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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드리지마-195화 (194/222)

195화

하지만 동현은 자신의 그런 생각을 한 차장에게 말할 수는 없었기에 일단 얘기를 듣고 나서 판단하기로 했다.

“그래서요?”

동현의 담담한 태도에 한 차장은 속으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놀라는 것이 보통인데 동현은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납치는 대통령이 비밀리에 진행하고 있는 한 프로젝트 때문에 벌어졌습니다. 그 프로젝트에 관해서는 저도 아는 부분이 없어서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려는 상황에 그분의 따님이 납치를 당했고, 납치범들이 요구하는 것이 바로 프로젝트를 자신들에게 넘기라는 것입니다.”

한 차장의 이야기를 들으며 동현은 무슨 내용인지 대강 파악을 했다.

결국 대통령이 무언가 일을 하려고 하는데 위험하다고 판단한 자들이 딸을 납치해서 일을 방해하고 있는 것이다. 진행을 하면 딸이 죽을 수도 있으니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흠, 결국 딸을 찾아오라는 말이네요?”

“그렇습니다.”

“그러면 그들이 있는 위치는 알고 있는 거요?”

“정확한 위치는 찾지 못했지만 대강 어느 지역에 있는지는 파악을 했습니다.”

한 차장의 말에 동현은 이들이 용병을 고용하려는 이유를 정확히 알게 되었다. 용병을 고용하면 나중에 문제가 생겨도 자신들은 발뺌을 하면 그만이기 때문이었다.

동현은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겉모습과는 달리 사실 그는 지금 세론과 의논을 하는 중이었다.

―세론, 이번 일을 하면 돈이 좀 되겠지?

―이번 일을 성공하면 정부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일들이 많을 겁니다. 그리고 부수적으로 얻는 것들도 장난 아니게 많을 거구요.

―그렇게 판단이 된다는 말이지? 그러면 하자.

―알겠습니다. 그러면 먼저 놈들에 대한 정보를 달라고 하세요. 해외에 있는 정보원들을 통해 그들에 대한 정보를 얻도록 하겠습니다.

세론은 지금도 해외에서 다크 스타라는 조직을 운영하고 있었다. 물론 하부 인물들은 사람이었지만 고위직에 있는 이들은 모두 키메라였다.

최근에는 무력단의 대원도 가서 도움을 주고 있었는데 이는 요상한 종족을 잡아들이기 위해서였다. 아직 놈들이 공격을 하진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 놈들은 반드시 올 것이고, 무력대원들은 그때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세론과의 대화를 마친 동현이 한 차장을 바라보았다.

“우리 천룡문도 한국에 속해있는 문파이니 국가적인 문제를 외면할 수는 없는 일이고, 또 한 차장과의 인연이 있는데 거절하는 것도 곤란하니 이번 일은 우리가 나서 처리를 해보겠소. 우선 놈들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시오.”

동현이 이번 일을 하겠다고 하자 한 차장은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을 정도로 기뻤다. 천룡문에 올 때는 거의 포기하고 있었는데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하겠다고 해주니 한 차장의 얼굴엔 누가 보아도 행복한 미소가 가득했다.

“정보라면 당연히 드려야지요. 그런데 정말 이번 일에 개입하실 생각이십니까?”

“그렇게 하려고 여기 온 것이 아니요?”

“하하하, 제가 여기 온 이유는 일을 떠나 천룡문과 좋지 않은 관계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지요.”

한 차장은 지금 마음이 들떠있었다. 천룡문은 그 자신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상당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천룡문이 나서게 된다면 인질을 구하는 일은 더욱 쉽게 처리할 수 있을 것이었다.

이미 정부에서 잘나가는 특공대를 보냈지만 모두 전멸했었다. 그래서 더 이상 특공대를 보내는 것은 무모하다고 판단하고 무인들이 있는 가문에 부탁을 하려고 했던 것이다.

그들 중에 특히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천룡문에 도움을 요청하면 된다고 하여 외무부 과장이 찾아온 것이지만 동현의 심기를 건드리는 바람에 다른 가문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하겠다고 해주니 한 차장은 지금 하늘을 날아가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이번 일을 우리가 처리하면 그에 대한 보수는 어찌 되는 겁니까?”

“제가 아직 정확하게는 파악하지 못했지만 상당한 금액을 준비했다고 들었습니다. 아마 섭섭하지 않게 드릴 수 있을 겁니다.”

한 차장은 이번 일의 성격상 상당한 금액을 준비했고 그 돈으로 천룡문에 의뢰하려 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도 정확한 금액은 모르고 있었다.

“그러면 한 차장이 중간에 개입을 해서 우리 천룡문이 이번 일을 처리할 수 있게 도움을 주었으면 하오. 우선 계약을 해야 우리도 마음 편히 움직일 수가 있으니 말이오.”

“알겠습니다. 제가 지금 바로 가서 처리를 하도록 하지요.”

한 차장은 대답을 하고는 급히 천룡문을 벗어났다. 이번 일로 선배에게 제대로 큰소리를 칠 수 있게 되어서 한 차장은 상당히 기분이 좋았다.

한 차장이 나가자 동현은 세론에게 은밀히 지시를 내렸다.

―우리의 피해는 없어야 하니 국정원으로부터 정보를 받으면 바로 무력대를 보내 놈들을 제거하라고 해라. 그리고 무력대의 힘을 남들이 알지 못하게 해야 하는 것도 잊지 말고. 알았지?

―걱정하지 마십시오. 놈들이 있는 곳만 찾으면 바로 무력대를 보내 처리하겠습니다. 이번 일은 제가 가서 처리를 하면 될 겁니다.

세론이 간다면 마법으로 처리할 수 있었다. 그러면 다른 사람들에게 걸리지 않을 것이기에 동현도 안심이 되었다.

―그래, 수고스럽지만 그렇게 해라. 그리고 수고비는 최대한 많이 뜯어내라.

―당근이지요, 마스터.

세론이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그만큼 세론도 동현에게 물들어 있었던 것이다. 아마도 전 세계에서 가장 마음이 잘 맞는 인물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동현과 세론은 꿍짝이 잘 맞았다.

천룡문을 나온 한 차장은 재빨리 외부무 장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선배님, 지금 어디 계십니까?”

―나야 사무실에 있지, 왜?

“지금 천룡문에 다녀오는 길입니다. 전화로 얘기하기는 그러니 우선 만나야겠습니다.”

한 차장의 말에 장관은 귀가 솔깃했다.

―어디로 가면 되겠나?

“전에 만난 그곳에서 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 집 차가 아주 맛있던데요.”

―그래, 알았네. 바로 출발하지.

외무부 장관도 이번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곳은 천룡문밖에 없다고 보고 있었다. 이미 한 차장에게 다른 가문에 대해서는 모두 들었기에 가장 강력한 무력을 가지고 있다는 천룡문이 개입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후배인 한 차장이 천룡문에 다녀왔다는 소리를 듣자 몸이 절로 움직이게 되었다.

한 차장과 장관은 한 전통 찻집에서 마주앉았다. 다향이 좋고 전통차를 좋아하는 장관이 자주 이용하는 곳이었다.

“어서 말해 보게. 어찌 되었나?”

“천룡문이 이번 일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일을 해결하면 얼마를 줄 예정입니까? 천룡문은 적은 금액에는 움직이지 않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하지 않겠다는 것을 오늘 제가 찾아가서 결국 돈으로 해결하고 오는 길입니다. 선배님이 준비한 자금이 얼마인지는 모르지만 이번에는 확실하게 돈질을 좀 하셔야 할 겁니다.”

한 차장은 동현이 시키지 않았어도 일을 아주 잘 처리하고 있었다.

“돈질을 해야 한다……. 그건 문제가 되지 않을 거네. 이번 일을 처리하기 위해 상당한 자금을 준비한 것으로 알고 있으니 말일세.”

원래 이번 일은 해외에 의뢰하기보다는 국내에 있는 가문들에게 부탁하려 했던 것이라 그에 따른 자금도 준비를 했었다. 그리고 한 가문에만 말을 할 수가 없어 여섯 가문 모두에게 부탁하기 위해 많은 자금을 준비해 두고 있었다. 그만큼 중요한 프로젝트였다.

“그러면 다행입니다. 바로 계약을 하지요. 천룡문에선 이미 해외로 파견을 보낼 사람들을 준비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한 차장은 천룡문이 이미 모든 준비를 마치고 자신에게 말을 했다고 보고 있었다.

하긴, 천룡문은 이미 해외에 용병 회사를 차렸고 지금 사무실을 준비하는 공사를 하는 중이었기 때문에 당장 나간다고 해도 이상한 건 아니었다. 일을 배우기 위해 사람이 먼저 나가는 일은 허다했기 때문이다.

“천룡문이 준비를 하였다면 나도 미룰 이유가 없지. 바로 계약을 하러 가세.”

장관도 성격이 화끈해서 이런 일은 미루지 않고 바로 처리를 하려고 했다.

장관의 대답에 한 차장은 미소를 지었다.

“선배님, 나중에 한잔 사셔야 합니다.”

이제 거의 마무리가 되자 한 차장이 생색을 내기 시작했다.

“원 사람도, 알았으니 걱정하지 말고 이번 일이나 잘 도와주게. 그러면 내가 아주 찐하게 한잔 사지.”

“하하하, 약속하신 겁니다. 자, 가시죠.”

한 차장은 웃으면서 장관을 데리고 다시 천룡문으로 향했다.

한 차장은 천룡문으로 가면서 동현에게 먼저 전화를 걸었다.

“문주님, 지금 계약을 하기 위해 가고 있습니다.”

―그래요? 그런데 내가 일이 있어서 자리를 비워야 하기 때문에 계약은 다른 사람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어차피 계약만 하면 되니 문제없습니다.”

한 차장은 천룡문과 하는 계약이지 동현과 하는 계약이 아니었기에 그렇게 말했다.

―그러면 다행이고요. 나중에 한번 식사나 하도록 하지요.

“예. 알겠습니다, 문주님.”

한 차장은 그렇게 통화를 마쳤다.

동현이 한 차장을 피한 이유는 정부의 인물이 함께 올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어지간하면 정부와는 엮이지 말자는 것이 동현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번 일은 단순하게 용병으로 계약을 하는 것이라서 나중에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없기 때문에 하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세론, 차를 준비하라고 해. 나가야겠다.

―예, 마스터.

동현은 빠르게 차를 몰고 나갔다. 그러나 막상 나와 보니 갈 곳도 없는 불쌍한 신세가 되고 말았다.

‘어디로 가지? 마누라에게 가기에는 시간이 조금 이르고, 오랜만에 아버지가 계신 가게나 가볼까?’

그렇게 생각한 동현은 빠르게 차를 몰아 아버지가 있는 곳으로 갔다.

동현의 아버지는 동현의 엄마와 함께 체인점을 운영하며 이제야 행복이 무엇인지 알아가고 있는 중이었다. 노년의 생활을 이렇게 편안하게 보내게 된 것이 모두 동현이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기에 이들은 돈을 벌어도 잘 쓰지를 않았다.

원래 몸이 좋지 않았다가 이제는 완쾌한 박 여사는 요즘은 남편을 닦달하고 있었다. 평생 자신을 힘들게 했던 남편이었기에 늙어서 고생을 하는 것이지만 그런 아내의 닦달에도 동현의 아버지는 입가에서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여보, 오늘은 조금 한가하네?”

“그러면 창고 정리나 좀 해요. 어제 보니 아직도 정리가 되지 않은 것 같던데요.”

“그럴까?”

동현의 아버지 김성민은 아내의 말에 창고가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작은 가게지만 두 사람에게는 행복을 얻는 보금자리였다. 돈을 벌기보다는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두 사람에게 행복을 느끼게 해주고 있었다.

동현은 남에게 퍼주는 짓을 하지 않지만 박 여사는 아들과 달리 돈을 어느 정도 벌면 고아원이나 양로원에 가서 봉사 활동을 하곤 했다.

가게에 도착한 동현은 차에 앉아 두 분의 모습을 보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저게 행복이지. 이제 두 분도 안정을 찾은 것 같으니 정말 보기 좋네.’

동현은 부모님의 행복한 모습을 보자 아주 기분이 좋았다. 동현에게는 가족들의 행복이 가장 우선이었기에 가족들이 행복해 하는 모습만 보아도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두 분의 즐거운 표정을 본 동현은 가게로 가려던 마음을 접었다. 저렇게 즐거운 시간을 자신 때문에 망치게 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이, 노년의 사랑이 불타는데 자식이 되어 방해를 할 수는 없는 일이지. 그냥 가자.”

============================ 작품 후기 ============================

오늘도 선작과 추천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모두 행복한 하루가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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