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건드리지마-124화 (123/222)

124화

‘흠, 중국의 무인들이 한국에 온 이유가 조금은 이해가 가기는 하지만 조금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도 있네.’

동현은 약물에 대한 치료를 하기 위한 방법을 이상하게 찾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만약에 해약을 찾기 위해 하는 연구라면 충분히 이해가 가겠지만 아니라면 도대체 무슨 이유로 선단을 만들려고 하는 것인지가 궁금해지는 동현이었다.

실질적으로 한국에 선단 제조를 할 줄 아는 사람이 눈앞에 있는 도인밖에 없다고 하면 도인을 그냥 두고 가는 이유도 궁금해졌다.

“저희가 찾고 있는 중국의 무인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도인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 이렇게 모신 것입니다. 그동안 저희들이 조사를 한 내용은…….”

동현은 자신이 알고 있는 부분을 어느 정도 각색하여 도인에게 정리를 하여 말을 해주었다.

도인은 동현이 하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시시각각 얼굴이 변했다.

아마도 그런 사실에 대해서 알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중국의 무인들이 지금 그 이상한 약을 사용하고 있다는 말이오?”

“그렇습니다. 이들이 무슨 생각으로 그 약을 이용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지금 국내에 들어와 한국인을 이용하여 약을 만들어 중국으로 가지고 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일부 조직을 찾기는 했지만 아직도 약의 출처를 모두 찾지는 못한 상태입니다.”

“으음, 정신을 조종하는 그런 약을 만들려고 하고 있다니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소.”

“아직은 정신을 조종하지는 못하지만 아마도 이들도 무슨 근거가 있으니 약을 개발하려고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동현의 말에 도인은 잠시 생각을 하는 모습이었다.

“우리 한국과는 다르게 중국에는 마교라고 하는 집단이 있었소. 그곳에서 정신을 지배하는 약을 연구하고 만들었다고 알고 있소. 중국에서 지금 연구를 하고 있다고 하면 아마도 마교와 연관이 있을 것이오. 우리 사문에 대대로 내려오는 이야기 중에 마교의 약을 조심하라는 말이 있었으니 말이오.”

도인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동현은 자신의 생각이 어느 정도는 일치한다고 생각하였다.

중국의 누군가가 아마도 고대의 비급을 발견했고 이를 연구하기 위해 지금과 같은 일들을 벌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급에 약에 대한 것만 있는지 아니면 새로운 무예도 남아있는지 모르지만 상대가 제법 머리를 쓰는 놈이라는 생각이 들자 동현은 은근히 열이 받기 시작했다.

숨어서 음모를 꾸미는 것은 동현이 가장 싫어하는 것 중 하나였기 때문이었다.

동현은 화가 나기는 했지만 도인 앞에서 그런 내색을 할 수는 없었기에 일단은 마음을 잠시 진정을 시키고 다시 도인을 보았다.

도인은 동현의 눈빛이 갑자기 광폭하게 변했다가 다시 고요하게 변하자 대단히 많은 수련을 하였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대단한 사람이군, 저런 사람이 한국에 아직도 남아있다는 것이 다행이구나.’

도인은 내심 동현에 대해 감탄했다.

실력도 자신이 감히 짐작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 보였는데 그 심기도 대단해 보였다.

“제가 이끌고 있는 단체는 천룡문이라고 하며 고구려 시대의 무예를 이어가는 곳입니다. 도사님께서 저희들을 조금 도와주셨으면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동현은 약에 대한 문제로 계룡산 도사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로 했다.

아직 자신도 그렇고 세론도 약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지 못하니 선단을 제조할 수 있는 도인이라면 충분히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하는 말이었다.

도인은 동현이 도움을 요청하자 조금은 고민을 했다.

자신도 선단을 제조하는 선문에 속해있지만 이제 자신이 마지막 제자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현대에는 배움을 원하는 인재들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참을 그렇게 생각하던 도인은 동현을 보며 입을 열었다.

“한 가지 부탁이 있는데 부탁을 들어주면 이곳의 일을 도와주겠소.”

“무슨 부탁인지 말씀을 하십시오.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들어 드리겠습니다.”

동현은 도인의 부탁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우선 자신들에게 필요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자 최대한 수용을 할 생각으로 하는 대답이었다.

“다름이 아니라 현대에는 선단을 제조하는 방법을 배우려고 하는 사람이 없소. 나도 후대에 선단을 제조하는 방법을 남기고 싶어서 그러니 배움을 원하는 인재를 구해주시오.”

동현은 도인이 제자를 구하고 싶어 하는 것을 알자 조금 고민이 되었다.

지금 세상에서 선단을 제조하려고 하는 사람을 구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과연 선단을 제조하려고 하는 인물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저희가 최선을 다해 구해 보겠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자신할 수는 없군요.”

동현은 도움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상대에게 거짓을 말하면서 도움을 받고 싶지는 않았기에 진실을 말했다.

동현의 그런 대답에 도인은 감탄하는 눈빛을 하며 바로 답변을 주었다.

“나는 제자를 원하는 것이 아니고 선단을 만드는 비법을 누군가에게 남기고 싶다는 말이니 오해는 하지 않았으면 하오. 그리고 천룡문에서 중국의 무인들을 찾고 있는 이유가 정신을 조종하는 약을 찾기 위해서라면 나도 도움을 주고 싶으니 잠시 이곳에 기거를 했으면 하오. 그런 약이 국내에 도는 것도 막고 해약도 만들고 싶어서요.”

“고맙습니다. 아무리 중국인들이 설치고 다녀도 결국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저희는 그런 이상한 약을 만들려고 하는 놈들을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해약을 만드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생각했는데 도움을 주신다고 하니 오히려 감사할 뿐입니다.”

“아니오, 나라를 위해 하는 일인데 당연히 해야 하지 않소. 나는 오히려 천룡문이 이런 일을 한다는 것이 대단하다고 생각하오.”

“저희도 그렇지만 지금 한국의 무인들이 중국인들을 잡기 위해 모두가 눈에 불을 켜고 찾고 있습니다.”

동현의 말대로 지금 한국의 무인들이 중국인들을 찾기 위해 전국을 이 잡듯이 뒤지고 있었다.

일부 중국의 무인들에게 제압을 당한 사람들도 있었고 말이다.

물론 약에 관해 알고 있지는 않지만 한국의 무인들은 자존심이 강하기 때문에 국내에 들어온 중국의 무인들을 그냥 보고 있지는 않았다.

동현도 아직은 그런 사실에 대해서 정확히는 몰랐지만 지난번에 한대성에게 지시를 한 일이 있기 때문에 대강은 그러고 있을 것이라고 예상을 하고 이런 이야기를 해줄 수가 있었다.

도인은 동현의 이야기를 듣고 조금은 흥분이 되는지 얼굴이 붉어졌다.

“한국의 무인들이 그렇게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요. 저도 적극적으로 협력하겠습니다.”

도인은 처음과는 다르게 말투도 변했다.

동현은 도인이 선단을 제조하는 비법을 알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

세론이 연구를 하는 약에 도움이 되었으면 되었지 방해는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선단이라는 것은 아주 오래된 지식이고 현대인들이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있는 부분들이 많지만 동현은 선단에 대해 아주 좋게 생각을 했다.

이미 고대의 무예가 어느 정도나 도움이 되는지를 동현 본인이 스스로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해주신다니 감사합니다. 그러면 산에 계시는 것보다는 불편하시겠지만 충분히 연구를 하실 수 있도록 거처를 마련해 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연구를 할 수 있다는 말만 들어도 배가 부르는 것 같습니다, 허허허.”

도인은 자신이 속해있는 선단을 만드는 문파의 장이었지만 동현도 천룡문이라는 문파의 장이었기 때문에 말을 조심했다.

아무리 선단을 제조하는 문파와 무인들과는 다르다고는 해도 고대의 힘을 이용하는 것은 서로가 같다고 보았기 때문이었다.

“영민이는 잠시 들어오도록 해라.”

“예, 문주님.”

영민은 동현이 손님과 있으니 문주라고 하며 들어왔다.

동현은 영민이 제법 머리를 쓴다는 생각이 들어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

“여기 계시는 분을 위해 거처를 마련해 드려라. 그리고 선단을 제조하기 위해 필요한 약초는 모두 사서 지원해 드려라.”

동현의 지시에 영민은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일단은 지시가 내려왔으니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도인은 동현이 지시를 내리는 것을 보고 솔직히 놀랐다.

선단이라는 말은 듣기는 좋았지만 실질적으로 아직까지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는데 동현은 그런 것을 알면서도 지원을 하라고 지시를 하고 있어서였다.

“문주의 도움에 감사를 드립니다. 이렇게 지원을 해준다는데 실패를 할 수는 없는 일이니 반드시 성공을 하여 문주의 은혜에 보답을 하겠습니다.”

“하하하, 은혜라고 생각지 마시고 한국을 위해 만드신다고 생각하십시오. 현대에서는 이미 잊혀버린 선단이지만 저는 선단이 반드시 필요한 약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꼭 성공하셔서 중국인들이 만드는 약을 해약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하지요. 반드시 성공하지요.”

도인은 눈빛을 빛내며 약조했지만 영민은 아직도 이해하지 못했다.

한국의 약초를 모두 사서라도 지원을 하라는 말에 영민은 솔직히 골치가 아픈 표정이었지만 동현의 지시이니 어쩔 수 없이 따르기로 했다.

천룡문에는 약재를 담당하는 부서가 없었는데 이번에 새롭게 도인이 자리를 잡으면서 무인들이 내상을 입었을 때 사용할 수 있는 내상약을 만들어 주기를 은근히 기대하게 되었다.

동현은 천룡문이 완전히 자리를 잡기 위해 도인을 충분히 이용할 생각이었고 그러기 위해서는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무언가가 있어야 했기 때문에 이번에 이렇게 지원을 약속한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가는 것이 있으면 오는 것이 있기 마련이었다.

“가네마는 아직도 도착을 하지 않았다고 하느냐?”

“지금 도착을 하였다고 합니다. 조금만 기다리시면 올 것입니다.”

“알았다. 그리고 한대성이도 오라는 전갈을 해라. 이번에 한국의 무인들과도 만나려면 대성의 도움이 있어야겠다.”

동현은 한국의 남아있는 가문들과 만나려고 했다.

지금 남아있는 가문들의 역량이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지만 자신이라면 충분히 감당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동현의 지시로 천룡문에 속해있는 모든 인물들이 모이게 되었다.

“주군, 찾으셨는지요.”

“그래, 이제 우리 천룡문도 자리를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모두를 모이라고 했다.”

“무슨 대책이 있으신지요?”

“대책은 무슨 대책이 필요하냐? 그냥 밀고 나가는 거지. 한국의 무인들과 만나보려고 한다. 우리도 그들에게 인정을 받아야 하지 않겠냐?”

동현의 말에 가네마는 충분히 일리가 있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천룡문이 아무리 무인들의 집단이라고는 해도 혼자 모든 일을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결국 다른 집단들과 협력을 할 것은 해야 한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다른 가문의 사람들과 만남을 준비하기만 하면 되는지요?”

“다른 가문의 인물들이 이곳으로 왔을 때 우리가 만만하게 보이면 곤란하지 않겠어?”

동현의 말에 가네마는 무슨 뜻인지를 바로 이해했다.

다른 가문의 사람들은 남한에 있는 고대 무예를 이은 집안이지만 천룡문은 고구려의 무예를 이은 문파이니 절대 만만하게 보여서는 안 된다는 말이었다.

만약에 그런 일이 생기면 아마도 동현 곁에 있는 인물들은 아마도 죽고 싶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가네마는 갑자기 등골이 으스스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절대 그런 일이 없도록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주군.”

“그래, 인마를 빼고 나머지는 모두 불러들여서 준비해.”

“예, 주군.”

가네마는 동현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기에 바로 대답을 하였다.

이제 천룡문이 날개를 펼치려고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가네마는 기분이 좋아졌다.

지금의 힘으로도 충분히 다른 가문을 누를 수가 있다고 판단을 하고 있어서였다.

한대성이 지금은 천룡문에 머물러 있지만 그는 천룡문의 사람이라고 보기에는 문제가 많은 인물이었다. 가네마는 한대성을 천룡문의 사람으로 생각지를 않았다.

0