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건드리지마-197화 (196/222)

197화

세론의 연락을 받은 영민은 재빨리 장관에게 전화를 했다.

드드드.

―여보세요?

“우리 천룡문과 한 계약이 완료되었기에 전화를 드렸습니다.”

장관은 갑자기 걸려온 천룡문의 전화에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어제 계약을 했는데 오늘 구출했다고 하니 믿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아니, 정말이오? 하루 만에 구출을 하였다는 말이오?

“제가 장관님께 거짓말을 해서 어떤 이득이 있습니까? 저희는 없는 말을 지어내는 짓은 하지 않습니다. 지금 비행기를 타고 오고 있다고 하니 조금만 기다려 보십시오. 그런데 비행기가 착륙할 장소가 있어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마땅한 장소를 알려 주셨으면 합니다.”

대통령의 딸을 구출했다고 하자 장관은 정신이 하나도 없었지만 비행기가 내릴 장소를 마련해 달라는 말에 우선 대답을 했다.

―그 장소는 내가 바로 알아보고 연락을 드리겠소.

“그럼 기다리겠습니다. 앞으로 열두 시간 안에 도착할 것이니 그 안에 연락을 주십시오.”

―알겠소.

전화를 끊은 장관은 자신이 무언가에 홀린 것이 아닌가 싶었다.

“허어, 이거 내가 정말 홀려서 그러는 건가? 이런 거짓말 같은 일이 생길 수도 있네. 우선 보고를 먼저 해야겠네.”

어찌 되었든 구출했다고 하니 장관의 입장에서는 아주 반가운 일이었기에 대통령에게 바로 보고하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비밀리에 하는 일이라 전화로 보고를 할 수는 없기 때문이었다.

청와대로 들어간 외무부 장관은 은밀하게 대통령과 독대를 했다.

“아니, 정말이오? 어떻게 하루 만에 구출을 했다는 말이오?”

“지금 한국으로 오고 있다고 하였으니 거짓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도대체 그 천룡문이라는 곳은 어떤 곳이기에 그런 일을 하루 만에 해결할 수 있다는 말이오?”

대통령은 한국에 무인 가문들이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그 정도로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지는 몰랐기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저들은 힘은 가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그 힘을 이용해 나라에 해를 입히는 짓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가문을 제재할 방법은 없었다.

“저도 자세한 것은 모르지만 국정원의 한 차장이 소개를 해주어 알게 되었습니다. 한 차장의 말로는 한국에서는 가장 강한 무인들이 있는 곳이라고 합니다. 저들이 있어 일본이나 중국의 무인들이 한국으로 오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오늘 보니 정말로 강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외무부 장관은 천룡문이 하루 만에 인질을 구출했다는 말에 얼마나 강한 힘을 보유하고 있는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아무튼 성공했다고 하니 정말 잘되었소. 그런데 우리 정부가 그들의 도움을 받을 수는 없는 거요?”

정부에서 하는 일은 비밀스러운 일들이 많았고 그 비밀을 지키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했다.

대통령의 직계 라인이라고 불리는 외무부 장관은 그래도 한 차장과 관계가 있어 도움을 받을 수 있었지만 천룡문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었기에 난처한 얼굴이 되었다.

“제가 알기로 무인들은 정부의 일은 하지 않으려 한다고 합니다. 예전에 무인들이 정부에 도움을 주었지만 결국 토사구팽을 당하는 바람에 앞으로는 절대 정부의 일에는 관여하지 않기로 한 모양입니다. 아마도 저들의 도움을 받는 건 곤란할 것 같습니다.”

대통령은 장관의 말이 충분히 이해가 갔다. 나라를 위해 도움을 주었는데 토사구팽을 당했으니 저들이 어떻게 생각을 하겠는가.

“그래도 장관이 방법을 찾아보시오.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길을 보았는데 포기하는 건 너무 아쉽지 않소.”

대통령인 정기철은 한국을 강한 나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정기철은 한국이 강해질 수만 있다면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번에 극비리에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도 바로 국가를 강하게 만들기 위한 일이었는데 그런 일을 하자 딸이 납치를 당한 것이다.

덕분에 프로젝트에 막대한 피해를 입기는 했지만 아직 멈춘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렇게 딸이 구출되었으니 이제 눈치 보지 않고 바로 진행을 할 생각이었다.

다만 아직 한국에는 다른 나라의 스파이들이 많아서 그들의 눈치를 보아야 하는 것이 문제였다. 그렇다고 하지 않을 순 없는 일이었다. 정치인들 중 절반은 스파이라고 생각하는 정기철이었기에 그들은 절대 믿지 않고 있었다.

외무부 장관인 남지용도 그런 기철과 뜻이 통해 임용을 받아들였지만 이들이 뜻하는 대로 일이 진행되지는 않았다.

“알겠습니다. 나라를 강하게 하겠다는데 못 할 일이 없지요. 제가 나서서 알아보겠습니다.”

남지용은 무슨 일이 있어도 무인들의 도움을 받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건 그렇고, 언제 도착한다고 했소?”

“열두 시간 안에 도착을 한다고 하였으니 아직 시간이 남았습니다.”

남지용은 대답을 하다가 문득 저들에게 도착할 장소를 아직 알려주지 않았다는 것이 생각나 빠르게 물었다.

“우선 저들이 착륙할 곳을 알려달라고 하였는데 어디가 좋겠습니까?”

“여기서 가장 가까운 곳이 성남 비행장이니 거기로 정합시다.”

“그러면 그렇게 알고 저들에게 알려 주겠습니다.”

“그렇게 하시오. 장관이 힘들겠지만 저들을 잘 다독여 나랏일에 힘을 쓰게 해보시오. 강한 나라를 만들고 싶어 하는 진심을 보여주면 저들도 그냥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오.”

진심이라면 무인들도 통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기철이었다. 지용은 그런 기철이 아직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런 말을 하지는 않았다.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해 노력을 하겠습니다.”

대통령과의 독대를 마친 지용은 조용히 청와대를 빠져나왔다. 기철도 시간이 되면 성남으로 갈 것이고 그는 먼저 천룡문에 연락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지용의 연락을 받은 천룡문의 영민은 직통으로 세론에게 연락을 했다.

―무슨 일이야?

“성남 비행장으로 오라고 합니다.”

―알았어. 도착 시간을 알려줄게. 기다려봐.

전화를 끊은 세론은 바로 무력대에게 시간을 물었다. 무력대와 세론은 전화가 필요 없는 사이였기에 바로 물었다.

―언제 도착을 하냐?

―앞으로 여덟 시간 정도면 도착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면 성남에 있는 비행장으로 오라고 해. 아마도 거창하게 마중을 나올 것 같으니 행동 똑바로 하고. 무슨 말인지 알지?

―예, 걱정 마십시오.

무력대는 인간이 아니었기에 하는 소리였다.

하지만 인간의 몸은 아니어도 정신은 인간처럼 생각을 하고 행동했기에 인간이라고 해도 크게 문제는 없을 정도였다. 다만 몸이 조금 강하다는 것 정도가 다를 뿐이었다.

만약에 무인들이 무력대를 본다면 엄청난 강자라는 생각을 할 것이고, 무력대의 몸이 강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 아마도 부러움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리고 무력대는 상당한 내기를 가지고 있었는데 문제는 그 내기가 마기도 아닌 요상한 기운이라는 것이었다. 무인들과 전투를 하게 되면 당장 이상함을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그렇지만 무인들도 마기라고 단정을 할 수 없는 것이 이들의 기운은 마기는 확실히 아니었기 때문이다. 마기의 강한 힘과 난폭한 성질은 그대로 가지고 있었지만 무력대의 성격에 문제가 생기는 일은 없었다. 이는 세뇌의 효과였다.

세론은 영민에게 시간을 알려주었고 영민은 그것을 다시 장관에게 알려주었다.

성남 비행장에는 대통령이 비밀리에 도착해 있었다.

그때 하늘에서 한 대의 비행기가 착륙을 시도했다. 비행기를 본 기철은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소연아, 무사히 왔으니 다행이다.”

기철의 그런 마음은 지용에게도 전해졌다. 딸을 생각하는 아빠의 마음이 절실히 느껴지는 광경이었다. 지용은 그런 기철을 보며 속으로 한 가지 결심을 하게 되었다.

‘앞으로는 절대 이렇게 허무하게 당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천룡문에 가서 손이 발이 되도록 비는 한이 있어도 저들의 힘을 얻어 내겠습니다.’

지용과 기철은 어린 시절에 만나 마음이 통해 지금까지 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었다. 학교 선후배는 아니지만 둘은 친구처럼 때로는 선후배처럼 지내왔고 그 마음은 지금까지 변하지 않고 있었다.

비행기가 착륙을 하자 문이 열리고 안에서 일단의 무리들이 내리기 시작했다. 거기에 소연이 있는 것을 본 기철은 급하게 달려갔다.

“소연아!”

기철의 부름에 소연은 고개를 돌렸다. 비행기 안에서 영양제를 맞아 조금 힘을 차렸지만 아직도 그녀는 정상이 아니었다.

“아…빠? 흑흑흑, 아빠.”

소연은 아빠를 보자 서러움에 눈물이 나왔고 자신이 정말 그 지옥 같은 곳에서 구출되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있었다.

기철은 그런 소연을 안아주었다. 자신의 일 때문에 가족에게 고통을 주어 정말 미안하고 가슴이 아팠다.

“고생했다. 그리고 정말 미안하다, 소연아.”

기철은 소연을 안아주며 같이 눈물을 흘렸다. 주변에 있는 경호원들도 그런 기철의 모습에 눈시울을 붉히고 있었다. 한 경호원은 눈물을 감추기 위해 고개를 돌리고 눈물을 닦기도 했다.

지용은 기철이 너무 감정에 치우쳐있는 것 같아 옆으로 다가가 기철을 불렀다.

“저기 대통령님, 소연 양을 구해준 분들에게 인사라도 하시지요.”

지용의 말에 기철은 급히 고개를 돌려 눈물을 닦고는 무력대를 바라보았다.

무인이라는 말은 들었는데 직접 눈으로 보니 정말 강해 보이는 이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고맙습니다. 그대들이 아니었으면 딸을 구할 수 없었을 겁니다.”

기철은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며 감사의 인사를 했다.

“아닙니다. 저희는 상부의 지시를 받아 일을 했을 뿐이니 인사는 천룡문에 하시기 바랍니다.”

무력대의 대답에 기철은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천룡문에도 인사를 하겠지만, 실질적으로 구출을 하신 분들에게 인사를 하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지금 나는 딸의 목숨을 구해주신 분들에게 아빠로서 인사를 드리는 겁니다. 감사합니다.”

기철의 정중한 인사에 무력대는 별다른 표정의 변화를 보이진 않았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말씀하시니 인사를 받겠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이만 가보았으면 합니다.”

무력대는 사실 이들과 오래 있고 싶지 않았다. 아직은 인간들과 함께 어울리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했고 세론의 세뇌 때문이기도 했다.

천룡문의 차량도 이곳에 있었기에 무력대는 그 차를 타고 조용히 돌아갔고 대통령 일행도 소연을 데리고 떠나갔다.

기철은 돌아오는 길에 소연을 보며 깊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자신이 정말 강한 나라를 만들고 싶으면 저런 무인들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더욱 강하게 들었다.

이들은 동현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도움을 받으려 하고 있었다. 과연 동현과 정부가 어떻게 될지 아직은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미연의 사무실을 찾은 동현은 그녀가 없는 것을 알고는 황당한 표정이 되어있었다.

“이런 젠장, 마누라를 보러왔는데 처제 때문에 학교에 가고 없네? 오늘은 뭐가 안 되는 날인가?”

동현은 미연이 없는 사무실에 홀로 앉아 중얼거렸다.

@―마스터, 무력대가 도착을 했습니다.

―구출은 했고?

―예, 이미 넘겨주고 돌아오고 있습니다.

―잘했다. 받기로 한 자금은 확실하게 챙겨, 괜히 깎아주지 말고.

―그런 일은 하늘이 두 쪽이 나도 없을 겁니다. 받을 것은 확실히 챙기는 것이 마스터의 모토이니 걱정 마십시오.

“에이, 오늘은 그냥 만영이나 보러 갈까?”

동현은 유일한 친구인 만영을 본 지도 제법 오래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자 동현은 바로 움직였다. 동현의 성격상 생각과 동시에 움직이는 것은 아주 정상적인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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