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화
장로들도 원로들이 스스로 저런 행동을 하리라곤 생각도 못 했기에 동현이 나가는 것을 보면서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연무장에 도착한 동현은 뒷짐을 지고 원로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원로들도 동현을 따라 나오기는 했지만 빠른 걸음으로 따라가는 것은 체면을 구기는 일이라 생각해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연무장에서 이들을 기다리고 있던 동현은 원로가 도착을 하자 가볍게 말했다.
“자, 이제 시작하지. 화랑 가문의 무예가 얼마나 대단한지 직접 확인해 주지.”
동현은 원로들에게 거의 반말을 하고 있었다. 이는 상대가 자신에게 예의를 지키지 않는 것을 간접적으로 꼬집는 것이었다.
그러나 동현의 발언은 안 그래도 화가 나있는 두 원로의 심기를 거슬리게 했다.
“내가 먼저 천룡문의 무예를 확인하지.”
성격 급한 한 원로가 바로 앞으로 나왔다.
동현은 안 그래도 심심한데 아주 잘되었다는 표정이었다. 요즘 지루하기 그지없는 날들을 보내고 있었는데 그런 자신에게 활력을 주기 위해 이런 이벤트가 생긴 모양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천룡문의 문주인 김동현이 화랑 가문의 원로에게 비무를 청하는 바입니다.”
대련은 아주 신성한 것이기 때문에 어찌 되었든 상대에 대한 예의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동현이었다. 하지만 동현을 상대할 원로는 그런 동현의 행동을 비웃었다.
“어차피 하는 대결에 무슨 예의를 차린다고. 나는 그냥 공격할 것이니 받아보아라.”
원로는 그렇게 말하고는 바로 공격을 했다.
화랑 가문의 가주와 장로들은 창피해서 말을 할 수 없었다. 비무를 하는 상대가 인사를 할 때 공격하는 것은 정말 파렴치한 짓이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가문에서 가장 강한 원로로 있는 사람이 저런 행동을 한다는 것이 가주는 믿어지지 않았다.
가주와 장로들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동현은 상대가 이렇게 나올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옆으로 걸음을 옮기면서 가볍게 상대의 공격을 피해버렸다.
“화랑 가문은 이렇게 대결을 해서 승리했는지 몰라도 나에게는 통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 우리 천룡문의 힘을 보여주지.”
원로가 한 짓이 얼마나 비겁한 짓인지 모두가 보고 있었기 때문에 동현은 이제 정당하게 그 대가를 주어도 아무도 자신을 탓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가볍게 시작하려던 마음을 접은 동현은 본격적으로 원로를 상대해 주기로 했다.
동현의 태도가 갑자기 변하면서 주변의 공기가 요동치는 소리를 냈다.
웅웅웅.
동현이 가지고 있는 내기로 인한 소리라는 것을 안 원로는 놀란 표정이었지만 이내 침착하게 동현의 공격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급해도 침착함을 잃으면 상대의 공격에 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동현은 그런 원로에게 강하게 일권을 날렸다.
위이잉!
현대의 무인들은 절대 장풍이나 권풍을 사용하지 못하는데 동현이 권풍을 사용하자 화랑 가문의 모든 사람들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헉! 권풍이다!”
“궈… 권풍이다.”
동현을 상대하고 있는 원로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럴 수가……. 권풍이라니?”
원로는 권풍으로 인해 주변이 봉쇄를 당한 건지 아니면 너무 놀란 것인지 동현의 권풍에 그대로 맞고 말았다.
꽝!
“크으윽!”
우당탕!
원로는 한 방의 권풍에 그대로 뒤로 날아가 처박히고 말았다. 동현이 그런 원로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그대가 얼마나 강하기에 우리 천룡문을 그리 깔보는지 보아야겠다.”
동현의 몸에서 순간적으로 엄청난 기세가 피어올랐다. 이대로 두었다가는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다른 원로가 중간에 급히 개입했다.
“문주, 잠시만 멈추시게.”
하지만 동현은 이미 두 원로를 모두 박살내 주기로 마음을 먹었기 때문에 중간에 개입하려는 원로를 보고 바로 손을 썼다.
“감히! 무인의 대결 중간에 끼어들다니, 정말 형편없는 놈들이구나.”
동현의 일갈에 화랑 가문의 가주와 장로들은 더 이상 변명의 여지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인들 간의 대련이나 대결에서는 절대 중간에 개입을 해서는 안 된다는 법이 있었다.
이는 오래전부터 내려온 법칙이라 누구라도 이를 어긴다면 스스로 무인임을 포기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가문의 원로가 그런 짓을 하고 있으니 이들의 고개가 절로 숙여질 수밖에 없었다.
동현은 중간에 개입한 원로에게 강한 권풍을 날렸고 이미 권풍을 눈으로 확인했던 원로는 급히 몸을 피했다.
휘이익!
꽝!
하지만 원로가 피하는 바람에 권풍은 엉뚱하게 바닥을 치게 되었고, 바닥엔 구덩이가 파이고 말았다. 원로는 저런 위력을 가진 권풍을 몸에 맞았다가는 절대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식은땀을 흘렸다.
하지만 그런 원로의 생각과는 다르게 동현은 눈빛이 바뀌었다.
“흐흐흐, 나의 권풍을 피할 정도로 실력이 있으니 중간이 끼어들었구나. 좋아,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해보자.”
동현은 빠르게 원로를 향해 다가갔다. 원로는 바로 말을 하고 싶었지만 동현이 벌써 자신의 앞에 와있는 것을 보고는 급히 몸을 피하려 했다. 그러나 이미 동현은 그런 원로를 공격하고 있었다.
휘이익!
팍팍!
꽈르릉.
꽈직!
“으윽!”
꽈르릉.
꽈드득.
“크아악!”
동현이 내기를 실은 다리로 원로의 다리를 걷어차자 미처 방어하지 못한 원로는 한쪽 다리가 그대로 부러지고 말았다.
두 원로가 모두 동현에게 사정없이 박살나는 것을 보고 있는 화랑 가문 사람들은 비록 원로들이 부상을 입었지만 아무도 나서지 못하고 있었다.
아직 대결이 끝난 것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했고, 먼저 상대에게 비겁한 짓을 했기 때문에 개입을 할 수가 없었다. 아무리 가문의 원로라 해도 이는 한국 무인들의 자긍심을 무너뜨리는 행동이기 때문이었다.
동현은 쓰러진 두 원로를 바라보다가 먼저 쓰러진 이에게 다가갔다.
“아직 정신이 있는 것을 알고 있는데 그렇게 쓰러져있을 건가? 화랑 가문에서는 그렇게 가르침을 주는가?”
동현의 말에 화랑 가문 사람들은 창피해서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원로라는 사람이 기절을 한 것도 아니면서 저렇게 기절한 척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들에게 창피함을 주고 있었다.
동현의 말에 원로가 살며시 눈을 떴다. 이미 상대가 자신의 상태에 대해 잘 알고 있으니 이대로 있을 수 없기도 했고, 자신과 다른 원로까지 동현에게 당했는데 가문의 다른 사람들이 움직이지 않자 이대로 당할 수만은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이기도 했다.
“이… 이놈이, 아무리 천룡문의 문주라고 해도 감히 나에게 그런 행동을 할 수는 없다.”
원로가 은밀히 준비했던 비수를 갑자기 동현에게 날렸다.
“앗! 무기를?”
“헉! 단도술을 사용하다니?”
화랑 가문의 가주와 장로들은 원로가 갑자기 단도를 사용하자 기겁을 하고 말았다. 이는 절대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기 때문이었다.
영민도 원로가 갑자기 단도를 사용하자 놀랐다.
‘저런, 미친 영감이 이제는 아예 죽으려고 난리를 치고 있구나. 감히 누구 앞에서 단도를 사용하는 거야?’
영민은 동현이 이제 영감을 죽지 않을 정도로 두들겨 팰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다. 저런 단도에 당할 동현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런 영민의 생각과는 다르게 동현은 원로를 아주 손쉽게 죽이기 위해 상대가 던진 단도에 한쪽 팔을 희생하고 있었다.
푸욱!
“으윽! 이 비겁한 놈, 대련 중에 갑자기 단도를 사용하다니 절대 용서할 수 없다.”
동현은 그렇게 말을 하고는 엄청난 빠르기로 원로에게 다가갔다.
이미 상황은 화랑 가문의 가주와 장로들이 개입하기에는 일이 너무 크게 벌어져서 어찌 수습을 해야 할지도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였다.
휘리릭.
동현은 원로의 앞에 도착함과 동시에 발과 주먹을 휘둘러 원로를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퍼퍼퍼퍼퍽!
“으아악!”
“크아아악!”
“차…라리… 죽여…라, 이놈아…….”
원로는 비명을 지르면서도 자신을 죽이라는 소리만 하고 있었다.
동현은 비릿하게 웃으면서 원로를 마음 놓고 두들겨 팼다. 이미 그는 상대의 단도에 부상을 입었기 때문에 이렇게 두들겨 패는 것도 공식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퍼퍼퍼퍽.
꽈직!
꽈드득!
“크아악!”
동현의 주먹과 발길질에 원로의 다리와 가슴 그리고 양팔은 모두 박살이 났다. 너무도 큰 충격을 받은 원로는 커다란 비명을 지르며 기절하고 말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단전이 깨지는 바람에 더 이상 무공을 익힐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 가장 큰 부상이었다.
동현은 나중에 기절을 한 원로의 단전에도 아무도 모르게 지풍을 날려 단전을 폐쇄해 버렸다.
화랑 가문에서 가장 강한 원로 두 명이 한순간에 모두 병신이 되어 버렸지만 가문의 가주와 장로들은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다.
동현은 두 원로를 완전히 박살낸 뒤에야 행동을 멈추었다. 동현이 멈추자 영민은 세상에서 가장 빠른 움직임을 보이며 그에게로 다가왔다.
“문주님, 어서 부상을 치료해야 합니다.”
영민은 품에서 동현이 주었던 약을 꺼내 바를 준비를 했다. 동현은 팔에 꽂힌 단도를 쥐고 순간적으로 뽑아버렸다.
파악!
동현이 단도를 뽑자 팔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지만 그는 인상 한번 찡그리지 않은 채 영민에게 약을 바르라고 했다.
“약을 발라라.”
“예, 문주님.”
동현의 주변에선 수호대 대원들이 물샐틈없이 경호를 하고 있었고 아무리 화랑 가문의 가주와 장로라고 해도 이들을 이길 수는 없었다.
동현은 약을 모두 바르자 화랑 가문의 가주를 향해 입을 열었다.
“이것이 그대들 화랑 가문의 방식이오?”
동현의 질문에 가주와 장로들은 아무런 대답도 할 수가 없었다. 누가 잘못을 했는지 눈으로 직접 확인을 했기 때문에 변명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우리 가문의 방식은 아니지만, 이번 일은 전적으로 우리 화랑 가문에서 한 실수이니 진심으로 사과를 드립니다, 문주님.”
화랑 가문의 가주는 진심으로 동현에게 사과했다. 말을 하면서도 정말 창피해서 얼굴을 들 수 없을 지경이었다.
장로들도 가주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동현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사과를 했다.
동현은 원로들을 보며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더 이상 이들과 엮이고 싶은 마음이 없었기에 오늘은 그만 두기로 했다.
“화랑 가문과는 더 이상 말을 하고 싶지 않으니 이만 돌아가 주시기 바라오.”
동현은 그렇게 말을 하고는 돌아섰다.
동현이 돌아서는 모습을 보면서도 화랑 가문의 가주와 장로들은 말리지 못했다. 아니, 말릴 수 없었다고 해야 맞는 말일 것이다.
가문의 최고 원로라는 사람들이 가문의 얼굴에 먹칠을 해놓았기 때문에 동현에게 그냥 사과하는 것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었다.
그리고 가장 골치 아픈 것은 만약 오늘 일이 외부로 알려지게 된다면 앞으로 화랑 가문의 무인들은 얼굴을 들고 다니지 못하게 될 것이었다.
“휴우, 처음부터 장로들하고만 오는 것인데 괜히 함께 와서 일만 만들고 가는구나.”
“가주님, 더 이상 천룡문에 있을 수 없으니 오늘은 이만 돌아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렇게 합시다. 두 분을 모시세요.”
가주는 마음 같아선 원로들을 그냥 내버려두고 가고 싶었지만 그렇게 할 수는 없기에 그들을 챙겨서 돌아갔다.
화랑 가문의 사람들이 돌아가자 영민은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자신이 그들을 만나라고 부추겼다는 생각을 하니 죄를 지은 것 같아 마음이 불안해서였다.
“이제 나는 죽었다.”
영민의 마음속엔 동현에게 수련을 빙자한 구타를 당하는 모습만이 가득했다. 동현에게 두들겨 맞으며 처음 무술을 배울 때가 떠오른 영민은 자신도 모르게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무래도 그때보다 더 강한 수련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았다.
============================ 작품 후기 ============================
건드리지마는 제가 삼년전에 연재를 하였던 작품입니다.
그 당시에는 사실 어려움이 많아서 급하게 써서 그런 것인지 사실 제가 보기에도 많이 어색하고 엉성한 부분이 보이는 군요.
막상 제가 글을 보면서도 이상한데 독자분들이 보시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드시겠네요. 쩝~!
암튼 엉성한 글을 보시게 해서 참으로 죄송하게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완결까지는 엉성한 것이 아닌 제대로 스토리를 만들어서 완결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