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화
“군사, 저런 말을 들으면서도 참으라고 하는 건가?”
회주는 군사인 사진명을 돌아보았다.
지금 회주가 얼마나 화가 나있는지는 군사인 사진명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당장 일이 벌어졌는데 화를 내봤자 소용이 없기 때문에 냉정하게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회주님, 제가 직접 그곳으로 가 보겠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가 강시를 제작하고 있다는 소문이 난 것 같습니다. 그리고 회주님도 알고 계시지만 강시를 제작하는 장소는 우리 회에서도 상당한 실력을 가진 무인들이 경계를 하고 있던 곳입니다. 그런 무인들이 모조리 죽었다는 것은 상대도 그만한 준비를 했다는 뜻입니다. 우선은 조사를 해보고 다시 이야기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사진명의 말이 일리가 있다는 것은 회주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당장 화가 나는 것을 참으려니 미칠 것만 같았다.
“군사, 조사를 하는 것에는 반대하지 않지만 정말 미칠 것 같은 기분이라네.”
“알고 있습니다. 잠시만 참아 주십시오. 제가 반드시 적에 대한 것을 알아내서 회주님의 화를 풀어 드리겠습니다.”
사진명이 주먹을 쥐면서 대답했다. 그의 눈빛은 지금 분노를 잠재우느라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 회주는 자신이 느끼는 분노만큼 사진명도 분노하고 있으리라 생각하며 마음을 다스렸다.
“믿겠네. 그리고 반드시 어떤 놈들의 짓인지 알아내게.”
회주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리고 있는 것을 사진명도 느낄 수 있었다. 그만큼 회주도 분노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반드시 알아내겠습니다, 회주님.”
대답을 한 사진명은 수하들을 이끌고 최대한 빠르게 강시를 제작하던 장소로 이동했다.
사진명이 도착해 보니 엄청난 피가 바닥을 적시고 있었다. 사진명은 죽어있는 중화회의 무인들을 보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지만 이미 죽어버려 손을 쓸 수도 없었기 때문에 냉정하게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사진명이 강시 만드는 곳을 조사하고 있을 때 중화회를 감시하고 있던 중국의 마약왕 왕쳉은 중화회의 군사인 사진명이 어디론가 가고 있다는 보고를 받고 있었다.
“당장 무기를 가지고 모이라고 전해라.”
드디어 중화회에 보복할 기회가 왔다는 생각이 든 왕쳉은 보고를 받자마자 출발할 준비를 서둘렀다. 자신을 힘들게 했던 중화회에게 보복할 수 있는 기회가 왔는데 그냥 넘어갈 순 없기 때문이었다.
지시를 받은 부하들이 무기를 소지하고 모여들자 왕쳉은 그들을 이끌고 사진명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러나 사진명과 중화회의 무인들은 왕쳉이 오고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조사를 하면서 시신들을 치우고 있었다.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우리 조직에 대항할 수 있는 조직이 있단 말인가?”
사진명은 조사를 하면서도 이해가 가지 않는 표정이었다. 중화회는 중국의 최고 무인들이 모인 강력한 힘을 가진 조직이었기 때문에 감히 자신들과 맞설 조직은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런 상황이 되니 이해가 가지 않았던 것이다.
“군사님, 지금 차량들이 이곳으로 오고 있다고 합니다.”
“차량이라니? 수가 얼마나 되는가? 그리고 어디 소속인지는 알아냈나?”
“아직 소속은 모르지만 열 대의 차량이 많은 인원을 태우고 오고 있는 것으로 보아 좋은 뜻으로 오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의 준비는 어떤가?”
“아무리 많은 적이 공격을 한다 해도 방어할 수 있습니다, 군사님.”
“적이라 간주하고 방어할 준비를 하라고 하게. 적이 아니라면 다행이지만 만약 적이라면 준비를 하고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경우는 상황이 다르니까 말이야.”
“알겠습니다, 군사님.”
사진명의 지시에 따라 중화회에서는 적이라 가정하고 방어를 위한 준비를 했다.
왕쳉은 그런 중회회의 사정은 생각도 하지 않고 오로지 사진명을 죽이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모든 무기를 가지고 오는 중이었다.
“흐흐흐, 중화회의 군사가 죽으면 앞으로 전과 같은 날은 없을 것이다.”
군사가 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 아는 왕쳉이 중얼거렸다. 왕쳉이 이번에 고용한 수하들은 전에 고용했던 수하들이 아니고 모두 해외 용병을 하던 자들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확실히 놈들을 죽일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하고 있었다.
사진명이 있는 곳 근처에 도착한 왕쳉은 바로 차를 세우게 하고는 지시를 내렸다.
“모두 여기서 내린다. 그리고 가지고 온 무기 중에 대전차 무기를 준비하도록 해라.”
“예, 대인.”
이번에 로켓포를 준비한 왕쳉은 적들이 미리 준비를 했을 것에 대비해 포격으로 상당한 피해를 주려하고 있었다. 무인들과 싸워서 절대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이미 경험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절대 놈들에게 당하지 않게 준비를 했던 것이다.
“대인, 무기를 준비하였습니다.”
“그러면 바로 저곳에 포격을 하도록 해라. 놈들에게 절대 기회를 주어서는 안 된다.”
“알겠습니다. 바로 공격을 하겠습니다.”
단장은 대답과 동시에 로켓포를 발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로켓포를 발사해라.”
“예, 단장님.”
명령을 받은 용병들은 바로 로켓포를 발사하기 시작했다.
슈우웅.
꽈꽈꽝!
꽈꽝!
대단위 포격에 중화회에서 방어를 준비하고 있던 곳이 박살이 났다.
“크아악!”
“피해라! 포탄이다.”
무인들은 적이 로켓포로 공격을 하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기 때문에 엄청난 피해를 보고 있었다.
하지만 왕쳉이 준비한 것은 로켓포만이 아니었다. 군에서 사용하던 박격포도 준비를 했기 때문에 바로 박격포의 공격이 이어졌다.
꽝!
꽝!
박격포의 공격에 무인들은 피하지도 못하고 죽어나갔다. 온전한 시체를 구경하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엄청난 포격이었다.
“군사님, 적들이 로켓포와 박격포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어서 피하십시오.”
“아니, 군대가 공격을 하는 것이란 말이냐?”
“아직 정체는 확실히 파악하지 못했지만 군인은 아니고 용병 같습니다.”
“용병들이 왜 우리를 공격한단 말이냐?”
“저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우선 이 자리를 피하시고 나중에 알아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군사를 가장 먼저 보호해야 하기 때문에 남자는 수하들이 죽어가는 것도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 오늘 이곳에 제법 많은 수하들을 데리고 왔는데 로켓포와 박격포의 공격을 받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기에 피해가 더 컸다. 그러나 우선은 군사를 피신시키고 봐야 했다.
군사인 사진명도 놈들의 정체가 궁금하기는 했지만 무인이 아닌 자들이 무기를 가지고 있다는 점으로 보아 절대 접근전을 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회주님께 연락을 해서 피하는 동안 도움을 받아야겠다.”
“그렇게 하십시오, 군사님.”
남자는 사진명이 회주에게 연락하는 것을 막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연락을 했으면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하들이 죽어나가고 있었기 때문에 마음이 다급하기는 남자가 더했다.
사진명은 회주에게 급히 전화를 걸었다.
―군사, 무슨 일인가?
“회주님, 지금 공격을 받고 있습니다. 지원군을 보내 주셨으면 합니다. 적이 로켓포와 박격포로 공격을 하고 있습니다.”
―아니, 무슨 군대도 아니고 로켓포와 박격포로 공격을 한다는 말인가?
사진명의 말에 회주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회주님, 한시가 급합니다. 우선은 지원군을 보내주시고 나중에 조사를 하시기 바랍니다.”
군사의 대답이 하도 다급하기에 회주도 바로 대답을 해주었다.
―지금 당장 지원군을 보내주겠네.
회주는 그렇게 전화를 끊었다. 사진명은 지원군이 오면 지금과는 상황이 달라질 거라는 생각에 남자와 자리를 피하기로 했다.
왕쳉은 가지고 온 무기를 모두 사용해 공격을 하고 있었다.
“남아있는 포탄은 모두 사용하도록 해라. 그리고 바로 공격을 할 것이다.”
“예, 사장님.”
용병들은 화끈하게 공격하는 것이 마음에 드는지 기분 좋게 대답을 했다.
100명의 용병을 고용하는 데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았지만 왕쳉은 비용이 문제가 아니라 적에게 복수를 할 수 있다는 것에 아주 통쾌한 느낌을 받고 있었다.
“하하하, 나를 건드렸으니 너희도 그에 대한 보복을 받아야 공평하지 않겠냐.”
즐거워하던 왕쳉은 박격포의 포탄을 전부 소진하자 바로 용병들을 투입했다. 용병들은 모두 기관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적이 아무리 강한 무인이라 해도 절대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투타타타.
용병들은 무인들이 보이기만 하면 바로 기관총을 발사했다.
중국 땅에서 이렇게 무자비한 공격을 하는데도 아직 공안이나 군대가 오지 않는 이유는 이곳이 바로 중화회의 비밀 기지이기 때문이었다.
중화회는 군부의 지원을 받는 조직이었다. 이미 군에 이곳이 비밀리에 무언가를 실험하는 장소라고 얘기를 해두었기 때문에 포탄이 터지는 소리가 나도 출동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크아아악!”
“적이 기관총을 사용하니 모두 숨어서 적을 노려라.”
적이 가지고 있는 무기가 기관총이라는 것을 안 무인들은 더욱 조심스럽게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적들은 이렇게 완전 무장을 하고 있는데 그들이 가지고 있는 무기라고는 검과 권총이 유일했기 때문이었다.
용병들은 권총에 맞을 것을 염려하여 이미 방탄복도 준비를 한 상태였다. 왕쳉은 무인들과의 전투를 염두에 두고 준비를 했기 때문에 중화회의 무인들이 당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강한 무인이라 해도 포탄은 당해낼 순 없기 때문이었다.
“남아있는 놈은 얼마 없으니 모두 죽여버려라.”
왕쳉이 눈에 핏발을 세우며 소리쳤다.
용병들은 빠르게 안으로 진입하며 일단 보이는 것은 모두 적이라 생각하고 최대한 총기를 난사하고 있었다.
투타타타.
“으아악!”
서걱!
탕!
“아아악!”
용병들과 무인들은 서로 죽이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하지만 왕쳉은 용병들이 죽는 것엔 신경 쓰지 않고 무인들을 죽이는 데에만 정신이 팔려있었다.
“죽여라! 모두 죽여버려라.”
왕쳉은 마치 미친놈처럼 상대를 죽이라는 소리만 반복했다.
중화회의 무인들은 죽지 않기 위해 처절하게 반항했지만 결국 모두 죽고 말았다. 전투가 마무리되자 왕쳉이 큰 소리로 웃었다.
“으하하하하, 드디어 놈들에게 복수를 했다. 하하하.”
왕쳉의 모습은 용병들도 질릴 정도였다. 미치지 않았다면 저런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은 왕쳉이 무인에게 얼마나 원한이 큰지 모르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이었다. 왕쳉은 리웨이에게 당하면서 복수를 위해 자신의 목숨도 걸었을 정도였다.
복수에 성공한 왕쳉이 용병들과 정리를 하고 있을 때 갑자기 용병들을 공격하려는 무인들이 나타났다.
“캡틴, 아까와 같은 복장을 한 놈들이 대거 몰려왔습니다.”
“어디에 있느냐?”
“지금 20여 대의 차량을 타고 정문으로 몰려오고 있습니다.”
용병대장은 이번에는 적들이 각오를 하고 덤비려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놈들이 오지 못하게 저지선을 만들어라. 가지고 있는 모든 무기를 사용해도 좋다.”
“알겠습니다, 캡틴.”
용병대장은 지금 적이 공격해 오고 있음을 왕쳉에게 보고했다.
“사장님, 놈들이 다시 오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무기에는 이상이 없는가?”
“아직은 걱정 없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가다가는 총알이 부족하게 될 겁니다.”
“적은 얼마나 되는가?”
“대략 20대의 차량에 타고 온다고 했으니 50명에서 100여 명 정도 될 것 같습니다.”
============================ 작품 후기 ============================
자, 오늘도 한편을 올립니다.
모두 즐거운 시간이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