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건드리지마-176화 (175/222)

176화

암영단이 돌아오자 동현은 가네마와 암영단을 보며 조용히 연설을 시작했다.

“암영단과 가네마는 수고했다. 하지만 이번 임무에 죽은 대원이 있다는 것은 아직 암영단의 실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하니 모두 더욱 열심히 수련을 하기 바란다.”

“최선을 다해 수련을 하겠습니다, 문주님.”

“더욱 열심히 수련을 하겠습니다, 문주님.”

“그래야지. 너희들이 있기 때문에 천룡문의 앞날이 빛나는 것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예, 문주님.”

가네마는 암영단에 대한 수련을 더욱 가혹하게 해야겠다고 내심 다짐하고 있었다. 비록 한 명이기는 하지만 은신술을 사용할 줄 아는 대원이 죽었다는 건 아직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느낀 것이다.

그는 암영단이 지금은 확실하게 실전 감각을 찾았지만 중국으로 갈 때만 해도 살인에 대한 생각은 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제는 더욱 강하게 실전에 대비하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었다.

호국 가문으로 가는 날, 동현은 수호대의 대원들과 함께 조용히 출발을 했다.

호국 가문은 경주에 있었다. 동현과 수호대가 도착하자 정문엔 많은 무인들이 나와 그들을 영접했다. 물론 이세기 원로도 나와있었다.

“어서 오시게, 문주.”

“안녕하셨습니까, 원로님.”

“어서 들어갑시다. 문주가 오기만 기다리고 있었다오.”

이세기 원로는 자신의 마음을 감추지 않고 그대로 보여주었다. 물론 다른 무인들이 그런 원로에게 짜증을 내는 일은 없었다. 감히 원로가 하는 행동에 태클을 걸 수는 없기 때문이다.

동현과 수호대는 정중하게 안내를 받으며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선 호국 가문의 무인들이 모두 모여 동현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모두들 수호대의 실력이 상당하다는 소문을 듣고 온 것이었다. 물론 문주인 동현에겐 감히 상대해 달라는 말을 할 순 없겠지만 수호대는 달랐기 때문이다.

“가주님, 천룡문의 문주님과 그 일행이 도착하셨습니다.”

“안으로 모시도록 하라.”

“예, 가주님. 안으로 드시지요.”

동현은 가주를 만나러 들어가기에 앞서 수호대를 향해 가볍게 지시를 내렸다.

“너희들은 이곳에서 대기하고 있어라.”

“예, 문주님.”

수호대의 힘찬 대답에 동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제법 많은 인원이 모여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흠, 가문의 일이라 그런지 제법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네.’

동현은 생각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십시오, 문주님.”

호국 가문의 가주가 먼저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이는 손님을 맞이하는 입장에선 당연히 갖춰야 할 기본적인 예의였다. 가주가 인사를 하자 동현도 인사를 했다.

“반갑습니다, 가주님. 오늘은 손님이 많이 계시는군요.”

“허허허, 모두 우리 가문에서 중요한 일을 하시는 분들이라 이렇게 모이게 되었습니다. 이분은 천룡문의 문주님이십니다.”

가주가 동현을 사람들에게 소개해 주었다.

“반갑습니다. 호국 가문의 당주로 있는 이성현이라고 합니다.”

“저는 호국 가문의 내실을 담당하는 김재훈이라고 합니다.”

모여있던 사람들이 모두 동현에게 인사를 했다. 이들은 사실 동현과 인사하는 것보다는 밖에 대기하고 있는 수호대와 대련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동현의 허락을 받기 위해 정중하게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저기 문주님, 한 가지 부탁이 있는데 들어 주셨으면 합니다.”

“무슨 부탁을 말입니까?”

동현이 궁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묻자 바로 대답을 했다.

“다름이 아니라, 밖에 대기하고 있는 수호대의 분들과 솔직하게 대련을 하고 싶어서 그렇습니다. 수호대의 실력이 상당하다고 소문이 나있는데, 오랜만에 대련을 할 수 있는 기회라서 놓치기 아깝군요.”

이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 동현은 한국의 무인들에게 수호대의 실력을 각인시킬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이 들어 바로 허락을 해주었다.

“그렇게 하시지요. 수호대에게 그리 지시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동현이 허락을 하자 사람들의 얼굴이 밝아졌다. 나름 가문에서 강하다는 소리를 듣고는 있지만 실제로 얼마나 강한지는 모르기 때문에 이들에게는 이번처럼 좋은 기회가 없었다.

동현이 수호대에게 지시를 내렸다.

“수호대는 지금 호국 가문의 무인들과 대련을 하도록 하라. 우리 천룡문의 실력을 모두에게 보여 드리도록 해야 한다.”

동현이 은연중에 호국 가문의 무인들에게 실력을 보여주라는 뜻을 보이자 수호대도 반가운 표정이었다.

“알겠습니다, 문주님.”

수호대는 사실 문에 남아있을 때는 거의 수련만 하기 때문에 그동안 쌓인 것이 많았다. 그런데 오늘 대련을 하게 되면 쌓였던 스트레스를 풀 수 있었다.

호국 가문의 무인들은 수호대와 대련을 할 수 있게 되자 대거 방에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이들이 가장 바라고 있었던 것은 비급을 해석하는 것이 아닌 바로 대련이었다.

사람들이 우르르 빠져나가자 안에 남아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민망해진 가주가 말했다.

“허허허, 미안합니다. 우리 가문 사람들이 대부분 호승심이 많아서 그런 것이니 이해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문주님.”

“아닙니다. 무인이라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말씀은 하지 마십시오, 가주님.”

동현은 무인이라면 가지는 호승심을 갖고 따지고 싶지는 않았다. 사실 동현도 무인이기에 호승심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이 갖고 있는 무예가 얼마나 강한지 알기에 다른 사람과 대련을 하지는 않았다.

“허허허, 그렇게 생각해 주시니 고맙습니다.”

가주는 동현이 한 문파의 문주로서 아주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천룡문은 그가 생각해도 강한 문파였다. 하지만 동현은 절대 강자인 척하지 않고 예의로서 상대를 대했다. 물론 겉으로만 그러는 것인지는 아직 모르지만 말이다.

“문주님, 우선 차나 한잔 하시면서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지요.”

“예, 그렇게 하시지요.”

동현이 허락을 하자 가주는 바로 차를 준비시켰다.

동현이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밖에선 수호대와 호국 가문의 무인들이 모여 대련을 하고 있었다.

수호대의 대원이 먼저 나와 자신을 소개했다.

“천룡문의 1조 수호대 대원으로 있는 이재석이라고 합니다. 저와 대련하실 분은 어느 분이십니까?”

그러자 바로 호국 가문의 무인이 나왔다.

“호국 가문의 무력대에 있는 한창섭이라고 합니다. 제가 상대를 하였으면 합니다.”

“그럼, 잘 부탁합니다.”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인사를 마친 두 사람은 대련을 시작했다.

수호대는 동현에게 배운 무공을 이용해 공격을 펼쳤다. 아무리 보아도 자신의 상대로는 조금 부족해 보였기 때문이다.

수호대가 가볍게 공격을 하자 호국 가문의 무인은 바로 반격을 하려고 했지만 이어지는 공격에 방어만 하고 있었다.

수호대 대원은 다시 주먹과 발을 이용해 어깨와 다리를 공격했고 호국 가문의 무인은 주먹은 방어했지만 다리 공격을 놓치는 바람에 그대로 공격을 허용하고 말았다.

퍽!

휘청!

“으윽!”

상대가 아직 쓰러지지는 않았지만 몸이 휘청거리는 것을 본 수호대는 더 이상 공격하지 않고 기다려 주었다. 이는 천룡문에서 항상 하는 대련 방법이었다.

하지만 호국 가문의 무인들은 상대가 봐주면서 대련한다는 생각이 들어 표정이 그리 좋지는 않았다. 지금 대련을 하고 있는 대원은 무력대에서도 상당한 실력을 가진 자였는데 그런 대원이 상대도 되지 않는다는 것은 말 그대로 수호대가 얼마나 강한지 보여주는 것이었다.

무력대 대원은 몸을 추스르자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제가 졌습니다. 오늘 좋은 경험을 했습니다.”

“아닙니다. 저도 좋은 경험을 하였습니다.”

어차피 대련이라는 것이 패자가 있으면 승자가 있기 마련이다. 수호대는 이겼고 무력대의 대원은 졌지만 인상을 쓴다고 결과가 바뀌는 것은 아니었기에 좋게 인사를 하고 물러났다.

수호대 대원이 다음 대련자를 기다리자 바로 다음 상대가 나왔다.

“저는 호국 가문의 무인인 김대강이라고 합니다. 바로 대련을 해도 되겠습니까?”

“예, 바로 시작하지요.”

둘은 곧 대련을 시작했고, 시작과 동시에 호국 가문의 무인이 폭발적인 공격을 펼쳐나갔다. 수호대는 그런 공격에 묵묵히 방어하며 공격의 기회를 보고 있었다. 하지만 상대의 실력은 수호대보다 약하다는 것이 대원의 생각이었다.

‘여기는 무인들이 모두 실력이 약한 것 같다. 우리 수호대원들끼리 하는 대련에도 미치지 못하니 말이야.’

수호대원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상대의 공격에 방어만 하고 있었다. 어느 정도 시간을 준 뒤에 반격하려는 것이다.

공격하는 무인은 최선을 다하느라 모르고 있지만 보고 있는 삼자는 상황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수호대원이 상대를 상당히 봐주면서 느긋하게 방어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일반 수호대의 대원이 이 정도 실력이라면 대주나 조장은 얼마나 강할지 궁금해지는 그들이었다.

상대의 공격이 조금 느슨해지는 순간, 수호대원이 반격에 들어갔다.

쉬이익!

퍽!

“으윽!”

상대는 한 방에 쓰러지고 말았다. 이는 공격만 하느라 몸의 균형을 잡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강한 타격이 아니었는데도 쓰러지고 만 것이다.

상대는 몸을 일으키며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제가 졌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2승을 기록한 수호대는 다음 상대를 기다렸다. 이때 호국 가문의 무인 중 한 명이 나와 말했다.

“우리 가문에 오셔서 대련을 해주시는데 한 분만 계속 하실 순 없으니 이번에는 다른 분이 나오시는 것이 어떠십니까?”

“그렇게 하지요.”

수호대는 순순히 그들의 제의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그들이 말하는 대로 대원들을 바꾸어 내보내도 계속해서 수호대가 이겼다.

수호대가 강하다는 소문이 사실임을 나타내는 결과였지만 호국 가문의 무인들은 한 번도 이기지 못하고 있으니 그리 인상이 좋지 않았다.

“자네가 나가보게.”

누군가 말했다. 그 당사자는 바로 호국 가문의 작년도 무술 대회 우승자였다.

“알겠습니다. 제가 나가보지요.”

남자는 대답을 하고는 조용히 일어나 대련을 하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저는 호국 가문의 무인인 정세찬이라고 합니다. 오늘 대련은 수호대의 다른 분과 하고 싶은데, 가능하겠습니까?”

“누구를 말하시는지요?”

“저기 뒤에 계시는 분과 하고 싶습니다.”

정세찬이 지목한 인물은 바로 수호대 조장이었다. 조장은 자신을 지목하자 아주 기쁜 얼굴로 걸어 나왔다.

“저는 수호대의 조장을 맡고 있는 이정기라고 합니다. 바로 시작할까요?”

“그러지요.”

그렇게 두 사람의 대련이 시작되었다. 조장은 아직 한 번도 대련을 하지 못한 한을 풀려는지 초반부터 강하게 밀어붙였다.

정세찬은 자신도 강한 무인이라 생각해서 조장과의 대련을 신청했는데 조금 겨루다 보니 자신은 감히 상대하지 못할 엄청난 실력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수호대의 실력이 상당하다고는 들었지만 이 정도로 대단한지는 몰랐다. 이거 나는 전혀 상대가 되지 못하는구나.’

정세찬은 자신이 밀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그만 포기하려 했다. 하지만 그런 정세찬의 마음을 안 조장은 더욱 거세게 밀어붙였다.

쉬이익!

강한 공격을 받으니 어쩔 수 없이 방어를 하게 되었다.

파팍!

두 사람은 갑자기 공격이 바뀌면서 불꽃 튀는 대련을 이어갔다.

정세찬은 지금 수호대 조장이 자신을 봐주면서 대련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제 실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해서 참고 대련을 이어갔다. 수호대 조장은 지금 정세찬의 실력을 한 걸음 더 나가게 해주고 있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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