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화
차량이 무엇인지에 따라 인원수가 다르기 때문에 아직은 속단할 수 없었다. 왕쳉은 놈들이 이번에는 상당히 많은 지원군을 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은 차량에 남아있는 무기를 모두 꺼내서 방어를 하고 바로 지원군을 보내라고 해야겠다.”
왕쳉의 본부에는 아직도 용병들이 제법 남아있었다. 왕쳉은 중화회와 전쟁을 하기 위해 엄청난 양의 무기를 구입해 놓았기 때문에 아직은 걱정을 하지 않고 있었다. 물론 이곳이 중화회의 비밀 기지라는 것도 왕쳉이 전쟁을 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었다.
“아직은 놈들이 아무리 많이 몰려와도 충분히 방어할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가지고 온 무기 중에 크레모아를 떠올린 용병대장이 말했다. 크레모아라면 아무리 많은 인원이 와도 충분히 처리할 수 있었다.
“알겠네. 자네는 방어에만 신경을 쓰도록 하게. 나는 바로 지원군을 오게 하겠네.”
“예, 사장님.”
용병대장이 나가자 왕쳉은 바로 전화를 걸었다.
드드드.
―여보세요?
“나 왕쳉인데, 지금 본부에 남아있는 용병들에게 모두 전투 준비를 하라고 하고 우리 본부에 있는 모든 무기를 가지고 이리로 오게 해라.”
―알겠습니다, 왕대인.
왕쳉의 전화를 받은 부하는 곧바로 용병과 부하들에게 지원을 갈 준비를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대인께서 위험하다고 하니 모두 전투 준비를 하고 나오도록 해라. 그리고 너는 지금 무기들을 모두 꺼내 가지고 출발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해라.”
“예, 알겠습니다.”
명령을 들은 용병과 부하들은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왕쳉과 중화회의 전쟁은 이렇게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었다.
왕쳉의 공격을 받는 장소를 벗어나 안전한 곳으로 옮긴 사진명은 자신을 공격한 놈들이 누구인지 알아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다행히 놈들의 정체를 알아낸 사진명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아니, 마약왕이 우리를 공격한 이유가 무엇이란 말이냐?”
“저도 그 부분은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놈들은 마약왕이 고용한 용병이라는 것은 확실합니다.”
사진명은 마약왕인 왕쳉이 자신들을 공격한 이유는 알지 못했지만 일단 회주에게 보고는 해야 했다. 사진명은 급히 회주에게 전화를 걸었다.
“회주님, 저희를 공격한 놈은 바로 마약왕으로 알려진 왕쳉이라는 놈입니다.”
―아니, 마약왕이 우리와 무슨 원한이 있다고 포탄을 날리면서 공격을 한단 말인가?
“저도 그 부분에 대해선 이상한 생각이 들었지만 아직은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그래, 놈들은 지금 어떻게 하고 있는가?
“저와 함께 있었던 무인들은 모두 죽었을 겁니다. 지금은 회주님께서 지원을 해주신 무인들이 총기를 들고 안으로 진입을 하려고 시도하는 중입니다.”
―잠시만 대기하고 있게. 놈들에게 우리 중화회의 힘을 보여줄 필요가 있을 것 같으니까.
기다리라는 회주의 말에 사진명은 아마도 군부에 도움을 요청하려는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놈들이 박격포를 사용했으니 우리도 그와 같은 힘을 보여줄 필요는 있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알겠습니다, 회주님.”
사진명이 대답을 하자 회주는 바로 전화를 끊고 어디론가 전화를 하기 시작했다.
중국의 군부는 상당한 권력을 갖고 있었다. 그들의 막강한 힘 때문에 정치권에서도 함부로 대하지 못할 정도였다.
중화회의 회주가 전화를 한 사람은 군부에서도 제법 힘을 쓰는 장군이었다.
“안녕하시오, 장군.”
―오, 장회주께서 어쩐 일로 나에게 연락을 주신 거요?
“태 장군, 내 한 가지 부탁할 것이 있어 이렇게 연락을 드렸소이다.”
―허허허. 부탁이라, 이거 참.
태 장군이라는 자는 능청스럽게 대답을 하며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태 장군이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 회주가 바로 당근을 제시했다.
“태 장군, 이번에 상부에서 장군들의 진급에 대해 논의할 거라는 사실을 아시오?”
흠칫!
군부의 진급 문제는 아주 비밀스러운 일이었기 때문에 태 장군은 회주가 그런 사실을 언급하자 놀라는 눈치였다.
―아니, 회주는 그런 사실을 어찌 아시는 거요?
“허허허, 나에 대해 잘 아시는 분이 그러시면 어쩌란 말이오.”
태 장군은 중화회 회주가 누구와 연관이 되어있는지 생각하고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중화회는 바로 중국의 실세라고 하는 인물의 지시를 받는 조직이었기 때문이다.
―무엇을 원하는 거요?
“우리 비밀 기지가 지금 공격을 받고 있다고 하오. 그런데 저들이 공격하는 것이 로켓포와 박격포라고 하니 아무리 무인이라고 하지만 그런 공격을 견디는 건 무리가 있지 않겠소?”
중국 내에서 총기도 아니고 로켓포와 박격포를 사용하고 있다는 말에 태 장군은 기겁을 했다.
―아니, 지금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로켓포를 사용하다니요?
“지금 우리가 그런 공격을 받고 있기에 하는 소리요.”
―지금 그런 공격을 받고 있다는 말입니까?
“그렇소. 우리 중화회에 불만이 있는 집단이 그런 강력한 무기를 가지고 공격을 하고 있소. 덕분에 우리 무인들이 대거 죽고 말았소.”
중화회의 무인들이 대거 죽었다는 말에 태 장군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지금 중국 내에서 중화회와 전쟁을 벌여 이득을 볼 수 있는 조직은 없다고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니, 그런 사실을 왜 이제 알리는 것이오?
태 장군과 중화회는 필요에 따라 서로 적절히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였다.
“우리도 그런 사정을 지금 알았소. 비밀 기지가 있는 곳은 알고 있을 테니 도움을 주었으면 하오.”
―알겠소. 다른 일도 아니고 국내에서 감히 군의 지시를 받지 않고 그런 무기를 사용하였다니 바로 부대를 출동해 전멸시켜 버리겠소.
태 장군은 감히 자신의 지역에서 그런 짓을 한 놈들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다.
“그럼, 부탁하겠소.”
―알겠소.
태 장군은 마음이 급한지 얼른 전화를 끊었다. 회주는 그런 태 장군의 행동이 만족스러운 듯 입가에 미소를 띠웠다.
“흐흐흐, 감히 우리 중화회를 상대로 공격을 하였으니 그 대가는 너희들의 죽음으로 받으리라.”
회주는 손도 대지 않고 적을 처리하게 되어 기분이 매우 좋아졌다.
사실 태 장군의 힘을 빌리지 않더라도 중화회 힘으로 충분히 적들을 물리칠 수 있었지만 군대에 도움을 요청한 이유는 적이 가지고 있는 무기 때문이었다.
감히 국내에서 저런 무기를 사용하는 놈들이 있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그런 놈들을 군부에서 그냥 두고 보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이야기를 한 것이었다.
그런 사실은 까마득히 모르고 있는 왕쳉은 적이 공격하지 않기만 바라고 있었다.
“사장님, 적도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는지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하하하, 우리 지원군이 온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으니 저러고 있는 거지 만약 지원군이 온다는 것을 알았다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다. 놈들이 움직이지 않으니 우리는 그냥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
왕쳉은 지원군이 오면 놈들을 모조리 쓸어버릴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기 위해 러시아에서 이런 강력한 무기들을 수입했던 것이다.
하지만 왕쳉이 아직 모르는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지금 저들이 공격을 하지 않는 이유가 중국 군부의 지원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이었다.
무기를 싣고 왕쳉이 있는 곳으로 지원을 오던 수하들은 갑자기 들이닥친 군인들에게 모두 포로로 잡히고 말았다.
“모두 연행하고 만약 반항하는 놈이 있으면 본보기로 사형에 처하도록 해라.”
“예, 알겠습니다.”
이들이 가지고 있는 무기들을 본 군인들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이들이 소유한 무기 중엔 중화기는 물론이고 포탄도 상당수 있었기 때문이다.
전쟁이라도 하려는 것처럼 중형 무기까지 가지고 있는 것을 보면서 군인들은 중국의 암담한 현실을 느낄 수 있었다.
왕쳉은 수하들이 모두 검거된 사실도 모르고 지원군이 오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하늘에서 갑자기 비행기가 나타나더니 왕쳉이 있는 지역에 포탄을 쏟아 붓기 시작했다.
쐐에엑.
꾸꽈꽈꽝!
꽈꽈꽝.
중화회의 비밀 거점을 완전히 초토화시키려는 듯 폭격기와 전투기들이 계속해서 공격을 퍼부었다. 왕쳉과 용병들은 갑작스런 비행기의 공격에 속절없이 죽음을 당할 수밖에 없었다.
중화회의 군사인 사진명은 군부의 지원 덕에 왕쳉과 그 일당들을 아주 수월하게 제거할 수 있었다. 폭격이 멈추자 주변엔 아무도 살아있지 않은 것처럼 고요한 정적만이 감돌았다.
중화회의 무인들은 군부로부터 대대적인 지원을 받은 것에 뿌듯한 기분이 들기는 했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기도 했다. 만약 자신들이 저런 일을 당했다면 여기 있는 누구도 살아남을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중화회에 복수를 하려던 왕쳉은 이렇게 시체도 남기지 못하고 죽음을 당하고 말았다. 이 사건은 군부의 지시로 모두 비밀로 감추어져 버렸다. 군부에서도 마약을 파는 놈이 이런 막강한 무기를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감추고 싶어 했다.
한편 중국 사정을 모르는 동현은 골치 아픈 표정을 짓고 있었다. 호국 가문의 일을 알게 된 다른 가문에서도 비급을 해석해 달라는 요청을 해왔기 때문이다. 천룡문에 정식으로 요청을 해서 비급을 해석해 주면 그에 대한 보상금을 주겠다고 했다.
동현은 이제 돈은 충분히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걱정이 없었고 솔직히 호국 가문을 빼고 다른 가문에는 비급을 해석해 주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문주님, 다른 가문의 비급도 해석을 해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내가 왜?”
“호국 가문은 해주고 다른 가문은 해주지 않으면 다른 가문의 불만이 상당히 클 수밖에 없습니다.”
동현은 다른 가문이 불만을 가지든 말든 그리 신경을 쓰는 타입이 아니었다.
크게 보면 한국의 무인들이 발전할 수 있는 길이라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다른 가문의 비급을 해석해 주고 싶지 않았다.
동현이 그렇게 버티고 있으니 아직 다른 가문의 요구에 답변을 주지 않고 있었지만 매일 연락이 오고 있어서 영민도 사실 난감한 상황이기는 했다.
동현은 다른 가문에서 정식으로 요청을 했다는 것은 알지만 천룡문이 이들의 요구를 들어줄 의무는 없었기에 튕기고 있는 중이었다.
비급의 해석은 그들 가문에서는 하지 못하는 일이고 세계에서도 유일하게 동현만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들이 요청한다고 덜렁 가서 해주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의 태도였다. 동현은 진정 가문의 비급을 해석하고 싶다면 호국 가문처럼 최소한 문주와 가문의 원로들이 정식으로 찾아와 자신을 만나서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니 지금 이들이 하는 행위는 동현의 기분을 무척 상하게 할 수밖에 없었다. 천룡문의 문주가 무슨 동네 심부름을 하는 자리도 아닌데 말이다.
“영민아, 너는 다른 가문에서 전화가 오면 무조건 우리 문주님이 거부한다고 전해라. 절대 하지 않겠다고 한다고 말이다. 무슨 소린지 알겠냐?”
동현의 말에 영민은 당연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왜 저렇게까지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기도 했다. 그렇지만 동현의 지시를 거부할 용기는 없었기에 바로 대답을 했다.
“알겠습니다. 지시하신 대로 전하겠습니다, 문주님.”
“그 문제는 그렇게 하고, 문파의 아이들은 어찌 되고 있냐?”
“아직도 아이들 중에 제법 능력이 있는 아이들을 모으고 있습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할 수는 없는 일이지 않습니까?”
“인원이 적당히 차면 그만두도록 하고, 그 아이들은 앞으로 우리 천룡문의 미래라고 생각하고 가르치도록 해라. 기본기가 잘되어 있어야 나중에 무술을 제대로 배울 수 있는 법이다. 사실 너희들은 모두 약으로 만들어진 것이지 정상적인 방법으로 내공을 키운 것은 아니지 않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