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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드리지마-179화 (178/222)

179화

동현은 진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었지만 현대인에게는 진이라는 것이 그리 마음에 닿는 부분이 아니라 이세기 원로도 그리 흥분을 하지는 않았다. 다른 원로들과 장로들도 잔뜩 기대를 하고 있다가 갑자기 진이라는 말이 나오자 실망을 하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가주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동현을 보며 입을 열었다.

“그러면 문주님께서는 그 진에 대한 지식도 가지고 계시는 것입니까?”

“예, 저희 문파에도 진에 대한 것이 남아있기는 합니다. 그러니 아는 것이지요.”

“혹시 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가주의 말에 동현은 진에 대한 이야기를 해줘도 될지 생각했다. 비급에 나와있는 진은 고명한 장군이 직접 만든 것인지 상당히 좋아 보였다. 그리고 진에 대한 지식을 갖게 되면 진을 다른 데 이용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동현도 조심스러웠기 때문이다.

“제가 진에 대한 설명을 하긴 그러니 비급에 나와있는 진에 대해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동현은 비급에 있는 진법에 대해 가주와 다른 사람들이 모두 이해할 수 있게 자세히 설명을 해주었다.

동현의 이야기가 모두 끝났을 때 가주와 원로들 그리고 장로들은 그리 좋은 얼굴이 아니었다. 진에 대한 지식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설명을 부탁한 이유는 바로 진에 대한 예전의 기록이 남아있기 때문이었는데 동현의 이야기를 들으니 그 기록은 모두 거짓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현은 비급에 있는 진은 군진이며 대단위 전투에나 사용할 수 있는 그런 진이라고 설명을 해주었다.

현대인들에게 진이라는 것은 신비한 작용을 하는 그런 것으로 인식이 되어 있었지만 진에 대해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탐욕을 부리는 이도 없었다. 그냥 진법이라는 것이 있기는 하지만 그리 필요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만 하고 있다고 보면 맞는 말일 것이다.

호국 가문도 무인의 가문이지만 이미 오래전에 사라진 진에 대한 열망보다는 무공에 대한 열망이 커서 진법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동현은 가주가 진에 대한 설명을 듣고는 바로 포기하려는 눈치를 보이자 내심 안도가 되기는 했지만 이들에게 군진에 대한 해석을 해주지 않을 수는 없었기에 일반적인 내용만 적어주자고 마음을 먹었다.

‘여기가 이계였다면 엄청난 효과를 볼 수 있는 진이기는 하지만 현대인이 사용하기엔 문제가 있으니 없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생각한 동현은 이내 진에 대한 생각을 버렸다. 자신이 집착하는 모습을 보게 되면 가주가 다시 관심을 가질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이세기 원로는 가주와는 다르게 무언가 있다는 생각을 하기는 했지만 가문의 무공이 우선이기 때문에 더 이상 다른 소리는 하지 않고 있었다.

“원로님, 여기 천룡문의 문주님께서 비급을 바로 해석하시고 계시니 보관하고 있던 비급을 모두 보여주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가주는 이미 최고의 비급을 공개했는데 다른 비급이라고 보여주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주와 같은 생각을 한 원로들도 이내 수락을 했다.

“나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네. 최 장로, 가서 비급을 전부 가지고 오게.”

“알겠습니다, 원로님.”

가주가 밖으로 나가는 장로를 보며 지시했다.

“최 장로, 가서 비급을 필사할 것도 가지고 오시오.”

“그렇게 하지요.”

동현은 그렇게 해서 호국 가문의 모든 비급을 보게 되었고 이들이 원하는 무공에 대해 해석을 해줄 수 있었다.

다른 비급들도 모두 무공에 대한 것들이라 호국 가문은 동현으로 인해 이번에 상당히 강한 무공을 얻게 되었다. 그러나 가문 최고의 무공을 해석하기는 했어도 익히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동현은 호국 가문에서 3일이라는 시간을 보내며 비급을 해석하고 옮겨 적어주었다. 그러는 동안 호국 가문에서도 동현에게 최고의 대접을 해주었다.

비급을 해석하면서 장로와 원로들이 그동안 오해했던 부분에 대해서도 알려주었다. 그리고 원로들은 그동안 자신들이 왜 비급을 해석하지 못했는지를 동현의 설명을 들으면서 알게 되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모든 일을 마친 동현은 호국 가문을 떠나게 되었다.

“문주님, 이 은혜는 잊지 않고 꼭 갚도록 하겠습니다.”

“천룡문이 보여준 후의는 우리 호국 가문에서도 절대 잊지 않을 것이오.”

이번에 동현에게 너무도 큰 신세를 졌다고 생각한 호국 가문에서는 선물을 준비했는데 그것은 바로 서울에 있는 작은 빌딩이었다. 가문에서 소유하고 있는 빌딩의 소유권을 천룡문에 넘기기로 한 것이다.

동현은 처음엔 괜찮다고 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절대 이곳을 나갈 수 없다는 말에 할 수 없이 빌딩을 받기로 했다.

호국 가문에서는 빌딩을 주는 것으로 모든 은혜를 갚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조금이라도 마음이 편해질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을 했다.

호국 가문에 머무느라 미연에게 전화로만 연락하고 집에 들어가지 못한 동현은 최대한 빨리 서울로 가서 미연을 보고 싶었다.

차는 고속도로를 달려 서울로 향하기 시작했다. 서울에 도착한 동현은 곧장 미연이 있는 가게로 갔다. 가게에 도착했을 때는 벌써 오후 네 시가 되어있었다. 프러포즈는 이제 미연이 없어도 장사가 잘되기 때문에 동현은 가게에서 그녀를 데리고 나올 생각이었다.

“사장님, 어서 오십시오.”

동현이 도착하자 현관에서 손님을 맞이하는 종업원이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아, 가게에 별일은 없죠?”

“예, 장사는 잘되고 있습니다.”

“그럼, 수고해요.”

동현은 인사를 하고는 바로 사무실로 갔다. 사무실에선 미연이 무언가 고민을 하고 있었다.

‘오빠가 벌써 나에게 싫증을 느끼는 건가?’

동현이 집에 들어오지 않자 미연은 걱정이 되었다. 남편이 3일이라는 시간을 밖에서 보낸 것은 미연의 입장에선 상당한 충격이었기 때문이다. 미연은 자신이 동현에게 잘못한 것이 있는지 심각하게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때 문이 열리면서 동현이 들어왔다.

“나 왔어.”

미연은 동현이 왔는데도 무덤덤하게 인사만 했다.

“오셨어요.”

“응?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있는 거야?”

“아니에요.”

미연은 생각 없이 대답한 것이지만 받아들이는 동현의 입장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자신은 미연이 보고 싶어 최대한 서둘러 달려왔는데 미연의 반응이 좋지 않자 실망한 것이다.

“내가 온 게 싫어?”

“아니요, 그렇지는 않아요.”

“그런데 반응이 왜 그래?”

“그럼 오빠는 3일이나 집에 들어오지 않은 사람을 보면 기분이 좋겠어요?”

미연의 대답에 동현은 할 말이 없었다. 지금은 신혼인데 외박을 했으니 아무리 좋게 말해도 변명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었다.

“미안해. 변명을 하고 싶지만 내가 잘못한 거니까 그러지는 않을게.”

동현의 대답에 미연은 왠지 자신이 미안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오빠, 도대체 무슨 일인데 외박까지 해야 했어요?”

“미안해. 얘기하지 않겠다고 약속을 했기 때문에 말을 할 수는 없어. 하지만 분명히 일 때문이라는 건 약속할 수 있어.”

“알았어요. 하지만 이번만 믿는 거예요. 앞으로는 절대 외박하는 일이 없었으면 해요.”

“알았어. 앞으로는 절대 외박하는 일은 생기지 않을 거야. 걱정하지 마.”

“알았어요. 이번에는 오빠를 믿지만 더 이상은 저를 실망시키지 말아주세요.”

조금은 화가 풀렸는지 미연의 목소리가 차분해져 있었다.

사실 미연이 처음부터 화가 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말을 하다 보니 화가 나게 되었고 덕분에 말이 이상하게 나오고 만 것이다. 그래도 결국은 일이 좋게 마무리되어 미연의 입장에서는 더 좋은 일이 되고 말았다.

“우리 나가자. 오랜만에 영화도 보고 저녁도 먹도록 하자.”

“예.”

영화를 보자는 동현의 말에 미연은 바로 대답했다. 미연도 동현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았다.

다정하게 가게를 나온 두 사람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향했다.

“그런데 집에 연락을 하지 않아서 어쩌지요?”

시간이 늦어버리자 걱정이 된 미연이 물었다.

“크크크, 걱정하지 마. 내가 늦는다고 미리 연락을 드렸어.”

“오빠는 연락을 했으면 말을 해줘야지요. 나는 걱정만 하고 있었는데.”

이미 연락했다는 동현의 말에 미연은 약간 삐친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하하하, 우리 미연이는 이런 모습을 할 때가 제일 예뻐요.”

“흥!”

미연은 동현이 칭찬을 해도 아직 화가 풀리지 않은 척 삐친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은 이미 풀렸다는 것을 동현은 알고 있었다.

집에 도착을 하자 미연은 차에서 선물을 한 아름 들고 내렸다. 나간 김에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드릴 선물을 산 것이다.

“아주 아부할 작정을 하고 산 거구만 그래.”

“그래도 선물을 싫어하는 분은 없어요.”

“그래, 잘했다. 들어가자.”

동현과 미연은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선 이미 동현의 모친인 박 여사와 아버지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 즐거웠니?”

어머니가 미연을 보며 물었다.

“예, 어머니. 죄송해요, 저희만 이렇게 시간을 보내고 와서요.”

“아니다, 나중에 시간이 되면 함께 여행을 갈 수도 있지 않겠니.”

“예, 이번에는 우리 가족들이 모두 함께 여행을 가는 것으로 계획을 짜보도록 할게요.”

“호호호, 그렇게 해라. 기대하고 있으마.”

박 여사는 미연이 하는 짓이 예뻐 웃으면서 대답을 해주었다.

사실 아들이 외박을, 그것도 3일이나 했기 때문에 박 여사도 미연에게 미안했었다. 아직 신혼인데 외박을 했으니 박 여사의 입장에서는 좋은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박 여사가 미연과 대화하는 것을 보고 아버지는 동현을 따로 불렀다.

“동현이는 나 좀 보자.”

“예, 아버지.”

동현은 아버지와 안방으로 들어갔다. 방에 들어가자 아버지가 동현을 보며 물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

“죄송합니다. 밖의 일이 급해서 집에 올 수가 없었습니다. 지방에 있었거든요.”

“무슨 일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집에는 들어와야 하지 않니?”

“아버지, 이번만 이해를 해주세요.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습니다.”

동현은 아버지에게 진심으로 말을 했다. 부자간의 대화이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아들이 진심인지 아니면 거짓으로 말을 하는지는 알 수 있는 동현의 아버지였다.

“그래, 미연이와는 이야기를 잘한 거냐?”

“예, 화를 풀어 주었어요.”

“그래, 앞으로는 이런 일 없도록 해라.”

“예, 아버지.”

동현은 이제 결혼을 했기 때문에 가족들이 자신에게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이번 일과 같은 일이 다시없다고 볼 순 없기에 대책을 세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현이 가족들과 오해를 풀고 있을 때 중국의 중화회에서는 난리가 나고 있었다.

꽝!

“이게 말이 되는 소리라고 생각하는가?”

“회주님, 잠시만 고정하십시오. 아직 정확한 사정에 대해서는 듣지 않으셨습니다.”

군사인 사진명이 회주의 화를 조금이라도 가라앉히려 애를 쓰고 있었다.

“군사, 군사도 듣지 않았는가? 우리 중화회에서 가장 중요한 곳이 박살이 났다는 이야기를 말이야.”

“회주님, 아직 보고가 끝나지 않았으니 조금만 진정을 하십시오.”

사진명은 회주의 화를 진정시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그런 군사의 노력을 이해한 회주도 숨을 크게 들이쉬며 마음을 가라앉히려 애썼다.

“다시 보고를 하라.”

“회주님, 강시를 제작하던 장소에 적의 침입이 있었는지 경계하고 있던 모든 이들이 죽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강시도 모두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 작품 후기 ============================

드디어 오월이 되었군요.

시간이 이렇게 잘 가는데 손구락은 어째서 따로 노는지....

오늘 오월부터는 매일 한편씩 연재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제부터는 꾸준히 연재를 전보다는 조금 양이 많이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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