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화
수호대의 실력은 다른 가문의 무인들과 비교해도 상당한 경지에 도달해 있었기 때문에 스스로 노력을 하게 되면 더욱 강해질 수 있었다. 수호대 대원들이 연일 최선을 다해 수련을 하고 있다는 건 동현도 이미 알고 있었다.
스스로 노력하는 자만이 성취할 수 있다는 것이 천룡문주인 동현의 가르침이었기에 수호대는 죽을 각오를 하고 수련에 매진하고 있었다. 지옥 훈련은 이들도 절대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었다.
대강 일을 마친 동현은 미연을 만나러 가기로 했다. 요즘 그는 최대한 시간을 내서 미연과 함께 보내려 하고 있었다.
“나는 약속이 있어 나가니 문제가 생기면 바로 연락을 해라.”
“예. 알겠습니다, 문주님.”
동현이 사라지자 영민은 한숨을 내쉬었다.
‘드디어 가셨네. 이제는 옆에 있기만 해도 숨을 쉴 수가 없으니 이거 정말 나에게 문제가 있는 거 아냐?’
영민은 동현이 강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이렇게 마음 깊이 공포를 느끼게 될 줄은 몰랐었다.
천룡문에 속해있는 무인들은 전부 동현에게 공포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는 동현이 그렇게 만들려고 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그의 강한 무력을 본 무인들이 스스로 두려움을 갖게 된 것이었다. 게다가 동현이 가끔 보여주는 기세는 이들이 공포심을 갖기에 조금도 부족하지 않았고 말이다.
동현은 차를 몰고 아내인 미연이 있는 곳으로 가고 있었다.
―마스터, 해외 용병 회사를 만드는 일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오호, 그래? 언제 마친 거야?
―오늘 정리가 되었습니다. 이제 회사가 있을 장소만 만들면 바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동현은 천룡문의 무인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갖게 해주기 위해 용병 회사를 만든 것이었다.
―그러면 애들 중에 실력이 있는 놈들하고 그렇지 않은 놈들을 함께 보낼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하고, 건물은 세론이 알아서 구입을 해놔.
해외에는 아직 키메라들이 남아있기 때문에 건물을 구입하는 일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돈이야 바로 입금해 주면 되는 것이라 동현이 신경을 쓰지 않아도 세론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다.
―그렇게 할게요. 그런데 아무 건물이나 사도 되는 건가요?
나중에 다른 말을 듣고 싶지 않은 세론이 물었다. 제 마음대로 건물을 사면 나중에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지랄을 할 인간이 바로 동현이었기 때문이다.
―그냥 적당한 건물로 사서 애들이 묵을 수 있게 만들어.
―안에 숙소도 있어야겠네요?
―해외로 나가는데 잘 곳은 있어야지. 먹는 것도 같이 해결할 수 있게 하고.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는 말을 가장 잘 느끼고 있는 동현이었기에 해외로 나가는 수하들이 고생하지 않도록 먹는 것과 잠자리는 좋은 것으로 만들어주고 싶었다.
수련이라는 명목으로 나가는 것이지만 한국의 다른 가문들이 원하는 것을 동현은 모르지 않았다. 저들은 기득권을 놓치기 싫어서 천룡문이 해외로 나가기를 바라지만 동현은 완전히 나갈 생각은 아니었다. 일부만 해외로 나가 경험을 쌓고 일부는 국내에 남아 다른 일을 처리하게 하려고 했다.
‘내가 안 나가겠다는데 지들이 어떻게 할 거야?’
동현은 은근히 똥고집이 있어서 남들이 원하는 대로 움직일 생각은 없었다. 이계를 다녀오고 나서는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생활하려는 것이 동현의 생각이었다.
―마스터, 숙식을 모두 해결하려면 건물이 작으면 곤란할 것 같습니다.
―건물은 커도 상관이 없으니 애들이 먹고 자는 것을 더 신경 써주라는 말이다.
―알겠습니다. 알아보고 적당한 건물을 매입해서 바로 수리를 시작하겠습니다.
―그래, 최대한 빨리 하라고 해. 나 기다리는 거 참 싫어하는 것 알잖아.
―걱정하지 마세요. 최대한 빨리 처리를 하지요. 그리고 전에 말씀드린 놈이 내일이면 완성이 될 것 같습니다.
세론의 말에 동현의 눈빛이 빛났다. 세론이 전에 키메라보다 강한 특별한 놈을 만들고 있다고 했기에 은근히 기대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 그 흑마인인가 하는 놈들보다 강한 건가?
―예, 흑마인들을 새롭게 만든 것이라 더 강하게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흑마인과는 다르게 키메라처럼 스스로 생각도 할 수 있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생명체를 만든 세론은 자부심을 가지고 말했다. 아마도 흑마인 세 명은 모여야 자신이 만든 키메라를 상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세론이었다.
―호오, 그렇게 강하단 말이지? 가만, 생각을 할 수가 있다고? 무슨 에고냐?
―예, 에고를 새롭게 만들어서 이들에게 사용을 했으니 에고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마스터.
세론의 말에 동현은 황당한 표정이 되고 말았다. 세론이 에고를 만들었다고 해서였다. 세론도 에고인데 그런 세론이 새로운 에고를 만들었다고 하자 동현은 조금 다른 기분이 들었다.
―세론, 너 심심하냐?
―예? 무슨 말씀이신지요?
―아니면 에고를 만들 이유가 없잖아?
동현의 질문에 세론은 자신이 에고라는 것을 자각하게 되었다. 사실 에고가 에고를 만드는 것은 거의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에고라는 것이 그렇게 쉽게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영혼의 존재를 집어넣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세론이 지금 에고를 만든 것은 엄청난 일이었다.
‘가만, 내가 만든 에고에 영혼이 있던가?’
동현의 말에 세론은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자신이 영혼이 없어도 에고를 만든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세론과 동현이 잘못 알고 있는 것이 있었는데, 흑마인은 비록 강시이기는 하지만 이들도 영혼은 남아있었다.
세론이 세뇌를 하는 바람에 이들의 영혼이 완전히 복속되기는 했지만 이번 실험을 통해 이 영혼들이 다시 살아나게 되었고, 그로 인해 생각을 하는 강시가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하지만 세론은 그런 사실을 알지 못하니 새로운 에고를 만든 것만 생각하고 자랑을 하는 중이었다. 그러나 세론은 아무리 생각해도 영혼을 다루지는 않았기에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마스터, 무언가 이상한 것이 있습니다. 사실 제가 이들을 가지고 실험을 하기는 했지만 영혼을 다루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들은 어떻게 생각을 하는 존재가 되었을까요?
세론의 말에 동현은 더욱 황당한 표정이 되었다.
―그러니까, 영혼이 없는데도 에고처럼 생각을 하고 있다는 말이냐?
―예, 저는 영혼은 생각하지도 않았는데 실험을 하면서 말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생각을 하게 되었고요?
세론의 말을 들은 동현은 흑마인에게 자신이 모르는 무언가 다른 것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혹시 흑마인이라는 존재들이 죽지 않았던 것 아냐?
죽지 않고 강시가 되었다면 충분히 이해가 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이해가 되지 않는 현상이었다.
동현의 말을 들은 세론은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아 흑마인들을 다시 살펴보아야겠고 생각했다.
―마스터, 제가 이들을 다시 조사해 본 다음에 보고를 하겠습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좋을 거야. 괜히 이상하게 만들지 말고 말이야. 그리고 좀 적당히 해라.
동현의 말에 세론은 조금 삐치려고 했다. 자신이 이처럼 힘들게 고생을 하는 이유가 바로 동현 때문인데 그런 자신에게 저렇게 말을 하니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
―치, 마스터는 나만 갖고 그래.
세론이 한마디 하고는 조용해지자 동현은 입가에 작은 미소를 지었다.
―자식이, 이제는 삐치기도 하네? 흐흐흐, 그래도 너는 내 손 안에 있으니 까불지 마라.
동현이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지만 세론은 더 이상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동현은 서둘러 미연이 있는 곳으로 갔다.
세론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기는 했지만 말을 마치자마자 바로 머릿속을 포맷해 버렸기 때문이다.
프러포즈 입구에 도착한 동현은 빠르게 차에서 내렸다. 이제는 가게가 상당히 유명해져서 미연이 관리하기 벅차 밑에 사람들을 두고 운영을 하는 중이었다.
동현이 도움을 주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계속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미연이 모든 것을 직접 관리해야 했다. 그래서 아무래도 분주할 수밖에 없었다.
“어서 오십시오, 사장님.”
“어, 수고 많아.”
동현은 손을 흔들어주며 사무실로 올라갔다. 사무실 안에선 미연이 바쁘게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나 왔어. 바빠?”
“언제 왔어요? 잠시만 기다려줘요. 이거만 하면 끝나요.”
“어, 천천히 해.”
동현은 미연이 마무리를 할 수 있도록 말을 걸지 않고 사무실에 마련되어 있는 커피를 타기 시작했다. 이곳에 오면 가장 먼저 커피를 타서 마시는 것이 동현의 일상이었다.
동현이 커피를 마시고 있을 때 미연이 드디어 일을 마쳤는지 고개를 들며 팔을 휘저었다.
“이제 마쳤어요.”
“그래, 수고했어. 힘들면 사람을 더 고용하라고 했잖아.”
“인건비가 가장 많이 드는 거예요. 우선은 인건비를 줄일 수 있으면 줄여야지요. 그래야 남는 것이 있어요.”
동현이 보기에 미연은 참 알뜰한 여자였다. 식당을 하면서 아낄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아끼는 여자였기에 남들에겐 짠순이처럼 보일 수도 있었다.
“인건비를 줄이는 것도 좋지만 우리 마누라가 고생하는 모습을 보니 내가 마음이 아파서 그렇지.”
“호호호, 그래도 어쩔 수 없어요. 여기서 벌어서 미래를 준비해야 하니까요.”
미연은 최대한 아낄 수 있으면 아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는 미연이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 돈에 대해 아주 좋지 않은 기억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돈 때문에 너무도 힘든 시절을 보냈었고 이제 두 번 다시는 그런 경험을 하고 싶지 않았기에 지금 최대한 돈을 아끼려는 것이다.
동현은 그런 미연을 보며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은 그냥 미연이 하는 것을 보고만 있었다. 사실 동현이 가지고 있는 돈을 미연에게 알려줄 수 없기 때문이기도 했다.
동현은 미연과 그냥 평범한 부부로 살고 싶었다. 그는 미연이 자신의 능력을 알게 되면 지금처럼 살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래, 우리 마누라가 그렇게 알뜰하니 우리는 금방 부자가 될 거야.”
“호호호, 그럼요. 당연히 부자가 돼야지요.”
미연은 부자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그래서 동생들도 힘들지 않게 살게 해주고 싶었는데 이제 그런 희망이 눈에 보이니 더욱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
동현과 미연은 다정하게 가게를 나왔다. 야간에는 식당을 책임질 사람이 따로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미연은 밤에 둘이 보내는 시간만큼은 절대 방해받고 싶어 하지 않았다.
둘은 동현의 차를 타고 오랜만에 한강이 보이는 곳으로 갔다. 많은 사람들이 한강에 놀러오기 때문에 조금 복잡하기는 했지만 둘은 그런 것에는 신경 쓰지 않고 둘만의 시간을 보냈다.
“저기 보이는 사람들은 조금 이상하지 않아요?”
“뭐가 이상해?”
미연이 지적하는 곳에는 중년의 남녀가 있었다.
“제가 보기에는 부부 같지는 않은데 저렇게 다정하게 지내고 있으니 말이에요.”
미연의 말은 두 사람이 불륜 관계로 보인다는 뜻이었다. 물론 둘 다 돌싱일 수도 있지만 미연의 눈에는 불륜으로 보이는 모양이었다.
“우리 저런 것에 신경 쓰지 말고 우리만의 시간을 보내자.”
미연은 동현이 남의 일에 관여하는 것을 싫어한다는 것을 알기에 바로 미소를 지었다.
“알았어요. 그렇게 해요.”
미연이 웃자 동현은 그런 미연이 참으로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
동현과 미연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갑자기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동현은 급히 내기를 이용해 소란이 일어난 곳에서 나는 소리를 들었다. 술을 마신 젊은 남자들이 패를 만들어 싸우고 있었다.
“우리 다른 곳으로 이동하자.”
동현은 미연이 나쁜 구경을 하지 못하게 다른 곳으로 가자고 했다. 미연도 눈치는 백단이었기에 금방 알아들었다.
“돌아다니는 것도 힘드니 그냥 회나 먹으러 가요.”
“그렇게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