어?”

“예? 혼자 뽑다니요? 무엇을 뽑아요?”

“거 있잖아, 남자는 정자고 여자는 난자라고 하잖아.”

동현의 말에 미연은 크게 웃었다.

“호호호, 난 또 뭐라고. 여자는 그런 거 안 뽑아요. 호호호.”

동현의 말에 한참 웃느라 미연은 배가 아플 지경이었다.

‘아니, 뽑지도 않으면서 왜 그렇게 오래 걸린 거야?’

동현은 의문스러운 눈빛으로 미연을 바라보았다.

미연은 웃음을 멈추고는 동현에게 아주 자세히 이야기를 해주었고 듣고 있던 동현은 그제야 이해를 하게 되었다.

둘은 잠시지만 참 많이 웃었고 미연은 자신의 남편이 참 엉뚱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자기 정말 엉뚱한 상상은 정말 잘하는 것 같아요. 호호호.”

“내가 엉뚱해 보여?”

“호호호, 그래요. 그런데 그거 알아요? 자기가 엉뚱해서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는 사실을요.”

미연의 말에 동현은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좋은 말인 것 같아 우선은 웃어 주었다.

“하하하, 고마워 그렇게 말해줘서.”

동현이 웃자 미연도 덩달아 웃게 되었다.

“호호호. 정말 내가 미쳐.”

둘은 그렇게 검사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 웃었고 덕분에 엔돌핀은 엄청난 상승을 보게 되었다.

미연은 검사를 하고 사무실로 가지 않고 바로 친정집으로 가게 되었다.

오랜만에 가는 친정이라 보고 싶기도 했지만 검사를 하고 나니 마음이 아직 안정이 되지 않아사였다.

동현은 그런 미연의 마음을 아는지 군소리없이 차를 그쪽으로 몰았다.

미연이 찾아오자 미연의 어머니인 서 여사는 아주 반갑게 동현과 미연을 반겨주었다.

“어서 오게. 김 서방. 미연이도 어서와라.”

“장모님 그동안 잘 계셨습니까? 자주 찾아온다고 하고는 오지 못해 죄송합니다.”

“엄마 잘 있있어.”

“그냥 앉아라. 김 서방도 앉아. 내가 쥬스라도 가지고 올게.”

서 여사는 오랜만에 온 동현을 보고 아주 좋아 했다.

서 여사는 평생의 은인으로 생각하는 인물이 바로 동현이었고 그런 동현이 자신의 딸인 미연을 사랑해주어 너무도 고마웠다.

동현은 자리에 앉아 미연을 보며 물었다.

“처남과 처제는 아직 오지 않은 건가?”

“아직 학생들이라 그래요. 지연이는 이제 대학을 준비해야 하니 야간 학습도 한다고 들었어요.”

요즘 대학을 가기 그렇게 힘이 드는지는 모르지만 동현은 학교라면 질색을 했다.

동현이 그러고 있을 때 미연은 서 여사가 있는 주방으로 갔다.

“엄마 오늘 검사를 하고 오는 길이에요.”

“아이고 잘했다. 그런데 김 서방이 가자고 하더니?”

“예, 오늘 같이 다녀왔어요. 일주일 후에 결과가 나온다고 하네요.”

“그래, 잘했다. 아주 잘했어.”

서 여사는 미연이 그동안 마음 고생이 심했다는 사실을 알기에 하는 소리였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불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혹시나 결과가 미연에게 문제가 있으면 어쩌나 하는 마음이 들어서였다.

서 여사는 아이들을 키우면서 먹지 못한 것이 생각이 나서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먹는 것도 제대로 주지 못해 지금 이런 시련을 겪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아팠다.

서 여사의 눈빛이 아픔이 담겨 있는 것을 보는 미연은 엄마를 진정시켜 주려고 하였다.

“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나는 걱정이 없다고 했으니 말이에요.”

사실 미연도 서 여사의 생각처럼 혹시 자신에게 문제가 있으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아이가 없는 이유가 자신 때문이라면 자신은 도저히 견딜 수가 없을지도 몰랐다.

사랑하는 남자의 아이를 가지고 싶지만 자신의 몸으로는 가질 수가 없다면 어찌 해야 할지를 생각하니 끔찍한 기분이 되었기 때문이다.

“김 서방이 혼자 심심하겠다. 나가자.”

서 여사의 말에 미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동현은 두 여자가 주방에서 하는 이야기를 모두 듣고 있었지만 내색을 하지는 않았다.

‘흠, 그런 고민을 하고 있었다는 말이지?’

동현은 미연에게 만약에 문제가 생겼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하였다.

‘세론 미연이 임신을 못하는 몸이라면 다른 방법으로 임신을 시킬 수는 없냐?’

동현의 만능 박사인 세론에게 물었다.

‘마스터 제가 임신에 대해서 어떻게 알겠습니까? 제가 여자도 아닌데요.’

‘혹시 모르니 방법을 좀 찾아봐.’

세론은 마스터인 동현이 자신을 도대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여자의 문제를 찾아보라고 하니 속으로 불만이 가득했다.

‘아니 내가 무슨 산부인과 의사야? 나 보고 어떻게 방법을 찾으라는 거야?’

세론은 속으로 그렇게 궁시렁 거렸지만 동현에게는 절대적으로 충성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제가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마스터.’

‘그래, 수고하고.’

동현의 말에 세론은 참 편하게 산다고 생각했다.

동현이 직접 움직이는 일은 거의 없다고 보아야 했다.

하기는 동현이 움직일 일도 없었지만 말이다.

동현의 무력이 동원된다면 아마도 군대를 상대할 때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는 세론이었다.

“김 서방 여기 쥬스라도 들게.”

서 여사는 쥬스를 가지고 와서 먹으라고 했다.

“감사합니다. 장모님.”

동현은 서 여사가 주는 쥬스를 단숨에 마셔버렸다.

벌컥벌컥

먹는 모습은 언제 보아도 참 맛깔스럽게 먹는 동현이었다.

“오늘 저녁을 먹고 갈거지?”

“아니요. 오늘은 잠도 자고 갈 생각입니다.”

동현의 대답에 서 여사는 놀란 얼굴을 하며 밍녀을 보았다.

미연은 동현의 발언에 놀란 얼굴을 하며 동현을 보았다.

“오늘 정말 자고 가도 되요?”

“그래, 오늘은 자고 내일 바로 출근을 하자고. 집에는 내가 이야기를 할게.”

동현은 미연의 마음이 아직 안정을 찾지 못했기에 그렇게 하기로 하였다.

“자기 고마워요.”

미연은 동현을 보는 눈에 눈물이 고여 있었다.

동현은 그런 미연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

자신의 아내가 저런 일로 고민을과 걱정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도 몰랐다는 것을 자책하게 되면서 말이다.

“고맙기는 앞으로는 장모님 집에 오고 싶으면 언제든지 말해. 내가 책임지고 데리고 올테니 말이야.”

동현은 장모도 부모라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하는 소리였다.

서 여사는 동현의 말에 아주 감격을 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사위지만 정말 멋진 남자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가지는 눈빛이었다.

‘우리 미연이 무슨 복이 있어 저런 남자를 만나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정말 내가 사위하나는 잘 만났네,’

서 여사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였다.

시간이 지나 저녁을 먹을 시간이 되어도 애들이 오지 않아 동현은 가볍운 마음으로 집을 나서게 되었다.

사당의 거리는 밤이 되니 더욱 많은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사람들은 밤이 되면 더 갈 곳이 많은가?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다 자기 일이 있는데 나는 한가하네?”

동현은 갑자기 자신이 일이 없어 한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 목적이 없이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동현도 무언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아내하고 가게일이나 볼까?”

그런 생각은 이내 지워졌다.

자신이 있는 천룡문의 문제만 해도 산더미 같이 일이 밀려 있어서였다.

동현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주변을 산책하고 있었다.

집에서는 미연과 서 여사가 음식을 준비하며 즐거운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호호호, 정말이니?”

“엄마는 보지 않아서 그렇지 아까는 얼마나 웃겼는지 몰라요. 나도 그 사람에게 그런 엉뚱한 면이 있는지는 오늘 처음 알았어요.”

“호호호, 김 서방도 은근히 웃기는 구석이 있네.”

서 여사와 미연은 아까 검사를 받는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미연은 동현은 표정이 재미있어 하는 말이었지만 서 여사는 미연이 말을 들으며 혼자 상상을 하니 더욱 웃겨 웃게 되었다.

두 여자의 수다는 동현이 들어올때까지 이어졌지만 끊어지지 않고 말을 주고 받았다.

무슨 할말이 저리 많은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동현은 식사를 하였고 거실에서 차를 마시며 티브를 보고 있었다.

“엄마 애들은 언제 오는 거에요?”

“재영이는 이제 올 시간이 되었고 지연이는 아직 시간이 안되었는데 왜?”

“아니 집에 애들이 없으니 허전해서 그렇지요. 이 사람도 은근히 처제하고 처남을 기다리고 있잖아요.”

미연이는 동현이 티브를 보고 있지만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을 알기에 하는 소리였다.

“아참 재영이가 그제는 여자친구라고 데리고 왔다.”

“어머, 정말이요?”

동현은 여자친구라는 말에 귀가 솔깃해졌는지 고개를 돌렸다.

서 여사는 동현을 보고 있다가 고개를 돌리는 것을 보고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래, 제법 예쁘게 생긴 아이더구나.”

“재영이가 사귄지 얼마나 된다고 해요?”

“내가 알기로는 이제 한달 정도 되었다고 들었는데 잘 모르겠다.”

============================ 작품 후기 ============================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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