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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드리지마-194화 (193/222)

194화

약간의 시간이 지나고 외무부 장관이 전화를 받았다.

―한 차장이 어쩐 일이오, 전화를 다 하고? 이거 오래 살고 볼 일이네.

“저기 선배님, 오늘 천룡문에 간 사람이 누구입니까? 가서 왜 개소리를 해서 나를 곤란하게 만드는 겁니까?”

한 차장의 입에서 좋은 소리가 아닌 이상한 말이 나오자 장관은 어이가 없었다.

―아니, 그게 무슨 소리야? 갑자기 전화를 해서 그런 말을 하니 나는 무슨 소린지 이해를 못 하겠네.

한 차장은 장관이 이해를 못 하자 바로 오늘 있었던 일을 들려주었다. 그리고 천룡문의 현재 위치를 말해주자 장관은 금방 말귀를 알아들었고 한 차장이 전화를 한 이유도 알게 되었다.

―오늘 청룡문을 찾아간 사람은 우리 부서에 근무하는 정기철이라는 사람이네. 오랜 시간 근무하면서 제법 능력을 인정받는 인물인데 그렇게 행동했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군.

“그러면 그 사람이 오면 직접 물어보세요. 그리고 더 이상 천룡문을 자극하지 마세요. 솔직히 그들의 힘은 우리 가문에서도 상대하지 못할 정도로 막강하니까요.”

한 차장이 가문의 이름까지 들먹이자 장관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한 차장의 말은 장관에게 그만큼 엄청난 말이었던 것이다.

한국에는 여섯 개의 가문이 존재하는데 그 가문이 가지고 있는 힘은 절대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그런데 생긴 지 얼마 되지 않는 천룡문이 그렇게 대단한 힘을 가지고 있다니, 장관은 믿을 수가 없었다.

―한 차장의 말은 잘 들었지만, 나는 솔직히 믿을 수가 없네. 천룡문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여섯 가문의 힘을 무시할 정도라고는 생각하지 않네.

“선배님, 제가 하는 말을 이해하기 힘드시겠지만 믿으세요. 그리고 한 가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러면서 한 차장은 화랑 가문의 최고 원로 둘이 천룡문에 개박살이 났다는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그것도 천룡문의 문주 혼자 그런 짓을 했다는 것을.

그 얘기를 들은 장관은 경악하고 말았다. 한 차장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건 엄청난 일이었다. 그런 천룡문을 찾아가서 도대체 무슨 말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그로 인해 천룡문의 문주가 직접 한 차장에게 전화를 했다면 정기철 과장이 실수를 해도 제대로 했다는 뜻이었다.

지금 일개 과장의 실수를 생각해야 하는 단계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 장관은 마음이 다급해졌다.

―여보게 한 차장, 만약에 우리 과장이 실수를 했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게.

장관이 물었다.

한 차장은 장관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지만 솔직히 동현을 생각하면 자신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답답하기만 했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선배님이 직접 방법을 찾아보세요. 그분은 제가 감당할 수 있는 분이 아니니 말입니다.”

한 차장이 극도로 긴장한 것을 느낀 장관은 그의 말이 진심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한 차장이 이렇게까지 말하는 것을 보니 사실이겠네. 그러면 과연 내가 어찌 처신을 하는 것이 좋을까?’

장관은 일개 문파에 불과한 천룡문 때문에 자신이 이런 곤란한 처지가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었다. 그리고 한 차장이 그분이라고 호칭하는 인물이 있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했다.

한 차장이 어떤 인물인지는 장관 자신이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런 고지식한 인물이 저렇게 정중하게 말할 정도면 이는 분명히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은 내가 가서 그 사람을 직접 만나는 것이 좋겠군. 그러고 나서 해결책을 찾아야겠어.’

내심 결정을 내린 장관이 말했다.

“아무튼 우리가 실수를 했다면 나라도 찾아가서 사과를 하겠네. 그러니 힘들겠지만 자네가 도움을 주었으면 하네.”

장관의 입장에서는 한 차장의 도움이 절실했다. 정부의 고위직에 있는 자신이 직접 가서 사과를 한다면 천룡문의 문주도 받아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관의 말을 들은 한 차장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장관과는 선후배 관계였기 때문에 그냥 지나갈 순 없는 입장이었다. 가문과는 아무런 사이도 아니었지만 학교의 선배였고 오랜 시간 알고 지낸 사이였기에 도움을 주어야 했다.

“제가 천룡문의 문주님을 만나 보겠습니다. 하지만 선배님도 준비를 하셔야 할 겁니다. 우리 호국 가문의 힘으로는 천룡문을 막을 수가 없습니다. 이건 진심으로 하는 말입니다.”

한 차장의 말에 장관은 마음이 싸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도대체 정 과장은 가서 어떤 실수를 했는데 이런 반응이 나오는 거야?’

한 차장과 대화를 하면서 장관은 생각했다.

전화를 끊은 한 차장은 천룡문에 가서 어떻게 이야기할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우리 가문에 도움을 준 천룡문을 상대로 이런 일이 생겼으니 우리 가문을 어떻게 생각하겠어?”

한 차장은 도움을 받은 은인에게 실수를 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답답하기만 했다. 자신이 괜히 소개를 하는 바람에 일이 이렇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자 정말 미치고 환장할 것 같았다.

그리고 외무부의 과장이라는 놈이 옆에 있으면 아주 작살이 나도록 패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선배가 하는 부탁이라 가볍게 생각하고 소개해 주었는데 이런 결과가 나오다니.

고민만 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라고 판단한 한 차장은 빠르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일단은 가서 용서를 빌어야 할 것 같았다.

동현은 자신 때문에 외무부의 장관과 한 차장이 다급해진 사실도 모른 채 세론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세론, 앞으로 정치인과 연관이 되는 일은 절대 하지 않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마스터.

세론도 이번 일로 인해 정부의 인물이라면 짜증이 났다.

―우리 용병 사무실은 언제 완성이 되는 거야?

동현은 해외로 나가려 하고 있었다. 천룡문이 모두 해외로 나가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는 잠시 바람을 쐬고 싶었다.

―이번 주면 완공이 되니 다음 주부터는 갈 수 있을 겁니다.

―이번 주면 완공이 된다는 말이지?

―그렇습니다, 마스터.

동현은 이제 슬슬 준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수호대의 인물들과 암영단 1개 조 정도를 보내면 큰 문제는 없겠지만 그래도 혹시 하는 생각이 들어 무력단에서도 열 명을 보낼 생각이었다. 무력단은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으니 용병 일을 하기에는 아주 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용병 사무실에 무력단도 열 명만 골라 보내. 암영단도 1개 조는 지원을 하고 알았지?

동현이 무력단을 열 명이나 보내라고 하자 무력단 한 명이 얼마나 강한지 알고 있는 세론으로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마스터, 해외로 나가는 무력단이 너무 많은 것 아닐까요?

세론은 솔직히 걱정이 되었다.

―그놈들 힘이 강하니 그런 일에라도 써먹어야지 그냥 두면 뭐하게?

동현은 솔직히 무력단의 대원들은 아직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아 그렇게라도 이용을 하고 싶었다. 그리고 무력단이 있으면 사무실도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그만큼 강한 전력이 사무실을 지키고 있으면 사고가 생기지 않을 것이고 습격을 당해도 충분히 방어할 승산이 있기 때문이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위험한 일을 하게 되었을 때 이들을 이용하면 피해를 입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동현은 수하들이 다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니 수하들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존재가 바로 동현이었다.

세론은 그런 동현의 성격을 알기에 더 이상 토를 달지 않았다.

―무력단이 가서 사무실을 경비하게 하면 걱정이 없겠네요, 마스터.

―그렇지, 그놈들을 보내서 위험한 일들은 전부 놈들에게 하게 하는 거야. 우리는 돈도 벌고 피해도 없으니 얼마나 좋아.

동현은 그렇게 말하면서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그 미소가 세론에게는 욕심으로 보였다.

‘징그럽게 욕심 많은 마스터.’

세론은 속으로 생각했다.

사실 동현은 가지고 있는 재물만 해도 엄청난데 아직도 탐욕에 대해서는 조절이 되지 않는지 욕심을 부리고 있었다.

이는 동현이 재물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생각과 있을 때 관리를 잘해야 한다는 사고방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었다.

―마스터, 지금 한 차장이 막 도착을 하였습니다.

―한 차장 혼자 왔냐?

―예, 혼자 차를 가지고 왔습니다.

―흠, 우선 만나보자.

동현은 한 차장이 온 이유에 대해서는 짐작을 하고 있었지만 그가 와서 과연 어떤 이야기를 할지 궁금했다.

외무부에서 상당한 자금을 준비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하는 짓이 마음에 들지 않아 그냥 보냈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저렇게 철저하게 비밀을 유지해야 하는 일이니 그만큼 위험할 것이고 그만큼 대가도 비쌀 것이라 솔직히 군침이 돌았다.

천룡문에 도착한 한 차장은 바로 안내를 받았다. 동현이 있는 곳으로 가면서 그는 약간 긴장이 되는 것을 느꼈다. 한국에서 가장 강한 무인이라면 천룡문의 문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문이 열리자 한 차장은 안으로 들어갔다.

“문주님, 안녕하셨습니까.”

“어서 오세요, 한 차장님.”

동현은 차갑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다정한 목소리도 아닌 묘한 음성으로 인사를 받아주었다.

한 차장이나 다른 무인들이 잘못 생각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동현의 연륜을 보고 오해를 하는 것이었다.

동현은 오랜 시간 이계에서 생활을 했고 그 경험이 이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많은 인간이었다. 그래서 사람을 다루는 방법도 많이 알고 있었고 실질적으로 상당히 뛰어난 전략가이기도 했다.

하지만 어지간하면 머리를 사용하는 것은 스스로 자제를 하고 있어서 문제이기는 했다.

“문주님, 제가 외무부에 천룡문을 소개해서 좋지 않은 결과를 만들게 되어 우선 정중하게 사과를 드리겠습니다.”

한 차장은 진심으로 허리를 굽히며 사과를 했다. 동현은 그런 한 차장을 보며 조용한 음성으로 대답을 해주었다.

“그 사과 받겠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는데, 외무부에서 해외의 용병을 고용하려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동현의 질문에 한 차장은 잠시 당황하는 표정이었다. 지금 동현이 물은 건 특급 비밀로 구분되어 있는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외무부에서 이번 일을 성사시키기 위해 조용히 움직이는 이유는 바로 비밀을 유지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동현이 그런 비밀을 알고 싶다고 하니 곤란해진 것이다.

한 차장의 표정을 보자 동현은 더욱 궁금해졌다. 도대체 무슨 일인데 저렇게 감추려고 하는가 말이다.

“나에게 이야기하기 곤란한 모양이네요. 그렇다면 하지 마세요.”

동현은 한 차장의 입장을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상대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알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었다.

동현이 자신을 배려하고 있다는 사실을 안 한 차장은 잠시 고민을 했다. 그러나 이번 일은 천룡문이 아닌 다른 가문에서는 절대 해결할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천룡문도 이번 일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어야 한다는 판단이 섰다.

“사실 이번 일은 외무부에서 극비리에 진행을 하고 있는 것인데요, 바로 인질을 구하는 일입니다.”

“인질을 구한다고요? 아니, 인질을 구하는 일이 그렇게 비밀을 요하는 일입니까?”

동현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한 차장은 그런 동현을 바라보며 다음 말을 이어갔다.

“문제는 그 인질이 바로 대통령의 따님이라는 것입니다.”

한 차장은 심각한 얼굴로 이야기를 했지만 동현에겐 대통령이 아니라 그 이상이라 해도 별로 놀랄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동현은 그놈이나 저놈이나 같은 종자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동현은 대통령의 딸이나 식당에서 일하는 종업원이나 같은 인간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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