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화
영민이 떠는 모습을 본 수호대는 마음속으로 무사하길 빌어주었다. 수호대도 이미 동현을 겪어보았기 때문에 이제 어떤 일이 남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한편 자신의 서재로 돌아온 동현은 팔에 입은 상처를 치료하고 있었다.
“힐링!”
동현이 간단하게 마법으로 치료를 하자 팔의 상처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동현이 팔에 부상을 입는 상황을 피하지 않은 이유는 화랑 가문이 자신에게 빚을 지게 하려는 의도에서였다. 그냥 있으면 저들은 원로들이 당한 것만 생각하겠지만 이렇게 그가 부상을 입게 되면 상황은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가문으로 돌아가면 아마도 두 원로는 이제 사람대접을 받기는 틀렸을 것이고, 앞으로 저들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네.”
동현은 원로들이 하는 짓이 마음에 들지 않아 그런 것이기는 하지만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기는 했다. 이제 더 이상 무인으로서 생활할 수 없도록 해주었기 때문이었다.
무인이 내공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면 어떤 상태가 되는지는 동현 자신이 더 잘 알고 있었다.
가문으로 돌아온 화랑 가문의 가주와 장로는 가장 먼저 두 원로의 몸을 점검하게 했다.
“원로분들의 몸을 먼저 살펴주시오. 우리가 긴급 조치는 하였지만 내가 보기에 단전에 문제가 생긴 것 같으니 말이오.”
가주의 말에 가문의 의료를 담당하는 장로는 눈이 동그래졌다.
“단전에 문제가 생겼다고요?”
“아마도 그런 것 같으니 조심스럽게 살펴주시기 바라오. 그리고 이번 일은 절대 가문에 소문이 나서는 안 되니 조심해 주시오.”
가주의 부탁에 의료를 담당하는 장로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음속으로는 궁금증이 몸살을 치고 있었다.
‘도대체 천룡문에 가서 무슨 일이 있었는데 원로 두 분이 모두 단전이 깨져서 돌아온 거지?’
치료를 담당하는 장로는 이상했지만 일단은 조심스럽게 두 원로의 몸을 점검하기로 했다. 그런데 원로들은 단전이 완전히 박살이 났는지 몸속에 내기가 하나도 감지되지 않았다.
“가주, 솔직히 이야기를 해주시오. 두 문의 몸은 앞으로 무인이 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가주는 치료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아 조심스럽게 입을 열기 시작했다.
“먼저 내가 이야기를 하기 전에 한 가지 약속을 해주시오. 내가 한 말은 절대 비밀로 혼자만 간직하겠다고 말이오.”
치료를 담당하는 장로는 가주가 저렇게까지 말을 한다는 건 아주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가문의 좋지 않은 일이라면 말을 하라고 해도 하지 않을 것이니 이야기를 해보시오.”
가주는 대답을 듣고서야 이야기를 시작했다. 두 원로가 천룡문에 가서 문주에게 어떤 실수를 했고, 그로 인해 대결을 하게 되었는데 원로가 비겁하게 단도로 공격을 하는 바람에 천룡문의 문주가 부상을 입어 이렇게 창피하게 당하게 되었다는 것을 모두 얘기해 주었다.
이야기를 모두 들은 장로는 할 말이 없어 한숨만 쉬었다.
“그러니까 결국 대결에서 비겁하게 단도를 던져 부상을 입히는 바람에 이런 꼴이 되었다는 이야기요?”
“그렇지요. 함께 있었지만 우리는 말릴 수가 없었소. 천룡문에는 수호대라는 무력 집단이 있는데 그 수호대가 우리를 포위하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솔직히 나도 무인인데 그런 짓을 벌이고도 말린다는 것은 도저히 할 수가 없었소.”
가주는 분명히 무인은 맞았지만 그래도 가문의 원로들이 이리도 심하게 부상을 입는 과정을 모두 보면서 막지 못했다는 것은 마음에 걸리는 장로였다.
나중에 원로들 때문에 가문에서 회의를 하겠지만 이는 가주에게 결코 좋은 일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로는 원로에 대한 치료를 시작했지만 결국 원로들의 단전을 다시 살릴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리게 되었다.
“두 분의 단전은 내가 치료할 수 있는 것이 아니오. 이미 깨진 단전을 복구할 순 없으니 말이오.”
화랑 가문에서 최강자로 군림하던 두 사람이 과연 단전이 깨진 상태로 살아갈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가주는 두 사람이 선택한 길이라고 생각했다.
복수를 하려해도 천룡문의 전력이 강해 가능할 것 같지도 않았고, 무엇보다도 창피해서 복수라는 말을 꺼낼 수도 없었다.
“우선은 두 분이 정신을 차릴 수 있도록 치료를 해주시오. 그리고 두 분의 일은 당분간 비밀로 해주시오. 이는 가문의 수치이니 알아서 하실 것이라 생각하겠소.”
가주의 말에 장로도 고개를 끄덕였다. 막말로 깝죽거리다 두들겨 맞고 왔다고 어디 가서 떠들 수도 없는 일이었다.
“알겠소. 우선 몸이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치료를 해드리도록 하겠소.”
장로의 대답에 가주는 가볍게 목례를 하고 나갔다.
화랑 가문의 회의실에는 지금 가문의 모든 장로들이 모여있었다. 이는 가주가 원로들을 치료하기 전에 모이라는 지시를 내렸기 때문이었다.
“가주, 어서 오시오. 모든 장로들이 모여 있소이다.”
“그럼 바로 회의실로 가지요.”
가주가 회의실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많은 장로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가주는 장로들을 휘 둘러보고는 자신의 자리로 가서 앉았다.
이미 천룡문에 함께 갔던 장로들의 얼굴이 그리 좋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장로들도 눈치를 보고 있었다.
이때 한 장로가 먼저 입을 열었다.
“오늘 갑자기 장로 회의를 하자고 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장로들 중 가장 나이가 어린 장로여서 성격이 급한지 먼저 물었다.
“우선 이번 회의 내용은 여기 모여있는 장로들만 알고 있도록 하시오.”
가주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오늘 천룡문을 방문했다 일어난 일들을 모두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가주가 이야기하는 동안 어이없는 표정을 짓는 장로도 있었지만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이는 장로도 있었다.
한참 설명을 한 가주는 장로들의 반응을 살폈다.
“가주님, 지금 하신 이야기가 모두 사실입니까?”
“나만 그 자리에 있었으면 거짓이라고 하겠지만 다른 장로들도 같이 있었으니 거짓말을 할 수도 없소.”
가주의 말에 함께 갔던 장로들은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이는 절대 거짓이 아니라는 이야기였고 모여있던 장로들은 묘한 표정을 지었다. 가문에 수치스러운 일을, 그것도 가장 상층부에 있는 원들이 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아서였다.
천룡문의 문주가 강하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원로 두 분이 상대를 해도 당하지 못할 정도로 강하다는 것을 이번에 확실히 알게 되었다. 그리고 원로 두 분이 비겁하게 단도술을 사용했다는 것엔 창피해서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가주, 이번 사태는 우리 가문에 아주 중대한 일이니 솔직하게 이야기를 듣고 싶소. 대결 중에 원로 두 분이 단도술을 사용한 것이 사실이라면 천룡문의 문주는 어찌 되었소?”
“천룡문의 문주는 단도술로 팔에 심한 부상을 입었고 그로 인해 더욱 화가 나서 원로 두 분의 단전을 파괴해 버렸소. 그래서 지금 두 분은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오.”
단전이 파괴되었다는 말에 화가 났지만 이쪽에서 먼저 잘못을 했기 때문에 이를 가지고 천룡문에 따질 수도 없었다.
“두 분 원로에 대한 이야기는 둘째 치고 우리 가문이 그런 짓을 하였다는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게 되면 앞으로 가문의 모든 무인들은 얼굴을 들고 다니지 못하게 될 것인데 이는 어찌하려고 하시오?”
가장 중요한 일이었고, 앞으로 화랑 가문이 처리해야 하는 문제였다. 가주는 질문을 한 장로를 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도 사실은 그 문제 때문에 여러분을 모이라고 한 것이오. 원로분의 단전이 파괴된 것이야 본인들이 실수를 한 것이니 그렇다고 쳐도 당장 가문의 앞날이 문제라 의논을 해야 할 것 같아서 말이오.”
가주의 이야기를 들은 장로들은 지금 상황이 상당히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비겁한 행동을 한 사람이 일개 무인이라면 문제가 조금은 해결될 수도 있겠지만 가문 최고의 실력을 가지고 있는 원로라고 하면 이는 가문이 책임을 피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제 생각엔 우선 천룡문에 사과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하고 천룡문에 이번 일을 비밀로 해달라고 부탁을 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한 장로의 말에 다른 장로들의 안색이 나빠졌다. 그 말은 화랑 가문이 천룡문에 완전히 숙이고 가자는 뜻이기 때문이었다. 그들 입장에선 자신들은 잘못한 게 없는데 천룡문에 숙이고 가자는 말이 좋게 받아들여질 리 없었다.
가주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기에 장로의 발언에 대한 답변이 있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아무도 대답하는 장로가 없자 가주는 한심한 표정을 짓고 말았다.
평소에는 자신들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 없던 의견들도 잘 말하는 인간들이 꼭 이럴 때만 조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주는 솔직히 화가 났지만 참기로 했다.
“다른 장로들은 의견이 없는 거요?”
“가주, 우리 화랑 가문과 천룡문이 전투를 벌이게 되면 승산이 있기는 한 거요?”
기분은 상하지만 천룡문의 전력을 제대로 분석하기 위해 한 장로가 물었다.
하지만 가문의 힘을 모두 사용해도 천룡문엔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은 가문의 사람이라면 모두 알고 있는 문제였다. 자존심 때문에 말을 하지 않고 있지만 사실을 거짓으로 포장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후우, 우리 가문이 전력을 다해도 천룡문과 전쟁을 하면 패배하게 될 거요. 이는 한 가문의 힘으로는 천룡문과 대적했을 때 승산이 없기 때문이오.”
가주의 대답에 질문을 한 장로는 입술을 깨물었다. 자존심 상하는 일이지만 천룡문과 전쟁을 할 수는 없기 때문이었다. 그가 보기에도 천룡문의 문주는 엄청난 실력을 가지고 있는 강자였고, 그런 강자를 상대하는 건 솔직히 부담이 가는 일이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그를 상대할 사람이 자신들의 가문에는 없다는 것이었다. 가문의 원로들 중 가장 강한 두 명을 개박살 낼 정도로 강한 무인을 1 대 1로 상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비급을 해석해 달라고 부탁하러 갔다가 원수가 되어 버렸으니 가주는 마음이 답답하기만 했다.
‘휴우, 빌어먹을 그놈의 자존심 때문에 가문을 말아먹고 마는구나.’
이번 사건이 두 원로의 자존심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 것을 가주는 잘 알고 있었다. 평소에 원로들은 스스로 강하다는 자부심을 갖고서 남들에게 과시하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천룡문의 문주는 다른 가문의 사람들과는 달랐고, 실력도 원로 둘이 덤벼도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로 강했기에 그런 원로들을 보고 좋은 감정이 들지 않았을 것이 뻔했다.
아무튼 이번 사건은 자신의 가문이 먼저 실수를 해서 벌어진 일이기 때문에 사실상 천룡문에 그 죄를 물을 수도 없는 상황인데 원로들의 단전이 파괴당해 이대로 있을 수도 없는 문제여서 가주가 골머리를 싸맬 수밖에 없었다.
화랑 가문 사람들이 모여 설왕설래하고 있을 때 동현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화랑 가문을 건드렸으니 아마도 분명히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이다. 문의 사람들에게 각별히 신경을 쓰라고 해라.”
“예, 문주님.”
동현이 화랑 가문의 원로들을 개잡듯 패는 장면을 두 눈으로 직접 본 영민은 동현의 예전 버릇이 다시 나오는 것이라 생각하고 아주 충성스럽게 행동하고 있었다.
영민도 과거 동현에게 고문과도 같은 수련을 받은 기억을 가지고 있어 동현에게는 절대 반항을 하지 않고 있었지만 이번에 화랑 가문 원로들 사건을 목격한 후 다시 한 번 다짐을 하게 되었다.
“지금 수련을 하고 있는 놈들은 어떠냐?”
“아직은 조금 부족하지만 그래도 다른 가문의 무인들과 비교하면 상당한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 고생이 되겠지만 우리에게는 그들의 실력을 키우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니 최선을 다해 수련을 하도록 해라.”
“이미 스스로 열심히 수련을 하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리면 충분한 실력을 가지게 될 겁니다, 문주님.”
영민의 대답에 동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 작품 후기 ============================
에구 제 작품이 마음에 안드시는 분이 많으시네요.
저도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투베 일위를 하고 있지만 솔직히 저도 제글이 부족하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아무튼 마음에 들지 않는 글이 올라와서 미안합니다.
하지만 열심히 노력을 하고 있으니 시간이 지나면 글이 더욱 좋아 지지 않겠습니까.
저는 그렇게 믿고 오늘도 열심히 타자를 두드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