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화
미연이 운영하는 프러포즈는 인근에 제법 이름이 알려져 있었는데 그 지역 조직들은 절대 출입불가인 가게였다. 동현의 아내인 미연이 운영하는 가게를 건드려서 조직이 망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동현은 건드리지만 않으면 무섭지 않은 놈이라고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조직들도 절대 프러포즈에는 출입을 하지 않고 오히려 주변에 건들거리는 놈들이 있으면 단속을 해주고 있었다.
하지만 암영단이 아무도 모르게 그런 미연을 보호하고 있다는 사실은 비밀이었다. 미연에게 접근하는 놈들은 암영단이 먼저 확인을 하고 있어서 아직까지는 아무런 일이 생기지 않고 있었다.
이는 재영과 지연도 마찬가지였다. 동현은 암영단을 이용해 가족들에 대한 보호를 철저히 하고 있었는데 가족 중에는 처가의 식구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미연의 처가엔 외삼촌들도 있었는데 모두 보호할 수는 없는 일이라 직계만 그렇게 관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가네마가 정보단을 확실히 만들게 되면 국내에서는 동현의 가족들에 대한 동향을 언제든지 파악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그때는 모든 가족들이 보호를 받을 수 있었다.
오늘도 조직원들이 가게 근처에 자리를 잡고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저기는 꼴통 형님네 가게니까 절대 접근하지 마라. 나중에 형님들에게 죽고 싶지 않으면 말이다.”
“예. 저희도 알고 있습니다, 형님.”
동현의 가게 주변에는 조직원들이 진을 치고서 건들거리는 놈들로부터 보호하고 있었다.
“형님, 저기 보이는 놈은 그냥 보낼까요?”
한 놈이 이상한 옷을 입은 놈들을 가리켰다.
“저 시키들은 또 누구냐? 가서 잡아와.”
“예, 형님.”
건달들이 이상한 옷을 입은 놈들에게 다가가자 놈들이 그런 조직원을 보고는 바로 뒤돌아 도망을 가기 시작했다.
“야! 뛰어.”
놈들이 도망을 가자 조직원들은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고함을 질렀다.
“너희 새끼들! 도망가면 모를 줄 아냐? 이미 얼굴 다 보았으니 나중에 잡히면 어디 하나 부러질 줄 알아라.”
조직원들이 고함을 질렀지만 도망을 가는 놈들에게는 들리지 않는지 빠르게 뛰어 사라져 버렸다. 조직원들은 덩치를 키워서 그런지 달리기는 못해서 놈들을 놓칠 수밖에 없었다.
“에이, 날마다 이게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네.”
놈들을 쫓아갔던 조직원들이 다시 돌아오면서 중얼거렸다. 이들은 조직의 상부에서 지시한 것이긴 했지만 가게를 보호하는 일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조폭이면 조폭답게 생활해야 하는데 이건 무슨 경호원도 아니고 남의 가게나 보호하고 있으니 기분이 좋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보호를 받는 동현의 가게는 이상한 놈들을 보지 않아 더욱 많은 손님들이 오게 되었다.
한편 동현이 있는 천룡문에도 손님이 찾아왔다.
“문주님, 손님이 오셨습니다.”
“오늘 약속이 되어있었나?”
“아닙니다. 그런데 정부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정부에서 무슨 일로 왔냐?”
동현은 정부에서 자신을 찾아올 이유가 없었기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렇지만 그냥 보낼 수는 없는 일이라 우선은 만나기로 결정을 내렸다.
“일단 만날 수 있게 준비를 해라.”
동현이 허락을 하자 손님은 빠르게 접객실로 안내되었다.
손님이 있는 방에 도착한 동현이 방문을 여니 안에는 50대의 중후한 인상을 가진 남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동현이 들어오자 남자가 급히 일어섰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외무부에 근무하는 정기철이라고 합니다.”
남자가 자신의 이름을 말하며 품에서 명함을 꺼냈다.
외무부에서 자신을 찾아왔다고 하자 동현은 의문스러운 눈빛을 보였다.
“오시면서 들으셨겠지만 천룡문의 문주인 김동현입니다. 그런데 외무부에서 저를 만나러 오실 이유가 있습니까?”
동현은 정부와는 절대 관계를 맺고 싶지 않았다. 정치를 하는 놈들과 엮여서 좋은 꼴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하하, 그렇게 경계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도움을 받고 싶어 정식으로 찾아온 것이니까요.”
남자는 동현에게 명함을 건네주며 이곳을 찾아온 이유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남자가 온 이유는 바로 천룡문에서 해외에 만들려고 하는 용병 회사를 이용하고 싶어서였다.
동현은 회사는 차렸지만 아직 건물도 완성이 되지 않아 이름만 있을 뿐인데 어떻게 알고 자신을 찾아온 건지는 모르지만 용병을 고용하려는 이유가 궁금해졌다.
“우리를 고용하고 싶어 하는 것은 알겠는데, 무슨 일을 하시려고 그럽니까?”
“용병은 돈만 주면 일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닙니까?”
남자의 말이 틀리지는 않았지만 동현은 남자가 무언가 감추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전투를 하는 것이 전부이기는 하지만 최소한의 설명은 듣고 일을 합니다. 만약에 돈을 받고 계약을 했는데 그 뒤에 마약을 운반해 달라고 하면 할 수 없는 일 아닙니까.”
동현의 말도 틀리지는 않았기에 남자는 바로 반박할 수 없었다. 남자는 잠자코 앉아 무언가 생각하는 눈치였다. 동현은 그런 남자를 보며 지금 망설이고 있다는 걸 알았다.
‘무슨 일인데 저러는 거지?’
남자의 행동을 보니 동현은 더욱 궁금해졌다. 용병 일을 맡기고 싶다면서 말을 하지 않으려는 의도가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동현은 신이 아니어서 말을 하지 않으면 알 수가 없기 때문에 남자가 말을 해줄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잠시 동안 침묵이 이어진 후 남자가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이번 계약은 절대 비밀이 지켜져야 합니다. 그 약속이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니 먼저 비밀을 엄수할 것을 약속해 주십시오.”
남자가 절대적으로 비밀을 지켜야 한다고 말하자 동현은 이번 일이 엄청 위험한 일이라는 것을 느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그렇게 중요한 일이라면 우리는 하지 않을 겁니다. 말만 들어도 위험하다는 포스가 풍기는데 그런 일을 하라고 수하들을 보낼 순 없습니다.”
동현은 냉정하게 거절했다.
하지만 남자는 그런 동현을 바라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다시 말했다.
“이번 일은 정부 차원에서 해야 하는 일이라 귀하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겁니다. 만약 이번 일을 이행하지 않으면 상당히 좋지 않은 일이 생길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 주십시오.”
남자의 말은 거의 협박에 가까웠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동현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냥 가라. 말로 할 때 가는 것이 좋을 거야. 그리고 천룡문을 건드리고 싶으면 그렇게 해봐.”
화가 난 동현이 반말로 대답하자 남자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이거 소개를 한 한 차장 입장을 생각해서 좋게 말하려고 했는데 젊은 놈이 정말 싸가지가 없네.”
남자는 국정원의 한만성 소개로 이곳에 오게 되었다는 말을 해주었다. 그러면 동현이 조금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호국 가문의 한 차장이 그런 말을 했다는 말이지?”
동현은 바로 품에서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남자는 그런 동현의 행동에 놀라는 얼굴이었다.
드드드.
―어쩐 일로 연락을 하셨습니까, 문주님?
“한 차장, 여기로 이상한 인간을 보낸 게 당신이요?”
동현의 목소리가 차갑게 변해있는 것을 알아차린 한 차장은 마음이 다급해졌다. 천룡문의 비위를 거슬러서 좋을 일이 없기 때문이었다.
동현의 이야기를 듣던 그는 어제 자신을 찾아와 위험한 일을 할 수 있는 단체를 소개해 달라고 했던 남자가 떠올랐다.
그때 한 차장은 가장 무력이 강한 천룡문을 생각했고, 위험한 만큼 엄청난 돈을 받을 수 있기에 천룡문이라면 할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소개를 해주었었다. 그런데 지금 보니 상대가 엄청난 실수를 한 모양이었다.
한 차장은 우선 상황을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문주님, 우선 제가 그 남자와 이야기를 하고 자세하게 설명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절대 다른 뜻은 없었으니 오해는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한 차장이 정중하게 사과를 하자 동현도 마음이 누그러져서 얼굴이 조금 풀렸다.
“알겠소. 당장 이 사람이 사라지기를 원하니 그렇게 해주시오. 그리고 설명 부탁하오.”
동현의 말에 한 차장은 일단 상황이 나쁘게 변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했다.
―알겠습니다. 제가 바로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문주님.
동현과 통화를 마친 한 차장은 바로 직통 라인을 이용해 남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시간이 없어 직통 전화를 사용한 것이다.
남자는 갑자기 품에서 벨소리가 울리자 핸드폰을 꺼냈다. 그리고 국정원 직통 라인임을 확인하고는 바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당신 미친 것 아니요? 거기가 어디라고 가서 지랄을 하는 거요?
남자가 전화를 받자 한 차장의 입에서 좋지 않은 소리가 튀어나왔다. 전화를 건 사람이 한 차장이라는 것을 안 남자는 한 차장이 자신에게 엄청 모욕적인 언사를 사용하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
“아니 한 차장님, 말씀이 너무 지나친 것 아닙니까?”
한 차장의 말에 화가 난 남자가 따졌다. 자신이 비록 국정원 한 차장보다 딸리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그런 소리를 들을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여보시오, 내가 소개해 주면서 한 말은 기억을 못 하는 거요? 분명히 가서 최대한 조심스럽게 말을 하고 실수하지 말라고 했는데, 가서 개소리나 하고 있으니 하는 소리가 아니요. 당장 사과하고 나오시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내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요.
한 차장은 진심으로 화를 내고 있었다.
남자도 한 차장의 말이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라는 것 정도는 느끼고 있었다. 그렇지만 자신이 실수를 인정하고 싶지는 않았다.
“한 차장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니 그냥 가기는 하겠지만 이번 일에 대해 명확하게 해명을 해주셔야 할 겁니다.”
남자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동현은 남자가 하는 짓을 보며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지만 우선은 한 차장 선에서 해결할 수 있게 가만히 보고만 있었다.
동현은 정부에서 일한다는 것만 가지고 저렇게 행동하는 남자가 이해되지 않았다.
‘우리나라 고위직에 있는 놈들은 다 저런가?’
동현은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그러지는 않을 것 같았다. 저런 놈들만 있으면 나라가 망해도 벌써 망했을 테니.
친일파니 친미파니 하는 놈들이 설치는 것을 보면 속이 좋지 않았지만 정치와는 다른 길로 가고 싶어 참고 있었는데 만약에 놈들이 먼저 자신을 건드리면 절대 좌시하지 않을 생각을 가지고 있는 동현이었다.
동현이 내심 그런 결심을 하고 있을 때 남자가 차가운 눈빛으로 동현을 바라보았다.
“제법 높은 분들을 알고 있다고 고자세로 나오는 것 같은데, 나중에 한번 봅시다. 오늘은 그만 가겠소.”
남자는 그렇게 말하고는 문을 열고 나가버렸다.
동현은 그런 남자를 보며 웃기지도 않는 놈이라는 생각을 했다.
―아니, 저런 놈도 정부의 일을 하는 거야? 세론, 놈에 대해 조사 좀 해라.
―예, 마스터.
세론도 남자가 하는 짓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에 바로 대답을 했다. 아직은 가네마가 정보단을 확실하게 정리하지 않았지만 남자 한 명의 정보 정도는 충분히 모을 수준은 되었다.
세론의 대답을 들으면서도 동현은 정말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잘 있는 사람을 찾아와서는 저런 말도 되지 않는 소리를 하고 가버리니 동현의 입장에서는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한편 남자와 통화를 마친 한 차장은 바로 외무부에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나는 국정원에 근무하는 한만성 차장인데 거기 장관님 좀 바꿔주시오.”
한 차장은 장관과 잘 아는 사이였다. 이번에 천룡문에 잘못을 했다고 생각하는 한 차장은 어떻게 하든 자신이 마무리해야 할 것 같아 장관에게 직접 전화를 건 것이었다.
============================ 작품 후기 ============================
에구 글을 너무 붙여서 쓰는 바람에 보시기 힘들다고 하여 이번에 모두 바꾸었습니다.
그동안 불편하게 하여 죄송하고요.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선작과 추천 그리고 쿠폰 주신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