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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드리지마-189화 (188/222)

189화

동현은 미연과 같이 회를 먹기 위해 이동을 하려고 했다. 동현이 혼자였으면 그냥 가지는 않았겠지만 미연과 있을 때는 되도록 조용히 지내고 싶어서 자리를 피했다.

동현과 미연이 회를 먹기 위해 이동을 했고 싸움이 일어났다는 신고를 받은 경찰들이 와서 소란도 정리가 되었다.

동현은 차를 타고 가장 회를 잘하는 식당으로 갔다.

“자기야, 바다 횟집으로 가면 안 될까?”

미연은 결혼을 한 후 동현에 대한 호칭을 자기라고 불렀다. 오빠라고 하기에는 눈치가 보여 가장 편하게 부를 수 있는 호칭으로 자기를 선택한 것이다.

“당근 되지. 지금 바로 모시겠습니다, 부인.”

동현은 대답과 동시에 차를 몰았다.

바다 횟집은 동현과 미연이 자주 찾는 곳인데 회가 싱싱해서 좋았다. 바다 횟집은 동현이 살고 있는 집과 그리 멀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은 들어가는 입구에서부터 이상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응? 오늘은 이 집이 좀 이상하네?”

동현이 중얼거리며 문을 열고 들어가자 미연도 뒤따라 들어갔다.

동현이 안으로 들어가니 제법 많은 사람들이 모여 회를 먹고 있었는데 그 사람들이 문제였다. 바로 이 근방에 있는 조직이 회식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근방에 있는 조직들치고 동현을 모르는 놈이 없었기에 동현이 들어오자 조직원이 황급히 일어나 90도로 허리를 구부렸다.

“형님, 안녕하십니까.”

팔에 문신이 있는 사람이었는데 동현도 알고 있는 놈이었다. 동현의 얼굴은 모르지만 그의 명성은 모두 알고 있었기에 문신의 남자가 인사하는 것을 본 다른 조직원들도 모두 일어나 인사를 했다. 이건 마치 동현이 조직의 보스인 것 같은 모양새였다.

동현은 황당한 상황에 인상을 썼다.

“너는 기현이 아니냐?”

“예, 형님. 맞습니다.”

“오늘 너희들 회식하는 날이냐?”

“예, 아직 큰형님이 오시지 않아 저희들끼리 마시고 있습니다, 형님.”

오늘이 회식하는 날이라는 말에 동현은 기분이 상했다. 오랜만에 회를 먹으러 왔는데 하필이면 조직의 회식날이었기 때문이다.

동현이 미연에게 가장 감추고 싶은 모습이 바로 이런 모습이었는데 오늘 제대로 들켜 버렸으니 동현의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

동현은 뒤에 있는 미연을 돌아보았다. 그때 기현이 미연을 보고는 다시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형수님, 안녕하십니까. 형님 동생 기현입니다.”

“형수님께 인사드립니다.”

조폭들이 자신을 형수님이라고 부르자 미연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동현이 제법 실력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런 조폭들까지 인사를 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아, 예…….”

미연이 황당한 표정을 짓자 동현은 바로 뒤돌아서 기현을 쏘아보았다. 그런 동현의 눈빛에 기현은 속으로 기겁을 하고 말았다. 오늘 자신이 무언가 실수를 했다는 것을 느낀 것이다.

꼴통이 화가 나면 누구도 상대할 수 없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 기현이었고, 어지간한 조직들은 동현이 종암동에서 벌인 일들을 모두 알고 있기 때문에 동현의 심기를 건드리는 놈은 없었다.

그런데 오늘 자신이 실수를 했고 그 실수로 인해 잘못하면 조직이 박살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자 기현은 절로 몸이 떨렸다.

후덜덜.

기현이 몸을 떨자 주변에 있던 동생들은 왜 그러는지 몰라 의문스러운 눈으로 기현을 바라보았다.

그때 문이 열리면서 일단의 남자들이 들어왔다. 남자들은 들어오면서 입구에 있는 동현을 보게 되었고 그중 한 명이 놀라서 동현의 별명을 불렀다.

“헉! 꼴통 형님!”

남자의 말에 다른 이들도 놀란 얼굴로 동현을 바라보았다. 이들 중에는 동현과 친분이 있는 남자도 있었다. 남자는 조직의 보스 형찬이었는데, 형찬은 동생놈의 말실수로 인해 잘못하다가는 오늘 이 자리가 자신의 제삿날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형찬이 황급히 동현에게 다가갔다.

“이게 누구야? 동현이 아냐? 반갑다. 정말 오랜만에 보네.”

형찬은 동현이 자신의 별명을 정말 싫어한다는 사실을 알기에 먼저 선수를 치며 반갑게 인사를 했다.

남자의 말에 얼굴이 일그러져 있던 동현은 마지못해 형찬의 인사를 받아주었다.

“형찬이 형, 오랜만이네. 그동안 신수가 좋아졌나봐.”

동현의 목소리가 좋지 않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낀 형찬은 식은땀을 흘렸다. 형찬이 조직의 보스로 있는 동안 이렇게 긴장을 해본 적이 없을 정도였다.

“어, 나야 요즘 조금 살 만해져서 그렇지. 오랜만에 봤는데 같이 한잔할래?”

“아니, 오늘은 아내와 같이 회나 먹으려고 했는데 자리가 좋지 않으니 다른 곳으로 가야겠어. 나중에 내가 찾아갈게.”

동현이 직접 찾아오겠다는 말에 형찬의 얼굴은 대번에 창백해지고 말았다. 동현이 자신의 조직을 찾아올 이유가 없으니 그런 동현의 속뜻이 눈에 보였던 것이다.

“아…니, 올 필요까지는 없어.”

일생 최대의 위험을 느낀 형찬은 말까지 더듬을 정도였다. 동현이 강남과 종암동에서 한 짓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같은 동네 출신이기 때문에 동현이 형이라고 부르지만 사실 형찬은 동현과는 흔히 말하는 레벨이 다른 존재였다. 오죽하면 별명이 꼴통이라고 불리고 있겠는가 말이다. 동현은 조직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가장 피해야 하는 인물로 통하고 있었다.

전국구 주먹도 동현에게는 실력이 딸린다는 건 이미 모든 조직에 알려져 있었고 가장 껄끄러운 인물로 통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조직원들이 동현을 피하고 있었다.

동현은 형찬을 보며 속으로 웃었지만 지금은 미연과 다른 곳으로 가는 것이 먼저였다.

“나가서 다른 곳으로 가자.”

동현의 말에 미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조폭들이 있는 곳에서 회를 먹고 싶은 생각은 없는 미연이었다.

미연과 횟집을 나가던 동현은 형찬에게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

“형찬이 형, 나중에 보자.”

동현의 싸늘한 목소리에 형찬은 정말 기절하고 싶을 지경이었다. 동현의 공포는 형찬에게만 주는 것이 아니었다.

오늘은 미연이 있어 동현이 내기를 사용하지 않았지만 만약에 그녀가 없었다면 오늘 이들은 모조리 박살이 났을 것이다.

동현이 나가자 형찬은 고함을 지르며 동현의 별명을 부른 남자를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야, 이 개새끼야! 죽으려면 혼자 죽을 것이지 조직까지 말아 먹고 싶어서 그 지랄을 떠는 거냐?”

퍼퍼퍼퍽.

“아악,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 형님.”

남자도 동현이 별명을 부르는 걸 싫어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동현을 보는 순간 너무도 놀란 나머지 자신도 모르게 별명을 부르고 만 것이었다.

남자는 기분 좋게 회식을 하러 왔다가 모질게 맞고 있었지만 잘못을 빌 수밖에 없었다. 만약 동현이 진짜 조직을 찾아오게 되면 그때는 정말 살아남기 힘들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모두 쉬쉬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조직에선 강남에서 죽은 이들이 얼마나 되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종암동의 조직은 모조리 병신이 되어 이제는 더 이상 조직 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하게 망가졌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감히 동현에게 대항하려는 조직은 없었다.

그만큼 동현은 적이라고 생각하면 잔인하게 박살을 낸다는 인식을 각 조직들에게 심어주었고 조직들도 그런 동현과 엮이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렇게 악명이 자자한 동현과 좋지 않게 만나게 되었으니 형찬은 지금 패고 있는 놈을 죽이고 싶을 정도였다.

“미치려면 너 혼자 미칠 것이지, 하필이면 그 미친놈의 별명을 입에 담고 지랄이야.”

형찬의 말에 다른 조직원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은 남자가 별명을 부르는 바람에 동현의 정체를 알게 되었고 그 별명을 가진 남자가 얼마나 위험한 존재인지 알고 있었기에 모두 긴장을 하고 있었다.

형찬이 그러고 있을 때 동현은 미연과 다른 횟집으로 가고 있었다.

“괜찮아? 얼굴이 안 좋아 보여.”

“저기, 나 한 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는데요?”

미연의 말에 동현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그래도 의연하게 대처하기 위해 웃는 얼굴로 미연을 바라보았다.

“응, 이야기해 봐.”

“아까 만난 사람들 모두 조폭이지요?”

“그래, 나하고 같은 동네 출신도 있었어.”

“그러면 자기도 과거에 조폭이었어요?”

미연은 동현을 대하는 그들의 행동을 보고 동현이 과거에 조폭의 일원이었을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동현은 그런 미연의 말에 피식 웃고 말았다.

“내가 과거에 조폭들과 많이 싸운 것은 사실이지만 조폭은 아니야. 오히려 그런 놈들을 박살 내주고 다녔으니까.”

사실 동현은 조폭이 아니었고 오히려 조폭들과 싸움을 할 정도로 저들과는 좋지 않은 관계였다.

“그러면 저들이 자기를 대하는 것은 왜 그래요?”

미연의 말에 동현은 한 가지 묘안을 생각해 냈다.

“당신도 알겠지만, 나는 무술을 익히고 있어. 그래서 함께 무술을 익히는 동료들이 많아. 그들과 조폭들이 싸우게 되면 조폭은 상대가 되지 않게 박살을 내줄 수 있어. 과거에 내가 동료들과 함께 조직 하나를 박살 낸 적이 있는데 그 일 때문에 저들이 나를 두렵게 생각하고 있는 거야.”

동현의 설명에 미연은 이제야 조폭들이 동현을 무서워하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동현이 미연에게 거짓말을 한 것은 동료 없이 혼자 박살을 낸 것을 동료들과 함께했다고 한 것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사실이었다.

“그러면 조폭하고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거지요?”

미연이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절대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 조폭은 하라고 해도 내가 싫어서 하지 않아.”

“휴우, 다행이다. 나는 자기가 아까 만난 사람들과 같은 조폭인 줄 알고 걱정했단 말이에요.”

미연은 조폭도 떨게 하는 동현의 모습에 솔직히 겁이 나기도 했지만 동현이 혹시 전직 조폭이 아닐까 싶어 불안했었는데 조폭과는 아무 상관없는 무술가라고 하자 마음에 안정을 찾았다.

“하하하, 자기 신랑이 하는 일이 뭔지 알고 있으면서 그런 걱정을 하고 있었어? 조폭들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으니 이제 그런 생각은 잊어버려.”

동현은 미연을 안심시키고는 바로 횟집으로 갔다. 동현이 사는 동네이기 때문에 횟집이 어디 있는지는 잘 알고 있어서 금방 찾아갈 수 있었다.

동현이 미연과 외식을 하고 있을 때 세론은 흑마인 문제로 골머리를 싸매고 있었다.

‘이상하네?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일까?’

세론은 흑마인이 키메라보다 더 강한 것은 만족했지만 이들이 영혼을 주입하지 않았는데도 생각을 하고 말을 한다는 것에 좋아했다가 동현과 이야기를 하면서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흑마인의 몸은 죽은 것이 아니고 자신의 강력한 세뇌로 몸이 살아나면서 정신도 살아난 것이라고 보아야 하기 때문이었다.

흑마인의 몸이 고대의 비법과 약물로 강하게 만들어졌다면 세론은 그런 흑마인의 몸을 더욱 강하게 하기 위해 마법을 이용하게 되었고, 그런 과정에서 흑마인은 더욱 강해지기는 했지만 마법과 이들이 익히고 있는 마공의 충돌로 인해 정신이 깨어나게 된 것이다. 물론 마기에 잠식되지 않은 채.

다만 한 가지 이상한 것은 정신이 깨어나면서 마기가 이상하게 변해 버렸다는 것이었다. 조금 이상했지만 세론의 강력한 세뇌가 발동하는 바람에 흑마인들은 절대적인 충성을 하고 있었다. 물론 세론의 주인이 동현이기에 동현의 말에 절대적으로 복종해야 한다는 것을 이들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세론은 그중 한 흑마인을 보고 있었다. 나이는 이제 30대 정도로 보였지만 지금 여기에 있는 흑마인들 중에서 가장 강한 흑마인이라 흑마인들의 수장으로 선택된 놈이었다.

============================ 작품 후기 ============================

헉! 건드리지마를 두려워 하지마에 연재를 하는 바람에 잽사게 지우는 불상사를 ㅠㅠㅠ이런 실수를 하면 안되는데 어제 먹은 술 때문에 아직도 정신이 몽롱하네요 ㅎㅎㅎ아무튼 앞으로 주말이니 일종의 보너스라고 생각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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