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9화
사실 그동안 힘들었을 때 도움을 주었던 사람이라면 아마도 큰 삼촌밖에는 없었기에 하는 말이었다.
어머니도 그 점은 인정을 하고 있었기에 눈빛이 흔들린 것이고 말이다.
“그러면 당신이 연락을 한 번 해보세요. 저는 자신이 없네요.”
어머니는 이제 그쪽 집안과는 완전히 정리를 하였기 때문에 전화를 하고 싶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큰 삼촌도 아버지와 어머니가 그렇게 파렴치한 짓을 했다는 것이 미안하지 그 후로는 연락도 하지 않고 있었다.
아무리 이제는 남이 되었다고 해도 사람이 살아가면서 쌓은 정이 있는데 하루아침에 외면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버지도 그런 사실을 알기에 어머니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 것이기도 하고 말이다.
“알겠소. 그러면 내가 처남에게 연락을 하도록 하겠소.”
아버지는 아들의 결혼식에 친척들이 없다는 것이 마음에 걸려 연락을 하려고 하는 것 같았다.
아버지는 원래 고아였지만 어머니는 가족으로 알고 있던 분들이 사실은 가족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두분은 모두 고아가 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동현의 결혼식에 친척이라고는 사실 한명도 없다고 보아야 했다.
“어머니 저는 그만 올라가 볼게요.”
“그렇게 해라. 아차 너 결혼식에 입을 양복을 맞추는 것은 잊으면 안된다. 아무리 바빠도 일생에 한 번 하는 결혼식에 입는 옷은 맞추어야 하니 말이다.”
“예, 걱정하지 마세요. 양복은 이미 준비를 하고 있어요. 제가 입을 것은 제가 알아서 준비를 할게요. 미연이거도 함께요.”
“그래 그렇게 해라. 둘이 입을 것이니 서로 상담을 해서 해라.”
“예, 어머니.”
동현은 그렇게 말을 마치고는 자신의 방으로 갔다.
방에 들어와서 침대에 걸터 앉은 동현은 막상 결혼을 한다고 생각하니 그냥 마음이 조금 싱숭생숭해졌다.
“이러고 있으면 잠도 오지 않겠는데 만영이에게 전화나 해볼까?”
친구 만영이는 여자 때문에 마음고생을 하고는 지금은 아주 착실하게 일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문제는 이제는 여자를 믿지 않는 다는 것이 문제였지만 말이다.
드드드드
“무슨 일이냐?”
“나 드디어 날짜 잡혔다.”
만영도 동현이 결혼을 하려고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 축하한다. 그래 날짜가 언제냐?”
“십월 보름이다.”
“결혼하기 전에 한잔 해야지?”
“지금 갈테니 한잔 하자. 마음이 이상해서 잠도 오지 않는다.”
“하하하, 천하의 김 동현이 결혼 날짜가 잡혔다고 잠이 오지 않는 다는 소리를 하면 아마도 아무도 믿지 않을 거다.”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은 하는데 사실인걸 어쩌냐. 아무튼 지금 갈게.”
“알았다.”
동현은 그렇게 전화를 마치고는 바로 나가 버렸다.
솔직히 방에 있고 싶지 않은 것도 있지만 혼자 있는 것이 왠지 이상해서였다.
“어머니 저 만영이 만나러 나갑니다.”
“너무 늦지마라.”
“예, 어머니.”
동현은 그렇게 말을 하고는 빠르게 대문을 벗어나고 있었다.
동현이 차를 몰아 만영이 있는 곳으로 가니 만영은 이미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하하, 빨리 왔네.”
“그래 너 보고 싶어서 무진장 밟았다.”
“으이그, 저 거짓말을 믿어야 하는 거야?”
만영의 능청스러움에 동현은 그냥 웃고 말았다.
만영도 이제는 여자 때문에 고민을 하지 않고 있었다.
만영의 아버지도 처음에는 아들을 보고 걱정을 하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만영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자 이제는 마음을 놓은 모양이었다.
동현은 만영의 집에서는 상당한 대접을 받고 있었다.
바로 만영의 동생인 백영을 동현이 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백영은 동현에게 와서는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해가고 있었고 이제는 전과는 다른 사람이라고 해도 믿을 수가 있을 정도로 많이 변해 있었다.
만영의 아버지는 그런 백영을 보고 아주 마음에 들어하셨고 덕분에 동현은 친구 아버지에게 아주 잘난 놈으로 인정을 받게 되었기 때문이다.
“하하하, 오늘은 이해를 해라. 내가 기분이 좋아서 그러니 알았냐.”
“그래 친구의 기분이 좋다는데 무엇을 따지겠냐. 그런데 기분이 좋냐?”
“그래 좋다. 아주 하늘을 날아간다.”
동현의 대답에 만영은 약간 놀란 얼굴을 하며 동현을 보았다.
아직까지 동현이 저렇게 표현을 하는 것을 본적이 없어서였다.
확실히 오늘 기분이 좋기는 좋다는 생각이 드는 만영이었다.
“가자 오늘은 내가 한잔 사마.”
“그래 가자.”
동현과 만영은 기분 좋게 술을 마시러 갔다.
만영이 자주 가는 단골집으로 실내 포장마차를 하는 곳이었다.
만영은 문을 안으로 들어가자 동현이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아주머니 안녕 하세요.”
“어서 와요.”
“오늘은 친구하고 한잔 할 생각이니 좋은 놈으로 주세요.”
“호호호, 알았어요.”
만영이 말을 마치자 동현은 궁금하듯이 물었다.
“여기가 단골이냐?”
“응, 자주 오는 곳이다. 아주 친절하고 음식도 잘하셔서 자주 온다.”
동현은 만영을 보며 옛날 생각이 났다.
예전에는 자신이 돈이 없어 항상 만영이에게 얻어 먹고 다녔던 기억이 나서였다.
그 당시에는 아버지 때문에 일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고 수련만 하였기 때문에 수중에 한푼도 없었기에 술을 마시고 싶으면 만영이에게 전화를 하는 방법 밖에 없었다.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만영이에게는 미안한 생각을 가지게 되는 동현이었다.
“너는 요즘 어떠냐?”
“항상 그렇지 뭐.”
“너도 이제 다른 여자를 만나야 하지 않냐?”
“여자는 이제 믿을 수가 있어야지 만나지. 나 여자에게는 이제 관심 없다.”
만영의 마음은 한 여자로 인해 완전히 닫히고 말았는지 여자라는 말에 바로 정색을 하고 있었다.
동현은 그런 만영을 보니 속으로 미안하기만 했다.
괜히 좋은데서 술을 마시자고 해서 데리고 갔다는 마음의 상처만 만들게 하였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때 자신이 데리고 가지만 않았으면 이런 일도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미연이 친구 중에 한명을 소개 해줄게 한 번 만나봐라.”
미연이도 친구들이 제법 이쁘게 생겨서 만영을 소개해주려고 말을 했다.
“야, 이제 여자는 절대 생각지 않기로 했다. 두 번 다시는 나에게 여자 이야기는 하지 마라.”
만영은 이미 마음을 완전히 닫았는지 동현을 보며 정색을 하며 말을 하고 있었다.
동현은 그런 만영을 보며 안쓰러운 마음만 들었다.
“그래 알았다. 이제 그런 이야기는 하지 않을게.”
“그래, 그리고 너 결혼 정말 축하한다. 내가 결혼식에 다른 친구들에게도 연락을 할게.”
“응? 다른 친구라고?”
동현은 친구라고는 지금까지 만영이 밖에 만나지 않았기에 다른 친구라는 말에 놀라고 있었다.
“우리 동창들도 요즘은 동창회를 한다고 한다. 나도 며칠 전에 연락을 받았다.”
“그래? 동창회라…….”
“너도 와라. 이번 동창회는 제법 많은 친구들이 모인다고 하드라. 니가 가면 아마 애들이 다 놀랄 거다.”
만영은 예전의 동현과 지금은 달랐기 때문에 동창회에 오라는 말을 하였다.
물론 성격이 거친 면은 아직도 남아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예전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안심을 하고 말을 할 수가 있었다.
“알았다. 날짜를 까먹을지 모르니 문자로 보내라.”
“잘 생각했다. 결혼도 하는데 동창생이 없으면 그것도 이상하잖아.”
“알았으면 그만 하고 술이나 먹자.”
동현은 만영과 그렇게 술을 마셨고 결국 만영은 그날도 술이 취해 동현이 업고 집에 데리고 가게 되었다.
다음날
동현은 이제 가게의 일은 모두 미연에게 넘기고 자신은 천룡문의 일만 처리를 하려고 하였다.
“미연아 앞으로 가게의 일은 전부 알아서 처리를 해라. 나는 다른 일을 해야 하니 시간이 없을 것 같아서 그래.”
“오빠, 무슨 일은 하는데 그렇게 바쁜 거에요?”
“내가 무예를 익히고 있는 거는 알지?”
“예, 알고 있어요.”
“사실은 한국에 무예를 익히고 있는 단체들이 많아서 서로간에 도움을 주기 위해 만남을 가지게 되었는데 내가 주축이 되는 바람에 그래.”
동현은 미연이 이해를 하게 이야기를 해주면 되는데 항상 이렇게 두루뭉실하게 말을 하는 바람에 미연이 바로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동현이 무슨 일인가 하는 것이라는 것은 알아 들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가게는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알아서 잘 꾸려 나갈게요.”
“그래, 고마워.”
동현은 그렇게 미연에게 가게에 대한 모든 것을 넘기고 바로 천룡문으로 갔다.
지금 천룡문은 수호대가 수련을 하는 것과 새로운 수호대를 영입하는 바람에 항상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2기 수호대는 지금도 체력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훈련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어느 정도 체력이 되어야 무술을 배울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2기 수호대는 1기의 수호대장이 직접 훈련을 시키고 있었다.
수호대 중에서는 가장 실력이 좋아서 동현이 내린 지시였다.
천룡문은 날이 갈수록 발전을 하고 있었지만 아직도 동현이 보기에는 부족한 것이 많아 보였다.
그만큼 동현이 욕심이 많다는이야기였다.
동현은 천룡문에 도착을 하자 가장 먼저 영민을 찾았다.
“진행은 어찌 되고 있냐?”
“다른 가문의 사람이 들이 와도 문제는 없도록 해놓았습니다. 형님.”
“그러면 되었고 수호대는 어찌 하고 있냐?”
“일기와 이기 모두 수련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아직 이기는 체력훈련이 끝나지 않아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흠, 체력 훈련을 너무 약하게 하는 것이 아니야?”
동현의 말에 영민은 절대 아니라는 표정을 지었다.
“아닙니다. 이번 이기 수련생들의 훈련은 수호대장이 직접 하고 있으니 절대 약하게 하지는 않을 겁니다.”
동현도 수호대장이 직접 훈련을 시킨다고 하자 조금 안심이 되었다.
사실 자신이 지시를 해놓고도 지금 기억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생각지도 않고 말이다.
“우리 문파에 필요한 것들은 모두 사들였냐?”
“예, 이제 이 안에서 모든 사람들이 일년은 먹고 살 수가 있도록 준비를 해놓았습니다.”
“잘 했다. 그러면 오늘은 내가 문파의 주변을 돌아보면 되겠다. 호위는 필요없으니 다른 일을 봐라.”
“예, 문주님.”
영민은 문주라고 했다가 형님이라고 했다가 자기 마음대로 부르고 있었지만 동현은 그런 것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지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동현은 주변을 보려는 이유는 바로 누구도 침입을 하지 못하게 진을 설치하려고 하였다.
정문을 빼고는 누구도 은밀히 잠입을 하지 못하게 해놓으면다른 곳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어서였다.
동현이 알고 있는 진은 고대의 진이었기에 지금은 진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였다.
물론 다른 가문의 사람들이 진에 대해 알기는 하겠지만 아는 것과 설치를 하는 것은 상당히 다른 문제였다.
그만큼 천룡문의 정통성을 지켜줄 수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동현은 부지런히 진을 설치하였다.
천룡문의 사방은 모두 진을 설치하였는데 모두 두 개의 진을 설치하였다.
하나는 현혹을 하는 환영진이었고 두 번째는 살상을 하는 진이었는데 두 번째에 걸리게 되면 이는 그냥 죽었다고 보면 되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